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is money RAW novel - Chapter 208
밸런스를 깨트려야 해
[… 하지만 상대는 역습의 명수! 1대0 승부에 극강 첼시입니다. 클롬 감독.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경기를 망칠 수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패배한 팀은 FA컵을 놓치게 됩니다.]첼시로서도 고민이 될 거다.
역습을 위해 몇 명을 배치해야 할까.
너무 많은 인원을 역습에 투입하면 혼전 중에 골을 먹을 확률이 높아진다.
“우와아아아아!!”
무리노 감독이 손짓으로 역습 준비를 시켰다.
코너킥 하나에 경기장이 온통 들썩거렸다.
모두가 지금 이 세트 피스 하나가 승부처임을 알았다.
“우우우우우~!”
코너 플래그 옆에서 첼시 팬들이 나에게 야유를 쏟아냈다.
이 정도면 귀엽지.
삶은 돼지머리를 안 던지는 게 어디인가.
발터와 프랑크가 없기에 크로스를 높게 올릴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그걸 첼시 선수들도 안다는 거다.
나는 선수들의 위치를 슬쩍 보고 축구공을 내려다보았다.
회전수와 궤적의 각도, 우리 선수와 상대 선수들의 동선 그리고 바람의 세기.
‘!’
모든 정보가 나의 몸에서 한순간 융합되었다.
뻐어어어엉- !!
[김건! 크로스 강하게 찼습니다! 높게 떠버렸어요! 어! 어!]드라이브슛의 원리를 응용해 세로가 아닌 가로로 회전을 먹였다.
높게 떠오른 볼이 기다란 호를 그리며 추락하듯 뚝 떨어졌다.
목욕탕처럼 사내들로 북적대는 골대 앞을 지나쳐 볼이 떨어지는 곳에 그 남자가 있었다.
“고오오오오올~!!”
[뉴캐슬 1 대 0 첼시]강한 회전이 걸린 볼이 탈모가 심각하게 진행된 시어러의 민머리에 명중하며 폭발했다.
시어러는 개구리가 점프를 준비하는 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헤딩골을 집어넣었다.
[골! 골! 골! 골입니다! 김건과 시어러가 FA컵에서 거함 첼시를 침몰시킵니다!]결국 1대0으로 우리가 승리했다.
무리노는 경기 후 인터뷰를 거부하고 자리를 떴다.
“우리는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의 축구로 EPL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 아니 세계 최정상에 오를 겁니다.”
나는 경기 후 인터뷰를 자청해서 메시지를 전달했다.
다음 경기를 생각한 나의 포석이었다.
***
3일 후.
뉴캐슬 공항으로 전세기가 내렸다.
빨강, 검정 그리고 하얀색으로 칠해진 비행기가 날아온 곳은 바다 건너 유럽 대륙의 북부 이탈리아.
모두가 동경하는 패션의 도시 밀라노에서였다.
“뉴캐슬의 축구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아주 창의적인 축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멋진 팀과 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영국 언론이 어떻게든 싸움을 붙이려 했지만 덕장으로 유명한 AC밀란의 카를로 안첼로타 감독을 상대로는 효과가 없었다.
그는 그 유명한 [밀란 제너레이션 2기 멤버]를 이끌고 뉴캐슬에 입성했다.
대표 미남 카카, 인차기, 말디나, 네스티 등이 비행기에서 내리자 여성 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내가 또 하나의 역사를 바꾸겠구나.”
과거 축구 역사를 전부 아는 건 아니지만 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스탄불의 기적]이걸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물론 기적은 리버풀 팬의 입장에서고 AC밀란 팬의 입장에서는 이스탄불의 악몽이다.
우리는 맨유를 대신해 첫 번째 시드에 있었고 리버풀은 반대 시드 끝에 있었다.
역사대로라면 리버풀은 결승까지 올라가 우리를 기다릴 거다.
이스탄불에서 리버풀과 결승전을 치르려면 우선 AC밀란을 해치워야 했다.
원래 역사에서 결승전까지 올라가 먼저 3골을 넣은 팀이니까 조심해야 했다.
“도시 전체가 떠들썩하네.”
“당연하지. 이게 유럽에서 사는 재미 아니겠어?”
잉글랜드 북부의 작은 도시가 들썩들썩했다.
