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13)
자작은 한참 동안 말없이 그런 레베카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늘 레베카 네게 최고의 것만을 안겨 주었지. 그런데 넌 어찌했더냐?”
“아버지…….”
“건방지게 날 배신하고 독자적으로 움직여? 네까짓 게 그럴 주제가 된다고 생각하느냐?”
“……흐윽.”
레베카가 흐느꼈다. 자작은 입술을 비틀며 그녀를 비난했다.
“내가 늘 말하지 않았느냐, 이 멍청한 계집아. 네게 가진 재주라곤 그 얼굴 하나뿐이라고! 그러니 머리 쓸 생각 하지 말고 내게 복종하라고!”
고개를 숙인 레베카의 입술이 덜덜 흔들렸다. 모욕적인 말에 치가 떨렸다.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어렸을 때처럼 무릎 꿇고 비는 수밖에.
“너는 그런데도 늘 주제 파악을 못 했어! 게롤의 것을 늘 탐내지 못해 안달이었지.”
게롤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레베카의 눈동자가 변했다. 그녀는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들어 올려 자작을 바라보았다.
“저는 그저, 게롤 그 애보다 더 아버지의 총애를 받고 싶어서……. 그래서 저는…….”
“하하하! 재미있는 말을 하는구나, 레베카.”
자작은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 큰 소리로 웃더니 이내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계집인 네가 게롤보다 더 총애를 받을 수 있을 리 없지 않느냐! 심지어 황제의 총애도 얻지 못하는 무능한 것이 어딜……!”
테들러가 혀를 쯧쯧 차며 딸을 비웃었다.
그는 레베카의 뒤에 서 있는 카밀라에게 명령을 내렸다.
“너는 당장 레베카를 끌고 가라.”
“아, 아버지! 제발 한 번만……!”
“내가 바보인 줄 아느냐? 네까짓 걸 다시 믿을 만큼? 애초에 계집인 널 믿은 내가 멍청했지!”
자작의 단호함에 레베카는 초조해졌다.
레베카는 무릎을 바닥에 댄 채로 기어가 테들러 자작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이거 놔!”
테들러 자작은 그녀를 떼어 놓기 위해 다리를 움직였으나, 그럴수록 레베카는 있는 힘껏 매달렸다.
자작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지팡이를 발견하고 그걸 집어 들었다.
그 순간. 레베카의 머릿속에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지팡이를 든 채 무섭게 다그치는 아버지의 모습은 익숙했다.
심지어 그는 지팡이를 남동생에게 넘겨줄 때도 있었다.
기억 속의 게롤이 아버지를 따라 지팡이를 휘둘렀고, 어린 소녀였던 레베카는 달팽이처럼 몸을 웅크렸다.
테들러 자작이 크게 지팡이를 휘두르려던 때였다.
탁!
레베카의 뒤에 서 있던 카밀라가 자작의 팔을 막았다.
“이게 무슨……!”
자작이 기가 막힌 듯 눈을 커다랗게 떴다. 레베카 역시 기다렸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자작을 밀쳐 버렸다.
“이, 이 건방진……!”
테들러 자작은 격노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던 그의 몸이 한순간 기울어지며 어딘가에 부딪혔다.
퍽!
호박이 깨지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레베카의 눈동자가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렸다.
“크윽……!”
낮은 서랍장의 모서리에 머릴 부딪힌 자작이 신음을 흘렸다.
그의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테들러 자작은 책상 위로 손을 뻗었다. 덜덜 떨리는 손끝의 방향에는 시종들을 부를 때 사용하는 테이블 종이 놓여 있었다.
1층에 대기하고 있을 기사들을 부르려는 생각인 듯했다.
그러나 테이블 종에 먼저 닿은 건, 자작의 두꺼운 손 대신 창백하고 가느다란 손가락이었다.
레베카는 아버지의 손이 닿지 않는 아주 먼 곳으로 종을 쓰윽, 밀어냈다.
자작이 눈을 부릅뜨며 레베카를 노려보았다.
“어차피 내가 소리를 지르면 너는…… 으읍!”
테들러 자작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레베카가 손바닥으로 자작의 입을 틀어막으며, 쓰러져 있는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
조금 전. 레베카를 향해 단검의 손잡이를 내밀었던 카밀라는 조용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카밀라의 손은 텅 비어 있었다.
“아버지…….”
레베카의 뺨에서 눈물이 툭 떨어졌다. 딸에 의해 죽음을 맞는 아버지를 향한 위로의 눈물이었다.
“…….!”
테들러 자작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레베카를 노려보았다.
눈앞에서 뱀처럼 웃고 있는 사람이, 어릴 때부터 딸이라서 나약하다고 무시했던 레베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레베카는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표정으로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
망가진 인형처럼 기괴한 모습이었다.
