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98)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97화(98/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97화
아무것도 먹을 게 남아 있지 않았다는 건 어린 태서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얼마나 오래 배고픔을 참았는지 짐작도 되지 않는 처지에 놓인 태서가 지은이 해 준 하트 모양의 오므라이스를 보며 환한 얼굴로 말했다.
“누나도 마법사예요?”
“응? 아니? 누난 방금 마술을 보여 준 건데?”
태서의 질문에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지은이 바쁘게 손을 놀려 밥솥에 쌀을 씻었다.
비틀린 시간의 축에 들어와 있는 자신이 언제 다시 원래 시간대로 돌아가 버릴지 모르니, 그전에 최대한 많은 것을 해 놓기 위해서였다.
“태서는 뭐 좋아하니?”
“오므라이스요!”
“오므라이스는 방금 했는걸? 또 좋아하는 게 뭐 있을까?”
“으음…….”
지은의 말에 오므라이스를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 태서의 눈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지은의 뒷모습을 좇고 있었다.
“또 마술 보여 줄 수 있어요?”
“그럼, 누나가 이렇게 보여도 음식 마술을 얼마나 잘하는데.”
“소시지도 좋구요, 계란 프라이도 좋아요.”
“또?”
태서의 대답에 줄줄이 이어진 비엔나소시지와 계란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보이며 지은이 환하게 웃었다. 그런 지은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태서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누나, 마법사 맞죠?”
“말했잖아. 누나는 마법사가 아니라 음식 마술사야.”
그렇게 말하며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반찬 재료들을 떠올리는 지은에게 태서가 단호한 목소리로 지은의 말을 부정하며 말했다.
“그거 마술 아닌데.”
그렇게 말한 태서가 손을 들어 냉장고를 가리켰다.
“계란도 없었고, 햄도 없었는데.”
“응?”
“우리 아빠가 그랬어요. 아무것도 없는데,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은 마법사라고.”
마법.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처럼 그 어떤 불가능한 일이라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권능.
“그래서 엄마랑 태린이가 멀리 갔는데 데려올 수 있다고 했어요.”
“……아버지가 그런 말씀을 하셨어?”
“아니요,”
지은의 말에 숟가락을 손에 꼭 쥔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태서가 말했다.
“제가 생각한 거예요.”
“태서, 네가 생각했다고?”
“네, 저도 마법사가 되면 엄마랑 태린이를 데려올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태서의 눈빛은 어린아이의 그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지해 보였다.
지금은 아직 각성하지 않았지만 이태서 헌터도 훗날 최상급의 마법사가 된다.
“그럼, 태서는 훌륭한 마법사가 될 거야.”
“헤헤. 누나 오므라이스도 우리 엄마가 한 것보단 아니지만! 맛있어요!”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꽤 많은 양의 오므라이스를 허겁지겁 먹고 있는 태서에게 물을 따라 주던 지은의 눈에 거실에서 일렁이기 시작하는 환한 빛무리가 들어왔다.
주변을 급격히 밝히는 환한 빛무리.
그 모습에 밥을 먹던 태서가 뒤를 돌아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아빠다!”
“어?”
“아빠가 오고 있어요!”
아빠라면, 틀림없이 이태백 헌터를 지칭하는 것일 텐데. 지은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19년 전의 세상에 들어와 있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여기에서 어린 이태서 헌터를 만나고, 이제는 이태백 헌터를 만날 상황에 처했다.
그리고 당황한 지은이 뭐라고 말을 꺼낼 틈도 없이 공간을 가르고 거실 한복판에 나타난 남자는 훨씬 젊은 모습을 한 이태백 헌터였다.
양손 무겁게 들고 온 비닐봉지엔 각종 포장 음식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
“…….”
“아빠!”
태서가 한달음에 뛰어가 이태백 헌터의 다리에 매달렸다. 그런 태서의 어깨를 한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쥔 이태백의 시선이 지은을 탐색하듯 훑었다.
“누구냐.”
“아, 그게 저는…….”
명백한 적대의 시선.
