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is money RAW novel - Chapter 178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랑 같은 거지
[바이에른 뮌헨 신인 수비수 필립 롬! 이적료 4000만 유로에 뉴캐슬 유나이티드 입단 확정!]최재성이 협상을 매끄럽게 마무리한 덕분에 필립 롬은 1월을 넘기지 않고 잉글랜드로 날아와 뉴캐슬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우리는 이적료 4000만 유로에 더해 슈투트가르트 구단에 위약금까지 지불했다.
필립 롬의 영입은 영국 축구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뉴캐슬의 괴상한 영입 전략.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발상인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은 뉴캐슬의 겨울 전쟁. 의문으로 가득한 이유는?] [뉴캐슬의 엉뚱한 행보. 이번에도 통할까?]영국 언론은 신이 나서 떠들었다.
가뜩이나 시니컬한 유머를 좋아하는 영국인들인데 잘 만났다는 듯 독설을 쏟아냈다.
“풀백 둘을 영입하는데 대략 7000만 유로의 이적료를 썼어요. 그것도 검증도 안 된 어린 선수들을요. 손정호 회장은 뉴캐슬에 보육원을 차릴 생각인가 봅니다.”
“제가 이 업계에서 30년 넘게 일했는데 이런 식의 선수 보강은 본 적이 없습니다. 겨울 이적시장은 리그 중반에 누수된 전력을 즉시 보강하기 위해 있는 겁니다.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검증된 선수를 데려와야 합니다. 그런데 뉴캐슬이 영입한 선수들은 어떻죠? 전부 20대 초반의 풋내기들입니다. 그 친구들이 과연 거친 EPL에서 버틸 수 있을까요? 어림없습니다. 손 회장이 요즘 일본에서 야구단 인수 때문에 바쁘다더니 우리 잉글랜드 축구계에 통 큰 기부를 한 모양입니다.”
좋은 말을 하는 축구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대놓고 비웃는 사람들이 다수고 소수가 거리를 두고 관망하는 정도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뉴캐슬의 바비 롬슨 고문이 티비 인터뷰를 자청했다.
“우리 뉴캐슬은 유럽을 깜짝 놀라게 만들 겁니다. 앞으로 기대해도 좋습니다.”
그가 감독에서 고문으로 물러난 뒤 언론 앞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언제 나서야 하는지 타이밍을 아는 멋진 남자였다.
언제나 나대기 좋아하는 바르사의 후안 라포타 같은 녀석과는 격이 달랐다.
[바비 롬슨 경의 사자후! 뉴캐슬에 대한 기대감 상승!]잉글랜드 축구계의 거인이 이렇게 선언하자 진짜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로 여론이 전환되었다.
어쨌든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팀은 단연 뉴캐슬이었다.
기사의 숫자도 압도적이고 논란 덕분에 여론도 집중되었다.
똑같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유명 선수들을 영입한 첼시의 로빈 구단주는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겨울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선수는 아래와 같다.
[필립 롬] 독일 바이에른 뮌헨 이적료 4000만 유로 [다니 아우베즈] 브라질 세비아 이적료 2300만 유로 [하비에르 마스체라도] 아르헨티나 리버 플레이트 1300만 유로 [루카 모드라치] 크로아티아 디나모 자그레브 1650만 유로대략 1억 유로를 투자해서 4명의 어린 선수를 사들였다.
물론 이들에게 지급할 주급은 별도다.
어린 선수들의 좋은 점은 일단 주급을 낮게 책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
“자! 자! 이번에는 제대로 올려봐!”
“에이~! 개 발!”
겨울 이적시장이 마감되고 새로운 얼굴이 들어온 뉴캐슬 클럽 하우스는 어수선했다.
4명의 신인 선수 말고도 극동 아시아에서 온 손님들이 또 있었기 때문이다.
“건우야. 지금 리그에서 중요한 시기인데. 우리가 분위기를 망치는 거 아닐까?”
“아니에요. 선배님. 오히려 한국에서 애들이 와서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나는 지금 뉴캐슬 유소년 훈련장에 차범진과 있다.
