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
수도 하층민들이 살고 있는 빈민가.
그중에서도 묘한 악취가 풍기는 허름한 시장가 골목.
조그마한 아이 하나가 벽 뒤에 숨어 눈치를 보고 있었다.
‘배고파 죽겠다.’
아이의 나이는 올해 6살.
뺨과 어깨 등 몸 구석구석에 난 상처는 며칠 전, 거지 패 아이들에게 맞아 생긴 것들이었다.
그날은 정말 죽을 뻔했다.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네.’
다행하게도 질긴 목숨 덕분에 사경을 헤매던 아이는 결국 눈을 떴고, 그 과정에서 꿈을 통해 이상한 기억도 함께 돌아왔다.
바로 전생의 기억.
아이는 전생에도 평안한 삶을 살지는 못했다.
비행기 사고로 죽은 게 그 생에서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렇게 죽은 이후, 아이의 영혼은 다른 영혼들과 함께 어딘가로 이동했다.
영혼들이 이동하는 그 통로는 규모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한 공간이었다. 마치 우주처럼 신비롭고 드넓은.
그곳에는 별이 가득한 우주처럼,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책이 존재했다.
거대한 책들이 사막의 모래보다 더 빼곡하게 온 세상을 채우고 있었다.
마치 다른 차원처럼 광대한 곳이었다.
한 줄기 빛이 수많은 영혼들의 앞길을 안내했고, 아이 역시 다른 영혼들처럼 빛을 따라서 걸어갔다.
마치 정해진 길이라는 듯 자연스럽게.
도착한 곳은 태산처럼 커다랗고 장벽처럼 거대한 책 표지의 앞이었다. 꼭 거인이 읽는 책 같았다.
천국의 문이 저렇게 커다랗고 웅장할까?
잠시 기다리자, 거대한 책이 펼쳐졌다.
영혼의 인도자가 말했다. ‘이 안쪽은 네가 죽기 전 읽었던 어느 책 속의 세계’라고.
그렇게 아이의 영혼은 거대한 책의 페이지로 스며들었다.
‘그래도 아포칼립스 같은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관의 소설이 아닌 게 어디야.’
일단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긴 했지만…… 평화로운 세계의 소설이라고 해도 마냥 좋은 건 아니었다.
‘내 역할은 뭘까……? 거지?’
지나가는 거지 역할인가?
‘대체 무슨 소설이지.’
곰곰이 생각해 봤으나 떠오르는 책은 딱히 없었다. 전생에 읽었던 소설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렇다고 단서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거지로 살기 이전의 기억이 조금 남아 있었다.
아이는 한 귀족 가문의 사생아였다.
그 집의 가족들, 사용인들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천덕꾸러기였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쫓겨났다.
〈내 친자식도 아닌데 여태 거두고 살았다니! 젠장할! 꺼져. 이 버러지!〉
아버지라고 알고 있던 남자는 그녀를 쫓아내며 그렇게 소리쳤다.
그게 단서의 전부였다.
‘뭔 가문인지 이름도 기억 안 나.’
아무튼, 소설 세계든 게임 세계든, 지금 아이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
저 빵! 탐스러운 저 빵이었다.
‘배가 고파서 죽을 것 같아.’
며칠 전에 거지 패 애들에게 얻어맞은 이유도 저 빵 하나를 훔치지 못해서였다.
빵을 훔치는 건 몸이 작을수록 유리한데, 아이가 실패하다 걸린 뒤로 빵집 주인이 잔뜩 예민해졌다.
그래서 거지 패 아이들에게 얻어맞다가 죽을 뻔한 것이다.
‘이번에 성공하면 아무도 안 나눠 주고 기필코 혼자 먹을 테다.’
아이는 굳게 결심한 뒤, 와다다다! 뛰어나갔다.
작은 생쥐처럼 졸졸졸 향한 곳은 빵집 앞의 매대.
살금살금 걸어간 아이는 매의 속도로 빵 하나를 낚아채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거지새끼가 또!”
주인에게 걸려 버렸다.
빵집 주인은 아이의 뒷덜미를 움켜잡고는 빗자루로 엉덩이를 퍽퍽 내리치기 시작했다.
“아악!”
아이가 발버둥을 치며 비명을 질렀다.
빵집 주인은 아이의 손에 들린 빵을 빼앗고는 엉덩이를 펑! 하고 걷어차 버렸다.
“으윽…….”
바닥에 넘어져 잔뜩 쓸린 아이는 울음을 참으며 씩씩하게 고개를 들었다.
