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is money RAW novel - Chapter 258
선배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한국인은 베를린 올림피아 스타디움에서는 절대 질 수가 없습니다.”
베를린에 입성해서 나는 또 인터뷰를 자청했다.
한국 언론뿐만 아니라 독일 언론도 적극 활용했다.
결과는 대성공.
독일 내 한인 사회에서 나를 공개적으로 지지할 정도였다.
“손기정 옹이 올림피아 스타디움에서 우리 한국인들을 위해 심장이 터지도록 뛰었듯이 우리 선수들도 결승전에서 그렇게 뛸 것입니다.”
한국의 마라톤 영웅 손기정 옹을 거론하며 필승을 다짐했다.
독일의 여론도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아픈 역사를 가진 조선인의 후예들이 베를린으로 돌아와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는 스토리에 다들 감동했다.
“하늘에 계신 손기정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축복을 내려 주실 거야. 다들 마지막 힘까지 쏟아내자.”
한국 선수들도 내가 만든 스토리에 동기부여를 받았다.
월드컵 결승전이 벌어지는 올림피아 스타디움은 내가 유럽에서 첫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 행운의 장소이기도 했다.
올림피아 스타디움은 독일의 정신이 담긴 신전 같았다.
나치 제3 제국 시절 히틀러에 의해 만들어진 건물답게 위압적인 느낌도 강했다.
전투민족 게르만의 성지랄까.
“대~ 한민국! 대~ 한민국!”
그런 곳에서 한국인들이 마음껏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었다.
7만 명이 들어찬 경기장은 엄청난 열기에 휩싸였다.
VIP석에는 조직위원장 베킨바워와 요한 크로이프, 펠레, 마라도나 등 세계 축구의 레전드들이 모두 찾아와 있었다.
그들의 대화 주제는 바로 김건우였다.
“그 친구가 이번에는 어떤 포지션에서 플레이할지 기대가 돼요.”
“이탈리아를 상대하는 거니까. 역시 최전방이겠지.”
“그 친구. 저번 대회처럼 또 사고 치는 건 아니겠지?”
“설마~~”
김건우는 월드컵 대회 내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한국팀이 상대에 따라 다양한 전술 변화가 가능했던 건 김건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상대하는 이탈리아는 조별리그부터 토너먼트까지 모든 경기에서 단 1실점만 허용했다.
그것도 자책골이었으니까 정말 미칠듯한 수비력이었다.
반면 한국은 예측불허한 전술 변화로 다이나믹한 경기를 이어왔다.
한국이 이탈리아를 상대로 어떤 전술을 펼칠지가 모두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
결승전 입장을 앞두고 통로에 서 있는데 이탈리아 선수들이 우르르 나와 나란히 섰다.
붉은 유니폼과 푸른 유니폼의 만남.
이탈리아 녀석들은 한국에 대한 적의를 숨기지 않았다.
지난 대회 때 당한 앙금이 남아있었다.
재밌는 건 나에게 호되게 당한 토티는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는 거다.
어디가 아픈지 표정도 어두웠다.
반면 지난 대회에 나오지 않았던 놈들이 설쳤다.
“큭. 마늘 냄새 때문에 토할 거 같아~”
바로 문제의 그 녀석.
마르코 마테라치가 등장했다.
키 193에 흉악한 문신으로 범벅이 된 몸뚱아리.
팔다리까지 비정상적으로 길어서 문어 같았다.
외관부터 눈빛, 말투, 목소리…
비호감의 결정체였다.
“야~ 썩은 똥 치즈. 암내 덩어리. 너땜에 내 코가 썩겠다. 저리 꺼져. 인마.”
내가 정확한 이탈리아어로 받아치자 이탈리아 선수들이 화들짝 놀랐다.
우습게도 이탈리아 선수들도 마테라치를 두려워했다.
동료들에게도 똘아이 취급받는 게 분명했다.
“너. 지금 나한테 말한 거야?”
“그래. 여기 냄새나는 놈이 너밖에 더 있냐? 이 썩은 암내 덩어리야. 너 데오도란트 살 돈도 없어? 내가 하나 사 줄까?”
“이… 새끼가…”
마테라치가 정색하며 다가오길래 나도 앞으로 나갔다.
