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ruck Owner Inside the Dungeon RAW novel - Chapter (99)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98화(99/302)
던전 안 푸드 트럭 사장님 98화
마법사의 감이라니, 대마법사의 감으로 그런 것도 알 수 있다는 소리인가 싶어 지은은 이태백 헌터를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지은의 시선에 똑같이 시선을 마주쳐 오던 이태백 헌터가 시계를 확인하더니 숟가락을 들어 열정적으로 오므라이스를 해치우기 시작했다.
“……많이 급하신가 보네요.”
“네, 놈들이 근거지를 옮길 때까지 시간이 조금 남긴 했지만 확실한 게 좋으니까요.”
“여유가 있으면, 조금만 기다려 주실 수 있으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말끔히 해치웠다!’라고 표현할 만큼 가득 담겨 있던 오므라이스를 빠르고 깔끔하게 비워 낸 이태백 헌터와, 빈 접시를 바라보던 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밥솥에서 취사가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울리고 있었다.
“평소에 식사는 잘하시나요?”
“음,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는 합니다. 마법도 체력이 부족하면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면 조금만 기다려 주실래요?”
“그게 무슨…….”
“도시락이라도 조금 싸 드릴게요. 가지고 가세요.”
패시브 스킬인 [오늘의 추천 요리]로 제공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은 인벤토리에 보관이 가능했다. 이태백 헌터가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한 만큼 빠르게 할 수 있는 음식이라도 도시락으로 싸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자신이 과거의 시간대에 들어왔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이태백 헌터와 이태서 헌터를 보니 뭐라도 해 주고 싶은 마음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한정 퀘스트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걱정은 잠시 뒤로 미뤄 둬도 좋을 것 같았다.
애초에 지은은 헌터도 아니고, 비전투 계열 각성자였다. 그렇기에 다른 연금술사나 대장장이들처럼 공방을 운영할 생각도 없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던전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주는 일을 계속 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자신이 이태백 헌터와 이태서 헌터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하고, 행동하기로 마음먹었다.
비엔나소시지 하나하나에 칼집을 일정한 크기로 촘촘하게 내 준 뒤, 케첩과 설탕, 식초와 후춧가루를 섞어 양념을 빠르게 만들었다. 인벤토리에 들어온 재료를 살펴보던 지은이 다진 마늘을 꺼내 식용유를 두른 프라이팬 위에 넓게 덜어 냈다.
다진 마늘이었기에 금방 탈 것을 대비해 불을 약하게 줄이고 은은한 마늘 향이 올라오도록 뒤적이다 남아 있던 양파와 당근을 와르르 팬 위에 쏟아 냈다.
파프리카도 있으면 좋았겠지만, 아쉬운 대로 당근이라도 볶아서 넣으면 색감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야채를 푹 익히는 게 아니라 마늘 향이 가득한 식용유가 전반적으로 코팅될 정도로 볶고, 양파와 당근의 숨이 죽은 것을 확인한 지은이 비엔나소시지를 프라이팬위에 아낌없이 부었다.
소시지에 내놓은 칼집이 넓게 벌어지면 알맞게 익어 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프라이팬 위에서 소시지들을 이리저리 굴리며 구워 내다, 미리 만들어 둔 소스를 부어 소스가 야채와 소시지와 함께 잘 버무려지도록 뒤적여 주면 금방 비엔나소시지 볶음이 완성된다.
도시락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반찬 중 하나인 비엔나소시지 볶음을 금방 완성한 뒤, 이어서 계란프라이 두 개까지 만들어 낸 지은이 인벤토리를 열어 [프리미엄 맞춤 주문]으로 무한대로 얻을 수 있는 포장 용기를 꺼냈다.
밥 칸에 밥을 담고 그 위에 잘 부친 계란프라이 두 개를 올린다.
거기에 배추김치와 포장된 맛김을 담고, 반찬 칸에 넉넉하게 비엔나소시지 볶음을 올려 두니 급하게 만들었지만 어느 정도 도시락의 구색을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반찬 칸이 하나 남아 있는 것은 지은의 자존심이 도저히 용납하지 않았다.
