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is money RAW novel - Chapter 255
평소답지 않게 왜 진지 빨고 그래요?
“어딜!”
최진천까지 뚫리면 내가 마지막으로 나섰다.
우리는 3중의 방어막을 친 요새였다.
[김건우! 볼을 빼앗아 전방으로 길게 찹니다! 환상적인 공격에 이은 멋진 수비!]공격이 계속 실패하자 아드리아누가 서둘기 시작했다.
압도적 피지컬과 상반되는 그의 가냘픈 멘탈이 흔들렸다.
아드리아누는 끈덕지게 달라붙는 한국 선수들에게도 짜증을 냈다.
그리고 결국.
퍼어어어억- !
[아드리아누! 팔꿈치로 조원의의 눈을 가격합니다!!] [큰 소리가 났는데요! 제발 큰 부상이 아니길 빕니다.]삐이이이이이익- !!
주심이 경기를 중단하고 카드를 뒤적였다.
딩요가 달려가 고의가 아니라고 변명했다.
그만큼 분위기가 심각했다.
쓰러진 조원의는 눈두덩이가 찢어져 잔디에 피를 쏟고 있었다.
후반전 18분경.
지금 아드리아누를 쫓아내면 승부는 우리에게 넘어온다.
[심판 카드를 들어 올립니다! 아!]“우우우우우우~!!”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아드리아누는 겨우 옐로카드를 받았다.
“원의야. 괜찮아? 계속 뛸 수 있겠어?”
“당연하죠.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이게 몇 개로 보이니?”
“어… 그게… 세 개요?”
나는 원의에게 손으로 브이를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세 개라니.
하지만.
“좋아. 부탁한다. 놈을 끝까지 쫓아다니며 괴롭혀줘.”
“맡겨두세요.”
달리 조원의를 대신할 선수가 없었다.
그만큼 빠르고 영리하고 끈덕지게 공격수를 괴롭힐 선수가 없었다.
조원의는 붕대를 감고 한쪽 눈이 감긴 상태로 아드리아누를 쫓아다녔다.
[조원의! 안으로 파고들며 기어이 볼 빼앗습니다! 아드리아누! 질려버린 표정입니다!]축구의 신은 변태다.
피지컬과 힘, 스피드, 유연성, 슈팅력, 기술…
축구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아드리아누에게 내리고서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빼먹었다.
바로 정신력.
“축구에서 정신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지!”
팔꿈치에 맞고 눈이 찢어진 조원의는 겁내기는커녕 더 악착같이 덤벼들었다.
반면 아드리아누는 물러섰다.
전진성을 잃어버리고 계속 뒤로 볼을 돌렸다.
[김건우! 다시 올라갑니다!]원의가 밀어준 볼을 받아 직접 역습을 감행했다.
카카와 주니뉴가 막아섰지만 둘의 수비는 어설펐다.
진짜 무서운 건.
파앗- !! 퉁!!
[김건우! 카푸가 달려들자 머리 위로 볼을 넘깁니다!]풀백 카푸의 수비력이었다.
나는 그가 비우고 나온 오른쪽으로 볼을 날렸다.
박지승이 반드시 그곳으로 달려가 받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박지승! 오른쪽으로 쇄도하며 볼을 받아냅니다! 앗! 그리고 원터치로!]박지승은 천재다.
얼굴이 노력 형이라 오해를 받는데 그는 타고난 천재다.
이런 감각적인 플레이는 노력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투욱- !
박지승은 브라질 수비진이 오른쪽으로 쏠리는 걸 보고 원터치로 리턴 패스를 날렸다.
덕분에 나는 반 박자 빠르게 볼을 받아 중앙으로 침투했다.
‘!’
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나는 왼쪽으로 볼을 밀어주며 몸을 회전했다.
촤아아악- !!
시우바가 뒤쫓아와 백태클을 걸었다.
레드카드를 각오한 반칙이었는데 나는 그걸 피해냈다.
[왼쪽에서 이춘수! 볼 잡았습니다! 돌파 시도!]“야! 이춘수! 인마! 안 돼!!”
결정적인 순간.
이춘수 나쁜 버릇이 튀어나왔다.
우리가 수적 우위에 있는데도 골 욕심에 무리한 단독 돌파를 시도했다.
결국.
파앗- ! 팟- !!
[이춘수! 카를로스에게 볼 빼앗깁니다! 아! 어어어!!]카를로스가 볼을 빼앗자 이춘수는 포기하지 않고 뒤따라붙어 기어이 볼을 태클로 쳐냈다.
또르르르-
볼이 공교롭게도 안정민에게 굴러갔다.
