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08)
“뭐?”
셀레스티나는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저 역시 안토니오 황자 전하와 엮일 생각 따위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라피네……? 라피네가 그 약을 안토니오에게 먹였다는 것이냐?”
“제 실수를 노린 것 같아요. 고의적으로 접근한 거라 막을 틈도 없었다고요!”
“…….”
레베카는 피가 고이도록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성녀는 또다시 레베카가 자신에게 달려들까 봐 그녀를 힐끗대며 말했다.
“저는 해독제가 올 때까지 당분간 방에서만 지내겠습니다. 그러니 안토니오 황자님에게도 호위를 붙여 주세요.”
레베카는 희번덕 무서운 눈으로 한참 성녀를 노려보더니, 쿵쿵거리며 방을 빠져나갔다.
“라피네, 그 쳐 죽일 것!”
레베카 황비는 제 침실로 돌아와 애꿎은 테이블을 뒤집어엎었다.
‘사사건건 날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감히 내 아들을……!’
최근, 거슬리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녔다.
안토니오는 계속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자작은 틈만 나면 안토니오의 틈을 파고들어 가로채려 한다.
게다가 이제 황태자비가 된 라피네 에스턴, 그 계집은 내내 자신을 무시하고 있었다.
티파티에 자신과 친한 귀족들만 빼놓고 불러, 다른 귀족들에게만 특혜를 준다거나.
아주 유치하고 치졸한 방법으로 자신을 따돌렸다.
피로연에서도 먼저 찾아와 인사를 건네긴커녕, 눈이 마주쳤음에도 투명 인간 보듯 개무시했다.
라피네가 그렇게 나오니 그 시녀들과 친한 귀족들도 자신을 업신여기는 것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테들러 자작 편에 선 귀족들 역시 그걸 꼬집으며 그녀를 한물간 사람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제 황족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지 않나요?〉
〈안토니오 황자는 폐하의 핏줄이니 그렇다 쳐도, 레베카 황비는 이제 황제 폐하가 찾아가지도 않으시잖아요? 남이나 다름없죠.〉
〈게다가 안토니오 황자님이…… 최근 술독에 빠져 산다고 들었어요.〉
〈저런……. 레베카 황비가 수도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이상해지다니, 다시 수도 밖으로 쫓아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늘 연회에서 테들러 자작 쪽 인사들이 떠든 내용이었다.
그 기억이 떠오르자, 레베카는 신경질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와장창!
그리고는 책상 위의 것들도 쓸어 던져 버렸다.
‘젠장, 젠장!’
마구잡이로 주변을 엉망으로 만든 레베카는 씩씩거리며 허공을 노려보았다.
‘일단은 라피네, 그 건방진 계집을 한번 혼내 줘야겠어.’
황실 어른으로서 본보기를 보여 줘야 할 때였다.
* * *
모든 연회가 끝나고, 라피네는 따뜻한 물이 담긴 욕조에 몸을 담그고 나왔다.
시녀들은 장미꽃을 띄운 물로 정성스럽게 라피네의 팔을 마사지해 주었다.
모든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그렇게 수면용 슈미즈 드레스로 갈아입은 라피네는 멈칫했다.
“좋은 밤 보내셔요, 황태자비 전하.”
“멋진 꿈을 꾸시길 바랄게요.”
시녀들은 후후 웃으며 라피네의 등을 떠밀고 가 버렸다.
침실로 들어온 라피네는 후다닥 침실 옆의 거울로 다가갔다.
슈미즈 드레스 위에 걸친 가운을 벗어 보자 눈앞이 아찔했다.
오늘따라 뭔가 이상하다 싶더라니……. 오늘 시녀들이 입혀 준 잠옷은 유독 가벼웠다.
‘얼마나 천을 아껴서 만든 거야?’
의도는 뻔히 보였다. 약혼 이후 매일 함께 밤을 보내긴 했지만, 결혼식 후 첫날밤이니 좀 특별하게 보내란 뜻이겠지.
‘어차피 가짜 결혼인데.’
라피네는 절대 가운을 벗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옷을 여몄다. 그리고 가운에 달린 끈을 꼭꼭 묶었다.
그때 침실 문이 열리고, 발소리가 들려왔다.
라피네는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거울 너머로 제르칸이 보였다.
제르칸 역시 라피네와 같은 색의 가운을 걸쳤는데…… 안쪽에는 가슴팍이 훤히 드러난 튜닉 셔츠를 입고 있었다.
‘미치겠네.’
라피네는 못 본 척 눈을 질끈 감고 침대로 올라갔다.
“어휴……. 오, 오늘따라 너무 피곤하네요. 저는 먼저 잘게요.”
“…….”
침대 끄트머리에 누운 라피네는 등을 돌린 채 이불을 목까지 끌어 올렸다.
잠시 눈을 감고 있자, 등 뒤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제르칸 역시 침대 위로 올라온 듯했다.
‘아씨, 빨리 자야 하는데.’
몸이 피곤해 죽겠는데 이상하게 정신은 또렷했다.
눈을 감자, 오늘 결혼식에서 했던 입맞춤이 그려졌다. 그 감촉, 향기, 몸이 붕 뜨는 듯한 황홀한…….
“라피네.”
