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15)
“게롤 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게롤이 몸을 돌려세웠다. 셀레스티나 성녀가 밝은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 몸은 괜찮나?”
게롤이 웃으며 물었다. 셀레스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빛에서 차마 주워 담지 못한 애정이 진득하니 흘러내렸다.
“그나저나, 지난번에 연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게롤은 한쪽 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궐련을 입에 물고 질문했다.
성녀는 독한 연기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황태자비가 저를 구해 주었다고요. 절 희롱하던 남자 귀족들을 2층 테라스에서 그대로 밀어서…….”
“그래서, 설마 그거 가지고 마음이 흔들리기라도 한 건 아니겠지?”
게롤의 질문에 셀레스티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럴 리가요.”
“그래, 난 누구보다 널 믿고 있어.”
“저도요…….”
게롤이 주머니에 꽂았던 손을 꺼내 셀레스티나의 허리에 감았다.
그가 궐련을 바닥에 떨어뜨려 구둣발로 짓밟았다.
“그나저나 황태자비는 참 마음이 넓은 사람인가 보네? 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널 도와주고 말이야.”
“……멍청한 거죠.”
셀레스티나가 비아냥거렸다. 그 대답에 게롤은 피식 웃었다.
“그래? 흠…… 그러면, 어디 그 여자가 얼마큼 더 멍청할 수 있나 한번 확인해 볼까?”
게롤은 셀레스티나 성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다정한 손길에 셀레스티나의 눈동자가 흐트러졌다.
이윽고 게롤의 입술이 셀레스티나의 입술에 닿았다. 셀레스티나는 기다렸다는 듯 그의 목에 팔을 감고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격렬한 입맞춤이 끝나자, 게롤은 셀레스티나의 목덜미에 입술을 맞추며 나직이 속삭였다.
“흔들리지 마, 셀레스티나. 난 새로운 제국의 유일한 대공이 될 테고…….”
“…….”
“넌 나의 영원하고 유일한 대공비가 될 거니까 말이야.”
셀레스티나는 황홀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테미온 왕국의 쓰레기장을 굴러다니던 신세였다.
그런 자신을 구해 준 게롤을 위해서라면, 셀레스티나는 못 할 게 없었다.
게롤은 충성스러운 눈빛의 셀레스티나를 향해 웃어 주며 그녀의 뺨을 쓰다듬었다.
“자, 그럼 이제 나는…… 사랑스러운 우리 조카를 달래 주러 가 볼까?”
그 말에 셀레스티나는 한 걸음 떨어졌다.
게롤은 그런 그녀가 기특하다는 듯, 은근한 손길로 셀레스티나의 등허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곧 연락하지.”
“부름을 기다리겠습니다.”
* * *
사파이어 궁.
“라피네.”
부부의 공간으로 들어온 제르칸이 라피네의 이름을 부르며 침실로 걸어갔다.
그는 요즘 이 순간이 조금 아쉽기도 했다.
‘침실에도 보는 눈이 있다면, 라피네가 계속 연기를 할 텐데.’
제르칸은 라피네와 단둘이 있을 때도 좋았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있을 때는 더 좋았다.
비록 연기지만 라피네가 사랑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쳐다봐 주기 때문이었다.
“라피네?”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제르칸은 미간을 찌푸렸다. 라피네는 침대 옆 테이블에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 앞에는 지난번에 보았던 라피네의 정령이 보였다.
언제 이혼을 하냐며 개소리를 지껄였던 그 얄미운 정령 말이다.
생긴 것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전하, 빨리 와 보세요.”
뒤늦게 제르칸을 발견한 라피네가 손짓했다. 제르칸은 그녀의 곁에 다가가 옆자리에 앉았다.
“마침 딱 오셨네요. 오르파나가 신전을 조사하면서 뭔가를 발견한 모양이에요.”
라피네는 제르칸이 앉자, 빨리 말해 보라며 오르파나에게 손짓했다.
“…….”
인간화한 상태의 오르파나는 조금 꺼림칙하다는 눈으로 제르칸을 힐끗대더니 말했다.
“아무튼 그놈들이 마수에게 신성력을 불어 넣어 이상하게 변화시키는 걸 반복했어요.”
“생포한 마수가 그렇게 많다는? 소리야?”
“대부분 새끼 마수였죠. 급격하게 자라게 만든 다음에는 신성력을 투입해요. 변형에 성공한 마수들은 따로 보관하고요.”
“……전쟁이라도 일으키려는 걸까요?”
오르파나의 말을 듣고 라피네가 제르칸에게 물었다. 그러자 제르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가 말했다.
“그렇지만 변형된 마수는 그다지 강해 보이지 않았어. 전쟁을 위해 신체를 강화한 거라면, 지난번 도망쳤던 그 마수가 그 정도의 피해만 일으켰을 리도 없고.”
“그 마수는 실패작이었을 수도 있죠.”
“그렇긴 하지만…….”
“도대체 마수를 변형해 뭘 하려고 하는 거지……? 전쟁 말고 이유가 있나?”