거리는 세계에서 몰려든 기자들로 붐볐고 AC밀란을 응원하러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팬들로 가득했다.
표를 구하지 못했는데도 경기장 옆에서 현장의 느낌을 받고 싶어 찾아온 사람들도 많았다.
도시가 축구의 마법에 걸려 버렸다.
[이곳은 챔피언스리그 16강 뉴캐슬 대 AC밀란전이 펼쳐지는 세인트 제임스 파크입니다. 5만 2천 석의 좌석은 이미 가득 차 있고 경기장 밖까지 팬들로 가득합니다. 정말 대단한 열기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뜨거운 두 팀이 16강에서 만났습니다. 두 젊은 감독이 이끄는 밀란과 뉴캐슬이 대 충돌합니다.]챔피언스리그 주제가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바르사에서 겪었던 느낌과는 많이 달랐다.
내 팔에 주장 완장이 달려있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저 녀석들. 경기 시작하면 깜짝 놀랄 거야. 큭큭.”
“주장. 초반에 승부를 내자구.”
아니면 모두가 나를 팀의 중심으로 인정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김건! 김건! 김건!”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 모인 5만 명의 팬들이 계속 나의 이름을 외쳤다.
나는 지금 세상의 중심에 서 있었다.
삐이이이익- !!
우리는 전반전 시작과 동시에 AC밀란 진영으로 올라갔다.
중요한 경기에서 처음부터 이럴 줄 몰랐던 밀란 선수들이 당황했다.
[뉴캐슬! 지난 시즌에 보여주었던 강력한 사방 압박을 시도합니다!]밀란 선수들은 세리에A와는 다른 격렬한 리듬에 실수를 연발했다.
모드라치가 혼전 속에서 볼을 빼앗았다.
“주장!”
패스를 받아 돌아서는데 검객의 칼처럼 날카로운 태클이 다리 사이로 쓰윽- 들어왔다.
나의 몸에는 닿지도 않았고 오직 볼만 빠져나갔다.
“너는!?”
센터백 파울로 말디나였다.
그가 중원까지 올라와 볼을 빼앗았다.
그는 나를 한번 쓱 보더니 외면했다.
2002년 월드컵의 아픈 기억이 떠오르는 듯.
당신 머리를 걷어찬 건 내가 아니라 춘수라구.
“젠장!! 복귀해! 빨리!”
말디나의 태클 한 방에 전세가 역전되었다.
볼을 받은 안드레아 피를러가 절묘한 롱패스 한방으로 뉴캐슬 최종 수비라인을 깨트렸다.
뻐어어어엉- !!
다행히 골키퍼 캐스퍼가 페널티박스 밖으로 뛰쳐나와 원톱 크레스퍼와 경합 끝에 헤딩으로 튕겨냈다.
시작 3분 만에 골을 먹을 뻔했다.
[양 팀 굉장합니다! 시작부터 치명적인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았습니다!]시작부터 모두의 예상을 깬 전개가 펼쳐졌다.
AC밀란은 전매특허처럼 쓰던 다이아몬드 투톱 포메이션이 아니라 4-3-2-1 일명 크리스마스 트리 포메이션으로 나왔다.
에르난 크레스퍼가 최전방에 서고 카카와 후이 코스터가 2선에서 움직였다.
3선에서는 미친개 셰드르프와 가투조가 중원을 휩쓸고 다녔고 레지스타 안드레아 피를러는 가장 깊숙한 위치에서 팀을 지휘했다.
“뭔가 재수 없는 느낌이야. 이탈리아산 올리브오일을 바지에 쏟은 느낌이랄까.”
뉴캐슬 선수들은 AC밀란의 축구에 당황했다.
처음에는 기세 좋게 사방 압박을 했지만 피를러에게 몇 번 역습을 당하자 라인을 내리고 물러서야 했다.
피를러의 롱 패스는 스나이퍼의 저격처럼 치명적이었다.
“첼시와는 달라. 둘 다 짜증나지만.”
첼시의 수비가 단단한 두 벽이 조여오는 느낌이라면 밀란의 수비는 이태리 장인들의 수제 그물 같았다.
활동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에너지 레벨로 상대를 몰아붙이면 기술이 좋은 선수가 슬쩍 다가와 소매치기처럼 볼을 빼냈다.
네스티와 말디나의 센터백 조합은 EPL의 어떤 팀과도 달랐다.
