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is money RAW novel - Chapter 57
저 남자를 위해서라도 이기고 싶다!
“축구가 즐거워.”
나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소년처럼 행복했다.
“앞으로 반드시 이 클래스에서 뛸 거야.”
바이언은 회귀한 후에 처음으로 상대해보는 월드클래스 팀이었다.
과연 이 클래스에서도 내 축구가 통할까 염려도 했었는데 이젠 충분히 해 볼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내 축구는 틀리지 않았어.”
끌어 오르는 흥분을 심호흡으로 누르며 골대 앞 상황을 살폈다.
지난 프리킥처럼 왼쪽에서 우리 선수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킨은 신중하게 골대 정중앙에 서서 나를 노려보았다.
“좋아. 해보자.”
나는 도움닫기 없이 기습적으로 오른발 인사이드킥을 때렸다.
때리는 순간 골대 오른쪽을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첫 골의 기억이 떠오른 킨의 몸이 오른쪽으로 움찔하는 순간 방울뱀처럼 수비벽을 타고 넘어온 볼이 왼쪽으로 휘어지며 골대로 튕겨 들어갔다.
“고오오오오오올~!!”
[바이언 1 대 2 마인츠]믿기 힘든 장면에 다들 환호했다.
천하의 올리버 킨이 두 번 연속으로 프리킥 득점을 내준 사건이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앞으로 이 클래스에서만 놀겠다는 나의 선언이었다.
[김건! 대단합니다! 신기에 가까운 프리킥!] [전혀 다른 킥 기술을 이용해 골대 양쪽 끝을 찔렀어요. 김건 선수. 세계 최강의 골키퍼를 농락합니다!]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 골이 더 쉬웠다.
첫 번째 골이 슛이나 크로스냐 양자 선택이었다면 두 번째 골은 거기에 왼쪽이냐 오른쪽이냐는 추가 항목이 늘었기 때문이다.
나는 올리버 킨의 무의식에 남아있을 첫 번째 골의 궤적을 역이용했다.
“우우우우우~!!”
황제의 팀 팬들답게 적에게 인자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다.
7만 명이 살벌한 야유를 뿜어내자 경기장의 공기가 확 바뀌었다.
이제 후반전 남은 시간은 15분.
15분만 버티면 바이언을 꺾은 마인츠는 분데스리가의 새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다.
“뮌헨 선수교체!”
바이언은 거인 얀크를 빼고 슈퍼 조커 골잡이 클라우디 피사론을 투입했다.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골잡이 선수 중 하나로 명성이 높은 선수다.
“이제부터가 진짜야! 집중해!!”
바이언의 진짜 힘은 이 시간부터 나온다.
핵심 선수가 퇴장당하고 1점 지고 있는 게 우리에게 결코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바이언 선수들은 7만 명의 팬들과 함께 갑자기 다른 생물체로 진화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차가운 정밀기계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롱패스의 달인 에펜베르가 퇴장 당하자 바이언은 중앙돌파로 전술을 바꾸었다.
문제는 마인츠의 어린 선수들이 중원을 겹겹이 에워싼 상황이라는 거다.
[양 팀 선수 충돌합니다! 경기가 점점 격해집니다!]럭비나 격투기에 가까운 게임이 펼쳐졌다.
바이언 선수들은 거친 압박 수비에 거친 돌파로 맞섰다.
독일 전차부대의 전격전처럼 몸을 부딪치면서도 신속히 볼을 운반했고 끝내 빼앗기지 않았다.
“에우베루가 아니야! 피사론을 막아!”
바이언의 에이스 공격수 에우베루는 ‘빅맨’ 얀크가 나가고 ‘골잡이’ 피사론이 들어오자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었다.
지금까지 얀크가 떨궈주는 걸 받아먹던 에우베루가 이제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며 수비수를 유인해 끌고 나왔다.
“젠장!! 나오지 마! 발터!”
위협적인 선수가 위험지역으로 움직이니 경험이 없는 센터백 발터는 그대로 끌려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잠시라도 틈을 주면 돌아서 슛을 때리니까 앞 공간을 막아야 한다는 공포가 몸을 지배했다.
