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is money RAW novel - Chapter 132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기립 박수를 받은 바르셀로나 선수가 되고 싶다
“아앗!”
로나우도가 바르사 최종 수비라인을 깨고 볼을 잡는 순간 초록 몬스터가 튀어나와 볼을 뻥 차버렸다.
[빅터 발데즈 골키퍼! 언제 저기까지 뛰어나온 거죠!? 정말 엄청난 속도입니다!]빅터는 순식간에 센터 서클까지 뛰어나와 로나우도를 막아냈다.
1초만 머뭇거렸어도 그냥 1골을 헌납할 뻔했다.
초록색 골키퍼 유니폼을 입은 그는 카시아즈를 노려보며 의기양양하게 자기 골대로 돌아갔다.
사정을 모르는 카시아즈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 득점은 없지만 양 팀 선수들 팽팽한 대결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양 팀이 서로 판이한 방식으로 골을 노리고 있는데요. 소름 끼칠 정도로 긴장감이 가득합니다.]난타전이 될 거라는 언론의 예상과는 달리 0대0의 대치상황이 계속되었다.
전반전 40분 동안 서로 날카로운 공격을 주고받았는데 유효타는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선수들의 신경을 더 바짝 조였다.
“젠장.”
오늘 시도한 전술은 나의 무릎 상태를 배려한 측면이 컸다.
내가 예전처럼 왼쪽에서 13킬로 이상 뛸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차비가 중앙에서 플레이메이킹 해야 했다.
성과는 분명히 있었다.
훗날 세 얼간이와 메쉬가 완성하는 티키타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름 신선한 축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골을 넣지 못하면 아무 의미도 없어.”
어쨌든 골을 넣어야 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나의 진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골을 넣어야 했다.
내가 오늘 경기 출전을 강행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진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기립 박수를 받은 바르셀로나 선수가 되고 싶다.’
이것이다.
역사를 보면 지금까지 단 두 명뿐이다.
요한 크로이프와 디에고 마라도너.
이 두 축구의 성인만이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바르셀로나의 블라우그라나 유니폼을 입고 기립 박수를 받았다.
위대한 역사에 나의 이름을 새겨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어찌 포기하겠는가.
“건!!”
전반전 42분.
차비의 면도날 패스를 받았다.
오늘은 평소의 1/3밖에 뛰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에너지를 모아놓았다.
“자… 가 볼까.”
[김건우! 순간 돌파합니다! 오늘 처음으로 시도하는 단독 드리블!]오늘 나에게 기회가 많지 않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다.
그 기회를 살려서 천상의 플레이를 완성해야 한다.
마드리드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게.
‘앗!’
또 그 감각.
그 감각에 불이 켜졌다.
시야가 광대하게 확장되며 주변의 사물들이 또렷하게 보였다.
선수들이 느린 화면처럼 움직였다.
지던과 마케렐라가 양쪽에서 나를 막아섰다.
둘의 눈동자 움직임, 다리 근육 움직임 모든 게 선명하게 보였다.
‘오른쪽… 아니 왼쪽이다!’
나는 둘의 움직임을 끝까지 보고 왼쪽으로 빠져나갔다.
빼앗길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김건! 순간 지던과 마케렐라를 제칩니다! 어떻게 한 거죠!? 계속 돌진합니다!]남은 건 최종 수비수 둘 뿐.
히에로와 엘게나가 성난 얼굴로 덤벼들었다.
둘의 눈동자가 똑똑히 보였다.
눈동자에 담긴 감정까지 생생하게 느껴졌다.
나의 돌파에 저들은 크게 당황했다.
충분히 제칠 수 있다.
그때.
노 마크가 된 클루이베르가 보였다.
파 – 앗- !
나는 두 센터백 사이를 가르는 총알 패스를 찔렀다.
하지만.
[클루이베르! 슈우우웃! 아! 빗나갑니다!! 노 마크 찬스를 놓쳤어요!]그가 때린 슛은 어이없게 빗나갔다.
“헉. 헉. 헉. 헉.”
다시 시야가 원래 상태로 돌아오며 주변도 평소처럼 돌아왔다.
