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is money RAW novel - Chapter 189
난 원래 뛰고 나면 밥맛이 없다구
“건!!”
모드라치가 제비처럼 날렵한 드리블을 치며 올라와 나에게 패스하려 했다.
하지만 나를 포위한 아스널 선수가 너무 많았다.
파앗- !!
모드라치는 할 수 없이 시어러에게 패스했다.
“날 우습게 보지 마!”
나를 집중 마크하느라 프리했던 시어러가 오른쪽으로 돌아들며 호쾌한 강슛을 때렸다.
뻐어어어엉- !! 파아아앙!
레먼 골키퍼가 또 막아내자 경기장에 탄식이 쏟아졌다.
도저히 아스널의 방패를 뚫을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후우~ 후우~”
나는 주변의 모든 상황을 잊었다.
오직 호흡에만 집중했다.
코너킥이 선언되자 양 팀 선수들이 페널티 박스로 모였다.
트윈 타워 발터와 프랑크가 골대 앞에 자리 잡았고 마스체라도는 제일 뒤에서 수비를 책임졌다.
“후우~ 후우~”
나는 골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덕분에 이중삼중 마크에서 간만에 자유로웠다.
키안은 여전히 껌처럼 붙어있었지만.
“히히. 내가 붙어있는 한 세컨드 볼은 어림없어.”
“후우~ 후우~”
그의 개소리를 무시하고 호흡만 생각했다.
필립이 올린 코너킥이 높게 날아왔다.
[레먼 골키퍼 점프합니다! 발터도 함께 뛰어오르며 헤딩 경합합니다!]파아아앙- !
레먼이 주먹으로 쳐낸 볼이 프랑크에게 날아갔다.
그가 캠블, 투레와 함께 뛰어올라 공중에서 경합했다.
캠블의 머리에 맞은 볼이 다시 오른쪽으로 튕겨 나갔다.
골대 앞은 거인들의 전쟁터였다.
“어!?”
키안이 돌아봤을 때.
나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김건! 혼전 중에 갑자기 나타났습니다!]이전까지 경험했던 초감각과 달랐다.
전에는 내가 볼을 소유하고 있을 때만 이런 감각이 생겨났다.
그런데 지금은 볼이 없는 상황에서도 감각이 확장되었다.
남보다 반 박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느낌.
파- 앗- !!
비에라와 투레 사이에 있던 볼을 발로 툭 차서 빼냈다.
오른쪽으로 한 발 빗겨나자 캠블이 성난 얼굴로 튀어나왔다.
일그러진 얼굴에 굵은 주름이 보였다.
투- 욱- !
나는 알았다.
캠블.
이 녀석이 나의 최고 무기라는 걸.
[김건! 캠블의 가랑이 사이로 볼을 찔러넣습니다! 레먼 골키퍼! 그냥 서서 지켜봅니다! 골! 골입니다!!]레먼 골키퍼의 오늘 컨디션은 최고였다.
골대 구석 어디로 차도 육중한 몸을 날려 막아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골대 앞 아군의 가랑이 사이에서 굴러나오는 볼은 막을 수 없었다.
[뉴캐슬 2 대 2 아스널]뉴캐슬 툰 아미가 모두 일어나 함성을 질렀다.
바닥까지 떨어졌던 실망감이 다시 희망찬 기대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삑! 삑! 삐이이이익!!
[경기 끝났습니다! 뉴캐슬과 아스널이 2대2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합니다.]뉴캐슬은 1위 등극에 실패했고 두 팀은 승점 2점 차이를 그대로 유지했다.
우리의 리그 우승 여부는 남은 5경기가 끝나봐야 알게 되었다.
“오늘만큼은 아스널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쩨쩨하게 우리의 약점을 노리기보다는 자신들의 축구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걸어왔습니다. 중세 기사들의 결투처럼 멋진 대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뉴캐슬 팬들도 만족했을 겁니다.”
나는 MOM으로 선정되어 경기 후 인터뷰에서 벵커 감독과 아스널 선수들을 칭찬했다.