거기에 체력과 집중력이 모두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동료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피사론! 깨진 수비라인으로 파고듭니다! 슈우우우웃!!] [막았어요! 캐스퍼! 또 막아냅니다!!]발터가 비운 공간으로 피사론이 날카롭게 파고들어 골키퍼 1대1 상황에서 침착하게 슛을 때렸다.
모두가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캐스퍼는 놀랍게도 문어처럼 긴 오른팔을 쭉 뻗어 볼을 툭 건드렸다.
방향이 꺾인 볼이 골대 옆을 스치며 굴러나갔다.
“바이언 코너킥!”
마인츠 선수들이 흥분해서 골대로 모여드는데 캐스퍼만 침착한 얼굴이었다.
“다들 너무 흥분했어요. 냉정하게 하던 대로만 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어요.”
“캐스퍼…”
“발터. 너는 잘하고 있어. 조금만 냉정을 유지하면 돼.”
“알겠어. 캐스.”
골키퍼 캐스퍼가 보여준 행동은 신선했다.
대부분의 골키퍼는 이런 상황에서 반대편에 있는 올리버 킨처럼 수비수를 질책하고 소리친다.
그런데 캐스퍼는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평소와 똑같은 평온한 태도를 유지했다.
“저 녀석에게는 위기의식이라는 게 없는 건가?”
어느 의학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선천적으로 일반인들보다 심장이 느리게 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흥분하는 감정 자체가 없다고.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지만 골키퍼에게는 유리한 성격일지도 모른다.
끝까지 볼에서 눈을 떼지 않을 수 있으니까.
“캐스퍼는 크게 되거나 크게 망하거나 둘 중의 하나일 거야.”
심지어 실수한 수비수를 다그치기는커녕 토닥이고 있지 않은가.
이게 무슨 취미 활동도 아니고 본인의 앞으로 프로 경력이 달린 중요한 경기임에도.
“어쨌든 잘하고 있어.”
나는 사이드라인에 서서 여전히 소리치고 있는 클롬 감독을 보았다.
내가 마인츠에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하면 우리 팀은 짧은 시간 엄청나게 발전했다.
이렇게 어린 선수들이 황제 바이에른 뮌헨과 지금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치다니.
삐이이이익- !!
바이언이 코너킥을 올렸다.
다행히 거인 얀크가 빠져서 골대 앞에 치명적인 위협 요소는 없었다.
그런 방심이 문제였을까.
“고오오오오올~!!”
황제의 팀은 우리의 미세한 빈틈을 파고들어 기어이 골로 만들었다.
짧게 올린 코너킥을 에우베르가 절묘한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캐스퍼는 그 슛마저 다이빙 펀칭으로 쳐냈다.
모두가 환호하는 순간 볼이 튕겨 나간 지점에 하필 피사론이 서 있었다.
그는 가볍게 발리슛을 때려 넣었다.
주워 먹기도 이쯤 되면 예술이다.
[바이언 2 대 2 마인츠]피사론은 좋아하는 기색도 없이 서둘러 우리 골대로 들어가 볼을 꺼내 갔다.
캐스퍼와 어린 수비수들은 그걸 그냥 보고 있었다.
“이봐! 남의 골대에서 뭐 하는 짓이야!?”
주장인 내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피사론은 앞을 막아서는 나를 꼴아 보았다.
어린놈의 쉐끼가 감히 나한테 이럴 짬밥이 되냐?
이런 표정이었다.
“볼 내놔!! 우리 꺼야!”
“뭐 하는 거야!? 이 자식아!!”
내가 볼을 빼앗으려 하자 피사론도 필사적으로 지키며 버텼다.
몸싸움이 벌어지자 물러나 있던 우리 선수들이 달려들었다.
바이언 선수들도 지지 않고 덤벼들어 한바탕 몸싸움이 벌어졌다.
삑! 삐익! 삑!
주심이 호각을 불어 겨우 우리를 떼어놓았다.
나는 우리 선수들을 무섭게 둘러보았다.
“절대! 작은 것 하나도 놈들에게 양보하지 마! 알겠어!? 이건 전쟁이야!”
“예!”
리더는 팀을 풀어줄 때와 조일 때를 알아야 한다.
