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21)
극단적인 말에 라피네는 혼란스러운 듯 인상을 찌푸렸다.
안토니오가 이토록 자신에게 집착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어머니를 죽여서까지 날 지키겠다고?
솔직히 말해 믿어지지는 않았다. 이렇게 마음이 깊어질 만큼 자주 마주친 적도 없고, 그럴 사건도 없었으니까.
‘단순한 집착이지.’
라피네는 사랑 없는 단순한 집착이 사람을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잘 알고 있었다.
원작에서 제르칸의 삶이 그러했으니까.
“제게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어요.”
라피네가 말하자 안토니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말 모른다고? 안토니오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라피네가 원망스럽고 야속했다.
“너를 원해.”
“…….”
“계속 너를 원했어. 어렸을 때부터 나는 계속……!”
“그건.”
“…….”
“안토니오 너 혼자만의 마음이잖아.”
라피네의 말에 안토니오는 눈만 깜빡였다. 철창을 쥔 손등이 부들부들 떨렸다.
“난 너를 받아 준 적도, 너를 마음에 둔 적도 없어. 안토니오.”
“하, 하지만…….”
“네가 이렇게 협박해서 내가 널 선택한다고 해도, 과연 네 마음이 편해질까?”
“나는…….”
“타인에게 마음을 강요해선 안 돼, 안토니오.”
“닥쳐! 날 가르치려 들지 마!”
안토니오가 윽박질렀다. 그는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그래, 협박이야! 나랑 가지 않으면 넌 이곳에서 죽게 될 거라고! 정말 죽고 싶은 거야?”
“…….”
“내 품에 안길 바에야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건가? 그토록 형에 대한 마음이 고결해? 그렇게까지…… 형을 사랑해? 그런 거냐고! 대답해!”
“…….”
안토니오의 눈동자는 꼭 미친 사람의 것처럼 보였다. 라피네가 대답하지 않자, 그는 씩씩거리더니 소리쳤다.
“그래, 죽어! 차라리 죽어 버려!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안토니오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정말 고통스러워 보였다.
라피네는 괴로워하는 안토니오가 두려운 한편,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너무 괴로워…… 괴롭다고! 흐윽…….”
안토니오는 제 가슴께를 움켜쥐며 흐느꼈다. 라피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섣부른 위로가 안토니오에게는 쓸데없는 기대가 될 것이다.
그 무엇으로도 라피네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안토니오는 입술을 깨문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게 안토니오는 성큼성큼 감옥을 빠져나갔다. 감옥 입구 앞에서 기다리던 카밀라가 그를 발견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안토니오의 목덜미에 수면 침을 꽂았다. 그가 카밀라를 스쳐 가는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윽!”
안토니오가 느리게 쓰러졌다.
조금 전.
황성으로 간 줄 알았던 안토니오가 돌아와 라피네와 대화하겠다고 말했을 때, 카밀라는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그 순간 안토니오와 대적할 순 없었다. 승산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감옥에서 빠져나온 안토니오가 저택 밖이 아닌, 2층으로 향하려고 몸을 틀었다. 그 순간 카밀라는 빠른 판단을 내렸다.
‘레베카 황비를 죽이려는 거군.’
카밀라는 조금 전, 감옥 안쪽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들었다.
카밀라는 낑낑거리며 쓰러진 안토니오를 질질 끌고 저택 뒷문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이곳까지 타고 왔던 말 위에 잘 올려 고정한 후, 말의 엉덩이를 차 출발시켰다.
똑똑한 말은 알아서 황성 별궁 쪽 뒷문으로 향할 것이다.
* * *
카밀라가 안토니오를 데리고 사라진 사이.
조용히 사각지대에서 둘을 지켜보던 검은 그림자 하나가 감옥 안으로 향했다.
* * *
안토니오가 떠난 후, 감옥 안에서 제르칸을 기다리던 라피네는 무릎에 턱을 괸 채 한숨을 내쉬었다.
불안한 와중에 안토니오까지 저러고 가서 그런가, 마음이 불편했다.
그때였다. 작은 발걸음 소리 하나가 들리더니 점점 가까워져 왔다.
제르칸의 발소리라고 하기엔 무척 가볍고 느릿했다.
“어…….”
라피네는 철창 앞에 선 사람을 보고 당황했다. 그리고 그 사람의 행동은 더욱더 라피네를 당황하게 했다.
끼익.
커다란 자물쇠로 잠겨 있던 철창문이 열렸다.
딸그랑, 자물쇠를 열었던 열쇠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도망가세요.”
“…….”
라피네를 풀어 준 사람은 셀레스티나 성녀였다.
성녀는 초조한 듯 감옥 입구를 쳐다봤다.
“시간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유는 있어요. 레베카의 하녀가 기절한 안토니오를 끙끙거리며 끌고 갔거든요. 돌아오려면 시간이 꽤 걸릴 거예요.”
“날 왜…….”