뻐어어어어엉- !!
안정민이 노마크에서 마음먹고 오른발을 돌렸다.
제대로 구석에만 차면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위치였다.
[아… 슛이 높이 떠서 날아갑니다! 안정민. 저런 어이없는 슛을 때리는 선수가 아닌데요.] [의욕이 앞섰어요.]나는 주저앉은 안정민에게 가서 이렇게 말했다.
“선배. 골 못 넣는 건 괜찮지만 이렇게 주저앉는 건 안 돼요. 다른 선수들까지 힘 빠진다구요.”
나의 말에 안정민이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 미안하다.”
“선배…”
안정민의 깊은 눈동자가 살짝 촉촉해져 있었다.
그만큼 골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거다.
“선배. 평소답지 않게 왜 진지 빨고 그래요? 쓸데없는 잡생각 하지 말고 골 넣는 것만 생각해요. 팀은 내가 챙길 테니까.”
“알았어! 알았다구!”
안정민은 안 그런 척하면서 항상 주변을 챙기는 남자다.
후반전 막판.
1명 모자란 상황에서 죽도록 뛰고 있는 동료들 때문에 어깨가 무거워진 거다.
[후반전도 이제 10분 정도가 남았습니다. 골은 나오지 않았지만 양 팀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아드리아누가 조원의에게 말린 후 딩요가 직접 공격해오는 횟수가 늘어났다.
이훈과 최진철은 각자 옐로카드를 하나씩 받을 정도로 온몸을 던져 딩요를 막아냈다.
[수비진의 모든 선수가 카드를 받은 상황이라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만에 하나 한 명이 더 퇴장당하면 대한민국팀에게 희망은 없습니다.]“헉. 헉. 헉. 헉.”
후반전 36분.
한국 선수들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브라질 선수들에 비해 부족한 기술을 활동량으로 메꾸다 보니 몸에 과부하가 걸렸다.
“후우~ 후우~”
그에 비해 브라질 선수들은 조용히 숨을 내쉬며 한국의 골대를 응시했다.
한국의 끈질긴 수비에 질릴 대로 질려버린 표정이다.
[브라질! 주니뉴를 빼고 호비뉴를 투입합니다. 후반전이 끝나기 전에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죠.]우리에게는 위협적인 교체였다.
호비뉴는 한때 제2의 펠레라고 불렸던 초절기교 드리블러로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였다.
호비뉴가 측면에서 뛰고 시우바가 중앙으로 와서 브라질은 수비에도 안정감이 생겼다.
브라질 감독이 왜 지금까지 이 카드를 안 썼는지 궁금할 정도로 공수에 중심이 잡혔다.
[호비뉴! 들어오자마자 드리블 돌파를 시도합니다! 한국 선수들! 당황합니다!]호비뉴는 굳이 비교하자면 로나우딩요와 비슷한 플레이를 했다.
허나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묘하게 달랐다.
“어!”
“이런 젠장!”
그동안 딩요와 아드리아누를 상대하던 한국 선수들은 호비뉴 특유의 리듬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는 볼을 멈춰놓고 화려한 헛다리 짚기로 상대의 중심을 무너트리는 게 주특기였다.
미묘하게 틀린 리듬에 한국 선수들의 협력 수비가 어긋났다.
[호비뉴! 화려한 발재간으로 차례차례 돌파해 들어갑니다! 어! 어! 위험해요!]파아아앗- !!
호비뉴가 이훈에 이어 최진철까지 제치는 순간.
나는 거친 태클로 볼을 차 냈다.
호비뉴가 박스 안에서 쓰러졌지만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뻐어어어엉- !!
나는 전방으로 볼을 차버리고 성질을 냈다.
“뭘 망설이는 거야!? 저놈들이 우리보다 볼 잘 차는 거 몰라? 그냥 몸으로 밀어 버려!! 발모가지를 부러트려! 절대 물러서지 마!”
기술도 떨어지고 숫자도 적은 우리가 마지막으로 매달릴 건 오직 기세뿐이었다.
기세에서 밀려 뒷걸음질 치는 순간.
대한민국은 패배한다.
[브라질! 다시 공격을 전개합니다! 연장전까지 갈 생각이 없어 보이네요!]브라질은 언제나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그런 팀에게 연장전이 달가울 리 없었다.
나는 그들의 성급함을 파고들었다.
“온다!”
딩요의 패스를 받은 아드리아누가 황소처럼 돌진했다.
수비수들이 몸을 던져 앞을 막았다.
투욱- !
아드리아누가 부드러운 동작으로 볼을 뒤로 보냈다.