지금은 바짝 조일 때다.
남은 9분 동안 지금까지 훈련을 통해 쌓은 모든 걸 하나도 남김없이 피치 위에 짜내야 했다.
상대는 분데스리가 최강의 팀이니까.
삐이이익- !!
다시 동점 상황.
나는 하프라인에서 후방으로 볼을 차고 잠시 멈칫했다.
이대로 중원을 맡기고 공격 진영으로 올라가야 하나?
“주장! 우리를 믿고 올라가!”
내 마음을 알았는지 마티아스가 소리쳤다.
나는 마티아스, 얀, 토마시 어린 미드필더 삼총사를 슬쩍 보며 공격 진영으로 올라갔다.
동료를 믿는 것도 축구의 중요한 요소다.
이 세상의 어떤 위대한 선수도 혼자서는 승리를 차지할 수 없다.
축구는 팀 스포츠니까.
“절대 물러서지 마!! 어퍼컷! 록키의 어퍼컷을 때려 넣어!!”
심각한 분위기에서 클롬 감독의 외침에 우리는 웃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저렇게 순수하게 선수들을 독려할 수 있다니.
저 남자처럼 말과 행동에서 진심이 느껴지는 축구 감독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마인츠 선수라면 누구나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저 남자를 위해서라도 이기고 싶다!’
클롬의 외침이 에너지를 주었는지 흔들리던 마인츠 선수들이 다시 침착하게 볼을 돌렸다.
바이언은 중원에서 싸움을 걸지 않고 뒤로 물러나 두텁게 이중 수비진을 만들어 한방 역습을 노렸다.
“승부에 있어서 진심인 팀이야.”
이제부터가 진짜 독일축구다.
지독하게 합리적이고 집요하게 실리를 추구하는 축구.
바이언은 2부 리그 팀을 상대로 두 줄 수비진을 구축하며 내려앉았다.
상대가 이길 확률을 0%로 만들겠다는 각오.
“젠장. 들어갈 틈이 없네.”
그동안 나는 한 수 아래 팀을 상대하며 더블 마크, 트리플 마크, 두 줄 수비진 등을 지겹게 상대해봤다.
하지만 지금 상대는 바이언이다.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자존심을 버리고 두 줄 수비진을 구축하자 숨이 턱턱 막혔다.
“주장! 들어가자!!”
망설이고 있던 나를 이끈 건 은쿠파였다.
그는 아프리카 콩고 밀림의 전사처럼 바이언의 수비진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했다.
왼쪽에서는 바일란트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며 쇄도를 시도했다.
“이 녀석들. 진심 이기고 싶구나.”
그들에게는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분명히 내가 저 막강한 수비진을 뚫고 뭔가 해줄 거라는 믿음.
[김건! 이중 수비진을 향해 그대로 돌진합니다!] [아! 무모해요!!]두 줄 수비의 무서움은 한 명을 제치는 순간 뒤의 선수가 튀어나와 볼을 가로챈다는 거다.
2선에 있는 선수는 1선에 대각선으로 서서 좌우 어느 쪽으로 돌파해도 막을 수 있게 대응했다.
그렇다고 드리블 말고 패스를 하면 되는가?
그건 더 위험했다.
낮은 패스 건 높은 패스 건 볼을 잡는 순간 포위되어 압박을 당하기 때문에 볼키핑 조차 어려웠다.
“이 새끼가 감히!”
“비켜!”
나는 첫 번째로 도전해 오는 선수를 팬텀 드리블로 제쳤다.
예상대로 2선에 있던 선수가 세트 메뉴로 덤벼들었다.
[앗! 이게 뭐죠!?]그가 발을 뻗었을 때.
이미 나의 발에는 볼이 사라진 후였다.
나는 팬텀 드리블을 치며 볼이 원투로 맞는 순간 오른발로 패스를 찔러넣었다.
상대가 오른발을 뻗을 거라는 걸 알고 방향을 왼쪽으로 40도 틀었기 때문에 볼은 안전하게 은쿠파에게 전달되었다.
[은쿠파 수비수 등지고 리턴 패스!]이제부터가 예술의 영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