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94)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93화(94/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93화
“그러니까, 그 이태백 헌터가 지금 환각 마법에 걸려 있다고?”
“세상에…….”
“그러면 칩거 중이라는 소문이, 마법 연구가 아니라 환각 마법에 걸려 있어서?”
정확한 한정 퀘스트의 내용은 말하지 않았지만 이태서 헌터가 찾아온 경위에 대해서 설명한 지은의 말에 모두가 충격을 받은 듯했다.
이 자리의 그 누구도 이태백 헌터의 실력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었는데, 그런 이태백 헌터가 환각 마법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물론 그건 이태서 헌터가 건 환각 마법이겠지만.’
이태백 헌터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었지만, 이태서 헌터 본인 역시 사랑하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었다. 그 사실은 누구보다 본인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 발생한다.
‘도대체 왜 이태서 헌터는 이태백 헌터에게 환각 마법을 건 걸까?’
물론 이태서 헌터의 말대로 이태백 헌터가 직접 본인이 환각 마법을 걸었을 수도 있겠지만, 지은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태백 헌터가 누구인가. 이름을 검색하기만 해도 그의 첫 각성부터, 첫 전투까지 헌터로 각성한 이후로의 발자취가 주르륵 나오는 대한민국의 영웅이자, 1세대부터 지금까지 내려오는 헌터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조금만 조사를 해 봐도 대균열에 가족을 잃었다는 거짓말을 지은이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도대체 그런 거짓말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거짓말까지 하면서 이태백 헌터의 상태를 고백한 이유가 무엇인지 지은은 알 수 없는 답답함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좀처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모르겠는 이 상황에 퀘스트의 진행이 처음부터 꽉 막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과연 이태백 헌터에게 마법을 건 것이 누구인지 파악이라도 해야 할 텐데. 느낌은 이태서 헌터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맛있게 구워진 고기를 먹지도 못하고 젓가락으로 집은 채 가만히 고민에 빠져 있는 지은을 향해 주혁이 잘 싸진 쌈을 건네며 말했다.
“이태백 헌터가 환각 마법에 걸려 있다는 사실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그걸 지은 씨가 고민하고 있는 겁니까?”
“한정 퀘스트에 이태백 헌터와 이태서 헌터가 엮여 있어요. 자세하게는 퀘스트의 진행상 말씀드릴 수 없지만.”
“적당한 선까지 말씀해 주시면 도와 드릴 방법을 같이 고민해 볼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러려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거 아닌가요? 하며 덧붙이는 주혁의 말대로, 지은은 지금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태였다.
“제가 이태백 헌터를 좀 만나 봐야 할 것 같아요.”
“이태백 헌터 말씀이십니까?”
“네, 이태서 헌터를 만나 보려 했는데 아무래도 그쪽엔 걸리는 게 있어서 꺼림칙하거든요. 분명히 뭔가가 있어요.”
“음…….”
고민을 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기어이 지은의 입에 쌈을 넣어 주는 데 성공한 주혁이 만족스럽게 웃음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마침 잘됐군요. 내일이 새해 첫날이니까요.”
“네? 새해 첫날인거랑 무슨 상관이…….”
“그냥 찾아가면 되죠. 새해에 신세졌던 어르신께 문안 인사를 드리러 가는 느낌으로요.”
“아!”
“찾아가면 항상 꾸지람을 듣긴 했는데, 그래도 문전 박대 당하진 않았으니까요. 적어도 집 안에는 들여보내 주실 겁니다.”
그러고 보니 주혁과 성진, 유라는 청명 길드의 그 누구보다 이태백 헌터와 큰 접점이 있는 사이였다.
“태백 길드랑 사이는 괜찮은 거예요?”
“이태백 헌터와 개인적으로 사이가 나쁜 건 아닙니다. 어찌 됐든 헌터계의 대 선배이고, 따지고 보면 저희는 그분의 제자이기도 하니까요.”