미리 냄비에 따로 담아 끓여 놓은 물에 손질한 표고버섯을 빠르게 데쳐 내는 지은의 손길이 분주했다.
표고버섯을 데치는 동안 뜰채로 알맞게 데쳐진 표고버섯을 건져 내 찬물에 헹궈 열기를 식힌 지은이 표고버섯의 물기를 제거하기 위해 손으로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표고버섯의 물기를 빼는 건 버섯들끼리 겹쳐서 잡은 뒤 손으로 꾹 쥐는 방법이 가장 빠르고 좋았다.
그렇게 물기를 빼 준 표고버섯을 도마 위에서 얇게 채 썬 뒤 소금을 뿌려 버무렸다. 그 사이 예열된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을 덜어 넣어 마늘이 익을 때까지 볶아 주는 사이 잠깐 뒤를 돌아본 지은이 작게 소리쳤다.
“꺅! 깜짝이야…….”
어느새 다가와 신기한 표정으로 지은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 태서는 물론이고 팔짱을 끼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태백 헌터를 보고 깜짝 놀란 지은이 말했다.
“금방 끝나요. 도시락에 빈칸이 있으면 왠지 기분 나쁘잖아요.”
“나는 버섯 싫어하는데.”
어린 태서의 말에 지은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든지 골고루 먹어야 키도 크고,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는데?”
“아빠도 버섯 안 좋아하는데!”
“멋진 어른이 아닌가 봐요?”
정작 그렇게 말한 지은은 표고버섯을 양파와 함께 볶아 내느라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지만, 이태백 헌터가 어딘가 불편한 듯 흠흠 헛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잘 볶아진 표고버섯 볶음에 깨와 함께 참기름을 살짝 뿌려 주어 몇 번 더 프라이팬 위에서 뒤적인 뒤, 남아 있던 포장 용기 반찬 칸에 넉넉히 부어 주니 도시락이 완성되었다.
포장 용기의 뚜껑을 덮고 고무줄로 고정한 뒤 이태백 헌터에게 도시락을 건네던 지은의 머리 위로 시스템창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등장했다.
[한정 퀘스트의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퀘스트 : 따뜻한 식탁]– ‘이태백’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물하세요.
– 해당 조건을 완료하여 완료 보상을 산출 중입니다.
‘세상에!’
갑작스럽게 발동한 한정 퀘스트 관련 시스템 알림.
메인 한정 퀘스트인 ‘따뜻한 식탁’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 완료했다는 내용이었다.
감조차 잡히지 않았던 ‘특별한 감동’을 선사하는 일을 현재가 아닌 과거에 와서 이뤄 낸 것이었다.
어찌 되었든 과거의 이태백 헌터라고 해도, 확실한 건 대상이 이태백 헌터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태백 헌터에게 도시락을 싸 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막막하던 한정 퀘스트가 클리어되었다는 사실에 지은이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던 찰나였다.
[산출 오류!] [한정 퀘스트의 연계 퀘스트가 클리어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비틀린 시간의 축에서 퀘스트 대상에 관여한 상태입니다.
– 퀘스트 대상인 이태백, 이태서에 대한 원래 시간대에서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 한정 퀘스트를 완료한 보상 산출이 중단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틀림없이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시스템 알림이 먼저 올라왔었는데, 곧바로 올라온 시스템 알림창을 확인한 지은은 하늘 높이 치솟던 뿌듯함이 급격하게 곤두박칠치는 것을 느꼈다.
연계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않으면 한정 퀘스트의 조건을 완료했다고 하더라도 클리어로 반영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더군다나 퀘스트 대상인 이태백 헌터와 이태서 헌터에게 해야 할 원래 시간대에서의 조치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도통 알 길이 없었기에 지은은 답답한 마음에 속으로 시스템에게 힘껏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아! 무슨 시스템이 갑자기 말을 바꿔?!’
[산출 오류……]‘내가 무슨 수로 이태백 헌터와 이태서 헌터를 구하냐고!’
[퀘스트 조건을 완료하세……]‘처음부터 잘 계산을 하던가! 사람 갖고 노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야! 클리어했다면서!!’
