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is money RAW novel - Chapter 193
한국으로 치면 조선 시대잖아?
“저게 뭐야!?”
EPL리그 우승컵을 안고 뉴캐슬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어가 있었다.
펑! 펑! 펑! 펑!
컴컴한 도시가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말도 안 돼.”
우리는 눈을 의심했다.
타인 강가에서 우리를 환영하는 폭죽을 쏘아 올렸다.
모두 잘 시간에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뉴캐슬! 뉴캐슬! 유나이티드! 유나이티드!”
시민들이 모두 뛰쳐나와 거리를 가득 메웠다.
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외쳤다.
우리는 승전한 로마군단처럼 도시를 행진했다.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었어요.”
아직 두 개의 트로피가 남아 있어서 모든 대회가 끝나고 나면 그때 축제를 벌이려고 했는데 그러기는 개뿔.
흥분한 시민들이 몰려나와 뉴캐슬은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었다.
누구도 오늘 밤 그들을 말릴 수 없었다.
“뭐 78년 만이니까. 어쩔 수 없지.”
클롬 감독도 헛웃음을 터트렸다.
뉴캐슬 시내에 들어와서 클럽하우스 주차장까지 가는데 2시간이 걸렸다.
시민들이 버스를 두드리며 계속 응원가를 외쳐댔다.
선수들은 그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한껏 우승 기분을 냈다.
나는 커튼을 치고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았다.
“피곤하군…”
나의 마음은 이미 다음 경기로 향해 있었다.
***
5일 후.
우리는 스웨덴 예테보리로 떠났다.
[울레비 스타디움]UEFA컵 결승전을 보기 위해 4만 5천 석이 가득 찼다.
대부분 잉글랜드와 스페인에서 원정 온 팬들이었다.
뉴캐슬의 상대는 스페인 라리가의 박쥐군단 발렌시아 FC였다.
발렌시아는 무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사를 물리치고 올 시즌 라리가 리그 우승을 차지한 강팀이었다.
감독 라파엘 베니타스는 발렌시아 박쥐군단을 이끌고 최근 몇 년간 리그와 챔스에서 끝내주는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UEFA컵에서 올 시즌 EPL 우승팀과 라리가 우승팀이 맞붙게 됐습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대진이네요.]언론은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보다 UEFA컵 결승전을 더 관심 있게 다루었다.
이번 챔스 결승에는 대이변을 일으키며 모나코와 포르투 FC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두 팀 팬들은 좋아하겠지만 세계적인 빅클럽들이 탈락하는 바람에 흥행에서는 쪽박을 차고 말았다.
반면 UEFA컵은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리그 우승을 차지한 두 클럽이 맞붙는 거라 관심을 받았다.
[클롬이 이끄는 뉴캐슬이 창이라면 베니타스가 이끄는 발렌시아는 방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향이 정반대인 두 감독의 팀이 과연 어떤 대결을 펼칠지 기대가 됩니다.]막상 뚜껑을 열자 싱거운 결과가 나왔다.
뉴캐슬은 시작부터 라인을 올리고 발렌시아를 강하게 압박했다.
시즌 초에 우리가 무식하게 반복했던 사방 압박 전술 하드코어 버전이었다.
EPL팀들은 익숙해졌지만 라리가 팀에게는 문화 충격이었다.
베니타스가 자랑하는 4-2-3-1 포메이션의 약점은 전환 속도였다.
우리는 높은 위치에서 압박을 가해 볼을 빼앗으면 측면으로 빠르게 역습했다.
발렌시아가 자랑하는 더블 볼란치는 측면 공격에 부담을 느껴 좌우로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내가 그 틈으로 대지를 가르는 킬패스를 찔렀다.
“고오오오오올~!!”
리그 최종전의 주인공이 시어러였다면 UEFA컵 결승전의 주인공은 벨리미였다.
그는 내가 찔러주는 종패스를 왼쪽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잘 받아먹었다.
삑! 삑! 삐이이이익- !!