“맞아, 랭킹 1위를 저놈이 뺏어서 그런 거지. 배은망덕한 놈이라고 하셨던가?”
“사이가 나쁜 건 이태서 그놈일 뿐이지, 이태백 헌터와는 상관없어. 안 그래도 칩거 중이라고 하시길래 한 번 찾아 뵈려고는 했었는데.”
지은은 자신의 생각보다 이태백 헌터와의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어떻게 이태백 헌터를 찾아가야 할까 고민하던 것이 곧바로 해결되었다는 기쁨에 지은이 주혁의 손을 덥석 잡고는 소리쳤다.
“그러면 내일! 저랑 같이 이태백 헌터의 본가에 가 주실 수 있어요?”
“내, 내일이요?”
“네! 이왕 말 나온 거, 저랑 같이 내일 당장 문안 인사 드리러 가요!”
자신의 손을 덥석 잡은 채 제발 같이 가 달라고 말하며 바짝 붙어 오는 지은 때문에 주혁은 뻣뻣하게 몸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 주혁에게 성진은 대수롭지 않게 내일 해돋이는 자신이 주관하면 될 것 같다며 일정을 조정하기 시작했고, 유라는 그런 주혁과 지은의 모습을 턱을 괴고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저,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아싸! 정말 잘됐네요!”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제야 집게를 집어 들고 처음 가게에 들어왔을 때 말했던 것처럼 직접 부위별 고기를 굽기 시작한 지은의 모습을 보며 주혁은 차마 내뱉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켜야 했다.
‘항상 집 안에 들여보내 주시긴 하셨는데…….’
집 안에 들여보내 주긴 했지만 이태백 헌터를 만난 적은 손에 꼽았다는 사실은 차마 말하지 못하고 고민하던 주혁은 눈을 반짝이며 고기를 굽고 있는 지은에게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은 씨, 지난번 토벌전에서 사용했던 방어구는 다 반납하셨죠?”
“네? 그랬죠.”
저 길드 공금 횡령하고 그런 사람 아니에요. 하고 덧붙이는 지은의 말에 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급한 방어구는 물론이고 주혁이 지은을 생각해서 사비로 구매한 방어구와 특수 제작 텐트까지 깔끔하게 반납한 지은이었다.
텐트 정도는 가져도 된다고 여러 번 말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결국엔 주혁이 아닌 길드에 주혁의 이름으로 반납해서 조금 아쉬웠던 기억이 떠올랐던 주혁이었다.
“지은 씨 돈 많잖아요?”
“네, 저 돈 많죠.”
“그럼 내일 저랑 오프라인 헌터 마켓으로 쇼핑이라도 가는 게 어떨까요?”
“오프라인 헌터 마켓이요?”
“네, 이태백 헌터의 본가에 가려면 아무래도 대비를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하고 있는 주혁을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바라보던 지은은 주혁의 말을 들은 유라와 성진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혼란에 빠졌다.
던전도 아니고, 고작 집을 방문하는 일인데 대비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게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 * *
오프라인 헌터 마켓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봤지만, 가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분명 송년회라고 했던 회식 자리는 12시 정각을 훌쩍 넘겨 신년회가 되어 버렸고, 가정이 있는 헌터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남아 신년회가 되어 버린 회식 자리를 즐겼다.
그리고 그건 지은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아침 해가 뜰 때쯤이나 파했던 회식 자리에서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데, 눈을 떠보니 어느새 해가 중천에 뜬 오후였다.
점심시간을 아득히 넘기고서야 침대에서 일어난 지은은 어제 주혁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라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도대체 어떻길래…….”
[4시에 만나서 준비를 하고 가시는 게 어떨까요?]핸드폰에는 이태백 헌터의 본가에 저녁에 방문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해 놨다는 주혁의 연락이 와 있었다. 그 전에 반드시 오프라인 헌터 마켓에서 마법 방어 아이템을 구매해야 한다고 했다.
