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is money RAW novel - Chapter 104
꾀병 부리는 솜씨가 제법인데?
[유상천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 이적 확정!]역사가 바뀌고 있었다.
유상천 선배가 전생에서는 하지 못했던 유럽 진출을 이루어냈다.
케빈 킴은 1부 리그로 승격한 마인츠에게 멀티 플레이어 유상천을 추천했다.
나의 활약으로 동양인 선수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 마인츠는 영입에 적극적이었다.
여기에 한국 대기업과 스폰서쉽을 성사시킨 최재성 덕분에 유상천은 J리그 때보다 6배나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
CK 에이전시는 이런 식으로 선수 계약과 한국 기업 스폰서쉽을 세트로 묶어서 일을 진행했다.
최근 유럽에서 한국의 자동차,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계약하려는 기업이 줄을 이었다.
과거 90년대 유럽 축구팀 유니폼을 보면 죄다 일본 기업 일색이었는데 마침내 2000년대에 들어서며 한국 기업으로 하나둘 갈아타고 있었다.
구단도 이득을 보고 선수도 연봉을 더 받고 에이전시도 수입을 더 챙길 수 있는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이춘수, 김남인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이적 확정!]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 소식은 매일 대서특필 되었다.
2002년 월드컵 에필로그라고 할까?
전 국민이 지켜보며 선수들을 응원하는 분위기라 K리그 구단들은 방해도 하지 못하고 끙끙거렸다.
당시까지만 해도 K리그 구단 소속 선수는 계약 기간이 끝나도 구단의 허락이 없으면 자유롭게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가 없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노예 시스템을 유지한 건 대한민국 축구인들 전부의 책임이다.
케빈 킴과 최재성은 먼저 언론을 이용해 해외 진출에 긍정적 여론을 만들었다.
[지금 한국 선수들을 유럽으로 보내서 성장시키면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진짜 우승을 노려볼 수도 있다.]이런 논리였다.
전 국민의 분위기가 이러니까 K리그 구단들이 눈치를 보고 결국 선수를 놔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들이 선수들을 그냥 놔줬다는 건 아니다.
이적료는 두둑이 챙기면서 무슨 선심이라도 쓰는 양 굴었다.
“이제 내가 갈 구단만 정하면 되는 건가?”
아침 일찍 짐을 싸서 오성 병원 재활 센터를 나오는데 요란한 사이렌이 울리며 구급차가 들어왔다.
뭔 일인가 싶어 멈췄는데 구급차를 뒤쫓아 기자들의 보도 차량이 들어왔다.
기자들이 차에서 내려 구급차에서 실려 나오는 한 남자에게 카메라 플래시를 쏟아 부었다.
“다친 사람한테 뭐 하는 짓이야?”
하도 어이가 없어서 혀를 차는데 한 기자가 나를 붙잡았다.
“김건우 선수! 지금 재활원에서 나오는 길인가요!?”
“그런데요.”
“지금 벌어진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슨 사태요?”
“모르세요? 김건우 선수와 한때 라이벌로 불렸던 가명훈 선수가 방금 음주운전을 하다가 강남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사고를 냈습니다.”
“뭐라구요!?”
참으로 더러운 인연이었다.
하필 이 순간에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나도 모르게 구급팀을 쫓아갔다.
기자들은 나를 발견하고 신나서 따라붙었다.
나는 그들을 헤치고 가명훈에게 다가갔다.
정말. 살짝. 3초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전생에서 나의 인생과 우리 집안을 망친 놈인데.
지금도 계속 나의 경력을 방해하고 있는 놈인데.
어쨌든 지금은 너무 처참하게 바닥까지 떨어졌으니까.
물론.
그런 감정은 어디까지나 이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였다.
“다친 청소부는 어떻대?”
“다리가 부러졌다나 봐. 새벽부터 어찌나 과속을 했는지 하마터면 차에 치어 죽을 뻔했어.”
“하여튼. 미친 새끼네. 저 새끼. 저거. 다치지도 않았는데 꾀병 부리는 거 아니야?”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에요!?”
