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96)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95화(96/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95화
‘환각 마법에 걸린 사람이 맞나?’
이태서의 영상구에서 봤던 환각 마법에 홀린 흐리멍덩한 눈과 부자연스러운 행동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그렇게 느낄 정도로 이태백 헌터의 눈빛은 맑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 지은은 물론이고 주혁조차 숨을 크게 들이마실 정도로 두 사람은 이태백 헌터의 현재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빠의 못난 제자 놈이 찾아왔구나. 인사하렴, 태린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부자연스럽게 떠 있는 손.
마치 어린아이의 어깨를 부드럽게 토닥이는 듯한 이태백 헌터의 손짓에 주혁이 골치 아프다는 듯 미간을 찡그렸다.
참을 수 없는 정적이 흐르는 공간 속에서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태백 헌터가 유일했다.
“연락도 없이 무슨 일이냐, 버릇없는 제자 놈아.”
“그냥, 새해도 됐고 해서…… 제자가 스승을 찾아오는데 굳이 이유가 있어야 합니까?”
처음 보는 이태백 헌터의 모습에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었는지, 항상 침착함을 유지하던 주혁의 목소리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하던 주혁이 도저히 안 되겠는지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던 지은이 주저하다가 무릎을 굽히고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예쁜 아이네요. 이름이 태린인가요?”
“지은 씨?”
지은의 그런 행동에 환각 마법에 걸린 이태백의 굳어 있던 얼굴이 조금이지만 부드럽게 풀어졌다.
딱딱하던 분위기가 한결 부드럽게 바뀐 것을 느낀 지은이 이태백에게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쪽은 누구신가? 왠지 모르게 낯이 익는데.”
“만나 뵙게 돼서 영광이에요. 민지은이라고 합니다.”
“오, 소문의 푸드 트럭 사장님이셨군.”
고개를 꾸벅 숙이며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지은의 모습에 이태백이 흥미롭다는 듯 지은을 빤히 쳐다보다 말했다.
“우리, 어디서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이태백 헌터님과 초면인걸요.”
“흐음. 그렇다면 어쩐 일로 나를 찾아왔소?”
이태백이 지은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보이자 주혁이 곧바로 지은의 앞으로 치고 나오며 말했다.
“네, 저희 길드의 복지관리부 부장직을 맡고 계시죠.”
“흐음. 태백 길드로 오는 건 어떤가? 최고의 대우와 명예를 보장하겠네.”
그러나 그런 주혁의 견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지은에게 길드 영입 제안을 건넨 이태백은 주혁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인자하게 웃어 보였다.
그런 이태백의 모습에 주혁이 기가 찬다는 듯 허, 하고 혀를내둘렀지만, 그조차도 철저히 무시하고 시선을 오직 자신에게만 두고 있는 이태백에게 지은이 현관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그러면 집 안에서 천천히 이야기 하실래요?”
“지은 씨??”
“제가 추위에 약해서…… 조금 춥거든요. 안 될까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살짝 웅크린 지은이 입고 있는 코트 깃을 여며 쥐었다. 주혁이 눈치 없이 자신이 입고 있는 코트를 벗어 주려 하자 지은이 이빨을 꽉 깨문 상태로 주혁에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가마니 이쓰요, 즈흑 씨…….”
물론 춥기도 추웠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이태백의 관심을 끌고 집 안까지 무사히 입성하는 것이었다.
그런 지은의 연기가 꽤 잘 먹혔는지 이태백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고는 말했다.
“그래, 내가 차라도 한 잔 대접하는 게 도리지. 인재 영입을 직접 하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실례를 범했구려.”
이태백의 뒤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선 지은의 입에서 저절로 안타까움이 뒤섞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것은 주혁도 마찬가지였는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집 안을 바라보는 주혁의 얼굴에도 깊은 수심이 어렸다.
그런 지은과 주혁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집 안으로 둘을 안내한 이태백이 곧장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 이태백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지은은 천천히 난장판이 되어 있는 거실에 다시 시선을 옮겼다.
넓은 거실 바닥에 산산조각 난 채 흩뿌려져 있는 화분들.
