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is money RAW novel - Chapter 163
이건 너희들에게 바치는 골이야
“가자! 뉴캐슬!!”
뉴캐슬 서포터즈를 [툰 아미]라고 부른다.
툰은 타운의 뉴캐슬 사투리고 아미는 군대를 뜻한다.
그만큼 응원단이 군대처럼 훈련이 잘되어 있고 조직력이 뛰어나다는 거다.
짝- ! 짝- ! 짝- !!
“뉴우~~ 카슬! 고고!!”
툰 아미가 박수와 함성으로 세인트 제임스 파크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들의 절도 있는 응원에 5만의 팬들이 하나로 뭉쳤다.
관중석 꼭대기 구석에 처박혀 있는 맨유 팬들은 위협을 느꼈다.
툰 아미의 응원 때문일까?
뉴캐슬 선수들의 사방 압박은 점점 더 정교해졌다.
[라이먼 긱슨! 볼 빼앗깁니다! 뉴캐슬 곧바로 역습! 아! 벨리미의 왼발 슛이 살짝 빗나갑니다!] [굉장해요. 뉴캐슬. 경기를 지배하고 있습니다.]경기가 반코트로 진행되었다.
맨유 선수들은 좀처럼 뉴캐슬 진영으로 넘어오지 못했다.
퍼기슨 감독은 신경질적으로 껌을 씹으며 피치를 노려보았다.
애써 티를 안 내려 했지만 표정에서 불쾌함이 드러났다.
뉴캐슬 따위가 감히 우리 맨유를.
“저 녀석! 또 뚫었어!”
뉴캐슬의 포위망을 뚫어내는 맨유 선수는 호날드가 유일했다.
하지만.
[김건! 다시 호날드와 일대일 대결! 아! 볼을 빼앗습니다! 속지 않아요!] [호날드 선수! 완전히 읽히고 있어요!]나는 호날드의 화려한 페인팅에 속지 않고 피지컬로 찍어누르며 볼을 빼앗았다.
솔직히 나는 전생에서 메쉬보다 호날드를 더 좋아했었다.
그래서 그의 플레이 동영상을 수천 번 돌려보며 연구했었다.
“네 녀석의 플레이는 전부 내 머릿속에 있어.”
나의 세포 하나하나가 호날드의 몸짓을 기억하고 있어 자동으로 반응했다.
“이 멍청한 촌놈 새끼야! 자꾸 공 끌래!? 바로바로 패스하라구!”
판니가 다가와 쌍욕을 했다.
나에게 계속 당하며 짜증이 날 대로 난 호날드가 폭발했다.
“내 패스를 받고 싶으면 좋은 위치에 있어요! 왜 나한테 난리에요!?”
“뭐!? 이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감히 내 포지셔닝을 평가해?”
판니가 호날드를 밀치며 성질을 내자 로이 퀸이 나섰다.
“너희 둘! 뭐 하는 거야!? 이거 지금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있어! 맨유 유니폼 입고 부끄러운 짓 하지 마!”
“부끄러운 짓은 당신이 했잖아!”
“뭐!?”
“아까 몸싸움한 건 뭐 잘한 거야!?”
판니가 로이 퀸에게도 대들자 다른 선수들까지 나서서 말렸다.
다들 강한 압박에 볼을 제대로 만지지 못해 짜증이 나 있었다.
“집안 꼴 잘 돌아간다~~ 완전 콩가루네~ 콩가루~”
“저 새끼가…”
나는 지들끼리 싸우는 맨유 선수들 옆으로 지나가며 약을 올렸다.
[퍼기슨 감독. 선수 교체를 지시합니다. 호날드가 나오고 카메룬 출신 미드필더 젬마젬마가 들어옵니다. 포메이션을 바꿀 모양이군요.] [호날드 선수는 오늘 경기를 하나하나 복기해 봐야 합니다. EPL은 스피드 하나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리그에요.]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호날드가 교체되었다.
퍼기슨은 선수 기용이 실패였음을 인정한 셈이다.
분한 얼굴로 고개를 떨구며 나가는 호날드에게 한마디 했다.
“고개 들어. 넌 오늘 최선을 다했어. 상대가 나빴을 뿐이야. 계속 공부하고 노력해. 넌 좋은 선수야. 다음에 또 보자.”
“…”
호날드는 나를 슬쩍 야리더니 고개를 들고 피치를 빠져나갔다.
“역시 무서운 영감님이야.”
퍼기슨이 호날드를 뺀 건 수비 때문이다.