옛 동료 안정민과 이태리 주장 칸나바로가 달려들어 말렸다.
칸나바로는 야수 조련사처럼 강하게 마테라치를 질책하더니 나에게 말했다.
“김건! 결승전에서 이럴 필요까진 없잖아? 우리 서로 페어플레이하자.”
나는 마테라치를 향해 썩쏘를 날리며 이렇게 말했다.
“페어플레이? 이탈리아 축구에 그런 게 있었나? 야! 마테라치! 토티한테 좋은 치과 소개받아라. 너도 오늘 경기 끝나면 인플란트 박아야 할 테니까.”
“뭐! 이 새끼야!!”
축구장이 순식간에 WWE 프로레슬링판이 되었다.
심판과 스태프들이 모두 달려들어 난장판이었다.
문제는 이 장면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있었다는 거다.
한국 중계진은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이렇게 정리했다.
[오늘 월드컵 결승전은 정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걸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기대가 되네요.]“건우야. 저 녀석을 너무 자극하는 건 위험해.”
“위험을 감수해야 월드컵 우승을 할 수 있어요. 16강에서 만난 이탈리아와 결승전에서 만난 이탈리아는 완전히 다른 팀이에요. 죽을 각오를 해야 이길 수 있어요.”
사실 변명이었다.
나는 그냥 저 새끼가 싫었다.
마르코 마테라치.
지가 무슨 조폭이라도 되는 양 어슬렁대며 같은 선수들을 위협하는 게 꼴 보기 싫었다.
예전 같았으면 원 펀치로 강냉이를 다 날려버렸겠지만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반드시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야 올해 말 발롱도르를 받을 수 있다.
우선 우승컵부터 차지하고 마테라치를 엿 먹이는 건 나중에 하기로 했다.
삐이이이익- !!
월드컵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원래 역사에서 예선 탈락했던 한국팀을 오직 나의 힘으로 여기까지 끌고 올라왔다.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국 선수들과 한팀으로 뛰는 게 즐거웠다.
[이탈리아는 역시 신중하게 경기를 시작합니다. 반면 한국은 라인을 올리며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도합니다.]나는 박항선 감독과 이탈리아전을 위해 분 단위로 세부 전술을 짜왔다.
일단 전반 시작 5분 동안은 올 코트 프레싱이다.
[대한민국! 시작부터 엄청난 템포로 이탈리아를 압박합니다! 결승전이니까 좀 더 신중하게 나올 줄 알았는데요. 누구도 예상 못 한 전개입니다!]이탈리아는 3차례나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그런 관록의 팀을 상대로 이런 기습 작전을 쓸 줄은 아무도 몰랐다.
퍼어억- !! 쿵!!
거친 몸싸움에 양 팀 선수들이 쓰러졌다.
오늘 주심은 아르헨티나인이었는데 웬만해서는 휘슬을 불지 않는 성향이라는 걸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거칠게 몰아붙일 수 있었다.
[이탈리아 선수들! 당황합니다! 아! 서둘러 처리한 볼!]이탈리아 선수들이 이런 상황에서 누구를 믿고 빌드업을 맡길지도 이미 예상했다.
[피를로! 패스받아서 돌아섭니다! 아! 박지승!!]그리고 피를로를 누가 마크해야 할지도 나는 알고 있었다.
저승사자 박지승이 피를로에게서 볼을 빼앗아 나에게 패스했다.
투욱- !
내 앞에 칸나바로와 마테라치가 있었다.
이춘수와 안정민이 좌우로 벌리며 수비수를 현혹했지만 둘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답게 골 냄새를 맡을 줄 알았다.
[김건우! 시작부터 정면 대결을 펼칩니다! 이건 좀 무리 같은데요!?]마테라치가 거미 인간이라면 칸나바로는 생고무 인간이었다.
벗겨내도 계속 따라붙는 미친 탄력성.
한쪽은 거미처럼 찐득한 움직임.
둘의 조합은 공격수들에게 악몽이었다.
툭- 투욱-
[김건우! 앞으로 볼을 치고 나갑니다! 둘을 동시에 상대하다니! 무모해요!!]나는 반 박자 빠르게 전진했다.
물러나거나 우회할 줄 알았던 둘의 리듬이 엉켰다.
