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is money RAW novel - Chapter 46
와이 낫~?
“아우베스. 나는 네가 미래에 그 둘을 능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단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네가 경기를 꾸준히 뛰면서 경험과 감각을 끌어올리면 언젠가 유럽 최고 몸값에 도전할 수 있을 거야.”
아우베스의 입술이 떨렸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거다.
“… 그래도 이해가 안 가. 왜 하필 포르투지? 나 정도 실력이면 EPL 하위 팀에서는 충분히 주전 경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우베스가 다행히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이성을 되찾아갔다.
사람 앞에 두고 남과 비교하는 건 정말 잔인한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10번의 친절함보다 1번 잔인함이 낫다.
우린 프로니까.
“좋은 질문이야. 네가 EPL 하위 팀보다 포르투에 가야 하는 이유를 알려줄게. 바로 챔피언스 리그 때문이야.”
‘!’
아우베스의 눈이 반짝했다.
처음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말했잖아. 10억이 아니라 1000억 벌고 싶다며? 그럼 유럽축구 전체 시장에서 한번 제대로 빅샷을 받아야 해.”
“챔피언스 리그…”
“FC포르투는 포르투갈 리그의 압도적 강팀이기 때문에 EPL 중위권 팀보다 비교적 쉽게 챔피언스 리그에 참가할 수 있어. 네가 그 무대에서 다른 빅클럽을 상대로 대활약한다면 자연스럽게 빅클럽 관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지. 여러 리그에서 오퍼가 올 것이고. 그럼 몸값이 엄청나게 뛸 거야. 그때 돈을 확 땡기라는 거야. FC포르투는 남미에서 싸고 재능있는 선수를 데려와 키운 다음에 열심히 홍보해서 몸값을 높인 후에 비싸게 파는데 능한 클럽이야. 유럽 축구계의 거상이라고 하지.”
“아… 그런 얘기였구나.”
아우베스는 자리에 앉아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곤 원래의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건… 넌 진정한 내 친구야. 고마워.”
“훗. 그래. 이 귀여운 브라질 꼬마 친구야.”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으며 멋쩍게 웃었다.
우리는 프로다.
계약 하나로 인생이 흥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런 트러블은 나쁜 게 아니라 좋은 것이고 필연적인 거다.
전생에서 나는 이런 고민을 전부 아버지에게 미루었다.
‘아버지를 믿는다.’고 정당화했지만 사실은 선택의 결과를 책임지기 싫었던 거다.
그런 인간은 평생 어른이 되지 못한다.
머리 좋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볼 수는 있지만 마지막에는 반드시 본인이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는 게 어른이고 프로다.
아우베스는 대가족의 생계를 떠맡고 있는 어른으로 정말 힘든 결정을 내리며 프로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근처에 끝내주게 맛있는 브라질 식당이 있거든. 가자! 내가 쏠게!”
“진짜? 너 같은 짠돌이가?”
“오늘은 진짜 기분이 좋거든! 하하.”
아우베스는 슈퍼 짠돌이로 유명했는데 브라질 식당에서는 호탕하게 돈을 썼다.
우리는 브라질식 꼬치구이 슈하스코 양갈비를 배 터지게 먹고 브라질 전통 술 까샤샤로 만든 칵테일 까이삐리냐를 실컷 마셨다.
“끼야호~!! 기분 좋다!!”
아우베스는 장래를 결정해서 마음이 편한지 삼바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오도방정을 떨었다.
술집에는 브라질에서 온 이주민들이 잔뜩 있었는데 고향 사람들과 즐겁게 웃고 떠드는 아우베스를 보니 녀석이 그동안 일본과 한국에서 많이 쓸쓸했겠구나 싶었다.
“건우야. 진짜 괜찮겠지?”
“뭘?”
“포르투갈 가는 거 말이야.”
“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야.”
유찬이가 걱정하는 건 당연했다.
아무리 주전을 뛰고 싶다고 해도 지금 유럽에서 가장 핫한 클럽 아스날을 거부하고 포르투로 가는 건 비상식적이었다.