내가 기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되물었다.
알고 보니 가명훈은 혼자만 다친 게 아니라 새벽 청소를 하고 있던 환경미화원을 차로 쳤다고 한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김건우. 넌 아직 멀었어.’
나의 순진함에 화가 났다.
놈은 악마다.
인간의 탈을 쓴 사악한 뱀.
나는 가명훈이 들어간 응급실로 슬쩍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놈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접근했다.
녀석을 직접 보는 게 얼마 만이더라?
그때 독일 보훔에서 보고 처음이니까 꽤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나와 놈의 위치는 크게 달라졌다.
천당과 지옥만큼.
“빨리 나부터 치료를 해줘요! 나 같은 프로 선수한테 무릎 관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요!? 빨리!”
가명훈은 고통을 호소하며 의사와 간호사를 닦달했다.
공교롭게도 나와 같은 왼쪽 무릎을 다친 것 같았다.
저걸 그대로 믿어선 안 된다.
놈은 상해와 음주운전에서 책임 회피하려고 다친 척 연기하는 걸지도 모른다.
간호사와 의사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놈에게 접근했다.
“어이~ 범죄자. 꾀병 부리는 솜씨가 제법인데?”
“헉! 너는!?”
모두를 속였다고 안심하는 순간.
내가 불쑥 튀어나오자 놈은 진짜 얼굴을 보여주고 말았다.
잔뜩 겁에 질린 놈의 초라한 자아가 보였다.
나는 침대에 누워있는 놈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굳이 경멸을 숨기지도 않았다.
내가 왜? 이 녀석이 뭐라고 내 감정을 숨기나?
“넌 어딜 가도 남한테 피해를 주는구나. 이 암 덩어리 자식아. 내가 유럽에 가 있는 동안 깜빵에서 정신 좀 차려라.”
“뭐. 뭐야!? 간호사! 간호사! 이리 좀 와봐요! 빨리 와보라니까!”
가명훈은 저승사자를 만난 사람처럼 허우적댔다.
나는 내 발로 응급실을 나왔다.
그리고 사고를 당한 환경미화원 가족을 찾아갔다.
수술실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는 모녀를 보니까 다시 응급실로 돌아가 가명훈을 때려죽이고 싶었다.
나는 둘에게 최재성 변호사의 명함을 건넸다.
“절대로 가해자들의 말을 믿지 마세요. 저들이 법으로 장난칠 수 있으니까 철저히 대비하셔야 합니다. 이쪽으로 전화하면 최고의 법률 지원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어쨌든 사고는 났으니까. 완벽하게 치료를 받으시고 최대한의 피해보상비를 받으셔야 합니다.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 김건우 선수!”
나의 얼굴을 아는 모녀는 연신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초췌한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나도 저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저 모녀는 앞으로도 새벽마다 아버지에 대한 걱정으로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할 거다.
“개새끼. 술을 처먹었으면 그냥 자빠져 잘 것이지…”
분노를 누르며 신사동 집으로 돌아와 일단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역시 집이 최고다.
재활 센터와 마빈 코치에게서 벗어나니 마음이 편안했다.
하지만 곧 그동안 꺼놓았던 핸드폰을 다시 켜야 했다.
최재성 변호사에게 모녀의 일을 미리 설명해야 했으니까.
나는 그들이 미안해서 전화하지 않을까 봐 딸의 전화번호를 받아왔다.
전화기를 켜자마자 밀린 메시지가 마구 쏟아져 들어왔다.
메시지가 수십 통이 넘어 백통을 넘어가자 살짝 무서웠다.
왜 이렇게 나를 찾는 사람이 많은 거야.
“내 전화번호가 유출됐나? 어떻게 알고 연락한 거지?”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며 황당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들의 부류가 충격적이었다.