[경기 끝났습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발렌시아를 2대0으로 꺾고 창단 후 112년 만에 첫 UEFA컵을 차지합니다!]이걸로 더블이 달성되었다.
스웨덴까지 원정 응원 온 툰 아미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펑펑 눈물을 흘렸다.
맨날 우승을 밥 먹듯이 하는 맨유 팬들이었다면 오버한다고 비웃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뉴캐슬! 유나이티드다!! 유나이티드!”
우린 112년 만에 처음이다.
“씨바. 한국으로 치면 조선 시대잖아?”
그러니까 마음 놓고 울어도 된다.
시어러와 벨리미, 키어런, 기번 등 뉴캐슬 고참들이 나를 끌어안았다.
다들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고맙다. 김건. 정말 고마워.”
“니가 우리들의 도시로 찾아와 기적을 만들어낸 거야.”
“맞아요. 다 나 때문에 우승한 겁니다. 갑시다. 촌스럽게 눈물 짜지 말고.”
나는 성큼성큼 앞장서서 시상대로 올라갔다.
가장 높은 곳에서 UEFA컵 트로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나는 대회 MVP까지 차지하고 말았다.
***
다음 날 새벽.
우리는 스웨덴에서 뉴캐슬이 아니라 웨일즈로 떠났다.
웸블리 스타디움이 공사 중이라 웨일즈 카디프 경기장에서 올 시즌 마지막 경기.
FA컵 결승전을 치르게 되었다.
“젠장. 공항이 뭐 이따구야.”
카디프 공항에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입국 수속이 너무 오래 걸려서 가뜩이나 피곤한 선수들이 짜증을 냈다.
나도 마찬가지다.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스웨덴에서 날아왔더니 공항에서 이런 일을 당할 줄이야.
“우리가 외국인이야!? 외국인이냐구!!”
“외국인 선수들이 있잖아요. 기다리세요. 이러면 더 시간이 지체됩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뻣뻣한 태도였다.
공항 직원들이 답답하게 굴자 뉴캐슬 선배들의 더러운 성질이 폭발했다.
벨리미와 키어런이 쌍욕을 하며 난리를 치자 공항 직원이 보안요원을 불러와 더 깽판이 나고 말았다.
“웨일즈에서는 웨일즈의 방식을 따르세요.”
“씨팔! 이러니까 우리 동네가 촌동네라고 욕을 먹는 거야! 썅! 이런 망할 동네에서 왜 결승전을 하고 지랄이야!?”
웨일즈 출신 벨리미는 단단히 열 받았다.
비행기에서부터 자기 고향에서 결승전을 한다고 잔뜩 신나 있었는데 공항에서 이런 일을 당하자 동료들한테 쪽팔리고 그래서 화가 난 거다.
“다들 진정하고 직원들한테 협조해.”
클롬이 겨우 선수들을 진정시켰다.
우리는 3시간을 공항에 잡혀 있다가 겨우 풀려났다.
외국인 선수들의 여권 번호가 전산으로 확인이 안 돼서 그랬다고 하는데… 어쨌든 우리는 짜증이 났다.
호텔로 가는 버스에서 선수들이 투덜댔다.
“FA컵 결승전이라면 당연히 웸블리에서 해야지. 젠장. 이게 뭐야.”
“그러니까. 난 어릴 때부터 거기서 뛰는 게 꿈이었다구.”
영국 선수들에게 웸블리 구장은 꿈의 구장이었다.
영국 축구의 성지라고 불리는 웸블리 구장은 하필 지금 리모델링 중이었다.
“어디서 하나 결승전은 결승전이야. 이겨야 FA컵을 가져갈 수 있어.”
“누가 그걸 몰라요. 주장.”
“투덜거릴 힘이 있으면 잠이나 자 둬.”
시어러는 선수들의 불만을 잠재웠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뭐야? 저 자식들.”
“망할 밀월 훌리건 새끼들이잖아.”
“저 새끼들이 여기 왜 있어?”
호텔 앞에 훌리건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놈들이 우리 구단 버스를 발견하자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병과 달걀을 던져댔다.
퍽! 퍽! 와장창!!