그런데 이러면 어떨까?
FC포르투에 너무도 확실한 황금 에이스 카드가 있다면.
“스페셜 원.”
나중에는 그를 비웃는 의미로 쓰이기도 했지만 처음 이 단어가 쓰였을 때는 분명 그의 대단한 업적을 칭송하는 뜻이었다.
내년에 FC포르투로 한 포르투갈 무명 감독이 취임하게 된다.
그는 변변치 못한 선수 경력을 일찍 포기하고 감독이 되기 위해 통역사 등으로 열심히 일하며 어떻게든 축구판에서 살아남으려 노력했다.
그런 그가 첫 전설을 써나가는 시기가 바로 내년이고 전설을 쓰는 팀이 FC포르투다.
“주제 무리나.”
전생의 기억에 의하면 슈트빨이 잘 어울리는 이 독설남이 FC포르투 감독을 맡는 게 내년이다.
그는 곧바로 리그 우승을 하고 UEFA컵을 우승하며 미니 트러블을 달성한 다음.
바로 다음 해에 리그 2연패와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까지 차지하며 FC포르투를 유럽 최고의 클럽 자리에 올려놓는다.
‘내가 이걸 예언했다면 아우베스가 날 미친놈으로 봤겠지?’
아우베스의 순도 높은 골잡이 성향과 무리나 감독의 지도 성향은 딱 맞아 떨어진다.
무리나의 지도 스타일은 수비는 매우 조직적으로 구성하고 공격은 공격수들의 창조성에 맡겨 버린다.
짜 맞춘 전술보다는 본능적으로 플레이하며 극강의 결정력을 자랑하는 아우베스와 궁합이 좋았다.
“이젠 내 일에만 전념하면 되겠지?”
이렇게 아우베스 소동도 끝이 났다.
***
여름 이적 시장이 마감되고 유럽축구 리그가 하나둘 개막했다.
아우베스는 일찌감치 FC포르투의 푸른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은 후 포르투갈 생활을 시작했다.
언어와 문화가 통하는 곳으로 가더니 부쩍 나를 귀찮게 하던 전화가 사라졌다.
벌써 한 달째 연락이 없었다.
“짜식. 잘 지내나 보군.”
나는 마인츠팀 조직력을 올리는데 집중하며 훈련에 전념했다.
한 가지 재밌는 사건이 있었다.
내가 마인츠 시내에 있는 요가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료 선수들이 전부 나를 따라서 수강 등록을 하려 했다.
그런데 정원이 넘쳐서 문제가 되었다.
결국 클롬 감독은 구단에 요청해 팀 훈련 프로그램에 아쉬탕가 요가를 집어넣었고 요가 강사가 매일 구단으로 방문해 선수들을 지도했다.
“귀찮게 됐군.”
나는 이미 고급레벨이라 혼자 하는 게 좋았는데 다들 초보들이라 내가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지도해야 했다.
“프랑크! 넌 어린 녀석이 왜 이렇게 뻣뻣한 거야? 허리 펴!”
“아악! 아파요!”
이런 식으로 뻣뻣한 녀석들을 갈구며 돌아다녀야 했다.
***
8월 15일 광복절 아침.
분데스리가 2부 개막전을 3일 앞두고 나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체코로 갔다.
목적지는 유명한 도시 프라하가 아니라 브르노다.
드로노비체 스타디움에 도착해 오늘 벌어지는 축구 경기를 감상했다.
[체코 대 대한민국]평가전이지만 내 미래를 위해 중요한 경기다.
전생의 기억에 의하면 하이팅크호는 이 경기 패배 후 최악의 위기를 맞는다.
그렇다고 내가 긴장하며 경기를 봤는가? 하면 전혀 아니다.
나는 썰렁한 관중석에 앉아 체코식 족발 꼴레뇨에 맛있는 체코 생맥주를 홀짝이며 경기를 구경했다.
“훗. 저 녀석.”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바로 내 위치에서 뛰고 있는 가명훈.
오랜만에 축구장에서 녀석을 보니 무척 작고 왜소해 보였다.