[……시스템이 응답하지 않습니다.]‘……야.’
[시스템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야!!’
[통화가 종료되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퀘스트를 클리어한 줄 알고 들떠 있던 지은이 시스템의 무책임한 강제 통화(?) 종료에 좌절하는 사이, 도시락을 건네받은 이태백 헌터가 급격히 우울한 표정을 짓는 지은을 바라보다 말했다.
“도시락을 챙겨 주신 건 감사하지만, 제가 이걸 들고 다닐 순 없는데…….”
이태백 헌터의 말에 화들짝 정신을 차린 지은이 거슬리게 [산출 오류!]가 떠 있는 시스템 알림창을 치워 내고는 대답했다.
“아, 제가 만든 음식은 아이템처럼 인벤토리에 보관할 수 있어요.”
“허…… 음식이 아이템처럼 인벤토리에 들어간다니.”
지은이 건넨 도시락이 마치 아이템처럼 인벤토리에 보관되는 것을 정말로 확인한 이태백 헌터가 놀란 눈을 하고 지은을 바라보다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건 정말…….”
지은이 건넨 도시락을 다시 인벤토리에서 꺼내 바라보는 표정에서 지은은 지금 이태백 헌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태서 헌터가 말했던 대로 그가 던전에 들어갈 때마다 아내인 정해연 여사가 싸 줬다고 했던 도시락을 떠올리고 있는 중일 것이었다.
30대 후반에 각성했다는 이태백 헌터는 결혼도 늦게 한 편이었다. 19년 전으로 돌아왔으니 지금 이태백 헌터는 40대 초반의 나이가 분명했다.
흰머리가 가득했던 이태백 헌터의 모습과 지금 모습을 비교해 보면, 큰 불행을 겪은 뒤 오로지 복수에 모든 힘을 쏟고 있는 과거의 이태백 헌터는 분명 젊은 외양이었지만, 나이가 많이 든 미래와 별반 차이 나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어두웠다.
하지만 지금 순간 손에 든 도시락을 내려다보며 잠시 추억에 잠긴 듯한 그는 지금까지 봤던 이태백 헌터의 모습 중 가장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고맙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하셔서, 거창한 음식은 하지 못했어요.”
“저에겐 충분히 거창한 도시락입니다.”
“……표고버섯이 싫어도 성의를 봐서라도 다 드셔 주세요.”
“푸하하하!”
지은의 말에 이태백 헌터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을 터트린 본인도 놀랄 정도로 큰 웃음이었다.
한참을 크게 웃던 이태백 헌터가 한결 풀어진 얼굴로 말했다.
“덕분에 얼마 만에 이렇게 크게 웃어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힘내시고요. 저도 여기에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허락되는 시간 동안은 태서…… 도 잘 돌봐 주고 있을게요.”
이태백 헌터에게 태서를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긴 했지만, 지은은 자신이 여기에 얼마나 머물러 있을지 예상할 수 없었기에 꺼낸 말이었다. 이태백 헌터는 그런 지은의 의미심장한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당신이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지금 우리의 시간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은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 시간대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걸 알고 계셨군요.”
자신이 비틀린 시간의 축에 들어와 있는 상태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는 이태백 헌터의 말에 깜짝 놀란 지은이 눈을 크게 떴다.
“마법을 다루다 보면 이렇게 마법 같은 일을 직접 경험할 때도 있는 법이니까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네, 물어보셔도 좋아요.”
“저를 알고, 제 아들도 알고 있는 분 같은데, 우리가 당신의 시간대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까?”
“제가 이태백 헌터님을 처음으로 찾아간 당일에 이런 일이 벌어져서 많이 당황스럽긴 하네요.”
“당신이 저를 만난 것이 얼마나 먼 미래의 일입니까?”
“지금으로부터 19년이 지난 뒤요.”
“19년…… 19년이라…….”
미래에서 왔다는 지은의 말에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19년 뒤’를 반복해서 중얼거리던 이태백 헌터가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얼굴을 하고 지은을 다시 바라보며 말했다.
“19년 뒤의 저는…….”
“…….”
“행복해 보였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