등 뒤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라피네는 꼭 사형 선고를 받은 것처럼 심장이 발아래로 뚝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자는 척, 쿨쿨거리는 소리를 내 버렸다.
“잠든 건가?”
제르칸이 작게 물었다. 한번 시작한 이상 자는 척을 멈출 순 없었다.
라피네는 일부러 몸을 정면으로 돌려 천장을 바라보고 누웠다. 아예 잠든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그러자 제르칸 역시 조용해졌다. 들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자는 척하던 라피네 역시 슬슬 피곤함이 몰려와, 의식이 흐려질 때였다.
‘……!’
별안간 입술 위로 따뜻한 감촉이 닿았다 떨어졌다.
느낌을 보니 제르칸의 손가락인 것 같았다. 그러나 꼭 입술이 닿은 것처럼 심장이 요동쳤다.
하마터면 눈을 부릅뜨고 제르칸을 쳐다볼 뻔했다.
라피네는 순발력을 발휘해, 잠결에 뒤척이는 것처럼 다시 제르칸에게 등을 보이게 누웠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대체 뭘 한 거지? 내 입술은 왜 만지는 거야?’
결국 라피네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 * *
새벽녘에 겨우 잠든 라피네가 눈을 떴을 땐, 침대는 텅 빈 상태였다.
늘 그렇듯 제르칸은 아침 일찍 출근한 모양이었다.
라피네는 늘어지게 하품하며 기지개를 켠 뒤,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어제는 좋은 꿈 꾸셨어요?”
“잠자리는 편안하셨나요?”
올리비아와 크리스틴이 은근한 기대감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응, 뭐…….”
라피네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곤 시종들이 가져온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 시중을 들던 올리비아가 크리스틴에게 입 모양으로 무언가 속삭였다. 크리스틴은 괴상한 표정으로 어깰 으쓱였다.
“두 사람, 뭐 해?”
라피네가 묻자, 두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상냥한 미소를 보여 주었다.
라피네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의 속내는 뻔히 보였다.
지난밤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아 라피네를 걱정하는 듯했다.
‘사실 아무 일도 없진 않았지만.’
머릿속에 내내 물음표가 띄워졌다.
‘대체 제르칸은 내 입술을 왜 만진 걸까?’
손가락으로 만진 건 맞나? 설마 입술이 스쳤던 건 아닐까?
하지만 숨결이 느껴지진 않았으니 손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대체 왜 손으로 입술을 건드린 거지?
라피네는 멍하니 허공을 보며 샐러드를 씹었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올리비아와 크리스틴은 안쓰러운 시선으로 그런 라피네를 바라보았다.
식사가 끝나고 차를 마실 때.
올리비아는 어떻게 라피네의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릴까 고민하다, 무언가를 떠올리고 손뼉을 쳤다.
“아 참! 아까 어떤 시종이 와서 이걸 주고 갔어요.”
“응?”
올리비아가 가져온 건 빳빳한 종이봉투였다. 꼭 초대장 같은.
뒷장으로 돌려 보자 편지를 보낸 당사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뭐야, 레베카 황비잖아?’
티파티 초대장인가?
레베카 황비는 지난번에도 라피네를 초대한 적이 있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가지 않았지만.
라피네는 심드렁하게 봉투 안의 편지를 꺼내 읽었다.
예상대로 초대장이었다. 다만, 티파티가 아니라 라피네를 식사에 초대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나를 콕 집어 초대하면 거절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한 모양이지.’
굳이 파티를 열지 않고 이렇게 초대한 걸 보면 말이다.
뭐, 사실…… 레베카 황비의 예상이 맞았다.
‘굳이 초대하겠다면야.’
이렇게까지 대놓고 라피네를 콕 집어 초대한 걸 거절하면, 라피네의 평판에도 좋지 않을 것이다.
황비 편의 귀족들이 라피네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잔뜩 퍼트릴 게 분명했다.
라피네는 호기롭게 답장을 써 내려갔다.
오늘 저녁때 곧바로 찾아뵙겠다고.
* * *
라피네는 궁정인의 안내에 따라 세피아 궁전 안으로 들어섰다.
이곳에 오는 건 처음이었다.
황제의 총애가 지극할 때 새로 수리한 건물이라 그런지 확실히 으리으리했다.
지금은 빛이 좀 바랬지만.
라피네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궁정인은 불안한 듯 연신 라피네를 힐끔거렸다.
걸어가며 마주치는 궁정인과 하녀들은 굉장히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그들이 모시는 사람이 얼마나 까다롭고 포악한지 알 수 있었다.
라피네는 궁정인의 안내에 따라 호화롭게 꾸며진 식당으로 들어섰다.
커다란 식탁 위엔 식기와 음료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자리에 앉으려던 때, 마침 문이 열리고 레베카 황비가 들어왔다.
“와 주어 고맙구나.”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라피네는 자연스럽게 하대하는 황비를 보며 속으로 웃었다.
황궁의 법도에 따르면, 라피네와 레베카 황비는 서로 존칭을 사용해야 하는 위치였다.
그런데 황비는 아주 자연스럽게 라피네를 아래 사람 대하듯 굴었다.
‘어차피 보는 사람들도 없다 이건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