라피네는 성녀를 이해할 수 없어 눈만 깜빡거렸다. 성녀가 답답하다는 듯 외쳤다.
“게롤 테들러가 그쪽을 죽일 거예요.”
“……그렇지만 당신은 게롤이랑 한패잖아.”
라피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몸을 일으켜 빠르게 감옥을 빠져나왔다.
셀레스티나는 대답하지 않고, 되레 질문을 던졌다.
“날 지켜본 이유는 뭐죠?”
“……수상해서.”
“그럼 내가 납치당한 걸 알고, 왜 바로 따라온 거죠? 날 구하기라도 하려던 건가요? 그것도 혼자?”
“정확히 말하면 혼자는 아니었어. 정령이랑 함께였지.”
라피네는 구속구가 채워진 팔을 턱짓하며 “결국 이렇게 됐지만.” 하고 덧붙였다.
그 대답에 성녀는 주먹을 움켜쥐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쓸데없는 인정 따위를 베풀어 봤자 소용없다는 걸, 이젠 잘 알겠죠.”
라피네는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 정말 쓸데없는 거 맞아? 직접 감옥 문을 열어 풀어 줘 놓고?”
그 말에 셀레스티나는 입술을 깨물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지난번의 일을 갚은 것뿐이에요.”
“그래, 고마워.”
“…….”
망설임 없이 튀어나오는 고맙다는 말에 성녀는 묘한 표정으로 굳었다.
라피네는 그런 셀레스티나를 지나치려다 멈칫했다. 그러고는 머뭇거리다가 손가락에 낀 반지 하나를 내밀었다.
“뭐죠?”
“……목숨 한 번 정도는 구할 수 있을 거야.”
성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필요 없어요.”
“나도 구해 준 걸 갚는 거니까 받아 둬.”
“그럼 내가 또 빚을 지는 거잖아요!”
그녀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라피네는 변명하듯 말을 덧붙였다.
“그때 그쪽은 목숨이 위험한 수준까진 아니었잖아. 목숨값은 목숨으로 갚아야지.”
“…….”
라피네가 반지를 쥐여 주자, 셀레스티나는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반지를 내던지진 않았다.
‘어차피 엄청난 것도 아닌데……’
그건 오르파나의 힘으로 만든 물의 공격 마법이 담긴 반지였다.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이었다.
‘정령의 힘이 무력화된 지금은 쓸 수 없긴 하지만…….’
라피네는 구속구를 깨트리면 정령들이 돌아올 거라 믿었다. 그래야만 했다. 그 믿음으로 반지를 준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라피네는 서둘러 감옥을 빠져나왔다.
제르칸이 언제 올지 모르니, 최대한 이 저택에서 멀어지는 게 나았다.
솔직히 조금 두려웠다. 안토니오는 레베카가 자신을 죽일 거라 말하고, 성녀는 게롤이 자신을 죽일 거라 말했다.
‘아니, 왜 다들 날 죽이려고 난리야.’
이유는 명확했다.
아까 게롤의 말대로, 레베카나 게롤이나 제르칸의 약점이 자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헛발질한 것도 모르고, 등신들.’
제르칸과 자신이 친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제르칸을 흑화하게 하는 유일한 약점은 바로 어머니다.
아마도 황후는 납치하기 어려우니 자신을 타깃으로 정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이런 것까지 만든 건가.’
구속구로 인해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찼다.
셀레스티나의 말대로 지하 감옥으로 통하는 통로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라피네는 느린 걸음으로 저택의 입구로 향했다. 빨리 빠져나가 최대한 멀어져야 한다. 빨리…….
“어딜 가?”
그때였다. 소름 돋는 목소리에 라피네는 고개를 돌렸다.
2층 계단에서 레베카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그녀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온몸이 피범벅이었으며 손에는 단검을 쥔 채였다.
문제는 저 붉은 흔적이 모두 그녀의 피가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그러니 저렇게 태연하게 걸어오고 있겠지.
레베카의 모습은 꼭 지옥에서 온 악귀 같았다.
‘게롤을 죽였나 보네.’
두 사람은 서로를 죽이는 게 목적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차례는 라피네였다. 그래야 라피네의 죽음을 상대에게 덮어씌울 수 있을 테니까.
‘젠장……!’
라피네는 최대한 빨리 움직이려 했으나 자꾸만 다리에서 힘이 빠졌다. 등 뒤에서 계단을 내려오는 황비의 발걸음 소리가 빨라졌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가까워졌을 때였다. 라피네는 가까스로 그 손길을 피하며 몸으로 커다란 문을 밀었고 그대로 넘어졌다.
아니, 넘어질 뻔했다.
쿠궁!
갑자기 엄청난 진동과 함께 눈앞이 밝아졌다. 견딜 수 없을 만큼 밝은 빛이 쏟아져 내렸다.
“아악!”
등 뒤에서 황비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라피네는 자신을 붙잡은 사람이 누구인지 곧바로 알아챘다.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체온, 따뜻한 숨결의 향기.
그것만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