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18)
‘설마 황태자비를 노리고 있는 것인가?’
레베카는 손톱을 까득 깨물었다.
안 그래도 최근 황태자 부부의 사이가 좋아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라피네를 노리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황태자비인 만큼 호위망도 튼튼한 데다, 그 아이 역시 정령사였다.
전투 경험이 없다곤 하나, 무시할 아이가 아니였다. 이번에 정령의 힘으로 한 방 먹은 당사자가 바로 레베카였기에 더욱 잘 알았다.
‘어찌 되었든 누굴 노리든 상관없지, 성공만 하면……. 게롤은 오늘 일을 벌이려는 건가?’
자꾸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듯한 묘한 직감이 밀려왔다.
그때, 또 한 가지 불안한 생각이 레베카의 머릿속을 스쳐 갔다.
‘만약 게롤이 황태자비를 제거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교활한 놈이 누구를 범인으로 몰아갈지, 쉽게 답이 나왔다.
자신이 테들러 자작을 모함하려던 것처럼 그 녀석도 마찬가지일 거란 소리다.
‘젠장……!’
레베카는 곧장 호위 기사이자 하녀, 카밀라를 불러 명령했다. 그녀는 검은 로브를 걸친 뒤, 빠르게 황성을 빠져나갔다.
* * *
라피네는 하루 종일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
‘와 어떡하냐, 이제.’
머릿속엔 걱정이 가득이었다.
아까 전. 제르칸과 나눈 키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연기라고 하기엔…… 너무 격렬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짓까지 했는데, 오늘 밤에도 평소처럼 제르칸과 한 침대에서 자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아까 키스가 끝난 뒤, 제르칸은 아무렇지 않게 평소와 같은 이야기를 하다가 가 버렸다.
라피네는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했다. 혼자만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늘 밤이 더더욱 걱정됐다.
‘이러다 내가 제르칸을 덮쳐 버리면 어쩌지.’
스스로 선을 넘어 버릴까 봐 두려웠다. 제르칸이 사기 결혼을 당했다며 따져도 할 말이 없었다.
라피네는 잘근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아까 전의 키스가 머릿속에 반복됐다.
‘근데…… 어떻게 그렇게 좋을 수가 있지?’
제르칸의 입술 감촉은 그야말로 황홀했다. 달콤한 향기도 그렇고, 입술 안쪽의 혀도 말랑말랑 부드러웠다.
서로의 숨결을 나누는 그 행위는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것치고는 꽤 격렬하고, 이상야릇하게 숨이 차올랐지만 어쨌든.
라피네는 언제 한번 제르칸을 찾아가, 등 뒤에 누가 보고 있다며 한 번 더 키스를 시도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자꾸 사심만 채우는 것 같아서 제르칸에겐 좀 미안하지만…….’
그렇게 라피네가 ‘키스’에 대한 생각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였다.
오르파나가 자신을 부르는 신호가 느껴졌다. 시킨 일이 있기에 라피네는 곧장 마력막을 해제했다.
「주인님!」
오르파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저에게 감시하라고 지시하셨던 그 여자 말이에요.」
‘누구…… 아, 셀레스티나 성녀?’
「네, 맞아요. 그 여자가 황성 밖으로 나가면 보고하라고 하셨잖아요.」
‘걔가 왜?’
「위치 추적 센서를 붙여 놨는데, 아까 황성을 나갔더라고요……?」
조금 늦게 보고했기 때문일까, 오르파나는 잔소리를 예감한 듯 시무룩한 말투였다.
‘그래? 혹시 누굴 만났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여자…… 방금 납치되었는데요?」
‘뭐?’
라피네의 뺨이 일그러졌다.
* * *
라피네가 오르파나에게 명령한 건 간단했다.
셀레스티나가 황성 밖으로 나갈 경우, 누굴 만나는지 지켜보고 보고하는 것.
그렇게 명령한 이유는 테미온 왕국 때문이었다.
테미온 왕국 역시 제국과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는 나라였다. 종교에 대한 역사만큼은 제국보다 오래되었다고 들었다.
왕조가 세워지기 전부터 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만든 왕국이었으니까.
아무튼 신전이 내세운 성녀인 만큼, 혹시 그녀가 테미온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어 오르파나에게 주시하라 지시한 것이다.
결혼식에 참석한 테미온의 사절단과 혹시 만나지는 않을까 해서.
그렇지만 결혼식 연회가 끝난 후, 테미온 왕국 사람들은 곧장 본국으로 돌아갔다.
적어도 성녀를 따로 만난 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지시를 거두진 않았었다.
‘근데 갑자기 납치를 당했다고?’
라피네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민했다.
‘성녀를 납치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지?’
테미온 왕국? 신전? 아니면 제삼자?
“오르파나, 성녀를 납치한 놈들 얼굴은 기억 안 나?”
「장면을 보여 드려요? 물에 기록해 두었는데요.」
‘아니, 진작에 그거부터 보여 줬어야지!’
