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03)
결혼식이 끝난 다음 날.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은 신혼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장소는 대륙 남부 지역의 해양 도시 ‘라도니아’였는데, 넓은 해안선이 쭉 이어져 멋진 해변이 많은 지역이었다.
특히 바닷물이 투명하다 느껴질 정도로 맑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들었다.
라피네는 그 이야기를 들은 어제부터 살짝 긴장했다.
원작에서 남주와 여주의 결혼 소식을 듣고, 아드리안이 혼자 떠나 죽음을 맞이한 곳이 바로 그 해변이기 때문이었다.
감회가 새로워 괜히 속에서 무언가 울컥했다.
원작을 바꿔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을 이어 주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 났다.
바이올렛 역시 원작에서 뒤늦게 아드리안에 대한 사랑을 깨달았다.
이어지지 못하고 죽음으로 결말지어졌던 두 사람이, 이번에는 행복하게 손을 맞잡고 신혼여행을 떠나게 된다니.
가슴이 벅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라피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을 배웅했다.
“조심히 잘 다녀와.”
울먹이며 말하자,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기처럼 우는 것 좀 봐. 언니가 멀리 간다고 하니까 무서워?”
바이올렛은 아이를 어르듯 라피네를 다정하게 안아 주었다.
아드리안 역시 막냇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기념 선물 사 올게, 라피네.”
“응, 꼭 사 와야 해.”
어린애처럼 대답하는 라피네의 모습에,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은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누가 보면 적어도 1달 이상은 떠나는 줄 알겠어.”
뒤에서 제르칸이 중얼거렸다. 말투는 무뚝뚝했으나 내용은 비아냥거림이었다.
제르칸은 손수건을 꺼내 라피네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라피네, 어차피 두 사람은 우리 결혼식 전에 돌아와야 해서 1주일이면 돌아올 거야.”
“……그렇지만 걱정되는걸요.”
라피네가 훌쩍거리며 중얼거렸다. 원작에서 아드리안이 죽었던 장소라 그런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두 사람이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는 푹 잠들 수 없을 것 같았다.
라피네의 말에 제르칸은 헛웃음을 내뱉었고, 바이올렛과 아드리안은 킥킥거리며 웃었다.
라피네는 속으로 입술을 삐쭉였다.
‘칫……. 그래, 아무도 날 이해 못 하겠지.’
그도 그럴 게,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은 마수와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영웅이었다.
두 사람에게 위험한 일이 생길 거라 걱정하는 건 둘의 부모님과 라피네밖에 없을 것이다.
라피네는 입술을 꾹 깨물며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그래도 어디서든 방심하지 말고 조심해야 해.”
“알겠어, 라피네.”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은 라피네가 진정할 때까지 웃으며 말을 걸어 주었다.
이윽고 라피네가 진정되자, 두 사람을 태운 마차가 출발했다.
마차는 황성에서 출발해 에스턴 저택을 들렀다가 곧장 여행지로 떠날 예정이었다.
라피네는 한숨을 푹 내쉬며 돌아섰다. 제르칸이 그 뒤를 따라갔다.
“…….”
제르칸은 축 처진 라피네의 어깨가 몹시 못마땅했다.
걱정할 사람이 따로 있지, 어떻게 저 둘을 걱정한단 말인가. 저 두 사람이 얼마나 전투에 능한지 모르니 저러는 것이다.
그는 눈물까지 보이며 걱정하는 라피네 때문에 두 사람까지 꼴사납고 얄밉게 느껴졌다.
의식하지 못한 질투심이 여기저기 마음속을 불 지르기 시작했다.
“정말 괜찮겠죠?”
라피네가 시무룩하게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제르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젯밤에도 걱정으로 한숨도 못 잔 거 아닌가?”
덕분에 제르칸 역시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침대 끄트머리에 누워 있는 라피네가 하도 뒤척거리는 바람에 계속 신경이 쓰였다.
라피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르칸은 마지못해 말했다.
“그런 것 같아서 오늘 아침에 그림자 기사단에 명령을 내려 두었다. 두 사람을 따라갔다 오라고.”
“정말요?”
라피네가 깜짝 놀라 물었다. 그림자 기사단은 황태자 직속의 기사단으로, 아무도 그들의 얼굴을 몰랐다.
그만큼 비밀스럽게 황태자의 호위만을 위해 움직이는 이들이었다.
실력으로 따지자면 당연히 제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기관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따라가는 거라면 두 사람도 안전할 것 같았다. 바이올렛과 아드리안의 실력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라피네는 급격히 안심되기 시작했다.
“역시. 정말 고마워요!”
라피네가 활짝 웃으며 제르칸을 끌어안으려다 멈칫했다.
어제 제르칸이 했던 행동과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당분간은 사람들 앞에서도 스킨십은 자제했으면 좋겠어.〉
당연히 사람들이 없을 땐 털끝도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었다.
결국 라피네는 허공에 손을 올리고 투명 포옹을 하듯 팔을 토닥토닥 흔들었다.
제르칸은 뭐 하는 짓이냐는 듯 라피네를 쳐다봤다.
