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is money RAW novel - Chapter 270
최종화
“건우야. 갑자기 주식을 다 처분하라니 그게 무슨…”
주영광은 울상이 되었다.
우는 아이는 달래줘야지.
“미국 시장이 너무 과열되었어요. 당분간은 현금을 쥐고 있는 게 유리해요. 시장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씩 전부 빼내세요.”
“알겠어…”
주영광은 이제 내 말에 반론을 내지 않았다.
결국 내 말이 맞는다는 걸 경험으로 터득했기 때문이다.
내가 주식시장에 넣은 금액이 워낙 컸기 때문에 시장이 흔들리지 않게 자금을 회수하는 게 중요했다.
물론 강남에 소유한 빌딩은 놔두었다.
대한민국에서 강남은 불패이기 때문이다.
“아마 내년쯤이었지?”
내 기억이 맞다면 내년에 미국에서 리먼 사태가 벌어진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라고 하던가?
여튼 무리한 대출 후유증으로 미국 증시가 폭락하고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한다.
나는 현금을 최대한 쥐고 있다가 그 후에 들어가 폭락한 주식을 줍줍하면 된다.
지금 1조인 재산을 2조, 3조 이상으로 한방에 불릴 수 있을 거다.
“그럼 그 돈으로 뭘 하지?”
사실 하고 싶은 건 단 하나뿐이었다.
***
2006년 11월 29일 스위스 취리히.
발롱도르 시상식장에 리무진을 타고 내렸다.
내가 등장하자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모든 기자들이 일제히 나에게 질문을 쏟아부었다.
“지금까지 경기에 나오지 않고 유럽 밖으로 돌아다닌 이유가 뭡니까?”
“정말 은퇴하는 건가요?”
“진짜 부상이 맞느냐. 태업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월드컵 결승전이 끝난 후.
나는 오랜만에 유럽으로 돌아왔다.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고 생긴 마음속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시상식장에는 세계 최고의 축구인들이 모두 있었다.
그중 단연 주인공은 나였다.
워낙 드라마틱한 행보였기에 언론이 주목하는 게 당연했다.
그래도 내가 발롱도르를 받을 거라는 여론이 다수였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내가 기자들과 사이가 나빴고 월드컵 우승 이후 부상으로 클럽 경기에 뛰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나는 담담하게 앉아서 결과를 기다렸다.
“올해 발롱도르 수상자는… 김건입니다.”
결국 이렇게 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나갔다.
축하 음악이 연주되고 참석자들이 환호성을 보냈다.
그때였다.
시상식에 참석한 크루이프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러자 다른 축구인들까지 전부 일어났다.
세계 최고의 축구인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았다.
“축구는 세계의 공통 언어입니다. 동방의 끝에 있는 저의 조국에서도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남미 대륙 최남단의 작은 마을에서도 아이들이 골목에서 공을 차고 놉니다. 저는 그걸 보고 제가 축구인이라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앞으로 축구가 유럽대륙을 넘어 세계의 언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모든 축구인의 꿈.
황금공에 입을 맞추고 높이 들어 올렸다.
빅이어, 피파월드컵 다 들어왔지만 나는 이 황금공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
[비리로 얼룩진 대한 축협. 지도부 총사퇴.] [개인 용도로 유용한 법인 카드 사용 내역 공개. 축협 간부들의 도덕적 타락 심각함.] [축협. 전 국민 사과하고 조직 쇄신 방안 발표. 차기 전략위원장으로 차범진 발탁.]발롱도르 수상식이 끝나고 3일 뒤.
정명준 축협 회장이 나에게 화답을 보냈다.
잠시 후 차범진에게 전화가 왔다.
“건우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축하드려요. 선배님. 이제 대한민국 축구의 중심에서 하고 싶었던 일을 추진하시면 되겠네요.”
“너… 설마…”
“예? 왜 그러시죠?”