대신 심장이 미친 듯이 쿵쿵 뛰었다.
얼마나 격렬하게 뛰는지 입을 크게 벌리면 목구멍으로 심장이 넘어올 것 같았다.
“헉. 헉. 헉. 뭐였지. 그 감각은.”
노골보다 사라진 감각에 더 신경이 쓰였다.
초감각?
예전에 초감각에 관한 레전드 선수들의 인터뷰를 본 기억이 있다.
월드 클래스급 F1레이서나 운동선수들이 느끼는 초월적인 감각인데 시야가 광대하게 확장되며 자기 주변 시간만 천천히 흘러간다.
내가 방금 겪은 것과 비슷한 현상이 갑자기 벌어진다고 했다.
“시냅스 훈련 때문인가?”
지난 몇 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다양하게 뇌를 자극하며 온몸 신경의 시냅스들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훈련을 했으니까.
분명히 연관이 있을 거다.
근데… 이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엄청 지치네…”
짧은 시간에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됐다.
삐이이익- !!
[엘 클라시코 전반전이 0대0으로 종료됩니다.]내가 축 늘어져서 라커룸으로 돌아가자 클루이베르가 따라왔다.
“미안해. 건.”
“괜찮아. 파드릭. 신경 쓰지 마. 아직 45분이나 남아 있으니까.”
그와 좀 더 이야기하며 오해를 풀고 싶었지만 지금 나는 그럴 여력이 없었다.
아까 느낀 초감각의 짜릿한 흥분과 극도의 피로감에 휩싸였다.
초짜 마약 중독자처럼 그 야릇한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삐이이익- !!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이때부터였다.
나의 시간관념이 휘어지고 왜곡되기 시작한 것이.
라커룸에서 얀티치 감독이 했던 말이나 다른 선수들이 했던 말이 기억나지 않았다.
하프타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나는 피치 위에 서 볼을 기다렸다.
모든 신경이 온통 거기 꽂혀 있었다.
[차비 에르난. 후반전에도 천천히 볼을 돌리며 점유율을 확보합니다. 아! 갑자기! 전진 패스!! 김건 돌진합니다!]차비는 나의 욕망을 감지한 듯 틈이 생기자 바로 면도날 패스를 찔러주었다.
또 마케렐라와 지던이 나에게 덤벼들었다.
[김건! 돌진합니다! 또 드리블 돌파하나요!? 아! 패스!]나는 드리블 돌파할 것처럼 하다가 오른쪽으로 로빙 패스를 띄웠다.
이니에타가 나의 패스를 받아 라 크로케타로 한 명을 제치고 페널티 박스로 침투하며 슛을 때렸다.
[이니에타의 슛!! 아! 카시아즈에게 또 막히고 맙니다!]이니에타는 좁은 공간에서 히에로를 제치며 사각으로 슛을 때렸다.
너무나 감각적인 슛이었는데 카시아즈는 그것마저 막아냈다.
“역시. 오늘 골을 넣으려면 그것밖에 없어.”
내가 드리블 돌파를 하지 않은 건 초감각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평범한 상태에서 지던과 마케렐라와 대결하는 건 미친 짓이다.
[김건이 살아나면서 바르사의 공격에 불이 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0대0의 대치 상태가 계속됩니다.]나는 센터 서클까지 내려와 지금 우리가 상대하는 하얀 갑옷의 기사들을 보았다.
유럽의 별 지던, 카스티야의 영웅 라율, 포르투갈의 왕자 피규, 남미의 황제 로나우도…
“이런 선수들을 잘도 한 팀에 몰아넣었군.”
우리는 지금 말도 안 되는 스타 군단을 상대하고 있다.
경기력을 떠나 이 정도의 화려함을 뛰어넘는 축구팀은 앞으로도 나오기 쉽지 않을 거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내 축구 인생에서 이런 적들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쾌락이고 기쁨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축구의 향연 한가운데 있다.
‘!’
척추가 찌릿했다.
시야가 확장되며 다시 초감각의 문이 열렸다.
나는 점점 이 낯선 감각에 적응하고 있었다.
“차비!”
사이드라인으로 방향을 틀며 내달렸다.