[김건우 선수… 안녕하세요. 저는 오랜 팬입니다. 제가 이렇게 연락을 드리게 된 이유는 저희 아버지가 갑자기 사고를…] [김건우 선수님! 저희는 중증 장애인들을 돌보고 있는…] [샬롬! 김건우 형제님. 주님의 은총과… 저희 기도원 건립 자금이…]개인, 복지단체, 종교단체, 기타 등등의 사람들이 구구절절한 사연을 한번도 본적 없는 나에게 마구잡이로 보내놨다.
이들의 문자만 보면 세상은 불행과 고통의 도가니탕이었다.
다양한 사연들은 항상 같은 문장으로 끝났다.
[00은행 계좌번호 2XXXXXX-XX-XXX 예금주: XXXX]재활원에 들어가 있는 동안 나의 2002년 월드컵 보너스가 화제가 되었다.
16강 진출 보너스 + 2억.
결승 진출 특별 보너스 + 1억.
거기에 나는 골든볼 보너스 + 1억.
대현 그룹 차원에서 지급한 보너스 +2억을 더해
총 6억을 받았다.
물론 세금 떼면 엄청 깎이는 게 현실이지만.
어쨌든 이런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다들 빈 깡통을 들고 나한테 몰려온 듯했다.
예전에 박찬호 선수나 김연아 선수, 박세리 선수도 많이 당했다고 하던데 이젠 나도 그 라인에 올라선 모양이다.
“좀 이른 감이 있긴 한데… 지금 시작하는 게 좋겠군.”
사실 전부터 구상하고 있던 사업이 있었다.
한국 축구계에서 좀 더 입지를 탄탄히 다진 후에 시작하려고 했는데 이런 상황을 보니 당장 시작하는 게 낫겠다.
당장 전화 2통을 때렸다.
“지금 당장 오라구?”
“예. 당장 오세요.”
돈과 권력의 힘은 역시 편리했다.
내가 부르면 그들은 반드시 온다.
1시간 후에 박준표 기자가 신사동에 도착했다.
그는 내가 선사할 단독 특종이 무엇일까 벌써부터 기대에 차 있었다.
10분 후에 미래자산운용 주영광 대표가 도착했다.
그는 박준표에 비해 좀 시크했지만 역시나 내가 어떤 물주와 연결시켜 줄까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일단 가시죠. 자세한 건 가면서 설명할게요.”
우리는 셋이 한 차로 신사동에서 수원으로 이동했다.
둘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오늘의 긴급 미팅 상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차범진 감독님. 김건우입니다.”
“건우? 하하하! 감독은 무슨 감독이야. 지휘봉 놓은 게 언제인데…”
“그럼 선생님이라고 하기엔 좀 그래서… 선배님이라고 해도 될까요?”
“좋지.”
“저 오늘 재활원에서 나왔습니다. 유럽으로 넘어가기 전에 긴히 상의드릴 문제가 있는데 잠시 후에 찾아 봬도 될까요?”
“지금!?”
차범진은 나의 돌발 부탁을 너그럽게 허락했다.
어쨌든 한국 축구계 변방으로 쫓겨난 그에게도 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의 저택 앞에 도착했다.
우리 셋은 옷을 단정히 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와… 진짜 떨리네.”
“처음 뵙는 거에요?”
“당연하죠.”
어린 시절 축구를 조금이라도 좋아했던 한국 소년들에게 차범진은 신이었다.
우리는 축구의 신을 만나러 들어갔다.
“갑자기 불쑥 찾아봬서 죄송합니다. 선배님.”
“하하하! 죄송하긴.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축구 스타가 나 같은 야인을 다 찾아와줘서 고마워요. 몸은 좀 어때?”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번 시즌 개막까지는 완전히 회복될 것 같습니다.”
“어디로 갈지는 정했구?”
“… 아니요. 아직 고민 중입니다.”
“설마… 분데스리가 이적 문제 때문에 나를 찾아온 거야?”
“아니요. 오늘 제가 찾아온 이유는 다른 비즈니스 때문입니다.”
“비즈니스?”
나는 주영광과 박준표를 소개하며 본격적인 비즈니스 미팅에 들어갔다.
나는 오늘 차범진에게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할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