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95)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94화(95/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94화
“랭킹 1위 송주혁 헌터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오프라인으로 헌터 마켓을 이용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헌터 마켓 ID 카드였다.
그런데 온라인 헌터 마켓과는 다르게 주민등록증의 나라인 대한민국답게 오프라인 헌터 마켓 ID카드를 소지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오프라인 헌터 마켓에서 판매되는 아이템들은 길드 연합은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눈에 불을 켜고 관리하는 특별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던전 안도 아니고 실제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물건들에 무려 연금술사들의 ‘마법’이 인챈트 된 ‘아이템’이었으니까.
그래서 각성자가 아닌 민간인들은 물론이고 헌터들, 그중에서도 랭커들조차 매우 엄격한 심사를 거쳐 따로 발급되는 것이 바로 오프라인 헌터 마켓 ID카드였다.
당연히 각성자로 아직 등록조차 하지 않은 아직 레벨 1인 지은에게 ID카드가 있을 리 없었다.
ID카드가 없는 사람은 애초에 매장에 들어설 수조차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 헌터 마켓 매장에 이렇게 편법을 써서 들어갈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자신만 믿으라며 믿음직스럽게 말하던 주혁이 어떤 방법을 쓰는지 궁금했는데 이런 식으로 해결을 할 줄은 꿈에도 짐작하지 못했던 지은이었다.
대한그룹 산하의 대한 백화점 부회장이 직접 내려와 맞이한 덕분에 그 누구도 부회장과 함께 들어오는 주혁과 지은에게 ID카드를 요구하지 않았다.
“미쳤어…….”
자신이 살면서 불법을 저지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지은이었기에, 지은은 자신에게도 환한 영업용 미소를 보여 주는 헌터 마켓 직원들과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 와중에 이 모든 사태를 가능하게 만들어 준 정우현 부회장은 정말로 대놓고 주혁의 팬 인증을 하는지, 주혁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매장에선 반드시 멈춰 서 직접 핸드폰으로 주혁과 셀카를 찍었다.
지은의 기억 속의 정우현 부회장은 분명 대한그룹 청문회 당시 쏟아지는 날카로운 질문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무표정으로 차가운 답변을 내놓던 철혈의 기업인이었는데, 지금 정우현 부회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선망하던 스타를 만난 팬과 다를 게 전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주혁도 그런 정우현 부회장과 실제로 친밀한 사이인 듯 손가락 하트까지 해 주며 부회장님의 뜨거운 팬심에 보답하는 중이었다.
“허허! 지난번 광고 촬영 때도 뵀지만, 이렇게 송주혁 헌터께서 직접 저에게 연락을 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새해가 됐으니 부회장님께 안부 연락드려야죠. 각별한 사이 아니겠습니까, 저희가.”
“각별한 사이! 그렇죠! 하하하! 그래서 말인데, 새로운 광고 촬영은 언제가 좋을까요?”
“빠른 시일 내에 길드를 통해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뜨겁게 타오르는 부회장의 팬심에 기름을 콸콸 들이부은 주혁의 현란한 팬 서비스에 완전 넘어간 부회장은, 그 뒤에도 수많은 인증 샷을 찍고는 즐거운 쇼핑이 되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퇴장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다는 게 이런 방법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정우현 부회장이 멀어지는 모습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던 지은이 주혁을 향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런 지은의 질책 아닌 질책에 시선을 피하던 주혁이 멋쩍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전 졸지에 권력을 등에 업고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 됐네요.”
“아닙니다. 어차피 길드에 가입된 상태이니 조만간 자동으로 등록될 테고, 등록 이후엔 자연스럽게 ID 카드 신청도 하게 될 테니까요.”
“그래도요!”
“그냥 절차를 조금 앞당겼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게 말하며 윙크를 보내는 주혁의 모습에 지은이 푸스스 웃음을 터트렸다. 생전 처음으로 느껴 보는 권력의 맛은 달콤했다.
“그래도 대한그룹 부회장을 뒷배로 사용할 줄은 몰랐는데요?”
