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2)
“라, 라피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소피아였다.
그녀는 빠르게 라피네를 데려가 품에 들어 안았다. 그리고 제르칸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전하, 아이의 무례를 용서하세요. 라피네는 이제 겨우 가정으로 돌아와 적응하는 중이랍니다.”
“…….”
제르칸은 한쪽 눈썹을 올린 채 소피아의 품에 안긴 라피네를 바라보았다.
“결혼…….”
라피네가 작게 중얼거리자, 제르칸의 입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솔직히 말해서‘누가 시킨 건가?’라는 의심이 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제르칸은 이 제국의 미래가 될 황태자였다.
황제의 후비가 낳은 2황자의 세력이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현재 황태자는 제르칸이었다.
그런 만큼 미래의 황태자비 자리를 노리는 가문 역시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제르칸은 공작가에 그런 의도가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공작가는 황태자비 자리를 노리지 않아도 강한 권력과 부를 가지고 있었으며, 또한…….
공작의 표정을 보면 누구도 그런 의심을 하지 못할 것이다.
에스턴 공작은 그야말로 세상이 무너진 듯한 얼굴로 눈도 깜빡이지 않고 굳어 있었다.
마치 석상이 된 것처럼.
“괜찮습니다. 아이의 장난일 뿐인데요.”
보다 못한 제르칸이 공작 부인을 향해 그렇게 대답했으나, 공작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여, 여보…….”
소피아가 그런 공작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렸다.
“겨, 겨, 겨, 결…… 결혼이라니…….”
그제야 정신을 차린 공작이 작게 중얼거렸다.
공작은 ‘결혼’이라는 단어를 말하면서 꼭 ‘전쟁’이나 ‘죽음’처럼 끔찍한 단어를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잠시 그 표정을 바라보던 제르칸이 안쪽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공작 부인에게 내밀었다.
“참, 이건…… 제 어머니께서 소식을 듣고 전해 주라고 하신 선물입니다.”
“어머, 황후 폐하께서요? 감사하게도…… 조만간 제가 찾아뵈어 인사를 따로 드리겠습니다.”
소피아는 우아하게 대답하며 선물을 받아 들었다.
벨벳 천으로 감싸진 상자를 열어 보자, 푸른색 보석이 박힌 예쁜 팔찌가 나타났다.
“어머 예뻐라! 이렇게 귀한 걸……. 라피네, 지금 해 볼래?”
소피아는 라피네를 의자 위에 앉히고 직접 팔찌를 채워 주려 했다.
“……!”
라피네는 선물이라는 단어에 두근대던 것도 잠깐. 놀란 얼굴로 그 팔찌를 빤히 바라보았다.
잠깐. 설마 이거…….
팔찌는 굉장히 특이한 디자인이었다. 특히 저 푸른색 보석은…….
일반적인 사파이어 같지만, 팔찌가 움직일 때마다 보석 안쪽에서 신비로운 빛이 반사되었다. 마치 오팔처럼.
저런 사파이어는 몹시 희귀했다.
「왜? 아는 물건이냐, 아가야?」
‘아니…… 아니야, 아닐 거야.’
근데 왜 이렇게 오싹하지……?
라피네는 멍하니 팔찌를 바라보다가 제르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 불안한 예감이 혹시라도 맞다면…….
이 물건은 미래에 제르칸이 사용하게 될 팔찌였다.
그리고 이 팔찌는 제르칸의 어머니, 즉 현재 황후의 친정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 중 하나였다.
‘대체 이 귀한 걸 왜 나한테?’
왜 하필 이걸!
이 세계에서 정령들은 매우 희귀한 존재였다. 그런 만큼 정령을 다루는 사람 역시 매우 드물었다.
일부 정령들은 오래된 물건이나 사람들이 사용하던 물건으로 변해 그 안에 깃드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령이 자연 속에 떠도는 것을 선호하지, 물건에 깃드는 것을 선호하는 건 아니었다.