“웨일즈 경찰 어디 갔어!? 호텔에 미리 보안대를 배치해 놨어야지!”
직원들이 경찰을 부르는 동안 밀월 훌리건들은 버스를 둘러싸고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퍽! 퍽! 콰직!!
이쯤 되면 중범죄였다.
런던 변두리를 연고지로 하는 밀월FC는 훌리건으로 유명한 잉글랜드 축구단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훌리건으로 악명이 높은 구단이다.
병이나 썩은 달걀 던지는 애들은 지금까지 많았다.
하지만 버스에 쇠파이프를 휘두르다니.
“저 새끼들이 진짜…”
창밖에 훌리건들과 눈이 마주쳤다.
몇 놈이 나를 발견하더니 양손으로 눈을 찢으며 까불었다.
“병신들…”
잠시 후 경찰이 도착하자 놈들은 재빨리 도망쳤다.
도시 게릴라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는데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그나마 빨리 물러나서 다행이군.”
“… 과연 그럴까요?”
나는 안도하는 클롬 감독에게 방심하지 말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나의 예감은 맞았다.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너무 지쳐서 회복 훈련은커녕 외출도 하지 않았다.
스웨덴에서 경기하고 48시간 만에 웨일즈에서 경기를 하는 미친 일정이니까.
우리는 마사지를 받고 호텔에서 휴식을 취했다.
밤이 되어 막 잠이 들었는데 역시나 내가 느꼈던 안 좋은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띠리리리리링- !!
비상 사이렌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을 깼다.
밖으로 뛰쳐나오니 복도에 이미 동료들과 코치들이 나와 있었다.
“호텔에 불이 났나 봐!”
“젠장! 자는 애들 다 깨우고 대피하자!”
우리는 미친 듯이 복도를 뛰어다녔다.
그런데.
불행일까 행운일까.
황당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방금 화재 경보는 기계 오작동이었습니다. 누군가 경보기 안전 캡을 깨고 버튼을 눌렀습니다. 지금 CCTV를 돌려보며 범인을 찾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조치를…”
“…”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나는 범인이 누군지 알았다.
“이 새끼들… 진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방으로 돌아갔더니 이번에는 창밖이 소란스러웠다.
밖을 내려다보니 호텔 앞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빵! 빵! 빠아아아앙!!
에에에에에에엥!!
밀월 훌리건들이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호텔 주변을 맴돌았다.
조수석에 앉은 놈은 메가폰 사이렌을 최대 볼륨으로 틀어놓았다.
“저 개새끼들이 경보기 눌렀다는데 내 손모가지 건다.”
결국 우리는 놈들의 방해 공작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훈련장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몸을 푸는데 어떻게 여길 알았는지 밀월 훌리건 놈들이 또 쫓아왔다.
놈들이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소동을 벌이는 바람에 마지막 훈련까지 엉망이 되었다.
경기 3시간 전.
우리는 서둘러 카디프 경기장에 도착해 라커룸에 들어갔다.
그나마 이곳은 경찰 병력이 충분해서 마음이 놓였다.
“이토록 상대를 박살 내고 싶은 적은 처음이야.”
“나도…”
“망할 놈들. 오늘 완전히 가루를 만들어 버리겠어.”
“결승전 끝나면 파티고 뭐고 잠 좀 편하게 자고 싶다…”
다들 이를 갈며 경기 시작 사이렌을 기다렸다.
[안녕하십니까. FA컵 결승전이 벌어지는 카디프 경기장에는 7만 명의 팬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정말 대단한 열기네요.] [그렇습니다. 역시나 눈에 띄는 팀은 이변에 이변을 거듭하며 결승전까지 올라온 밀월FC입니다. FA컵은 전통적으로 이변이 많은 대회지만 밀월의 결승 진출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이를 상대하는 뉴캐슬도 올 시즌 대단한 드라마를 쓰고 있는 돌풍의 팀이죠. 오늘 뉴캐슬이 승리한다면 49년 만에 FA컵 우승이자 팀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하게 됩니다.]삐이이이익- !!
올시즌 마지막 경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