“사랑하는 아버지, 지옥에 가서 기다리세요.”
레베카는 단검을 쥔 손에 힘을 주어 안쪽으로 더 밀어 넣었다. 자작의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이 그녀의 손바닥 안에서 뭉개졌다.
레베카는 뱀처럼 나지막이 속삭였다.
“저는 아버지와 달리 천수를 누린 뒤 따라갈게요.”
“……으읍!”
“제가 그곳에 가면, 영원토록 아버지에게 복수할 테니…… 남은 시간을 즐기며 기다리도록 하세요.”
* * *
“테들러 자작이 죽었다고?”
“네, 자객이 침입했다고 하더라고요.”
아침 식사를 하던 라피네는 뜬금없는 소식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게 빨리 죽을 인간이 아닌데……?’
원작에선 어땠더라? 하긴, 이미 원작이랑 비교하기엔 너무 많은 것이 틀어졌다.
“그럼 테들러 자작을 따르던 귀족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라피네의 물음에 올리비아가 대답했다.
“듣기로는 자작의 아들이 곧바로 휘하의 귀족들을 모아 회의를 열었대요. 수사는 황성에 맡기고, 작위를 물려받는 것부터 서두를 생각인가 봐요.”
“자작의 아들이라면…….”
“게롤 테들러라고 들어보 셨어요?”
“연회에서 지나가며 본 적은 있어.”
“테들러 자작의 아들이라기엔 좀 멍청한 사람인데, 나름 휘하 귀족들한텐 신임을 얻고 있는 편인가 봐요. 자작이 워낙 아들을 편애했거든요.”
“그래?”
“네. 근데 문제는 따로 있어요.”
“뭔데?”
라피네의 물음에 두 시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크리스틴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레베카 황비요. 가뜩이나 구금당한 상태인데 아버지가 타살된 소식까지 들려왔으니…… 동정론이 일고 있대요.”
“동정론이라…….”
“레베카 황비가 소식이 들려온 뒤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울기만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그런 반응이 있나 봐요.”
“기가 막혀, 정말. 그런 짓을 해 놓고 동정을 받다니…….”
두 시녀가 열분을 토해 냈다.
“흠…….”
라피네는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레베카 황비를 따르던 귀족들은 이걸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다.
적으로 여겼던 자작의 힘이 약해질 테니 말이다. 그래서 되지도 않는 동정론을 일으킨 거다.
‘애초에 황비는 사교계에서 이미지가 좋았으니까 먹힐 거라 예상한 거겠지.’
게다가 황제의 명령으로 인해, 이번에 황비가 구금된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겉으로는 그저 라피네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정도로 알려진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내막을 모른 채, 은근히 레베카 황비의 역성을 드는 귀족들도 있었다.
‘황태자비가 하도 레베카 황비를 무시해서 참다 참다 폭언을 퍼부은 게 아니냐고 말이지.’
황제는 그 이야기에 곧바로 소문을 바로잡으려 했지만, 라피네가 말렸다.
황족들에 대한 소문을 하나하나 신경 쓰며 바로잡는 건 모양새도 좋지 않았고, 오히려 반감을 일으킬 수 있었다.
어차피 라피네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여차하면 나중에 영상을 편집해서 퍼뜨리면 되니까.’
황후 폐하와 관련된 폭언만 쏙 편집해서 말이다.
‘그나저나…… 대체 테들러 자작을 죽인 건 누구지? 황비는 갇혀 있었을 테니 불가능할 거고…….’
자작의 아들이라는 게롤 테들러인가?
아니면 아티움 신전 쪽?
* * *
세피아 궁전.
이곳의 주인인 레베카 황비는 병색이 완연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영락없이 죽은 아버지를 애도하는 딸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아버지의 죽음에 레베카는 누구보다 슬퍼했다.
‘참 안타깝고 아쉬운 죽음이야……’
쓸모 있는 상황에 죽일 예정이었는데, 이토록 허탈하게 죽이게 될 줄은 몰랐다.
계획대로라면 테들러 자작은 커다란 오명을 쓰고 죽어야 했다.
예를 들면 황태자비를 죽인 범인이라는 오명 같은 것.
어차피 라피네는 언젠가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 이상하게 그 여자애에게 집착하는 안토니오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언젠가 황제가 될 안토니오에게 치명타가 될 아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작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평범하게 죽어 버렸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황태자비를 죽인 살인자’라는 역할은 다른 사람을 이용해도 되는 거니까.
물론 한 가지 좋은 점도 있었다.
이로써 안토니오에게는 자신 외엔 의지할 곳이 없어졌다.
‘어차피 게롤 테들러, 그 멍청한 놈은 아무것도 못 할 테니까.’
레베카는 입꼬리를 비틀어 웃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