“그것도 다 치밀한 계산입니다. 기업인이니까요. 새해 첫날부터 제가 방문한 곳이 바로 대한그룹의 대한백화점이라는 사실이 지금쯤 실시간 기사로 올라왔을 겁니다.”
주혁의 담담한 말에 설마 했던 지은은 주요 포털이 주혁의 기사로 도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혀를 내둘러야 했다.
“와, 세상에.”
“그러니까 저희만 대한그룹을 이용한 게 아니라, 대한그룹도 저희를 이용한 거죠.”
“그래도 부회장님은 주혁 씨 진짜 팬 맞는 거 같은데요? 눈빛이…….”
마치 팬이 꿈에 그리던 연예인을 대할 때처럼 진심이 가득했던 정우현 부회장의 빛나던 그 눈은 순수히 기업의 이익을 위한다기에는 너무나 사심이 가득 담겨 있어 보였다.
“특히 피켓이요. 그거 주혁 씨 공식 팬 카페 응원 문구잖아요.”
“지은 씨가 제 팬 카페의 공식 응원 문구는 어떻게 아십니까?”
“엑…….”
부회장의 찐 팬심을 이야기하려던 지은은 자신을 바라보며 건수를 잡았다는 느낌으로 방긋방긋 웃고 있는 주혁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 주혁이 랭킹 1위의 랭커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직접 만나러 가기 전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이것저것 검색하다 주혁의 팬 카페에도 가입했다는 사실은 비밀로 하려고 했었는데.
“말이 그렇다는 거죠, 말이!”
“어떻게, 사진이라도 찍어드릴까요?”
“아! 주혁 씨!”
“사진이 부끄러우시다면 사인이라도?”
“좀! 그만 놀리고요. 아무튼 이래서 빈틈을 보이면 안 된다니까, 그래서 여기엔 뭘 사러 온 건데요?”
“대현자의 마법 트랩에 저항할 수 있는 보호 마법이 인챈트된 액세서리를 살 겁니다.”
“네?”
어디 던전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어제부터 계속해서 이어진 알 수 없는 주혁의 말에 쌓이고 쌓인 궁금증이 결국 폭발한 지은이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이태백 헌터의 집에 가는데 왜 보호 마법 액세서리를 산다는 거예요?”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지은의 반응에도 주혁은 진지한 눈으로 언제 챙겼는지 한 손에 든 공방별 카탈로그를 쭉 훑어 나가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지은 씨는 미개척 던전에 들어가 보셨지만, 던전을 직접 개척해 보진 않으셨죠.”
“네? 그렇죠?”
“이태백 헌터 본가의 정문을 뚫고 가는 일은 미개척 던전을 공략하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
“아뇨, 제가 말실수를 했군요. 단언하죠.”
그렇게 말한 주혁이 펼치고 있던 카탈로그를 덮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지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개척 던전을 공략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지은 씨에게 들은 대로라면 이태백 헌터의 상태가 어느 정도 즐기…… 시다가 마법을 해제해 줄 상황도 아닌 거 같고요.”
어느 정도 즐겨? 도대체 어떤 걸 즐긴다는 건지 지은은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말하는 주혁의 얼굴이 매우 진지했기에 결국 함께 열정적으로 쇼핑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 * *
청담동에 위치한 이태백 헌터의 본가 저택 앞.
잔뜩 긴장한 지은은 후, 하고 심호흡을 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던 이유는, 겉으론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었지만 팔은 물론이고 반지, 목걸이, 심지어 신고 있는 구두까지 각종 보호 마법이 인챈트 된 장비들로 무장한 주혁이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지은 씨도 몸을 좀 풀어 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마법이 걸려 있는 곳이길래.”
“이태백 헌터에 대해 조사해 봤으면 지은 씨도 아실 텐데요. 이태백 헌터의 가족이 어떻게 변을 당했는지.”
“아, 설마.”
“그 설마가 맞습니다. 간신히 살아남은 이태서도 어린 나이였기에 이태백 헌터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집에 엄청난 방어 마법을 설치했죠.”
대현자가 어린 아들이라도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 낸 보호 마법이 가득 차 있는 본가.