당연했다. 지금 이태백 헌터의 눈에 지은은 최고의 마법사인 본인이 직접 본가에 걸어 둔 각종 결계와 보호 마법, 함정 마법들을 모두 뚫고 들어와 있는 침입자였다.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가 반가워 다리에 매달리는 태서를 지키려는 듯, 지은의 앞으로 한 발짝 더 걸어 나온 이태백 헌터의 적대적인 시선에 지은은 긴장감에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중요한 것은 지금 아들을 지키기 위해 적대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이태백 헌터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지은 본인도 도통 감이 안 잡힌다는 것이었다.
‘그냥 사실대로 밝혀야 하나?’
안녕하세요! 19년 후의 미래에서 온 민지은이라고 합니다! 사실은 저도 여기에 어떻게 온지 모르겠네요. 저는 그냥 한정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환각 마법에 걸린 이태백 헌터님의 집에 방문했을 뿐인데요. 갑자기 뒤틀린 시간의 축에 들어오게 되었답니다?
사실대로 밝혀야 하나 고민하던 지은은 자신이 겪은 일을 그대로 말한다고 한들 믿어 줄 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구냐고 했다.”
“이태백 헌터님, 오해가 생길 만한 상황이란 건 충분히 알고 있지만, 저는 정말…….”
당황한 지은의 말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지은에게 다가서려던 이태백 헌터의 바지를 잡아당긴 태서가 소리쳤다.
“음식 마법사 누나예요, 아빠!”
“……뭐?”
“음식 마법사 누나가 저한테 오므라이스도 해 주고, 케첩으로 그림도 그리게 해 주고 또…… 안아 줬어요!”
“…….”
“엄마만큼은 아니지만 오므라이스도 엄청 맛있게 해 주고, 좋아하는 반찬도 물어봐 주고 그랬어요!”
아들인 태서가 방긋방긋 웃으며 우다다다 쏟아 내는 말에 그제야 이태백의 눈에 아내가 좋아했던 앞치마를 입고 있는 지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이태백은 방금 전까지 치솟던 지은에 대한 적개심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애초에 지은이 급진파 헌터 중 하나라고 한들, 저 앞치마를 입고 있는 지은을 자신이 제대로 공격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내 아들의 말이 모두 사실입니까?”
“그게 사실이긴 한데요…….”
태서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고 한들, 어떻게 집 안에 들어 올 수 있었냐는 커다란 문제가 남았다.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던 지은은 이어진 이태백 헌터의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나도 배가 좀 고파서 그런데, 그 오므라이스를 좀 먹을 수 있겠습니까?”
“네?”
“내 아내보단 못하지만, 엄청 맛있다는 그 오므라이스. 나도 좀 맛보고 싶은데.”
그렇게 말한 이태백 헌터가 태서를 번쩍 안아 들고는 지은이 서 있는 부엌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한 듯한 지은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확인한 이태백 헌터가 태서를 자리에 앉히고는 그 옆의 의자를 빼서 식탁 앞에 얌전히 앉았다.
“남은 게 없습니까?”
그렇게 말한 이태백 헌터가 지은에게 시선을 거둔 채 숟가락을 들어 태서에게 오므라이스를 떠 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지은은 이태백 헌터의 담담한 말에 그제야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는 소리쳤다.
“아뇨! 마침 남아 있어요!”
즉석 밥 2개 분량을 만들었기에 밥은 남아 있었다. 오므라이스를 좋아한다는 태서가 다음에 또 먹을 수 있도록 계란만 부쳐서 냉장고에 넣어 둘 생각이었고, 태서가 어린아이였기에 아직 남아 있는 양은 1인분이 넘었다.
“좋군요. 그럼 부탁해도 됩니까?”
“아! 네, 물론이죠!”
어색한 분위기를 떨쳐 내기 위해 지은이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스레인지의 불을 켜고 조금 식은 밥을 다시 볶아 낸 뒤 밥그릇에 옮겨 담고, 계란을 풀어 부치는 일련의 과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태백에게 배가 어느 정도 찼는지 숟가락을 내려놓은 태서가 말했다.