커다란 독일 애들과 매일 경기를 뛰어서 그런가?
가명훈은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뭔가 해보려 애는 썼지만 계속 실수 연발이었다.
버벅거리는 건 가명훈 뿐만이 아니었다.
체코의 강력한 압박에 한국 선수들은 어찌할 줄 모르고 녹아내렸다.
지금 체코 국가대표팀은 피파 랭킹 2위다.
네드베트, 포보르키, 로시츠카, 얀콜라 등 유럽 리그 슈퍼스타들이 즐비했다.
한국 선수들은 처음 느껴보는 초강력 압박에 아무것도 못 해보고 5점을 헌납한 채 5대0으로 완패했다.
공수 모두에서 도저히 비벼볼 곳이 없었다.
“참혹하군.”
한국 선수들은 비참한 패배에 고개를 숙이고 쫓기듯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전생의 기억에 의하면 이 경기 이후 하이팅크를 대표팀에서 하루빨리 쫓아내야 한다는 여론이 폭발했다.
[하이팅크호 유럽팀에 또 개망신. 이대로 좋은가!?] [프랑스에 이어 체코에 또 5대0 대패!] [하이팅크 감독 이름을 오대영으로 개명하라는 비난 쇄도.] [외국인 감독 하나 데려온다고 뭐가 바뀌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당장 한국 감독으로 바꾸고 스파르타식으로 합숙 훈련을 해야 한다.]저주에 가까운 기사와 글이 올라왔고 하이팅크는 분노와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역시… 명장은 다르군.”
경기가 끝나자마자 나는 슬쩍 경기장으로 내려와 하이팅크 감독에게 걸어갔다.
그의 표정은 담담했다.
위대한 걸작을 그리기 위해 신중하게 밑그림을 그리는 네덜란드 화가 같은 느낌이랄까?
“어! 건우야!? 너 여기는 웬일이야!?”
“기훈 형! 고생하셨어요! 일 때문에 체코 왔다가 한국팀 게임 한다고 해서 구경 왔죠.”
설기훈 선배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그러자 다른 한국 선수들도 나를 발견했다.
“건우! 야 인마! 니가 왜 여기서 나와!?”
유상천 형님도 있었다.
방금까지 참패에 인상을 쓰고 있었는데 반가운 후배를 보자 금방 표정이 밝아졌다.
“건. 우?”
바로 그 순간.
하이팅크 감독이 고개를 돌렸다.
나와 하이팅크가 처음으로 만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안녕하세요. 하이팅크 감독님. 저는 김건우라고 합니다.”
“건. 우. 너 영어 할 줄 알아?”
“당연하죠.”
“체코까지 우리 경기를 보러 온 거야?”
“예. 근처라 응원하러 왔습니다.”
“아킬레스건 부상은 좀 어때?”
“이제 멀쩡합니다.”
“잘됐군. 대표팀에 친한 동료들이 있나 보지?”
“예. 일본에서 뛸 때 친해진 선배도 있고 같은 유럽에서 뛰는 선배도 있구요.”
“흠…”
하이팅크 감독은 나를 빤히 보며 몸 상태를 체크 했다.
한국 스텝들에게 그동안 부정적인 이야기만 들었기 때문에 본인 눈으로 내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던 거다.
여기서 승부다.
“감독님. 3일 후에 마인츠 홈구장에서 개막식이 열리거든요. 저도 출전하구요. 실례가 안 된다면 한번 보러 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이팅크는 놀란 눈치였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감독한테 이런 식으로 제안하는 선수는 없었을 테니까.
“와이 낫~?”
한국어로 하면 “안 될 거 뭐 있어?”라는 뜻이다.
하이팅크는 나의 대담한 요청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내 어깨를 두드리며 이런 농담을 했다.
“설마. 개막 전에 날 불러놓고 격투기를 보여 줄 생각은 아니지?”
“절대.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좋아. 그럼 3일 후에 마인츠에서 보지.”
“예. 감독님.”
웃으면서 돌아서는데 한 녀석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