나를 막기에는 그의 수비력이 너무 형편없었다.
왼쪽에서 나를 억제하지 못하면 대량 실점을 허용할 수도 있기에 호날드를 빼고 나에게 전담 마크맨을 붙였다.
삐이이익- !!
전반전이 1대0으로 끝났다.
나는 젬마젬마의 마크에 시달리며 좀처럼 공격 전개를 하지 못했다.
“다들 잘하고 있어. 나는 너희들의 움직임에 감동했다. 후반전에도 물러서지 말고 끝까지 우리의 축구를 해나가자!”
라커룸 분위기는 최고였다.
클롬 감독과 선수들 모두 전반전에 보여준 경기력에 스스로 놀랐다.
때로는 실전에서 훈련 때 이상의 성장을 하기도 하는데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툰 아미의 열광적인 응원과 선수들의 컨디션이 딱 맞아떨어지며 살벌한 집중력을 보였다.
하지만.
“헉. 헉. 헉. 헉. 발목 테이핑 좀 다시 해줘요.”
“여기… 여기도.”
선수들의 체력이 문제였다.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뉴캐슬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게겐프레싱은 일반 축구에 비해 짧은 거리를 스프린트 하는 움직임이 압도적으로 많다.
나이 많은 선수들은 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 많은 체력을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물러설 순 없지.”
우리는 축구가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해 가고 있다.
실패와 시행착오는 우리의 친구였다.
그러나.
“고오오오오올~!!”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골을 먹는 건 고약한 우연이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으로 골을 넣은 판니가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다.
“쳇.”
올해 득점왕 경쟁의 라이벌 판 니드델로이가 골을 넣자 시어러의 얼굴이 구겨졌다.
인 플레이 상황이 아닌 데드볼 상황에서 우연히 벌어진 일이라 딱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기분 나쁘게 골을 먹고 나서 뉴캐슬의 사방 압박이 조금씩 헐거워졌다.
기세가 오른 맨유 선수들이 총공세를 펼쳤다.
[라이먼 긱슨! 왼쪽에서 돌파를 시도합니다! 크로스!! 아! 살짝 빗나갑니다!]긱슨에게 계속 왼쪽이 뚫렸다.
프랑크와 발터가 판니와 포를린 투톱을 필사적으로 막았는데 곧 무너질 댐처럼 위태로웠다.
맨유 투톱과 뉴캐슬 센터백 듀오의 연봉을 비교하면 100배 차이가 날 거다.
[퍼기슨 감독. 여기서 또 선수를 교체합니다. 포를린을 빼고 솔샤드를 투입하네요.] [이 흐름에 끝장을 보겠다는 거죠.]‘동안의 암살자’ 군나르 솔샤드가 투입되었다.
우리 수비수들이 장신에 느리니까 스피드로 부셔버리겠다는 뜻이다.
“영감님. 장난이 지나치시네…”
나는 퍼기슨 감독을 한번 야린 후 옆에 졸졸 따라다니는 성가신 마크맨 젬마젬마를 슬쩍 보았다.
이 녀석은 호날드와 같이 영입된 유망주다.
물론 둘의 운명은 곧 완전히 달라지지만.
“어이. 카메룬 애송이. 넌 어디서 나쁜 것만 배웠냐. 누가 손을 그따위로 더럽게 쓰래?”
“뭐. 뭐가?”
카메룬 출신 애송이 젬마젬마가 나의 미끼를 물었다.
까만 얼굴에 새하얀 눈동자를 깜빡였다.
호날드와 이 녀석이 결정적으로 다른 건 바로 저 눈빛이다.
호날드의 눈은 불타는 야심으로 가득했다.
반면 젬마젬마의 눈은 초식동물처럼 순진했다.
이 바닥에는 이런 격언이 있다.
[사람 좋으면 꼴찌.]축구는 원래 좀 못된 놈들이 잘한다.
상대를 계속 속여야 하는 스포츠니까.
[김건! 순식간에 마크맨을 뿌리치고 볼을 잡습니다!]내가 볼을 받자 젬마젬마가 덤볐다.
파밧- !!
“와아아아아!!”
크루이프 턴으로 180도 회전하며 놈을 뿌리쳤다.
너무나도 깨끗한 회전에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파아앗- !
“꺼져!!”
로이 퀸이 어느새 달려와 내 유니폼을 붙잡고 늘어졌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나는 놈의 팔을 거칠게 뿌리치며 내달렸다.