반드시 절묘한 위치로 그가 볼을 보낼 거라는 걸 알기에 뒤를 돌아볼 필요도 없었다.
파- 앗- !!
[김건! 사이드라인 바로 앞에서 패스를 받아냅니다! 신기의 볼 터치!]나는 라인 끝에서 등 뒤로 넘어오는 차비의 로빙 패스를 받아냈다.
돌아서자마자 레알이 거칠게 압박했다.
툭- 투욱-
피규와 지던 사이로 볼을 밀어 넣고 빠져나오자 마케렐라가 내 발목을 노리고 들어왔다.
파앗- !!
발목을 걷어 채였지만 나는 중심을 잃지 않고 비틀거리며 계속 달렸다.
사이드에서 페널티 박스를 가로로 지르며 들어오자 최종 수비수 히에로가 막아섰다.
나는 멈칫하며 클루이베르를 슬쩍 보았다.
투욱- 파바밧!!
히에로가 움찔하는 순간.
그의 가랑이 사이로 볼을 차넣고 내달렸다.
[김건!! 제쳤어요! 사이드에서 슈우우웃- !!]오른발 인사이드로 볼을 힘껏 후려치고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아…”
피치에 대자로 눕자 온통 마드리드의 밤하늘이 펼쳐졌다.
캄캄한 하늘 위에 은빛 별들이 반짝였다.
결과는 이미 알고 있었다.
얼얼한 오른발 뒤꿈치가 골의 행방을 속삭여주었다.
“고오오오오오올~!!”
[레알 마드리드 0 대 1 바르셀로나]8만 명이 쏟아내는 함성에 땅이 울렸다.
동료 선수들이 달려와 마드리드의 밤하늘을 가렸다.
잔뜩 흥분한 얼굴로.
뭐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건! 이 멋진 녀석아!!”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그런 슛은 처음 봤어!”
동료들이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우며 등을 두드렸다.
찌- 릿- !
그게 오늘 나의 마지막이었다.
나는 벤치를 돌아보며 교체 사인을 보내고 다시 주저앉았다.
왼쪽 무릎 통증이 다시 시작됐고 나는 의료진의 부축을 받으며 사비올란과 교체되었다.
짝- 짝- 짝- 짝- 짝-
레알 마드리드 팬들이 일어나서 나에게 박수를 보냈다.
처음에는 하나둘 일어나다가 결국엔 파도타기처럼 번지며 8만 명 대부분이 일어나 나에게 박수를 보냈다.
“훗.”
오늘 나는 목적을 이룬 걸까.
분했지만 이게 인생이고 축구였다.
삑- ! 삑- ! 삐이이익- !!
[경기 끝났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치열한 승부가 결국 무승부로 끝났습니다.]올 시즌 두 번째 엘 클라시코는 후반 44분 터진 로나우도의 동점 골로 결국 1대1 무승부가 되었다.
나는 마드리드 병원으로 이송되어 그곳에서 하룻밤 치료를 받고 다음 날 혼자 바르셀로나로 돌아왔다.
나는 경기 MOM에 선정된 것에 만족해야 했다.
“허무하군.”
두 번째 엘 클라시코를 무승부로 끝낸 바르셀로나는 도시 전체가 반으로 갈라져 싸웠다.
얀티치 감독이 선보인 새로운 축구에 호감을 보이는 사람들과 하루빨리 잘라내고 지금부터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람들로 나누었다.
“가만히 보면 사람들이 그냥 축구를 안주로 말싸움하는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아.”
독일 마인츠처럼 조용한 소도시에 살다가 바르셀로나로 오니 단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카탈루냐 사람들은 거의 모든 주제로 논쟁을 벌이길 좋아했다.
여튼 논쟁과 별개로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신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직 두 번 더 남은 엘 클라시코!?]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바르사와 레알 마드리드가 만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들 4강전에서 또 엘 클라시코가 성사되길 기대하고 있었다.
챔스 4강에서 벌이는 엘 클라시코와 리그에서 벌이는 엘 클라시코의 간절함은 또 달랐다.
하지만.
“이 정도면 꽤 어려운 확률 아니야?”
4강에서 두 팀이 만나려면 먼저 심각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