아무리 MOM이라고 해도 20대 동양인 선수가 100년 넘은 클럽과 세계적인 감독, 선수들을 이러쿵저러쿵 평하는 건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EPL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만큼 이번 시즌 동안 나의 영향력이 커졌다.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그때도 튀는 발언을 많이 했고 인기도 있었지만 지금 정도의 영향력은 없었다.
바르사라는 구단 자체가 나보다 더 컸으니까.
“3일 후 벌어질 PSV와의 2차전은 어떻게 준비할 생각이죠?”
“그건 제가 아니라 우리 감독님께 물어보셔야죠.”
“하하하! 그러네요.”
기자가 민망했는지 웃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클롬 감독이 불쾌할 수도 있었다.
아니 보통 감독이었으면 이미 문제가 터져도 10번은 터졌을 거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재일교포 손정호 회장의 것이고 그의 황태자가 김건이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구단 운영, 훈련 방침, 선수 영입 등 전방위적인 분야에서 나의 입김이 들어간다는 걸 모두 알았다.
이런 유언비어가 매일 쏟아져 나왔다.
세계에서 옐로우 저널리즘이 가장 발달한 나라답게 별말도 안 되는 걸로 나와 클롬 감독의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다.
딱히 우리 둘에게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
이놈들은 그냥 재미로 이런 짓을 한다.
언론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김건에게 물어봐도 됩니다. 나와 이 친구는 피를 나눈 전우 [밴드 오브 브라더스]니까요. 우리는 감독과 선수 사이를 넘어선 관계입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축구팀에는 이런 관계가 꽤 많았습니다. 미헬스 감독에겐 크로이프가 있었고 헬무트 감독에겐 베킨바워가 있었으며 빌라르도에게는 마라도너가 있었죠.”
기레기들의 개수작은 클롬의 한마디에 녹아내렸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라는 단어는 미드로도 유명하지만 원래 영국인들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한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희곡 에서 나온 단어다.
독일 감독이 영국의 대문호를 인용해 영국 기자들을 한 방 먹인 거다.
인터뷰를 끝내고 서둘러 클럽하우스 식당으로 갔다.
선수들이 삼삼오오 모여 밥을 먹고 있었다.
3일 후 PSV전이 있기에 경기 직후 영양보충이 정말 중요했다.
스포츠 영양학에 의하면 경기 후 1시간 안에 양질의 영양분을 보충해야 근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이미 PSV와 대결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오버가 아니다.
나는 고참 선수들을 찾아다니며 뭘 얼마나 먹었는지 확인했다.
그중 시어러의 그릇이 깨끗한 걸 확인했다.
“선배. 이거 먹어봐요. 한국식 갈비찜과 대구찜이어요.”
영국에서 가장 흔한 생선이 대구다.
보통 피시앤칩스 튀김으로 먹는데 영양을 생각해서 한국식으로 쩠다.
“싫어. 난 원래 뛰고 나면 밥맛이 없다구.”
“잠깐만. 맨유의 판 니드델로이가 오늘 2골을 더 넣었으니까. 이제 선배보다 몇 골을 더 넣은 거죠~~?”
“쳇! 알았어! 알았다구!”
시어러가 억지로 꾸역꾸역 음식을 먹었다.
그는 판니와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원래 부상 전까지 5골 앞서고 있었는데 결장하면서 지금은 역전을 당했다.
“자! 밥 먹으면서 들어.”
클롬이 일어나서 선수들에게 말했다.
“앞으로 3일에 우리의 올 시즌 전체가 달렸다. 우리가 3일 동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번 시즌 결과가 달라진다. 우리는 5월 22일 날 3개의 트로피를 뽐내며 이 도시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일 수도 있다. 아니면 이 도시를 떠나 고향에서 빈손으로 허탈하게 휴가를 보낼 수도 있다. 그때… 조금만 더 집중했더라면… 하고 후회하면서.”
5월 22일은 FA컵 결승전으로 이번 시즌 마지막 일정이다.
그 전에 리그 경기와 UEFA컵 일정도 끝난다.
“감독님! 그냥 딴짓하지 말고 푹 쉬라고 하세요. 밥 먹다 체하겠어요.”