“정명준 회장이랑 어떤 거래 같은 걸 했니?”
“설마요. 전혀 그런 일은 없었어요. 그냥 차기 위원장을 추천해 달라기에 선배님이 적임자라고 말했을 뿐이에요.”
“… 그랬구나.”
굳이 그의 손에까지 피를 뭍일 필요는 없었다.
이제 한국 축구는 성공 라인에 올라탔다.
유소년부터 성인 국가대표팀까지 합리적인 시스템에 맞춰 운영될 거다.
박항선 감독도 내부 정치질로 에너지 낭비하지 않고 4년 후 월드컵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 문제를 해결해 볼까?”
***
발롱도르를 품에 안고 돌아간 곳은 한국이 아니라 잉글랜드 뉴캐슬이었다.
아침 훈련시간에 내가 클럽 하우스에 등장하자 다들 깜짝 놀랐다.
동료 선수들 반응은 다양했다.
“김건! 축하해! 정말 멋진 연설이었어.”
“야!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주장이란 녀석이 팀을 내 팽겨치고! 재활하고 있는 건 맞아!? 언제 복귀할 거야?”
주로 비유럽권 선수들은 나를 반겼고 유럽 선수들은 대놓고 불만을 토해냈다.
나는 선수단을 모아놓고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모두에게 미안하다.”
한국식 사과법에 익숙하지 않는 선수들이 깜짝 놀랐다.
“조금만 더 기다려줘. 내 미래에 대한 결정이 끝나면 그때는 가장 먼저 너희들에게 알려줄게. 그리고 노이어. 넌 요즘 너무 자주 나오더라. 경기가 박빙일 때는 좀 자중해.”
“뭐야!?”
나는 불만파의 핵심 노이어를 갈군 뒤에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직원들이 전부 일어나 나를 반겼다.
그래도 내가 그동안 잘했나 보다.
“안에 계신가요?”
“예. 일찍 오셔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하고 복도를 지나 끝에 있는 룸으로 들어갔다.
[구단주실]대부분은 비어있는 곳이다.
하지만 오늘은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건우 군. 축하해요.”
“안녕하세요. 회장님.”
나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구단주 손정호와 독대했다.
그와 내가 마주 보고 앉았다.
친근함 속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나도 건우 군이 만나고 싶었어요. 하도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죠.”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저를 피했다는 건 어떤 이유가 있어서겠죠?”
손정호의 눈이 번뜩였다.
사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대단했다.
“그렇습니다.”
“월드컵 우승 이후 지금까지 고민한 건가요?”
“예. 그 고민이 발롱도르를 쥐고 나서 정리되었습니다.”
“후후.”
나는 거두절미하고 내가 내린 결론을 말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저한테 파십쇼.”
손정호 회장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게 건우 군이 내린 결론인가요?”
“예. 축구단을 직접 운영하고 싶습니다.”
“모든 축구인의 꿈이죠. 이젠 그럴 돈과 능력이 있다는 건가요?”
“능력이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선수로 계속 뛰는 것보다는 큰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겠죠.”
손정호 회장이 한참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뉴캐슬 구단을 인수할 때 한화 약 4000억 원을 지불했어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요. 지방 소규모 클럽이던 팀이 이제는 최고의 인기 구단 중 하나가 되었거든요.”
“…”
“과연 구단 가치가 몇 배나 성장했을까요? 10배? 20배?”
“…”
“건우 군은 그 불어난 가치에 대한 금액까지 전부 지불할 수 있다는 거죠?”
“… 그 정도의 돈은 없습니다.”
손정호가 씩 웃었다.
나를 놀리는 게 재밌다는 듯.
“그럼. 우리 구단을 도대체 어떻게 가지겠다는 거죠?”
“제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저를 대주주로 추천해 주십쇼.”
“그렇다면… 너는 여기서 빠져라… 그런 뜻이군요.”