라피네가 눈을 가늘게 뜨자, 오르파나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이게 다예요. 시간이 갈수록 그곳에서 훔쳐보는 게 너무 괴로워져서……. 더 조사하진 못했어요.”
“괴로워졌다고?”
“네. 자꾸만 머리가 아프고,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역겨워서…….”
오르파나가 제 팔을 감싸 안고 부들부들 떨었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의 역겨운 방법으로 마수들을 실험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고생했어. 당분간은 더 조사할 필요 없으니 쉬어도 돼.”
“정말요?”
오르파나가 눈을 빛냈다. 지난번에는 빨리 가고 싶어 안달이더니……. 어둠의 정령과 함께 지내는 것보다 그곳이 더 힘들었던 모양이다.
라피네가 고개를 끄덕이자, 오르파나는 모습을 변형시켰다. 라비오르 상단의 주인인 멋진 언니의 모습이었다.
“그럼 당분간 사업에 집중하죠.”
오르파나는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제르칸은 갑자기 남성체에서 여성체로 모습을 바꾸더니 휙, 하고 사라진 오르파나가 충격적인지 미간을 찌푸렸다.
“여러모로 수상한 점이 많아요. 당분간은 조심해야겠어요.”
라피네의 말에 제르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나저나…….
라피네는 미심쩍어하는 눈으로 제르칸을 힐끗거리다가 침대로 들어가 누웠다.
제르칸 역시 아무렇지 않게 라피네가 누운 반대쪽으로 가서 눕더니 불을 껐다.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
단둘이 있을 때의 제르칸은 굉장히 담백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까 낮, 사람들 앞에서의 제르칸은…….
‘뭔가 미묘하게 능글맞은 웃음이었는데…… 뭐지?’
제르칸이 무슨 속내인지 알 수가 없었다.
라피네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 * *
〈그 여자를 갖고 싶지?〉
늦은 밤. 안토니오는 술병에 담겨 반짝거리는 액체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 삼촌인 게롤이 찾아와 그에게 질문했다.
그 여자를 갖고 싶냐고.
삼촌이 말한 여자는 셀레스티나 성녀였다.
자신이 먹었던 약에 대해 알고 하는 질문이었다.
‘뭐라더라, 사랑의 묘약?’
안토니오는 비웃음을 흘리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계속해서 성녀를 원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마다 안토니오는 라피네로 생각의 방향을 바꾸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왔으나, 계속 그 짓거리를 반복하다 보니 적응되었다.
성녀를 떠올리기만 해도 심장이 거세게 뛰고 몸이 뜨거워졌는데, 이제는 라피네를 떠올리면 그렇게 된다.
전보다 더, 더 격렬하게 라피네를 원하게 된 것이다.
격렬한 약효 거부 반응으로 찾아온 일종의 부작용이었다.
그러나 그걸 알 도리 없는 안토니오는 제힘으로 약효를 이겨 냈다고 여겼다.
그리고 착각 같은 최면에 빠졌다.
약효를 이겨 낼 만큼 자신은 라피네를 사랑하고 있다고.
〈안토니오, 대답해. 그 여자를 갖고 싶어? 네가 원한다면 이 삼촌은 뭐든 해 줄 수 있단다.〉
게롤의 말에 안토니오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삼촌. 그 여자가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라피네 에스턴. 그 애지.〉
생각지 못한 이름에 게롤의 눈이 커다래졌다. 애초에 안토니오가 황태자비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긴 했으나…….
〈워후. 이거 의외인데? 약효를 이겨 낼 만큼 강한 마음이라.〉
게롤은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여유롭게 말했다.
〈안토니오 황자 전하. 제가 조금 전 말씀드렸지요? 전하께서 원하는 건 뭐든 해 줄 수 있다고 말입니다.〉
능글맞은 대답에 안토니오의 눈썹이 구겨졌다.
〈그 애는 황태자비야. 그게 가능하다고?〉
〈물론이지요, 전하. 미래의 황제가 되실 분인데 뭔들 못 해 드리겠습니까.〉
게롤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놈의 황제, 황제, 황제…….
안토니오는 할아버지나, 엄마나, 삼촌이나.
모두 자신을 황제로 만들고 싶어 안달 난 게 징그러울 만큼 싫고 끔찍했다.
그러나 게롤 삼촌의 태도만큼은 썩 나쁘지 않았다.
라피네의 이름을 꺼낼 때마다 절대 안 된다며, 때를 기다리라고 하는 엄마와 달랐다.
삼촌은 당장이라도 원하는 걸 이룰 수 있게 도와줄 것 같았다.
〈방법은?〉
〈‘patiéntĭa’.〉
게롤이 처음 들어 보는 단어로 대답했다. 안토니오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가 말했다.
〈기다림.〉
〈뭐?〉
〈테미온 왕국의 고대어란다.〉
〈…….〉
〈그거 알고 있니, 안토니오? 제국이 세워지기 전, 이 땅은 모두 테미온의 것이었지.〉
무슨 소리지? 안토니오는 그가 말하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어 인상을 찌푸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