그는 2주가 넘게 머물고 있다.
유소년 훈련장에는 내가 초청한 한국인 유소년 선수들이 뉴캐슬 유소년 선수들과 어울려 공을 차고 있었다.
“유럽 애들이 한국 애들한테 쨉이 안 되네요. 족구 월드컵 하면 우리가 1등 먹겠어요. 큭큭.”
한국의 유소년 선수들은 뉴캐슬 유소년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초반에 서로 너무 서먹서먹해해서 나는 축구 말고 족구를 하라고 시켰다.
한국인 선수와 외국인 선수들을 뒤섞어 한팀으로 만들어 4대4 족구를 시켰더니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일단 축구가 아니기 때문에 승부의 부담이 덜했고 자연스럽게 손짓발짓하며 의사소통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족구를 계속하자 어린 선수들이 금방 친해졌다.
이제는 같이 어울려 다니며 밥도 먹고 장난도 쳤다.
“어떠세요?”
“정말 보기 좋아. 건우의 아이디어가 좋았어.”
“별거 아니에요.”
“손정호 회장님 참 대단하셔. 여기서 이런 엄청난 규모의 일을 꾸미고 있었다니. 도시를 리모델링 하는 수준이야.”
차범진은 훈련장 사방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뉴캐슬은 도시 전체가 공사 중이었다.
시민들의 자존심 [세인트 제임스 파크 스타디움]을 중심으로 호텔, 쇼핑몰, 비즈니스 빌딩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고 있었다.
클럽 하우스와 훈련장, 축구장도 계속 확장 중이다.
“지금은 어수선하지만 3~4년 후에는 진짜 엄청날 거에요. 완전 다른 도시가 되겠죠.”
“허허. 우리 재단도 어서 발전해야 할 텐데.”
“잘하고 계시잖아요.”
“아니야. 역시 나는 이쪽으로는 머리가 안 돌아가.”
“이런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세요. 선배님은 누구도 할 수 없는 걸 하실 수 있잖아요. 저 어린 친구들이 나중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성장하려면 선배님의 카리스마가 필요해요.”
“맞아. 건우가 아부도 잘하지. 하여튼 못하는 게 없어.”
우리는 흐뭇하게 아이들이 공을 차며 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사내아이들이란 참 단순하다.
말이 안 통하고 살아온 환경이 달라도 공 하나만 던져주면 금방 친구가 된다.
뉴캐슬은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에 스카우터를 파견하는 걸 넘어서 현지에 유소년 캠프를 차리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유니세프와 함께 현지에서 유소년들에게 축구 교육과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그중에서 재능이 있는 소년들을 뽑아서 뉴캐슬 유소년팀에 영입하는 시스템이다.
차범진은 이런 일들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진심으로 애썼다.
그냥 밑에 사람들 시켜도 되는데 말이다.
“국가대표 문제는 어쩔 셈이야?”
“글쎄요. 일단 그냥 놔둘 생각이에요.”
“한국에서는 민감한 문제야. 조심해서 다루도록 해.”
“하긴 예전에 선배님이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을 때 한국 기레기들이 조국을 저버렸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썼었죠?”
“훗. 그랬지. 군대를 두 번이나 갔는데도 말이야…”
나는 2002년 월드컵 이후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소집을 거부해왔다.
이유는 [바빠서]
부상 핑계를 대는 것도 아니고 내가 너무 까놓고 이야기하자 축협은 물론이고 정부의 높은 분들까지 열 받은 모양이다.
축협이나 정부에서 주최하는 행사도 모두 참석 거부했으니까.
이런 놈들은 누가 잘 나가면 꼭 불러서 괜히 친한 척하고 지가 위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 한다.
물론 나는 그런 인간들에게 내줄 시간이 1분도 없다.
나의 건방짐을 싫어했던 사람들은 신이 나서 인터넷에 내 욕을 싸질렀다.
[김건우는 매국노다. 2002년 월드컵도 애국심이 아니라 병역 면제를 위해 출전한 거다.] [김건우의 국적을 박탈해야 한다.] [그 인간 재태크를 잘해서 재산이 몇 천억이라던데… 기부하는 건 한 번도 못 봤음. 돈만 밝히는 뼛속까지 이기적인 놈이다.]반대 의견도 팽팽했다.