마법 방어 아이템이라면 길드 창고에도 분명히 있을 텐데, 왜 굳이 구매를 해야 하냐는 지은의 물음에 술에 살짝 취한 주혁은 분명 이렇게 중얼거렸었다.
‘스승의 집에 오면서 던전에 오는 것처럼 장비를 차고 오는 게 어디서 배워 먹은 도리냐고…….’
‘네?’
‘와서 좀 두드려 맞으면 스승의 기분이 조금 풀리지 않겠냐며…… 망할 영감탱이가 진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던 주혁이 그대로 술에 취해 뻗어 버렸기에 더 이상 캐묻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이태백 헌터와 주혁의 사이는 세상에 알려진 것만큼 나쁜 건 아니지만, 또 좋은 것도 아닌 것 같았다.
<혹시 모르니 조심해라, 주인!>
“알았어. 어차피 오늘은 주혁 씨도 같이 가는 건데.”
<송주혁 그놈이 헌터들 중에 가장 강하다고 했지. 그렇다면 일단 안심이다만…….>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집을 나서는 지은에게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며 까망이가 유난스러운 태도로 당부했다.
던전 안에서도 별말 없었던 까망이가 왜 이렇게 자신의 안전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누군가 집을 나서는데 걱정해 주는 것이 나쁘지 않았기에 지은은 한참 동안 이어지는 까망이의 잔소리를 견딜 수 있었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물론이고, 오프라인 헌터 마켓에 방문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지은은 퀘스트를 받은 이후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다.
“오프라인 헌터 마켓이라니, 얼마나 비밀스런 장소일까?”
흔히들 소설이나 영화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금지된 물품을 거래하는 비밀 장소를 기대했지만, 지은은 눈앞의 건물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 보니 오프라인 헌터 마켓이라고 헌터들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신세계를 탐방할 지은의 기대를 와장창 무너트린 것은 서울에서 가장 큰 백화점 건물이었다.
[새해맞이 오프라인 헌터 마켓 특별 개장!]새해를 맞아 치장을 마친 백화점 건물에는 친절하게 오프라인 헌터 마켓의 특별 개장을 알리는 현수막까지 걸려 있었다.
비밀스럽기는 무슨. 대놓고 대기업의 백화점에 오프라인 헌터 마켓이 떡하니 입점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지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 뭔가 로망이 없는데.”
“로망이요?”
“뭔가 비밀스러운 헌터들만의 암시장? 그런 느낌일 줄 알았는데, 완전 잘못 생각했어요.”
“오프라인 헌터 마켓은 헌터들뿐만 아니라 실생활에 편리한 마법을 인챈트한 아이템들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각종 비전투 계열 각성자들의 공방이 들어서 있는 곳이죠.”
백화점 건물에 들어서며 지은은 그제야 오프라인 헌터 마켓이 유명 백화점에 입점해 있어서 인기가 아주 좋다는 게시글을 봤던 기억이 떠올라 얼굴을 또 한 번 붉혀야 했다.
“세상에! 송주혁 헌터님! 정말로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오셔도 된다고 그렇게 말씀을 드렸는데.”
그리고 지은은 주혁과 함께 백화점에 들어서자마자 어떻게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지 환하게 팔을 벌리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중년의 남자를 보고는 걷던 걸음을 우뚝 멈춰서야 했다. 당황한 지은이 입을 벌린 채 중얼거렸다.
“대한그룹 부회장…….”
TV에서나 봤던 대한그룹의 부회장과 친근하게 웃으며 살갑게 포옹까지 하는 주혁의 모습에 당황한 지은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인지 믿기지 않았다.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인 대한그룹의 부회장이 1월 1일에 백화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니.
거기에 지은이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지금 대한그룹 부회장의 목에 걸려 있는 것은 주혁의 팬 카페 공식 피켓이었다.
[당신이란 바다에서 평생 헤엄치고 싶어♥]“미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