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97)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96화(97/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96화
‘이태백 헌터가 보낸 건 아닌데…….’
이태백 헌터에게서 폭발하듯 느껴지던 불길한 검은 기운.
그 기운과 함께 몸을 압박해 오던 이태백 헌터의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어딘가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는데, 눈을 떴더니 어린 이태서 헌터가 자신의 앞에 있는 상황.
“아빠가 보냈죠? 아빠가 보낸 거 맞죠?”
그렇게 말하며 손을 꽉 잡아 오는 어린 태서의 얼굴을 바라보던 지은은 태서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고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그래, 맞아. 아빠가 보내서 왔어.”
“정말이죠? 정말로 아빠가 보내서 온 거 맞죠?”
아빠가 보내서 왔다는 지은의 말에 어린 태서가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태서의 뒤, 거실 벽에 걸려 있는 달력을 확인한 지은의 앞에 별안간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비틀린 시간의 축에 입장한 상태입니다!] [이태백과 이태서의 과거에 개입합니다.] [한정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되었습니다!]좀처럼 감을 잡을 수 없었던 한정 퀘스트.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진행 방식도, 조건도 찾지 못해 답답하던 퀘스트의 진행 조건이 조성되었다는 알림과 함께 달력을 확인한 지은은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 199X. 05. –
‘지금이 19년 전이라고?’
벽에 걸린 달력에 써진 년도가 정말이라면 지금은 대균열이 일어난 지 1년하고도 반년이 지난 19년 전의 5월이란 뜻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에 놀란 것도 잠시, 곰곰이 기억을 떠올리던 지은은 이태백 헌터의 일대기에서 바로 이 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떠올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어린 태서를 와락 끌어안았다.
“세상에…….”
“어? 누나?”
“세상에…… 이렇게 어렸구나…….”
대균열 이후 정확히 1년 뒤.
던전 2층에 진입한 이태백 헌터의 부재를 틈타 탈옥한 강경파 헌터들이 이태백 헌터의 아내와 딸을 납치해 죽인 뒤, 자신들도 함께 목숨을 끊은 비극이 일어났던 바로 그 해였다.
지금이 정말 5월이 맞다면 그 비극이 일어난 지 고작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의 이태백 헌터는 던전이 아닌 남은 강경파 헌터들에게 복수를 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상태일 터였다.
앞으로도 꼬박 1년을 넘게 이어질 이태백 헌터의 복수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을 시점.
그렇게 이태백 헌터가 복수에 모든 것을 바친 시간 동안, 살아남은 이태서 헌터에 대한 이야기는 그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이렇게 넓은 집에 혼자 남아 이태백 헌터를 기다리고 있었을 이태서 헌터에 대한 이야기는 그 누구도 몰랐을 테니까.
“이렇게 어렸었는데…….”
“누나, 숨 막혀요.”
자신보다 훨씬 큰 키와 덩치의 이태서 헌터였는데, 19년 전의 이태서 헌터는 작은 지은의 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고 여렸다.
처음에는 답답하다며 지은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던 어린 태서가 자신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는 지은의 손길에 이내 작은 손을 들어 지은을 마주 안았다.
“누나, 울어요?”
“아니, 누나 안 우는데?”
간신히 울음을 참아 낸 지은이 이내 어린 태서를 번쩍 들어 올렸다. 갑자기 높아진 시야에 놀란 태서가 지은의 목을 끌어안는 순간이었다.
꼬르륵.
선명하게 울리는 소리.
그제야 지은은 이 넓은 집에 어린 태서가 혼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언가를 해 먹은 티가 전혀 나지 않는 부엌부터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포장 용기들이 가득한 집 안.
“배고프니?”
“……네.”
헌터 게시판에서는 이태백 헌터의 복수가 이어진 1년을 두고 ‘광기의 1년’이라고 표현했다.
그 누구보다 법을 지키고 상급 헌터로서의 책임을 강조하던 그가 범법 행위도 서슴지 않고 저질렀지만, 그 누구도 이태백 헌터를 막을 수 없었던 기간이라고 했다.