피지컬은 별거 없어 보이는데 막상 돌파하려고 보면 빈틈이 없었다.
또 빈틈이 생겨서 들어가면 어김없이 덫에 걸려 볼을 빼앗겼다.
“역시 난적이야.”
밀란은 난적이라는 표현이 딱 맞았다.
팀으로서의 공수 밸런스가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시간 덕분에 상대 팀의 대단함이 더 잘 보였다.
“필립! 아우베즈! 너희들이 나설 차례야!”
우리는 좌우 사이드 공략을 시작했다.
[필립 롬! 왼쪽에서 오버래핑! 돌파를 시도합니다! 아! 막힙니다! 카포에게 볼을 빼앗겼어요!]그렇다.
밀란의 오른쪽 뒤에는 이 남자가 버티고 있었다.
브라질 전설의 라이트백 카포.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완벽했던 풀백.
현역시절 가장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행운의 사나이.
필립 롬은 오늘 처음으로 벽에 부딪쳤다.
카포가 볼을 보내자 피를러가 피치를 대각선으로 가르는 아름다운 스루패스를 날렸다.
[크레스퍼! 볼 잡았다가! 아! 놓칩니다!]그나마 다행인 건 오늘 크레스퍼의 컨디션이 별로였다는 거다.
안 감독이 왜 셰브첸크와 인차기를 놔두고 그를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우리에게는 행운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행운은 한순간 불행으로 추락했다.
“고오오오오올~!!”
[뉴캐슬 0 대 1 AC밀란]밀란에는 슈퍼 에이스 카카가 있었다.
그는 크레스퍼 뒤에 숨어 살금살금 움직이다가 순간 튀어나오며 라인을 깨트리고 들어가 골을 집어넣었다.
100미터를 10초대에 주파하는 카카의 치달은 살인 병기였다.
녀석이 활짝 웃으며 세리머니를 했다.
웃으니까 더 잘생겼네.
“망할 자식…”
우리의 플랜A가 깨져버렸다.
클롬 감독과 나는 AC밀란의 경기 영상을 수백 번 돌려보며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본 그들은 훨씬 강했다.
“문제는 밸런스야. 밸런스를 깨트려야 해.”
밀란의 힘은 완벽한 공수 밸런스에서 나왔다.
11명이 기계처럼 움직이기보다는 개인의 기량을 바탕으로 설렁설렁 뛰다가 필요한 순간에 힘을 집중했다.
“최악의 대진이었어…”
3일 전 대결했던 조직력의 끝판왕 첼시와는 정 반대 스타일이었다.
첼시전의 피로가 남은 상태로 스타일이 다른 밀란을 상대하다 보니 뭔가 리듬이 잘 맞지 않았다.
“좋아.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나는 센터백과 있다가 더 내려가서 피를러에게 바짝 붙었다.
피를러가 흠칫 놀랐다.
“설마 니가 나를 마크하는 거야?”
“응. 기대해.”
[김건! 피를러를 맨마크합니다! 팀의 원톱 공격수가 상대 미드필더를 마크하는 기묘한 광경입니다!]나는 피를러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가 볼을 받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밀란은 카카와 후이 코스터에게 직접 볼을 연결했다.
[필립 롬! 패스를 커트합니다! 그대로 오버래핑!]효과가 있었다.
필립은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며 패스를 커트했고 그대로 역습을 감행했다.
[필립! 카포와 다시 충돌합니다!! 아!]필립이 돌파할 듯 카포를 끌어내더니 나에게 패스를 찔렀다.
밀란 골대를 등지고 있던 나는 원터치로 볼의 방향만 돌려놓았다.
팟- ! 파바밧- !
모드라치가 나를 방패처럼 이용하며 오른쪽으로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파아아앗- !!
[모드라치! 네스티의 태클에 걸립니다! 다시 역습 찬스!!]또 그 녀석이었다.
카카가 2선에서 패스를 받아 볼을 치고 달렸다.
역동작에 걸린 수비수들이 어떻게든 따라가려 했지만 이미 카카는 라인을 깨부수고 들어가 골을 때려 넣었다.
“고오오오오올~!!”
[뉴캐슬 0 대 2 AC밀란] [경기 끝났습니다! AC밀란이 적지에서 귀중한 승리를 거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