“그런 뜻은 아닙니다. 저에게 구단 경영만 맡겨 주시고 투자 그룹으로 물러나 주시면 막대한 이윤을 챙겨 드리겠습니다.”
“후후. 대단한 배려군요.”
“사실. 회장님은 지금 여러 가지 비즈니스로 바쁘시잖아요. 게다가 야구단도 잘 나가고 있구요. 축구단만 저한테 맡겨 주시면 제가 잘 해보겠습니다.”
손정호가 잠시 무표정하게 있었다.
그러니까 뭔가 무서웠다.
수백 조의 돈을 굴리는 남자의 무게감이랄까.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하죠.”
의자를 당겨 앉았다.
“건우 군이 뉴캐슬의 감독으로 팀을 이끌어 다시 트레블을 달성하면 그때는 내가 구입했던 금액 그대로 구단을 팔죠.”
“정말이요!?”
“계약서를 씁시다. 뭐든 확실한 게 좋으니까.”
엄청난 이야기였다.
만약 내가 감독으로 뉴캐슬을 성공시킨다면 구단의 가치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뛰어오를 거다.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처럼 구단 가치가 5조 원 이상을 찍을 수도 있다.
4000억 원이 5조 원으로 되는 마법이다.
“좋습니다. 해보겠습니다.”
“그래요. 난 건우 군의 이런 패기가 좋아요.”
***
1년 후.
뉴캐슬 유나이티드 홈구장 세인트 제임스 파크.
[전 세계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챔피언스리그 예선전이 벌어지는 날입니다. 유럽 최고 인기팀답게 5만 관중석이 꽉 차 있습니다. 그 어떤 날보다 팬들이 흥분해 있는데요. 바로 오늘. 사제 대결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한때 마인츠와 뉴캐슬에서 감독과 선수로 뛰던 김건과 위르겐 클롬이 감독 대 감독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났습니다. 올 시즌 뉴캐슬을 이끌고 있는 초보 감독 김건과 도르트문트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위르겐 클롬의 대결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감독님. 시간 됐습니다. 가시죠.”
“오케이.”
시합 개시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전 유니폼을 입고 지나던 통로를 이제는 맞춤 슈트에 구두를 신고 걸었다.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나를 뒤따랐다.
[아시아인 최초의 유럽 빅클럽 축구 감독]나의 수많은 최초 타이틀에 또 하나가 붙었다.
유럽인들에게 축구팀은 군대였고 감독은 군대를 이끄는 지휘관이었다.
그들이 나에게 생사여탈권을 가진 지휘봉을 맡겼다.
“김건! 김건! 김건! 김건!”
피치로 들어서자 뉴캐슬의 푸른 하늘 아래 관중들이 나의 이름을 외쳤다.
아직도 선수들보다 내가 인기가 더 많다는 사실이 좀 민망했다.
사이드라인에 서서 팔짱을 끼고 근엄한 얼굴로 상대 팀 선수들을 관찰했다.
마지막 전술 변화를 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다.
그때였다.
“건! 건!”
반가운 목소리.
걸걸한 그 목소리에 돌아보니 나의 스승 클롬이 츄리닝 차림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슈트 빨 죽이는데?”
“잘 부탁합니다. 선배님.”
“오늘 깜짝 놀랄 거야. 너. 각오해.”
“하하하!”
우리는 악동같이 웃으며 악수했다.
축구에서 나는 이 순간이 가장 좋았다.
양 팀 선수들과 응원단이 숨을 죽이며 앞으로 벌어질 90분의 드라마를 기대하는 순간.
삐이이이이익- !!
주심의 휘슬이 힘차게 울리고 또 하나의 게임이 시작되었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부푼 희망처럼 눈부시게 푸른 하늘.
나에게 두 번째 삶을 내려준 그분에게 감사의 키스를 올려보냈다.
[김건우의 모험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동안 축구는 돈이다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부자 되세요~!! 차박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