이태백 헌터가 얼마나 집에 자주 들어와 태서를 챙겼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 상태는 방치된 지 오래인 것은 분명했다.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이후 조직적으로 뭉쳐서 이태백 헌터와 싸운 강경파 헌터들과는 달리 이태백 헌터는 혼자였으니까.
부엌에 놓인 커다란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다. 커다란 생수 통에 담긴 물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먹을 게 없는 냉장고를 멍하니 바라보던 지은이 자신의 품에 안긴 태서에게 말했다.
“평소에 밥은…… 어떻게 먹었어?”
“아빠가 오실 때마다 많이 사 오셔서 냉장고에 넣어 줬어요. 아껴서 먹으면 음식이 다 떨어지기 전에는 꼭 아빠가 돌아왔었는데.”
어린아이가 냉장고에 넣어 둔 음식을 다시 조리해서 먹을 수 있을 리도 없고, 고작해야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었을 텐데.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태서를 식탁 의자에 앉힌 지은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태백 헌터의 집에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함정 마법과 결계 마법을 뚫어야 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기에, 지금 집 밖으로 나가 장을 봐 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몸만 알 수 없는 이 시간대로 이동해 왔기에 당장 손에 현금이 있을 리도 없었고, 현금이 있다고 해도 19년 전의 돈을 사용할 수 있을 리도 만무했다. 그렇다고 헌터 마켓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행히…… 스킬은 사용할 수 있네.”
그래도 지은에겐 다행히 아무것도 없는 냉장고를 채워 넣을 수 있는 스킬이 존재했다.
그날그날 가장 신선한 식재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패시브 스킬 [오늘의 추천 요리]를 영업이나 푸드 코너 등록이 아닌 이런 식으로 사용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니?”
“좋아하는 음식?”
이태백 헌터가 언제 집에 돌아올지 몰랐기에 지은은 최대한 많은 종류의 음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어린 태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처음으로 해 줄 생각에 물어봤었던 거였지만, 지은은 이어진 태서의 대답에 찬장을 열어 냄비를 꺼내던 손을 멈추고는 태서를 돌아봐야 했다.
“엄마가 해 준 오므라이스요.”
“…….”
“우리 엄마가 해 준 오므라이스가 제일 맛있어요. 태린이도 항상 여기저기 흘리면서도 잘 먹었구요. 막 계란 위에 케첩으로 그림도 그려 줬었는데.”
“케첩으로 그림도 그려 주셨어?”
“네! 우리 엄마 오므라이스가 제일 먹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며 엄마 이야기를 꺼낸 어린 태서의 입에서 한동안 계속해서 엄마 자랑이 이어졌다.
“우리 엄마는 갈비도 잘해 주고, 김밥도 잘 싸 주고.”
“정말 좋았겠네?”
“네! 우리 엄마 김밥이 어린이집에서 인기 제일 많았어요! 유부초밥도 맛있고요!”
“누나도 요리 좀 하는데, 오므라이스 해 줄까?”
“누나 요리 잘해요?”
“그럼! 누나 요리 엄청 잘해.”
“우리 엄마보다요?”
“그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누나가 오므라이스 맛있게 해 줄게.”
처음 보는 누나가 갑자기 오므라이스를 맛있게 해 주겠다는 말에도 배가 고픈 게 우선이었는지 이내 어린 태서가 숨겨지지 않는 기대감을 표시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에 지은은 지금 한정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한 여건이 달성되었다는 사실은 잠시 뒤로 미루기로 결심했다.
‘일단은 뭐라도 먹이는 게 먼저야!’
어차피 여건이 조성되었을 뿐, 정확한 퀘스트 방식은 안내되지 않았기에 지은은 급하게 진행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당장 눈앞에 배고파하는 어린 태서를 위해서 음식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어떤 이유로 자신이 이 시간대로 갑작스럽게 이동했는지, 또 어떤 이유로 이 시간대가 비틀린 시간의 축이라고 하는지 예상조차 되지 않지만 지금의 지은에겐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19년 전으로 이동한 영향을 받았는지 익숙한 통조림 햄의 모습이 아니라 조금 더 오래되어 보이는 디자인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지은이 찬장에서 꺼낸 도마 위에 햄을 잘게 자르기 시작했다.