“아, 불편해하시니까. 감사하는 느낌만 전달받으시라고.”
라피네가 변명하듯 중얼거리고 웃으며 몸을 돌렸다. 언제 울었냐는 듯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제르칸은 그런 라피네의 뒤를 따라가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왠지 엄청난 손해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어제 괜히 그런 말을 해서…….’
솔직히 충동성이 다분한 행동과 말이었다. 너무 능숙하게 연기하는 라피네가 야속해서 저도 모르게…….
제르칸은 어제 괜히 그런 말을 꺼낸 자신이 바보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나갈수록 후회의 강도는 거세졌다.
라피네가 사람들 앞에서도 무척이나 스킨십을 자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 * *
“어머, 방금 보셨어요?”
“뭘요?”
“비전하요. 황태자 전하께 손도 못 대고 그저 아련히, 이렇게 손만 뻗다가 팔을 툭 떨어뜨렸잖아요.”
라피네와 제르칸의 결혼식 전 작게 열린 티파티에서, 귀부인들은 속닥거리며 황태자비 부부를 힐끔거렸다.
“어머나…….”
“이제는 손도 못 대게 하시는 모양이네요.”
“저런…… 가엾어라.”
“그러니까 말이에요. 결혼식이 코앞인데……. 어쩌면 좋아.”
라피네는 제르칸이 불편해하니 스킨십을 전처럼 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연기를 그만둘 수도 없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었다.
손대지 못하고 아련히 바라보며 애달픈 눈빛만 보내기.
효과는 아주 좋았다.
‘진작 이 방법을 쓸걸. 그럼 제르칸도 불편하지 않고, 나도 마음이 편했을 텐데.’
솔직히 제르칸과 스킨십을 하는 건 라피네도 불편했다.
‘팔이 너무 단단해서 좀 곤란했지. 어떻게 그렇게 두껍고 단단한지 참…….’
자꾸만 기대고 싶어서 문제였다.
게다가 가까이 붙어 있으면 좋은 향기가 나서 정신을 못 차릴 때도 많았다.
또 스킨십을 하다 보니 점점 욕심이 더 생겼다.
어쩔 땐 등도 쓰다듬고 싶고, 뒷머리도 만지고 싶고, 단단한 허리를 자꾸 끌어안고 싶고, 가슴에 머릴 기대고 싶고, 엉덩이도 토닥거려 보고 싶고…….
아무튼 제르칸이 너무 훌륭한 외모를 지니고 있어서 이쪽 역시 곤란했다는 말이다.
‘그래, 잘됐어.’
라피네는 아련하게 저 멀리 제르칸을 쳐다보다 고개를 숙였다. 자꾸만 아쉬운 마음이 들긴 하지만, 잘된 거라며 계속 스스로를 세뇌했다.
‘젠장.’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제르칸은 죽을 맛이었다.
사람들의 시선 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어쩐지 본인만 손해 본 것 같은 마음이 계속 들었다.
어차피 라피네는 똑같이 연기하는데…….
가까이서 사랑스럽게 웃는 모습도 못 보고. 팔짱을 끼는 작은 무게감도 느끼지 못하고. 귓가에 대고 속닥거리는 간지러운 귓속말도 듣지 못한다.
‘라피네한테 다시 말을 해야겠어.’
하지만 어떻게 말하지?
다시 사람들 앞에서 스킨십을 해도 좋다고? 사람들이 없을 때도 날 만져도 좋다고?
어디든 좋으니 날 좀 만져 달라고……?
어떻게 말해도 이상했다.
제르칸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전하, 고민 있으세요?”
마침 연회장 안으로 제르칸을 찾으러 들어온 퍼시가 표정을 보고 눈치채며 물었다.
“……왜 왔지?”
제르칸은 정곡을 찔린 듯 그를 흘겨보며 물었다.
“아, 결혼식 준비 때문에요. 몇 가지 결정해 주셔야 할 일이 있어서. 잠깐 함께 가시지요.”
제르칸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저 멀리 라피네를 쳐다봤다.
“전하…… 흑.”
라피네는 입 모양으로 제르칸을 부르더니 이내 몸을 돌려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대충 상처받은 연기 같은데, 분명 연기가 맞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콕콕 쑤셔왔다. 정말 자신이 라피네에게 상처를 준 것처럼 가슴이 저릿했다.
‘이게 정상인가?’
제르칸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퍼시와 함께 연회장을 나섰다.
* * *
핑계 김에 연회장을 빠르게 빠져나온 라피네는 시녀들과 함께 장미의 방으로 향했다.
제르칸의 옆에 붙어있지도 못하니, 연회가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전에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곤란할 정도였는데.
방에 도착한 라피네는 시녀들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고 편안히 소파에 앉았다.
“그나저나 비전하. 결혼식이 코앞인데…… 전하랑 사이가 소원해졌다는 소문이 돌아서 걱정이에요.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그러니까요. 아니, 황태자 전하는 뭐가 그렇게 불만이래요? 짜증 나 죽겠네.”
사정을 모르는 올리비아와 크리스틴은 표정으로 욕하며 라피네의 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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