“누나도 마법사인가 봐요.”
“그게 무슨 말이니?”
이 공간으로 소환되기 전의 이태백 헌터의 대답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정한 목소리에 지은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볼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젊은 시절의 이태백 헌터는 꽤 다정한 아버지였던 것 같았다.
“아무것도 없었는데, 저 누나도 아빠처럼 만들어 냈어요! 요리 마법사가 맞나 봐요.”
“하하, 요리 마법사라…….”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좋은 부자의 앞으로 갓 만든 오므라이스가 놓여졌다. 위에 케첩까지 확실하게 뿌린 오므라이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태백 헌터가 말없이 숟가락을 들어 지은이 만든 오므라이스를 한 입 크게 떠먹기 시작했다.
“거기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앉으시죠.”
한 숟갈, 두 숟갈 입으로 가져갈 때마다 가득 떠먹는 탓인지, 금방 오므라이스가 훅훅 줄어들었다. 그 모습을 숨죽이고 바라보고 있는 지은에게 이태백 헌터가 고개를 들고는 입에 남은 음식을 꿀꺽 넘기며 조심스레 의자를 빼고 앉은 지은에게 말했다.
“어떻게 들어왔습니까?”
“어…… 그게 설명하자면 조금 긴데요.”
“설명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군요.”
“네, 어디서부터 설명을 드려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말끝을 흐리는 지은을 가만히 바라보던 이태백 헌터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말했다.
“그러면 굳이 설명해 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네?”
“제 아들을 돌봐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제가 지금 시간이 얼마 없는 처지라 염치없지만 아들을 조금 더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에?”
“아빠, 또 나가야 해요?”
시간이 얼마 없다는 말에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태서가 이태백 헌터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
그런 아들의 모습에 안타까운 얼굴을 애써 숨기며 이태백 헌터가 말없이 태서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말을 이었다.
“강경파 헌터들의 근거지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그 말씀은…….”
“근거지를 파악했으니 놈들이 움직이기 전에 빨리 가서 잡아들여야 해서, 오늘도 포장 음식들만 냉장고에 채우고 가려 했었습니다.”
강경파 헌터들의 근거지를 파악했다는 이태백 헌터의 말에 불현듯 떠오른 기억.
헌터 게시판에 나오는 이태백 헌터의 일대기에 이태백 헌터와 강경파 헌터들의 싸움의 끝은 분명 지금 시기가 아니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그때까지만 제 아들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요리 마법사 누나랑 같이 있는 거면 좋아요!”
대뜸 태서를 부탁하는 이태백 헌터와, 요리 마법사라는 이상한 호칭으로 자신을 부르는 태서의 맞장구에 지은이 이태백 헌터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말했다.
“저한테 아무것도 묻지 않으시네요?”
“제가 뭘 물어봐야 할까요?”
“이태백 헌터의 집에 이렇게 들어와 있는 수상한 사람이잖아요, 저는. 그런데 뭘 믿고 태서를 맡긴다는 거예요?”
처음에 보였던 적개심은 온데간데없고, 급하게 이동해야 한다며 자신에게 태서를 맡긴다는 말을 하는 이태백 헌터의 모습에 오히려 지은이 긴장했다.
자신이 19년 이후의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을 뚫어 보는 것 같은 대마법사의 눈빛을 똑바로 마주치며 지은은 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해야 했다.
‘지금이라도 무슨 마법에 걸린 건지 물어봐야 하나?’
대마법사인 이태백 헌터라면 분명 지금 자신이 걸린 마법이 무엇인지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설령 모른다고 하더라도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던 지은이 어렵게 입을 떼려던 순간이었다.
“저는 마법사입니다. 그것도 제 눈앞의 당신이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충분히 알 수 있는 실력 있는 마법사죠.”
“……저에게서 뭔가 보이시나요?”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 뭐라고 말할까…….”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던 이태백 헌터가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마치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보이는 그 웃음 끝에 이태백 헌터가 말했다.
“마법사의 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