‘또 걸리다니…….’
도둑질에는 영 재능이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면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못해서 그럴지도. 이게 다 자신을 두들겨 팬 거지들 때문이었다.
“괜찮니?”
그때였다. 별안간 머리 위쪽에서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 동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
아이는 고개를 홱! 들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열 몇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소녀였다.
‘헉, 엄청 예쁘다!’
태어나서 본 사람들 중에 제일 예쁘게 생긴 소녀였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생겼지? 꼭 소설 주인공처럼…….
“흐음…….”
“…….”
뭐지?
탐스러운 갈색 머리의 예쁜 소녀는 한참을 그대로 서서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뜻을 알 수 없는 “흠.” 소리만 계속 냈다.
“분홍색 머리카락에 하늘색 눈동자라…… 흔치 않은데?”
소녀의 말에 아이는 눈을 크게 떴다.
‘이 머리 색을 알아본 거야? 대단한데?’
구정물에 더러워져서 본래 색을 알아보기 어려웠을 텐데?
아이는 손을 뻗어 엉망이 된 제 머리카락을 만졌다.
‘아! 그러고 보니 어제 비가 왔었지?’
비가 와서 저절로 머리를 감게 된 모양이었다.
‘아쉽다. 샤워도 해야 했는데!’
얻어맞고 난 후라 끙끙 앓느라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아주 더러운 이야기지만, 이곳의 거지들에게는 일상이었다.
“아가야. 몇 살이니?”
“……6살.”
“음 6살이라……. 일단 나랑 같이 갈래?”
그 소녀가 말했다. 아이는 의심스러워하는 눈초리로 그녀를 힐끔거렸다.
‘정말 예쁜 언니지만…… 수상하다.’
처음 보는 자신을 데려가려고 하다니.
이 나라에서는 불법 노예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노예로 사는 삶은 아주 비참하고 처참하다고 했다. 거지보다 더욱더.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거지 패 아이들은 그나마 어른 거지들에게 돈을 상납하며 최소한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노예 사냥꾼들이 아이들을 잡아가지 못하도록 말이다.
“…….”
아이가 의심스럽게 바라보자, 갈색 머리의 소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나 이상한 사람 아니야! 내 이름은 바이올렛 피츠야. 피츠 백작가의 바이올렛이란다.”
바이올렛 피츠?
아이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어디선가 들어 본 적 있는 이름이다. 분명히!
‘근데 어디서였지?’
갈색 머리에 녹색 눈동자를 가진 바이올렛 피츠.
아이가 잠시 고민할 때였다.
꼬로록.
배 속에서 작은 물고기가 숨 쉬는 듯한 소리가 났다.
‘몰라, 배고파 죽겠다…….’
솔직히 배가 고파서 더 생각을 지속할 수가 없었다.
전생을 알게 된 이후로, 정신 연령은 꽤 높아졌으나 몸은 아직 아이였다.
그 탓에 행동이나 말투, 생각이 실제 나이보다 더 어린아이처럼 막 튀어나올 때가 많았다.
아무래도 지능은 높아졌는데, 머리를 굴릴 영양분이 부족하니 과부하가 오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배가 고프거나, 춥거나 졸리면 유독 섬세한 생각이 불가능해졌다.
오로지 본능만 남아서 엉엉 울고 싶어졌다.
“빵…….”
아이가 빵을 보며 중얼거리자 바이올렛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우리 집에 가면 맛있는 게 엄청 많다? 저 빵보다 더 맛있을 텐데…… 흠. 네가 가기 싫다면 나 혼자 먹어야겠네.”
“가, 갈래!”
아이가 벌떡 일어났다.
‘어린아이의 본능’이 빠르게 합리화를 시작했다.
‘그래, 노예 매매범은 아닐 거야. 분명해. 장담한다.’
그녀가 읽은 소설에 저렇게 예쁜 얼굴의 노예 매매상은 없었다.
그렇게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바이올렛을 쫄래쫄래 따라갔다.
* * *
엄청나게 큰 저택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아이가 가게 된 곳은 욕실이었다.
“자, 씻을까요?”
다정한 목소리의 하녀가 넝마나 다름없는 옷을 벗겨 주었다.
“……!”
그러나 다 벗은 아이의 몸에 가득한 멍을 보고는 깜짝 놀라 숨을 들이켰다.
하녀는 옆에 있는 다른 동료 하녀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당장 아가씨께 가서 신관을 불러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려.”
“네.”
하녀들이 심각하게 보는 와중에도 아이는 따뜻한 물이 가득 찬 욕조를 눈을 빛내며 바라보고 있었다.