깨진 화분의 유리 조각과 함께 자갈과 흙으로 범벅이 된 바닥에 생기를 잃고 말라 죽어 있는 수많은 화초들.
“세상에…….”
“정신 지배 계열 마법진입니다.”
집안 전체에 마치 보이지 않는 암막 커튼이 드리워진 듯 일정한 간격으로 일렁이는 마법진의 여파가 여실히 느껴졌다.
지은조차 이태백의 집 안에 마법적 장치가 있다는 사실을 금세 깨달을 정도였다.
마치 [아리아드네의 천칭] 던전에서 자신을 지켜 주기 위해 형준이 걸었던 투명 마법처럼, 일렁이는 마법진이 눈앞에 어지러이 떠다니고 있었다.
“하나가…… 아닙니다.”
“네?”
“이태백 헌터의 마법만 있는 게 아니군요.”
“그렇다면……!”
내내 마음에 걸리던 이태서의 거짓말.
그 거짓말과 함께 왠지 모르게 느껴지던 본능적인 거부감을 기반으로 피어나던 의심이 주혁의 말에 확신으로 변해 갔다.
“이태백 헌터의 마법은 제가 잘 압니다. 그것과는 결이 다른 마법이 이 집 전체에 퍼져 있습니다.”
“……이태서 헌터의 마법일 거예요.”
분명했다. 이태서는 이태백이 직접 자신에게 환각 마법을 걸었다고 했지만, 이곳에 흐르는 마법의 기운은 틀림없이 이태서에게서 느껴지던 느낌과 닮아 있었다.
어딘가 모르게 기분이 나쁘면서 분명히 겪은 적 있는 느낌.
“으윽…….”
어디서 느껴 본 기운일까 계속해서 생각을 되뇌던 지은은 순간적으로 무언가가 머릿속을 강하게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마치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기억을 되새기는 것을 막는 것처럼, 떠올리려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흐릿해져 가는 감각.
이질적인 감각을 느끼며 지은이 괴로워하자 주혁이 다급히 손목에 차고 있던 정신력 액세서리를 지은에게 걸어 주며 말했다.
“이태서, 그놈과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저도…… 저도 잘 모르겠어요. 뭔가가 떠오를 것 같으면서 도통 떠오르지 않아요.”
덜컥, 하며 방문이 다시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를 부여잡은 채 비틀거리던 지은이 가까스로 자세를 바로 한 그 순간, 이태백이 쟁반 위에 찻잔과 찻주전자를 들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앉으시게들.”
깨진 화분들의 유리 조각과 거기에서 나온 흙더미들을 피해 지은이 간신히 거실에 놓인 커다란 소파에 앉았다.
지은의 눈에 찻잔을 들고 있는 이태백의 앙상하게 마른 손이 쉴 새 없이 떨리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사모님은 어디 계세요?”
집 안으로 들어오니 확실해졌다. 정원에 있을 때보다 탁해진 이태백의 눈에 초점이 없는 것이 육안으로도 너무나 잘 느껴졌다.
정신 지배 계열 마법의 특성상, 그 마법에 영향을 받은 시간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대상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태백의 모습은 환각 마법에 깊게 빠져들어 있는 상태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상태였다. 거실에 어지럽게 널브러진 유리 조각과 흙들을 피하지도 않고 그대로 밟은 이태백의 발에서 진득한 피가 그대로 묻어 나오고 있었다.
“…….”
“같이 들어왔던 태린이는 어디 갔죠? 제가 안 그래도 따님이 계시다는 말을 듣고 쿠키를 조금 사 왔거든요.”
가방에서 정말로 쿠키를 꺼내는 지은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태백이 허허, 하고 실없는 웃음을 흘렸다.
그런 이태백의 모습에 말을 더 이으려던 지은은 다음 순간 이어진 말에 몸을 흠칫 굳힐 수밖에 없었다.
“그만하지.”
“…….”
“내 아내와 딸이 보이지 않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 이제 연기는 그만하게.”