어린 태서에게 먹일 용도였기에 평소 자르던 것보다 더 작게 조각낸 햄을 잠깐 옆으로 치워 두고 양파와 당근도 잘게 썰어 그릇에 따로 담았다.
즉석 밥 두 개를 뜯어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는 동안, 지은의 눈에 전기밥솥이 들어왔다.
언제 다시 자신이 원래 시간대로 돌아갈지 몰랐기에 어린 태서가 나중에 먹을 밥도 해 놓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거 입고 해요, 누나.”
뒤에서 지은이 재료를 손질하는 모습을 구경하던 태서가 내민 것은 앞치마였다.
부엌 한편에 걸려 있던 앞치마에 달린 귀여운 곰 모양의 배지가 눈에 들어왔다. 배지에 붙어 있는 명찰엔 나란히 태서와 태린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엄마가 항상 입던 거예요.”
“……고마워.”
“뜨거운 거 아야, 아야 하는 거 막아 준댔으니까 누나도 꼭 입고 해요.”
앞치마를 받아 든 지은이 천천히 앞치마를 입고는 짠! 하고 태서를 돌아보며 환하게 웃음 짓자 태서도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지은은 눈시울이 또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들고는 손으로 눈가를 훔쳐야 했다.
감정을 가까스로 추스른 지은이 프라이팬을 꺼내 식용유를 두르고 잘게 잘라 놓은 햄을 볶기 시작했다.
잘게 잘라 둔 덕에 금방 노릇노릇하게 익기 시작하는 햄 냄새에 태서가 킁킁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햄이 다 익어 갈 때 쯤, 양파와 당근을 넣고 계속해서 볶아 주며 후춧가루를 조금 넣었다. 그 상태에서 야채들의 수분기가 쏙 빠지도록 볶은 뒤, 불을 줄이고 한쪽으로 재료들을 몰아넣은 지은이 우스터소스와 간장을 프라이팬의 빈 공간에 넣고는 자글자글 끓이기 시작했다.
소스가 자글자글 끓는 순간, 케첩을 쭉 짜내 추가하고 거기에 버터를 넉넉하게 부어 준 뒤, 버터가 녹을 때까지 잘 저어 주면 오므라이스의 소스는 완성이었다.
완성된 소스를 미리 준비한 햄과 야채들에 잘 섞어 가면서 볶아 주면 속 재료 준비는 끝이었다.
거기에 잘 데운 즉석 밥을 남김없이 싹싹 긁어 완성된 속 재료와 잘 비벼 준 뒤, 예쁜 모양을 내기 위해 밥그릇에 꾹꾹 눌러 담았다.
재빠르게 프라이팬을 설거지한 지은이 물기를 무적 수건으로 닦아 내고 다시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둘렀다.
다른 그릇에 계란 4개를 풀어 휘휘 저은 지은이 넓은 팬에 골고루 계란을 부었다.
계란이 살짝 익어 갈 때쯤, 밥그릇에 담긴 밥을 계란 위로 뒤집은 뒤 그릇을 빼내자 봉긋한 모양의 볶음밥이 가운데에 자리 잡았다. 불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주걱을 이용해 계란을 살살 끌어다가 밥을 덮어 준 지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태서를 돌아보며 말했다.
“누나가 마술 보여 줄까?”
“네?”
“짠!”
지은이 빠른 손놀림으로 팬 위에 그릇을 두고 뒤집은 뒤 프라이팬을 치우자 하트 모양의 계란으로 덮인 오므라이스가 그릇 위에 나타났다.
어디 터진 곳 없이 매끈한 계란 하트가그릇에 모습을 드러내자 어린 태서의 눈이 반짝였다.
“와! 하트 모양이다!”
“어때! 누나 마술 잘하지?”
완성된 오므라이스 위에 케첩을 뿌리려던 지은이 태서에게 케첩을 건네며 말했다.
“그림은 직접 그려 볼래?”
“제가 그려 봐도 돼요?”
“그럼!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거야.”
지은에게서 케첩을 건네받은 태서가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두 손으로 케첩을 짜내기 시작했다. 뭔가를 열심히 그리는 태서의 모습을 바라보며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다 그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