그만큼 물건에 깃든 정령은 더 드물다는 소리였다.
원작 여주, 바이올렛은 여러 정령을 다루게 되는데 그중 물건에 깃든 정령은 루비가 유일했다.
바로 라피네가 얻게 된 아기 곰 인형 말이다.
어마어마한 무력을 가진 정령.
루비를 제외한 바이올렛의 나머지 정령들은 전부 자연을 떠돌던 정령들이었다.
그리고 이 팔찌는…….
‘정령이 깃든 팔찌잖아…….’
원작 남주, 제르칸은 정령들을 다루는 정령사가 아니었다.
그는 다른 힘을 가지고 있었다.
소드마스터로 각성한 제르칸은 ‘종말의 균열’과 싸우다가 특이 체질로 변이되는데, 그 이후로 어둠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건 철저히 비밀로 유지해야 하는 일이었다.
‘자칫하면 이단으로 몰리거나, 균열의 원인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까.’
원작에서 제르칸은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숨기는 데 성공한다.
‘그런 제르칸이 유일하게 다루는 정령이 바로 이 팔찌에 깃든 정령이었는데…….’
바로 물의 힘을 다루는 정령이었다.
물론 물건에 깃든 정령이 언제 어디서나 깨어나는 건 아니었다.
마력을 가진 자만이 정령을 깨울 수 있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령의 선택이었다.
마력을 가진 사람이 물건을 만지더라도, 정령이 거부하면 그 물건은 평생 평범한 물건으로 남는 것이다.
라피네에게 오게 된 아기 곰 인형 루비도 원작대로라면 몇 년 후, 마력을 개방한 바이올렛에게 갔어야 정상이었다.
「맞다. 하지만 나는 아가를 선택했지!」
‘그렇지만 얘는 안 깨어나겠지? 그래야 될 텐데……. 나중에 제르칸에게 돌려줘야지.’
라피네는 팔찌를 채워 주는 소피아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나저나 바이올렛이고 제르칸이고……. 왜 자꾸 이런 귀한 걸 나한테 넘기는 거야?’
솔직히 루비는 그렇다 쳐도, 이 팔찌는 정말 가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황후가 직접 내린 선물이라는데 “싫어!” 하고 팽개칠 수가 없었다.
그러면 곤란해지는 건 엄마일 테니까.
라피네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팔찌를 두 번 감아야 겨우 착용할 수 있었다.
그렇게 완벽하게 팔찌를 찬 순간, 싸늘한 감각이 팔목을 통해 피부 안쪽으로 밀려왔다.
하지만 다행히 싸늘한 감각만 느껴질 뿐, 팔찌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휴……. 이 정령이 날 거부했나 봐. 다행이야.’
「그래, 아가야. 너는 나만 있어도 충분할 것이다! 나는 최강의 정령이니까!」
라피네는 루비의 말은 가볍게 무시했다.
“정말 잘 어울리는구나. 마음에 드니, 라피네?”
“……네에.”
소피아가 기뻐하며 묻자, 라피네는 어쩔 수 없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제르칸을 향해 약간 억지스러운 인사치레용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음에 든다고 했으니까 황후 폐하한테 가서 잘 말해 줘야 한다……?’
제르칸은 그런 라피네를 보며 살짝 웃었다. 라피네는 그 미소를 보며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아직 어린 주제에 저런 미소를 짓다니.’
라피네는 괜히 손바닥에 땀이 나는 듯했다.
미래에 엄청난 집착남이 된다는 걸 알고 있어서일까? 왠지 제르칸이 좀 어렵게 느껴졌다.
「걱정하지 마라 아가야. 네가 미래를 바꾸면 저 아이가 미칠 일도 없지 않겠니?」
‘그래, 루비 네 말이 맞아.’
“큼…….”
혼란스러운 와중, 바이올렛이 헛기침을 했다.
바이올렛은 여전히 “결혼…….” 하며 중얼거리는 공작을 보다가, 눈치껏 자리를 피하자고 턱짓했다.