[병신. 뭐래? 김건우 덕분에 월드컵 준우승한 거 잊었어? 업적 이루어서 국위 선양하고 당당하게 면제받았는데 뭔 매국노 타령? 군대는 능력 없는 너희들이나 가셔.] [김건우가 차범진 축구재단에 기부한 게 얼마인데? 그 재단이 어려운 청소년들한테 좋은 일 많이 한 거 몰라? 글 싸지르기 전에 검색 안 해보냐? 그런 너는 1만 원이라도 어디 후원하냐?] [솔직히 챔스 결승전 뛰다가 비행기 12시간 타고 와서 말레이시아전에 뛰고 싶겠냐?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 내려면 어떻게든 김건우를 달래서 데리고 가야 함.]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신경을 껐다.
사실 유럽에 있으면 한국 소식은 까맣게 잊게 된다.
지들끼리 갈라져서 북치고 장구쳐 봐야 소음은 한반도를 넘지 못한다.
그 시간에 자기 개발을 하는 게 낫다.
“그래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가 보네.”
내 이름이 박힌 뉴캐슬 유나이티드 14번 레플리카가 한국에서 벌써 70만 장이 팔렸다고 한다.
1장에 10만 원만 쳐도 매출이 700억이다.
그 매출의 5%가 내 수익이다.
진짜 대박은 따로 있다.
내가 선전하고 직접 유통하는 [뉴캐슬 브라운 에일]이 일본 아사히 맥주를 제치고 한국 판매 1위 수입 맥주가 되었다.
2000년대 내내 1위부터 3위까지가 전부 일본 맥주였는데 그걸 1분기 만에 이겨버린 거다.
나는 유니폼과 맥주 판매만으로 2003년 4/4분기에 대략 400억 이상의 순수익을 올렸다.
여기서 또 깨달은 세상의 법칙.
시끄러운 소수의 병신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걔들은 뭘 해도 까댄다.
그리고 내 유니폼도 안 사고 내 맥주도 안 처먹는다.
그런 병신들의 말을 하나하나 신경 쓰다 보면 똑같은 병신이 된다.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랑 같은 거지.”
중요한 건 침묵하는 다수다.
그들이 중요하다.
그들은 인터넷에 글을 남기지 않기에 오직 판매 데이터로만 파악할 수 있다.
유니폼이 폭발적으로 팔리고 맥주가 동이 났다면 나에 대한 바닥 민심은 아주 좋다는 거다.
자신을 갖고 내 식대로 살면 된다.
나는 2002년 월드컵을 이용해 국제적 명성을 얻고 유럽 빅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또 대한민국 모든 남자의 고민인 병역문제를 해결해서 경력의 리스크를 없앴다.
덕분에 대한민국 정부와 축협도 세계 축구계에 방귀 좀 뀌었으니 윈윈 아닌가?
앞으로 나에게 대한민국 국대 유니폼을 입히려면 정부 차원에서 아주 획기적인 제안이 있어야 할 거다.
“저 녀석. 깡이 참 좋네요.”
“기성훈이? 하하하. 나중에 한국 팀 주장이 될지도 몰라. 어린 친구가 아주 담대해.”
“선배님이 그렇게 보신다면 그렇게 되겠죠… 후후.”
나는 미래의 태극전사 캡틴 기성훈을 흐뭇하게 보았다.
덩치 큰 외국 선수들에게도 쫄지 않고 당당했으며 코치들에게도 한국 선수들을 대표해서 짧은 영어로 의사를 전달했다.
이번 연수가 15살 기성훈의 운명을 어떻게 바꿀지 기대가 됐다.
***
유소년 훈련장을 떠나 1군 훈련장으로 돌아왔다.
오전 팀 훈련을 마치고 오후에는 각자 알아서 개인 훈련을 하는 중이다.
“재밌군.”
4명의 이적생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팀에 적응하고 있었는데 서로 달라도 너무 달라서 진짜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