어이없게 가족을 잃었던 이태백 헌터가 한에 사무쳐서 만들어 냈을 보호 마법이라면 아무리 주혁이라 할지라도 진심으로 대비를 해야 했다.
“이런 곳에 혼자 찾아올 생각을 했다니…….”
“물론 이태백 헌터가 현재 본가에 거주하고 있으니 그가 허락해 준다면 불필요한 대비겠지만, 아시다시피 랭킹 1위를 빼앗은 게 저라서.”
“생각보다 랭킹에 엄청 신경을 쓰셨나 보네요.”
“헌터의자존심이니까요. 저도 매번 방문할 때마다 느끼지만, 그전 저도 마찬가지라.”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천상계 랭커들.
그중에서도 1등과 2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이태백 헌터와 주혁의 관계를 들으며 지은은 문득 ‘나 혼자 왔으면 그냥 들여보내 주실 수도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잠자코 주혁을 따라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태백 헌터가 환각 마법에 걸린 상태라면 굳이 방문했단 걸 알리지 않아도 되겠죠.”
몸을 어느 정도 풀었는지 인벤토리에서 자신의 창을 꺼내든 주혁이 정장 차림으로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전투태세를 갖추고는 지은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진입합니다.”
진입한다는 뜻이 출입 목적을 밝히라는 경고 따위는 가뿐하게 무시하고 높은 담벼락을 단숨에 뛰어 올라간다는 뜻이었을줄이야.
꽉 잡은 주혁의 손에 이끌려 정신을 차리니 높은 담벼락을 뛰어넘자 이태백 헌터의 본가 안으로 풍경이 보였다.
땅에 착지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득한 담벼락 높이에 지은이 당황하던 찰나.
눈앞에 긴급 상황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대현자의 미로에 입장했습니다!] [허가받지 않은 침입자로 간주되어 추격을 받게 됩니다!] [침입자의 등급에 맞는 미로가 구현됩니다!]그리고 그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지은은 자꾸만 애써 부정하던 생각이 맞았음을 깨닫고는 공중에서 소리쳤다.
“혼자 오는 게 나을 뻔했잖아요!”
랭킹 1위의 무단 침입.
덕분에 극악의 난이도로 조정된 [대현자의 미로]에서는 정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함정 마법들이 쏟아졌다.
마치 태서의 공간 마법처럼,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공간으로 이동된 듯한 장소에서 한 걸음 발을 디딜 때마다 바닥이 쑥 꺼진다거나, 하늘을 가득 메운 화살이 쏟아진다거나.
그때마다 예상했다는 듯 지은의 손을 잡고 쑥 꺼진 바닥을 뛰어넘거나 창으로 화살을 모두 쳐 내는 주혁은 정말 피곤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자주 당했는지 몸으로 체득한 덕에 미리 준비해 온 구슬 다발을 굴려 한 번에 수많은 함정이 발동되어 쏟아지도록 유도까지 하는 주혁이었다.
“하나씩 하나씩 함정을 해제하면서 가는 것보다, 그냥 함정을 모두 부숴 버리면 쉬우니까요.”
지은에게 커다란 방패를 쥐어 주고 어떤 일이 있어도 앞만 막으라고 알려 준 주혁이 그렇게 수많은 함정을 한 번에 여러 개씩 파훼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말로 미개척 던전을 개척한 것처럼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지은과 주혁은 간신히 [대현자의 미로]를 탈출할 수 있었다.
정원을 모두 통과하니 드디어 이태백 헌터의 본가 현관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와 함께 방금 전까지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던 미로 던전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평범한 저택의 정원으로 변했다. 그 모습에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어야 했다.
“와…….”
이태백 헌터의 진짜 본가 정원은 아름다웠다.
관리가 매우 철저하게 된 듯 비단 잉어가 매끄럽게 유영하고 있는 연못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물레방아와 작은 정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커다란 버드나무가 가지를 길게 드리운 풍경은 하나의 동양화 작품 같았다.
“무슨 일로 왔느냐.”
그리고 그런 동양화 작품과도 같은 풍경 속에 백발이 성성했지만, 눈빛만은 그 어떤 맹수보다 강렬한 이태백 헌터가 지은과 주혁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