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07)
방금 전, 셀레스티나 성녀가 소매 안쪽에 있는 무언가를 샴페인 잔에 탔다.
정말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 아무도 목격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게 셀레스티나의 시선을 따라간 곳에는 제르칸과 아드리안이 있었다.
‘쓰읍……. 수상한데?’
보아하니 약 같은데, 무슨 약인지 몰라도 수상한 걸 탄 게 분명했다.
애초에 저 성녀, 왠지 모르게 구린내가 났다.
라피네는 시녀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올리비아와 크리스틴이 큰 소리를 내며 싸우기 시작했다.
“올리비아! 어떻게 내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지?”
“너야말로! 내게 너무한 거 아냐?”
당연하게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이 그쪽으로 향했다.
라피네는 그 틈을 노려 샴페인 잔이 여러 개 놓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성녀는 자신이 약을 탄 샴페인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둔 채, 두 남자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제르칸은 못마땅해하는 표정으로 성녀를 쳐다봤고, 아드리안은 매너 있게 미소를 띠며 성녀의 말을 받아 주었다.
라피네는 입꼬리를 올렸다.
‘티 안 나게 먹이려고 저러는 거구나.’
샴페인 잔을 미리 가져가 건네면 의심하겠지만,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샴페인 잔을 가져오면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
속내가 훤히 보였다. 성녀 본인은 몇 번째에 놓여 있는 잔에 약을 탔는지 기억해 두고 있을 것이다.
‘무슨 약인지 모르겠지만, 절대 안 되지.’
라피네는 성녀가 약을 탔던 샴페인 잔을 정확하게 들어 올렸다.
그때, 고개를 돌린 셀레스티나 성녀와 눈이 마주쳤다.
“……!”
셀레스티나의 눈에 경악이 감돌았다.
라피네는 싱긋 웃으며 얄밉게 잔을 흔들어 보였다.
제르칸의 시선이 잠시 라피네에게 닿았지만, 말을 붙여 볼 새도 없이 아드리안이 그 틈을 노려 제르칸을 끌고 갔다. 성녀와의 대화가 무척 곤혹스러웠던 모양이다.
‘저 여자가……!’
셀레스티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구석에 있는 샴페인에는 사람들이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그걸 노리고 일부러 저 잔에 미리 약을 타 놓은 것인데…….
라피네는 얄밉게 웃더니 금세 여우처럼 사라졌다.
* * *
‘대체 무슨 약이길래 저런 표정이지?’
라피네는 샴페인 잔을 흔들며 비어 있는 테라스로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 시종에게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따가 루비를 불러 무슨 성분이 들어갔는지 확인해야겠어.’
그러려면 이 샴페인을 어딘가에 담아 보관해야 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촤르륵, 두꺼운 붉은색 커튼이 열리더니 누군가 테라스 안으로 걸어왔다.
“어……?”
라피네는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화가 난 표정의 안토니오가 다가오고 있었기에.
“나랑 이야기 좀 해.”
“…….”
라피네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여전히 반말을 찍찍 내뱉는 안토니오의 얼굴을 부채로 후려쳐 주고 싶었다.
“젠장, 넌 대체……!”
뭐가 그리 화나는지, 안토니오는 혼자서 계속 씩씩거렸다.
“넌 그딴 취급을 받으면서도 형이 그렇게 좋아? 날 거절해 놓고 그런 취급을 받으니 행복해?”
“일단 진정하시…….”
“진정은 무슨! 너도 솔직히 행복하지 않은 거잖아. 그러니 입맞춤을 할 때 그런 표정으로…… 젠장.”
안토니오는 몹시 괴로운 듯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욕설을 중얼중얼 내뱉는 걸 보면, 이미 취한 것 같기도 했다.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니까.’
라피네는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안토니오는 황족이니 시종 역시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때였다.
씩씩거리던 안토니오가 두리번거리더니, 별안간 라피네의 손에 들려 있던 샴페인 잔을 뺏어 가 그대로 들이켰다.
“그건 안……!”
안 된다고 외치려던 때.
촤르륵!
“대체 무슨 짓을 하시는……!”
또 한 명의 불청객이 테라스 안으로 들어섰다.
“이러시면 안 되는데…….”
갑자기 들어온 셀레스티나 성녀의 뒤로, 울먹이는 시종의 얼굴이 보였다.
라피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셀레스티나 성녀는 안토니오의 손에 들린 샴페인 잔과 라피네를 번갈아 보며 경악했다.
라피네는 그런 성녀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저렇게 경악할 정도라면…….’
그때, 안토니오가 눈을 질끈 감더니 고개를 저었다. 성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서, 설마…… 안토니오 황자님께서 그 술을 드신 건가요?”
“뭘 탔길래 그렇게 놀라는 거야?”
“…….”
라피네의 물음에 셀레스티나는 대답 없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라피네가 시종에게 나가라 손짓하자, 시종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 나갔다.
셀레스티나 성녀는 제 머리칼을 쥐어뜯듯 움켜쥐었다.
차라리 술잔이 깨져 버리는 게 낫지, 그걸 안토니오 황자가 먹을 줄이야!