“아드리안, 제르칸. 이제 우리는 저쪽에 가서 이야기 나누자.”
아드리안 역시 한참 동안 싸늘하게 서 있다가 바이올렛의 말대로 걸음을 옮겼다.
라피네는 저쪽으로 사라지는 원작의 세 주연을 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최소한 제르칸과의 첫 만남에 ‘결혼’이라는 단어를 심어 주는 건 성공한 듯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도 그 단어를 심어 주긴 했지만.
에스턴 공작은 여전히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여보…… 이제 진정하세요.”
“결혼이라니……. 부인! 라피네가 머리를 다친 건 아닐까요? 당장 신관을 불러야지 안 되겠어!”
벌떡 일어나려는 에스턴 공작을 소피아가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라피네는 사이좋은 부부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며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제르칸을 꼬드길 수 있을까?’
라피네는 원작에 나온 제르칸에 대한 이야기를 더 떠올려 보았다.
일단 가장 먼저, 제르칸의 가정환경부터.
‘제르칸은 황제인 아버지를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어…….’
「아버지를 왜 원망해?」
라피네의 생각을 멋대로 읽은 루비가 물었다. 라피네는 루비에게 시도 때도 없이 참견하지 말라고 말할까 하다가 그냥 설명해 주었다.
루비에게 조언을 받는 편이 좋을지도.
루비는 단순하지만 마냥 멍청한 건 아니었다. 자신이 오해한 부분이 조금 있었다.
「인정해 주니 고맙구나, 아가야.」
‘그래, 아무튼…… 황제가 제르칸의 어머니인 황후 말고도 다른 아내를 들였거든? 그래서 미워하는 거야.’
「그럴 만하구나.」
‘응. 심지어는 원래 먼 과거의 황제들이나 후첩을 들였는데, 사라졌던 그 제도를 전통이랍시고 다시 만들어 낸 거지.’
「파렴치한 놈이군.」
‘맞아. 황후와는 어릴 때부터 약속된 정략결혼이었어. 그러다 황비를 만나 2황자를 본 거고.’
「그럼 제르칸의 입지가 불안한 건가?」
‘그건 또 아냐. 황제는 무조건 제르칸에게 황위를 넘겨주려고 해.’
「그래? 그건 의외로구나.」
‘적장자에게 황위가 내려가야 황권이 유지된다고 철저히 믿는 사람이거든. 원작에서도 제르칸은 무사히 황제가 됐어.’
「흥, 이상한 놈이네.」
루비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라피네는 원작에 나왔던 이야기를 더 설명해 주었다.
‘선대 황제가 전대 에스턴 공작…… 그러니까 우리 할아버지랑 주변 나라들을 점령하면서 황권이 강해졌거든?’
「그래서?」
‘지금 황제는 선황제의 유일한 적장자라는 이유로 강한 황권을 유지했어. 그 덕분에 후비를 들일 수 있기도 했고.’
「흐음…….」
‘자기는 어쩔 수 없이 아들을 하나 더 낳게 되긴 했지만, 적장자에게 물려줘야만 계속 이 황권이 유지된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황족이라는 놈들은 참 신기하다니까. 그럼 그 2황자라는 놈이랑 제르칸은 사이가 최악이겠구나?」
‘맞아……. 제르칸은 어머니인 황후에게 상처를 준 황제, 황비, 2황자 모두 원망하고 있어.’
「그래서 어머니가 죽고 미치는 거였군…….」
‘맞아. 실제로 황비는 자기 아들인 2황자를 황태자로 만들려고 고군분투하지만…… 그 집안사람들은 다 멍청해서 짜내는 계략마다 전부 실패하거든.’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일하게 성공한 계략이 있었다.
황태자를 바꾸진 못했지만, 그래도 꽤 수확이 큰 계략이었다.
‘바로 심리적으로 점점 수세에 몰리는 황후를 괴롭히는 일이었지.’
더불어 황후의 집안까지 천천히 몰락의 길을 걷게 한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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