이태백의 말에 지은은 물론이고 주혁까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숨 막히는 정적만이 흐르는 거실 안에 오직 찻잔에 차를 따르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손에 쿠키 봉지를 든 채 굳어 있던 지은은 자신이 지금 엄청 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혁의 담담한 손길이 없었다면 그것조차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지금 지은은 눈앞의 이태백에게서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는 검은 기운을 확인하고는 충격에 빠진 상태였다.
“지은 씨?”
“주혁 씨는…… 저게 안 보여요?”
“그게 무슨…….”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주혁을 올려다보며 지은은 이제는 조금씩 피어오르는 것이 아니라 거센 불길처럼 일어나고 있는 검은 기운에 뒤덮인 이태백의 모습에 당황해야 했다.
‘나만…… 저 검은 기운이 보이는 거야?’
검은 기운에 휩싸인 이태백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지은을 응시한 순간이었다.
“그래, 뭘 알고 싶어서 왔는가.”
“이태백…… 헌터님…….”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천천히.
지은의 귀에 이태백의 목소리가 내리꽂혔다.
다음 순간 지은은 자신의 몸을 누군가가 끌어당기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 * *
“여긴…… 어디지?”
좀처럼 마음대로 떠지지 않던 눈을 힘겹게 뜬 지은이 마주한 풍경은 방금 전까지 주혁과 함께 이태백을 마주 보고 앉아 있었던 거실이었다.
함께 있었던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에 놀란 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지은의 움직임에 불이 꺼져 있던 거실에 환하게 빛이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밝아진 시야에 지은이 눈살을 찌푸리던 찰나, 거실 한쪽 구석에 놓인 화분들 틈에서 작은 인영이 움찔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세요?”
흐릿하던 시야가 점차 맑게 돌아오고, 그 작은 인영의 모습이 완전히 눈에 들어왔을 때. 지은은 쪼그려 앉아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어린 남자아이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이태서…… 헌터.”
앳된 얼굴이었지만 어떻게 봐도, 누가 봐도 이태서의 어린 시절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태서 헌터와 꼭 닮은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아이.
고작해야 5살이나 6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는 어린 이태서였다.
“나는 헌터가 아닌데. 헌터는 아빠랑 아빠 친구가 하는 일인데.”
지은의 중얼거림에 고개를 갸웃한 어린 태서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지은에게 다가와 말했다.
“누나도 헌터에요?”
“어?”
“누나도 우리 아빠처럼 헌터에요?”
“아…… 아빠가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데?”
“이 태자 백자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상황에 지은이 ‘설마, 아니겠지.’라는 마음으로 물어봤지만, 어린 태서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이태백 헌터였다.
분명 방금 전까지 주혁과 함께 이태백 헌터를 만나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어린 시절의 이태서 헌터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난 건지.
이해되지 않는 이 상황에 지은이 잠시 말을 잃자, 그런 지은에게 태서가 말했다.
“우리 아빠가 보내서 왔어요?”
“……아빠는 어디 가셨는데?”
“저도 몰라요. 아빠 보고 싶은데.”
“아빠가 안 오신지 얼마나 되셨는데?”
“…….”
고작해야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태서에겐 계산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는지, 손가락을 접으며 숫자를 한참이나 생각하던 태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린아이의 기준에서 생각할 수 있는 숫자를 한참이나 넘겼다는 뜻이었다.
그제야 지은은 집 안에 인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긴 시간 동안 집을 비운 이태백 헌터. 혼자 남은 어린 이태서 헌터.
“아빠는 엄마랑 동생을 찾으러 간댔어요.”
그렇게 말한 태서가 풀이 죽은 듯 고개를 떨궜다. 가만히 자신의 앞에 서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태서를 내려다보던 지은이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자신이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인지 도통 가늠이 되지 않았지만, 이내 지은은 ‘될 대로 되라.’라고 중얼거리며 쪼그려 앉아 어린 태서와 눈높이를 맞추고는 말했다.
“쭉 너 혼자 여기 있었니?”
“네, 아빠가 엄마랑 동생을 찾아서 온 댔어요. 그동안은 집이 제일 안전하다고 아빠가 집에서 나오지 말고 있으라고 했어요.”
그렇게 말한 어린 태서가 갑자기 지은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
“우리 아빠 높은 사람이라고 그랬는데. 누나는 아빠가 보내서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