목표 지역은 하프 스페이스.
포백라인에서 풀백과 센터백의 수비 범위가 겹치는 공간을 말한다.
영국 축구의 기본은 4-4-2다.
오죽하면 영국 축구 잡지 이름이 [포포투]겠는가.
4-4-2 포메이션의 구조적인 약점이 바로 하프 스페이스다.
“게리! 앞을 맡아!”
게리 네빈과 리우 퍼디난이 나를 막기 위해 포위망을 펼쳤다.
네빈이 나를 한쪽으로 몰면 퍼디난이 숨통을 끊겠다는 작전.
‘!’
순간 세상이 고요해졌다.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하자 다시 초감각의 세계가 열렸다.
나는 네빈의 눈동자와 양발을 보았다.
뒤꿈치에 힘이 실린 걸 보니 내가 팬텀 드리블을 칠 때까지 기다릴 셈이다.
뒤에 리우 퍼디난도 보였다.
네빈과 절묘한 간격을 유지하며 내가 좌우 어디로 빠져나가도 막아낼 생각이다.
척- 스르륵-
순간 드리블을 멈추었다.
당황한 네빈이 반사적으로 발을 뻗었다.
나는 발바닥으로 볼을 잡아당기며 드래그 백 했다.
네빈이 자석에 당겨진 것처럼 앞으로 딸려 나오며 공간이 생겼다.
퍼디난이 크게 당황했다.
파아앙- !!
발끝으로 볼을 콕 찍어 올렸다.
역동작에 걸린 퍼디난은 머리를 넘기는 볼을 그저 지켜봐야 했다.
뻐어어어어엉- !! 촤르르륵- !!
“고오오오오오올~!!”
[뉴캐슬 2 대 1 맨유]내가 띄운 볼이 떨어지는 곳에 시어러가 있었다.
대포알 발리킥을 맞고 날아간 볼이 골망을 뒤흔들었다.
나는 툰 아미들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이건 너희들에게 바치는 골이야.”
내가 던지는 메시지였다.
5만 관중의 열광에 세인트 제임스 파크가 들썩였다.
[경기장이 비정상적인 열기에 휩싸였습니다. 정말 굉장합니다! 이런 분위기는 바로 이곳! 뉴캐슬에서만 느낄 수 있을 겁니다!]축구에는 흐름이라는 게 있다.
아무리 강팀이라고 해도 반드시 한두 번 실수하게 되고 아무리 약팀이라고 해도 몇 번의 찬스가 찾아온다.
그리고 실수는 보통 경기 막판.
체력이 바닥을 찍을 때 발생한다.
“헉. 헉. 헉. 헉.”
“젠장…”
후반 35분.
뉴캐슬 선수들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스코어는 여전히 2대1.
우리가 여전히 앞서고 있지만 위태로웠다.
EPL 정규리그에서 만난 맨유는 강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붙었을 때와는 뭔가 달랐다.
자신들이 이 리그의 제왕이라는 자신감 때문일까.
붉은 악마들은 무서운 집중력을 유지하며 우리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이제는 라인을 좀 내려도…”
동료들의 상태를 보고 나는 클롬 감독을 돌아보았다.
그는 전반전 시작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곳에 서서 똑같은 단어를 외쳤다.
“압박! 압박해! 절대 물러서지 마!!”
“젠장.”
우리 대빵이 까라는데 까야지.
뉴캐슬 선수들은 라인을 내리지 않고 끝까지 사방 압박을 가했다.
툰 아미의 열광적인 응원이 없었다면 벌써 예전에 압박 시스템이 붕괴했을 거다.
[후반전 45분이 끝나고 이제 추가시간 3분이 주어집니다. 툰 아미는 전부 일어서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뉴캐슬 전사들이 맨유를 물리치는 장면을 보고 싶은 것이겠죠.]“이런 망할…”
나는 깨달았다.
우리 팀의 진짜 문제는 체력이 아니었다.
문제는 정신력이었다.
기존 뉴캐슬 선수들은 이제 곧 맨유를 쓰러트릴 거라는 기쁨에 하나둘 취해갔다.
뿌리 깊게 박혀 있던 열등감이 승리의 도취감으로 바뀌면서 움직임이 둔해졌다.
진짜 승리하기 전에 미리 승리의 샴페인을 마시고 취해버린 거다.
“앗!! 뚫렸어!”
“막아! 반드시 막아야 해!”
뉴캐슬 선수들이 방심한 틈을 비집고 암살자 솔샤드가 침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