나는 상체를 움직이며 상대의 균형을 무너트리려 했다.
둘의 무게중심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툭- !
나는 볼을 앞으로 차서 칸나바로의 정강이를 맞췄다.
그다음 튕겨 나오는 볼을 뒤에 버티고 있는 마테라치의 가랑이 사이로 통과시켰다.
척- !! 쿵!!
마테라치가 빠져나가는 나를 잡아당기며 다리를 걸었다.
삐이이이이익- !!
[김건우! 쓰러집니다! 마테라치의 명백한 반칙! 심판! 페널티킥을 선언합니다! 대한민국! 전반전 5분 만에 절호의 찬스를 잡습니다!]나는 피치에 쓰러져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일어나서 마테라치부터 찾았다.
녀석은 충격을 먹었는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마워. 썩은 치즈~~”
페널티킥 포인트에 볼을 놓고 골키퍼 부폰을 바라보았다.
그는 지난 월드컵에서도 나에게 페널티킥을 먹었었다.
“후우~~”
심호흡을 하고 오른발을 휘둘렀다.
발등에 정확하게 얹힌 볼이 오른쪽 구석으로 날아갔다.
퍼어어어엉- !!
[아! 이게 웬일입니까!? 김건우가 실축합니다!!]눈을 의심했다.
내가 페널티킥을 실축하다니.
부폰이 정확한 방향으로 다이빙해 쳐낸 볼이 밖으로 굴러나갔다.
“괜찮아. 주장.”
전혀 안 괜찮았다.
뭔가 홀린 듯한 기분으로 경기를 이어갔다.
[한국은 이탈리아를 상대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기회를 놓쳤습니다.] [빨리 잊어버려야 해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습니다.]전반전 10분.
한국은 체력 안배를 위해 압박의 강도를 낮췄다.
그러자 이탈리아가 공습을 시작했다.
전방에 토티를 중심으로 날카로운 공격을 전개하다가 갑자기 최후방.
팀의 마에스트로 피를로를 이용해 원거리 저격을 노렸다.
뻐어어어엉- !!
[피를로! 깊은 지역에서 롱패스! 아! 뚫렸어요! 루카 토니! 헤딩 슈우우우웃- !! 어!]경기장의 시간이 멈춘 듯했다.
피를로가 포백 라인에서 날린 로빙 패스가 무지개처럼 아치를 그리며 날아가 한국 진영으로 떨어졌다.
볼은 장신 공격수 루카 토니의 머리에 빗맞았다.
힘없이 골대를 향하던 볼이 뛰쳐나오던 이은재의 손을 살짝 넘기며 들어가 버렸다.
[고오오오오오~!! 이탈리아가 행운의 선취골을 집어넣습니다!] [대한민국 0 대 1 이탈리아]이은재가 땅을 치며 안타까워했다.
이번 대회 내내 선방쇼를 이어온 그가 결승전에서 실책성 플레이를 하고 말았다.
“선배 잘못이 아니에요.”
나는 우리 진영까지 내려가 직접 이은재를 격려했다.
그리고 베를린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좋아. 누가 이기나 또 해봅시다.”
하늘이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월드컵 트로피를 차지할 거다.
[대한민국. 서둘지 말고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아!]나는 동료들에게 손가락을 쫙 펴서 들어 올렸다.
“5분! 다시 5분이야! 5분 동안 꽉 조인다!”
한국은 다시 라인을 올리며 사방 압박을 시작했다.
지금 움츠러들면 끝장이다.
이탈리아에게 경험에서 밀린다면 기세에서라도 앞서야 했다.
“지승아! 부탁한다!”
“맡겨둬요. 형!”
박지승이 전방으로 올라가 피를로를 전담 마크했다.
피를로는 이탈리아 진영 깊숙이 있었기에 내가 중원으로 내려가서 지승이가 비운 자리를 메꿨다.
[대한민국. 특이한 포메이션이 되었습니다. 박지승이 최전방에서 피를로를 마크하고 김건우는 내려와서 미드필더로 뛰고 있습니다.] [두 명의 월드클래스 멀티 플레이어가 있기에 가능한 작전입니다. 우리 선수들 자랑스럽습니다.]우리가 위치를 바꾸자 경기 흐름이 급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