그의 거대한 덩치 뒤에 숨어서 접근해오던 자객이 순간 모습을 드러냈다.
파앗- !!
[카카! 미칠듯한 스피드로 한국의 골문을 노립니다!!]카카는 오늘 전술에서 가장 피해를 본 선수다.
선배들 때문에 평소 뛰던 2선이 아닌 3선에서 어정쩡한 역할을 맡았다.
그에 대한 한풀이라도 하듯 폭발적인 움직임으로 밀고 들어왔다.
하지만.
“그럴 줄 알았다!!”
나는 카카가 달려드는 타이밍만 기다리고 있었다.
“어!?”
분명 정확한 타이밍에 태클이 들어갔는데 카카는 투명인간처럼 나를 통과해 지나갔다.
그리고.
뻐어어어어엉- !!
축구공이 터져나갈 듯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파아아아아앗- !!
이은재가 몸을 던져 카카의 슛을 쳐냈다.
튕겨 나온 볼이 호비뉴에게 굴러갔다.
그가 슛을 때리려는데 최진천이 몸을 던졌다.
[호비뉴! 슈웃! 아! 페인트로 제치고 다시 슛!]호비뉴는 이런 상황에서도 사악할 정도로 침착했다.
최진천을 여유 있게 벗겨내고 슛을 때렸다.
파아앗- !!
모두가 눈을 의심했다.
분명히 최진철은 페인트에 속아 넘어졌다.
그런 그가 필사적으로 다리를 뻗어 발끝으로 볼을 살짝 건드렸다.
이훈이 굴러가는 볼을 끝까지 쫓아가 몸을 던지며 내 쪽으로 차 냈다.
“건우야~~! 부탁한다!”
나는 그 볼을 받아 앞으로 내달렸다.
바로 속도를 최고로 올려 달려드는 시우바를 상체 페인팅만으로 제치고 계속 전진했다.
‘!’
순간 한국 공격진의 움직임과 브라질 수비진의 움직임이 하늘에서 내려다본 것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그동안 꾸준히 마빈 코치와 뇌의 시냅스를 확장하는 훈련을 해왔기 때문일까.
지금 가장 필요한 능력이었다.
‘연장전은 없어! 이번 기회에 반드시 넣는다!’
한국 공격진이 4명, 브라질 수비진이 5명.
나는 오른쪽으로 급선회하며 수비진을 한쪽으로 몰았다.
넓어진 왼쪽 공간으로 박지승이 침투했다.
척- 투욱-
나는 볼을 멈추고 박지승에게 패스하는 척.
페인팅을 주다가 중앙으로 내달렸다.
이춘수가 내 뒤에서 오른쪽으로 벌리며 달려갔고 안정민은 중앙으로 함께 침투했다.
투욱-
라보나킥으로 볼을 사이드로 보냈다.
오른쪽에서 이춘수가 볼을 받아 그대로 차올렸다.
[이춘수 크로스! 골문으로 날아옵니다!]나는 브라질 센터백과 공중 경합을 했다.
뼈와 살이 맞부딪쳤다.
퍼억- !!
[박지승! 다이빙 헤딩 슈우우웃- !! 아!]튕겨난 볼을 지승이가 몸을 던져 머리에 맞췄다.
브라질 디다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냈다.
[아!! 아깝습니다! 거의 들어갈 뻔했는데요! 어! 어!] [고오오오오올~!! 골이에요!! 김건우!]공중볼 경합 후 착지하는 순간.
왼쪽 무릎이 찌릿했다.
그때 지승이의 헤딩 슛이 디다의 손을 맞고 튕겨 나왔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했다.
왼팔을 휘저으며 회전력을 얻어 몸을 띄웠다.
오른쪽 발등에 정확하게 걸린 볼이 총알처럼 골망을 갈랐다.
[김건우! 세계 최강 브라질을 상대로 오버헤드킥 역전 골을 만들어냅니다!!] [브라질 1 대 2 대한민국]나는 쓰러져서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기쁨과 함께 두려움이 엄습했다.
좀 전에 느낀 왼쪽 무릎의 통증은 전생에서 나를 그토록 괴롭혔던 바로 그것이었다.
“건우야! 이 멋진 녀석아!”
흥분한 동료들을 해치고 일어나 조심스럽게 왼발을 내디뎠다.
‘!’
다행히 통증은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왼쪽 무릎을 이리저리 만져보았다.
“휴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삑! 삑! 삐이이이익- !!
[경기 끝났습니다! 대한민국이 브라질을 2대1로 꺾고 독일 월드컵 4강에 진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