“거품 놀이 먼저 하고 욕조에 들어갈까요?”
다정한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녀들은 아주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아이를 씻겨 주었다.
그 과정에서 배가 고플까 봐 달콤한 초코우유를 먹여 주기도 했다.
구정물이 잔뜩 나와 씻기기 힘들 텐데도 하녀들은 전부 싫다는 내색 한번 하지 않았다.
‘좋은 사람들이다.’
이 저택의 사용인들은 모두 착한 사람들인 게 분명했다.
‘그러면 주인도 착하겠지?’
분명히 그럴 것이다. 전에 살다 쫓겨난 집안은 주인이 나쁜 만큼 사용인들도 나빴으니까.
‘노예 매매범은 아닐 거야. 아니어야 하는데……?’
아까는 너무 배가 고파서 무작정 따라오긴 했는데…….
달콤한 걸 조금 먹어서 그런가, 이성적인 사고가 약간은 가능해졌다.
‘이거 잘못 온 거 아닌가?’
그런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씻고 나와서 하녀들이 예쁜 옷을 입혀 줄 때는 또 이성적인 사고가 홀라당 날아가 버렸다.
‘아이의 본능’은 유독 시각적인 자극에 약했다.
예쁘거나 반짝이고 알록달록한 것을 보면 눈이 번쩍번쩍 빛났다.
‘너무 이쁘다!’
아이는 자기가 입고 있는 노란색 원피스를 내려다보며 눈을 빛냈다.
움직일 때마다 옷감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치마 끝자락에 나비가 수놓아져 있었는데, 치마를 흔들 때마다 나비가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게 신기해서, 제 꼬리를 물려고 뺑글뺑글 도는 강아지처럼 두어 바퀴 돌아 버렸다.
“푸흡…….”
“어머.”
그 모습을 보고 하녀들은 귀여워하며 웃음 지었다.
“……!”
‘내가 무슨 짓을!’
그제야 정신을 차린 아이는 침을 꿀꺽 삼켰다. 창피한 꼴을 보였다는 사실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자존심 상해…….’
아이의 몸이라 이성보다는 본능이 훨씬 앞섰다. 그건 여러모로 곤란했다.
아이는 다시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자, 이제 식사를 하러 갈까요? 주방장이 아주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을 거예요!”
“맛……있는 음식?”
“네! 따뜻한 베이컨 감자수프와 향긋한 향신료를 뿌린 부드러운 스테이크, 달콤한 디저트까지요.”
“……!”
하녀의 말에 아이의 머릿속에 우주가 펼쳐졌다.
요기엔 따뜻한 베이컨 감자수프 별.
저기엔 채끝 등심 별.
제 옆엔 티본스테이크 별.
저 멀리엔 달콤한 초콜릿 케이크 별…….
거기까지였다. 아이는 와다다 달려가 하녀의 손을 덥석 잡아 버렸다.
“먹, 먹을래! 먹고 싶어.”
본능은 참 무서운 것이다.
* * *
커다란 식탁에 온갖 산해진미가 차려져 있었다.
하녀의 말대로 따뜻한 수프, 소고기 그라탱, 스테이크, 양고기구이에 송어구이와 조개 요리까지!
아이는 흥분해서 와구와구 이것저것 입에 넣기 시작했다.
“…….”
사용인들이 아이를 말리려 했으나, 상석에 앉은 바이올렛이 막았다.
“그냥 먹고 싶은 대로 먹게 내버려 둬. 소화제만 준비해 주고.”
“알겠습니다, 아가씨.”
아이는 제 얼굴만큼 커다란 살코기가 붙은 뼈를 쥐고 야무지게 씹고 있었다.
‘맛있다!’
아이에게는 오로지 고기를 먹겠다는 열정만 남아 있었다. 마치 어린 새끼 늑대처럼.
“흐음…… 씻겨 놓고 보니까 더 닮았단 말이지. 생판 남인데 이렇게 닮을 수가 있나?”
바이올렛은 그런 아이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아드리안 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가씨?”
곁에 서 있던 집사가 바이올렛에게 물을 따라 주며 작게 물었다.
“그래, 맞아. 집사가 보기에도 그렇지?”
“하지만 그 댁은…….”
“맞아. 그 집 막내는 태어나자마자 죽어 버렸지, 분명…….”
바이올렛은 아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했다.
‘그렇지만…… 죽은 게 아닌 모양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내가 아드리안의 여동생을 찾은 것 같은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