“하하하! 그런가! 미안 미안! 밥 먹고 푹 쉬고. 내일 다시 보자.”
우리는 어정쩡한 분위기에서 억지로 식사를 끝내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무승부로 끝난 날은 항상 이런 식이다.
다음 날 오전 11시경.
선수들이 하나둘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다.
다들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은 피곤한 얼굴이었다.
“뭐야. 아우베즈. 얼굴이 왜 그래? 어제 잠 못 잤어?”
“한숨도 못 잤어. 차라리 여기 와서 마사지 받고 자는 게 낫겠어.”
사실 이런 일은 흔하다.
프로 선수들은 경기 당일 밤에 대부분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될 대로 분비된 후라 흥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선수가 술이나 수면제를 찾게 되고 중독되는 일도 생긴다.
“휴식도 일입니다. 명심하세요. 제대로 휴식할 줄 모르는 사람은 프로가 아닙니다!”
마빈 코치가 젊은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갈구며 돌아다녔다.
한 달 전.
나는 그를 올 시즌 한정으로 우리 팀 회복 전문 코치로 고용했다.
작년 경험상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회복이 중요해질 거라는 걸 알고 내가 구단에 손을 썼다.
그는 미국 NFL 구단의 최신 회복 프로그램으로 우리 선수들을 관리했다.
NFL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포츠로 한 시즌 동안 겨우 17경기를 한다.
그 1경기, 1경기를 완벽하게 치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예술이다.
최첨단 과학과 스포츠 생리학, 영양학, 생화학, 심리학 등 당대 최고 전문가 그룹이 참여해서 선수들을 철저히 관리한다.
“우리가 무슨 미식축구팀이야?”
“쳇. 우리처럼 무식한 유럽 사람은 죄송해서 코치질 하겠나.”
“그 나라는 축구를 싸커라고 부른다며?”
마빈을 내 개인 코치가 아닌 팀 코치로 고용하는데 내가 망설인 이유다.
실력은 최고지만 인간이 워낙 눈치가 없고 정치 감각이 제로에 가까워서 팀에 있으면 동료 코치들과 항상 부딪쳤다.
역시나 이번에도 중간에 들어와 나대면서 일을 하자 기존 코치들이 대놓고 싫어했다.
“그런 소리들 할 시간에 마빈 코치의 노하우를 하나라도 더 배우세요. 미국 프로 스포츠가 이룬 성과를 무시하면 안 됩니다. 얼마나 좋은 기회에요?”
그런 분위기에 일침을 놓는 남자가 있었다.
피터 크러비츠.
클롬의 왼팔이라 불리는 남자로 마인츠 시절부터 함께 한 코치다.
부드러운 성격으로 선수들과 잘 어울렸고 무엇보다 나의 비전을 믿었다.
반면 클롬에게 대놓고 불만을 말하는 남자도 있었다.
“클롬. 우리가 꿈꾸었던 순수한 축구가 점점 망가지고 있어.”
제리코 부비치 수석코치.
보스니아 출신으로 피터와 함께 마인츠 시절부터 함께해온 클롬의 오른팔이다.
제리코는 게겐 프레싱의 실질적 설계자로 훈련장에서 선수들을 지휘하는 건 그의 몫이었다.
“김건의 실력은 인정해. 하지만 이건 우리의 팀이야. 그의 말을 따라서 계속 잡스러운 세부 전술을 쑤셔 넣다가는 우리의 게겐프레싱의 근간이 무너질 거야.”
“…”
시즌 초반 후반전 체력 저하로 역전당하는 경기가 많았을 때도 끝까지 고집을 부렸던 사람이 제리코였다.
그는 게겐프레싱 순수주의자로 아직도 90분 내내 사방 압박을 가하는 팀을 포기하지 않았다.
“클로포. 우리가 마인츠에서 했던 맹세를 잊었어? 바이언의 지루한 축구를 박살 낼 강력한 압박 축구팀을 만들자고 했잖아. 지금 뉴캐슬의 축구가 우리의 꿈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제리코의 말에 클롬은 대답하지 못하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아주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제리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