오늘을 놓치면 안 된다는 조급함에 일을 신중히 진행시키지 못한 탓이었다.
셀레스티나는 스스로의 행동을 후회하며 라피네를 노려봤다.
이게 전부 저 여자 탓이다.
안 그래도 안토니오 황자는 라피네에게 미쳐 있는데……. 황비가 그 일로 얼마나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줬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 사랑의 묘약까지 먹게 되었으니, 황비가 자신을 죽이려 들지도 몰랐다.
안토니오 황자에겐 그 어떤 추문도 생겨선 안 된다. 그래야만…….
그때였다.
“내가, 내가 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안토니오 황자가 별안간 셀레스티나 성녀에게 다가갔다.
그러더니 무척 괴로운 얼굴로 그녀의 뺨을 감쌌다.
셀레스티나는 당황한 듯 뒷걸음질 쳤다. 안토니오 황자가 낮게 읊조렸다.
“너, 무슨 약을 탄 거야. 왜 갑자기…….”
“아, 안 돼…….”
셀레스티나 성녀의 표정이 더욱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사랑의 묘약은 약을 먹은 후, 처음 본 상대에게 푹 빠지게 된다.
당연히 안토니오가 샴페인을 먹고 라피네를 봤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성녀는 지뢰를 밟은 듯 어깨를 떨었다.
“왜 갑자기 네가 이렇게 사랑스럽게 보이는 거지?”
안토니오는 괴로운 듯 성녀를 향해 중얼거렸다.
그리고 잠자코 있던 라피네는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아하.”
무슨 약인가 했더니…….
‘그런 거였어?’
라피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마도 셀레스티나는 그 약을 제르칸에게 먹일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제르칸이 성녀에게 푹 빠지도록.
‘레베카 황비가 시켰겠지.’
결혼식 당일이니만큼, 제르칸의 평판을 떨어뜨리기 딱 좋은 기회일 테니 말이다.
안토니오는 셀레스티나의 어깨를 붙잡은 채 혼란스러워했다.
셀레스티나는 입술을 꽉 깨물다가 안토니오를 밀치고는 그대로 테라스를 빠져나갔다.
‘그러고 보니 둘이 이어지면 환상의 커플 아닌가?’
레베카 황비는 성녀와 마음이 잘 맞을 테니 말이다.
그때, 몸을 돌린 안토니오가 흔들리는 눈으로 라피네를 바라보았다.
“라피네, 난 아직도 너를…….”
말을 잇지 못한 안토니오는 젠장, 하고 낮은 욕설을 내뱉었다.
오늘 결혼식을 치른 라피네는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하마터면 웨딩 로드에 올라가, 저 작고 하얀 손을 잡고 데리고 도망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할 정도로.
그렇지만…… 지금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건 셀레스티나 성녀였다.
몸이 뜨거워졌다. 그녀를 원하고 갈망했다.
조금 전 성녀와 라피네의 대화에 의하면, 자신이 아까 마신 샴페인에 성녀가 이상한 약을 탄 듯했다.
그 뜻은…….
‘혹시 어머니가…….’
안토니오가 주먹을 꽉 쥐었다. 눈동자에 불길이 일었다.
몸이 달아오르는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당장 성녀를 찾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서는 자꾸만 라피네가 그를 붙잡았다.
정작 눈앞의 라피네는 꼭 강아지를 쫓아내듯, 손을 휘휘 저으며 꺼지라고 손짓하고 있는데 말이다.
“빨리 가 보지 그래요? 셀레스티나 성녀한테.”
“라피네, 넌 나를…….”
정말, 전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 대체 왜?
안토니오는 그렇게 물어보려다 입술을 꾹 닫았다.
이내 그는 몸을 돌려 거칠게 테라스를 빠져나갔다.
* * *
“뭐야?”
세피아 궁전으로 돌아온 레베카 황비는 소식을 듣고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씩씩거렸다.
“그 미친 계집!”
알아서 일을 처리할 테니 맡겨 놓으라고 당당하게 굴 때는 언제고!
화가 난 황비는 당장 자신의 궁에 머물고 있는 성녀의 거처로 찾아갔다.
“당장 문 열어! 당장!”
감히 그 약을 내 아들에게 먹이다니!
레베카 황비는 성녀의 저의가 의심스러웠다. 설마 미래의 황후 자리를 노리고 일부러 꾸민 것은 아닐까?
자신도 가지지 못했던 황후 자리를 저런 가짜 성녀에게 내어 줄 수는 없었다.
시종을 시켜 문을 뜯어내라 명령하려던 때, 철컥하고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선 레베카는 곧장 성녀의 뺨을 내리쳤다.
고개가 돌아간 셀레스티나는 화가 난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감히 그 약을 내 아들에게 써?”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 내 아들을 유혹하려고 일부러 그런 것이냐? 황후 자리가 그렇게 탐이 났던 거야?”
레베카는 굉장한 힘으로 성녀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셀레스티나는 있는 힘껏 그녀를 밀쳐 냈다.
“이 건방진!”
“라피네, 그 여자 때문이에요!”
셀레스티나가 소리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