라피네가 짜증 내자 오르파나는 투덜거렸다.
“빨리 보여 줘!”
오르파나는 살짝 삐졌는지, 일부러 느릿하게 영상을 틀어 주었다.
그렇게 물속에 담긴 장면을 확인한 후.
라피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영상 속 성녀는 모습을 감추고 번화가 골목을 돌아다니다 목덜미를 가격당했다.
남자 2명이 그녀를 끌고 어딘가로 가서 마차에 집어넣었는데, 마차의 문이 열린 짧은 틈. 그 사이로 보인 얼굴은 라피네가 아는 얼굴이었다.
‘연회 때 성녀한테 추근거렸던 그놈들 중 하나잖아.’
기가 막혀. 라피네는 주먹을 불끈 쥐며 오르파나에게 명령했다.
“당장 위치를 추적해 봐.”
라피네는 곧장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라피네는 잠시 서서 고민했다.
‘혹시 함정일지도 모르니까.’
라피네는 쿨쿨 자고 있는 루비를 챙겼다. 다 큰 어른이 곰 인형을 들고 다니는 건 창피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몰래 성을 나가기 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제르칸에게 메시지 하나를 남겨 두었다.
* * *
도착한 곳은 수도 외곽, 산 아래 위치한 별장이었다.
라피네는 조용한 별장 안으로 침입했다.
1층에 있는 커다란 홀은 공사 중인 것처럼 황폐했는데, 그 가운데에 성녀가 묶여 앉아있었다.
그녀는 의식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라피네는 계단 위, 2층 난간에 서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몇몇 남자들이 그 앞을 지키고 있었고, 구석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었다.
‘저 쓰레기들.’
연회 때 성녀에게 추근댔던 청년 귀족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역시나 저놈들이 범인이었다. 라피네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건지…….’
라피네는 차라리 경비대를 불러올 걸 하고 후회했으나,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저놈들은 대귀족들의 2세였다. 법망을 모조리 빠져나가고도 남을 것이다.
신전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성녀가 목숨을 잃는 게 아닌 이상, 그들은 적당히 돈으로 합의 보고 이 일을 무마하려 할 가능성이 컸다.
대귀족들과 척을 지는 건 그들에게도 타격이 클 테니 말이다.
‘그냥 내가 직접 혼내 주는 게 낫지.’
라피네는 저놈들을 어떻게 혼내 줄까 고민했다.
그때, 청년 귀족들이 뭐라 속닥거리더니 의자에 묶인 성녀를 향해 다가갔다.
한 명이 슬금슬금 성녀를 툭툭 건드렸다. 그러고는 그녀를 묶었던 끈을 푸르기 시작했다.
수상한 움직임에, 라피네는 곧장 2층 난간에서 내려와 그들에게 다가갔다.
“누, 누구야!”
“누구냐!”
인기척이 들리자 그들은 경계 태세를 취했다. 침입자가 있다는 사실에 청년 귀족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흠. 이런 일을 벌인 것치고는 많이 쫄아 있는데?’
라피네는 속으로 의아해하며 로브 후드를 깊게 쓰고 걸어갔다.
그때였다.
끼익. 홀의 커다란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당황하던 청년 귀족들은 라피네의 눈치를 살피며 남자 쪽으로 달려갔다.
“시키는 대로 다 했소! 그러니 이제 우리는 풀어 주시오!”
“약속해 주시오, 빨리!”
청년 귀족들은 초조해하는 기색으로 그 남자에게 사정했다.
“…….”
라피네는 가운데에 선 남자를 주시했다.
허공에서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고, 라피네는 실소했다.
‘저 남자가 대체 왜 여기 있지?’
게롤 테들러였다.
그 역시 라피네를 보고는 멈칫했다.
게롤이 손짓하자, 수하들이 다가와 청년 귀족들에게 서류를 내밀었고 그들은 서류를 받아 들더니 도망치듯 밖으로 빠져나갔다.
게롤은 미소를 띠며 라피네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와우, 이렇게 빨리 움직이실 줄이야……. 정말 놀랍군요.”
“…….”
라피네는 한 걸음 물러났다. 내가 누군지 알아본 건가?
흐리멍덩한 인상 때문에 멍청하다는 소릴 듣던 게롤 테들러는, 소문과 전혀 달라 보였다.
굉장히 즐거워 보이는 미소는 언뜻 순박한 듯했지만, 눈빛은 뱀처럼 날카로웠다.
“흠, 이제 어떻게 끌어들일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제 발로 와 주시다니.”
“……무슨 소리지?”
“셀레스티나의 말을 듣고 설마설마했습니다. 그런데…… 진짜 구하러 왔잖아?”
게롤은 낄낄거리며 말했다.
“역시 성녀를 지켜보고 있던 거군요. 현실감 있게 납치하라고 명령하길 잘했네요.”
라피네는 그를 예리하게 주시했다.
역시 함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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