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23)
라피네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미안한데 머리가 너무 아파…….’
그 말에 두 정령은 입을 꾹 닫았다. 그러나 잠시 후, 침묵을 참지 못한 오르파나가 작게 속삭였다.
「……저희는 계속 시간이 멈춘 것처럼 굳어 있었어요. 구속구가 사라질 때까지요.」
‘그랬구나…….’
「아가 다친 덴 없는 거냐?」
‘난 괜찮은 것 같아. 너희는?’
「저희도 괜찮아요!」
「나도 괜찮단다.」
라피네는 두 정령의 대답에 안도했다.
그때, 침실로 들어온 시녀들이 라피네가 깨어난 것을 발견했다.
“비전하!”
“깨셨어요?!”
“빨리 의원을 불러와!”
“전하께도 알리고!”
올리비아와 크리스틴은 시종들을 재촉했다. 그러고는 준비해 둔 따듯한 물을 가져와 라피네에게 먹여 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라피네가 묻자, 올리비아는 라피네의 체온을 체크하며 대답했다.
“며칠이나 깨어나지 못하셨어요. 그래서 황태자 전하께서 밤낮없이 계속 간호하셨는데 하필 잠깐 자리를 비우셨을 때 깨어나셨네요…….”
“어쨌든 깨어났으니 된 거죠.”
크리스틴은 따뜻한 수건으로 라피네의 이마에 난 땀을 닦아 주었다.
“레베카 황비는? 어떻게 됐어?”
“그게…….”
라피네의 물음에 크리스틴은 머뭇거렸다.
“어서 말해 줘.”
라피네가 재촉하자, 크리스틴은 어떻게 하냐며 올리비아를 쳐다봤다.
“일단은 의원에게 진료를 받고, 수프만이라도 드시면, 그 뒤에 말씀드릴게요. 깨어나면 절대 안정해야 된다고 의원이 그랬단 말이에요…….”
“…….”
올리비아의 태도는 단호했다. 라피네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약속대로 의원에게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따뜻한 수프를 한 접시 비운 뒤.
라피네는 올리비아와 크리스틴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더는 못 기다려.”
“바로 말씀드릴게요! 뭐부터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레베카 황비는 비전하를 납치한 혐의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혀 있어요.”
“…….”
“오늘이 첫 재판이에요. 황태자 전하께서는 그래서 자릴 비우셨고요. 레베카 황비, 그 여자는 뻔뻔하게도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요! 모든 게 게롤 테들러의 짓이라고 변명하면서 말이에요.”
“이제 비전하께서 깨어나셨으니 다 밝혀지겠죠. 피해자이자 증인이 여기 있는데.”
라피네는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아, 하며 물었다.
“그럼 셀레스티나 성녀는?”
“그 여자는…… 정신을 거의 놔 버렸던데요? 이번 일로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에요. 몇몇 귀족들이 게롤 테들러에게 돈을 받고 성녀를 납치했다던데…….”
“그럼 성녀는 감옥에 있어?”
“아뇨, 그냥 황성의 치료소에서 보호받고 있어요. 중요한 증언을 했거든요. 게롤 테들러를 죽인 범인이 레베카 황비라는 증언이요.”
“그래?”
“네. 게롤 테들러가…… 엄청 잔인하게 죽었다는 거 있죠? 그런데 진짜 레베카 황비가 죽였을까요?”
“그래서 지금 소문이 자자해요. 테들러 자작을 죽인 것도 레베카 황비가 아니냐고.”
라피네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렇지만 황비는 그때 구금되어 있었잖아.”
“그런데도 게롤 테들러의 사체가 워낙 잔인한 몰골이라 그런 소문이 도나 봐요.”
라피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든 사이 꽤나 많은 것들이 진행되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테미온 왕국의 속셈이야. 그자들이 어디까지 침투했는지 알아내야 해.’
라피네는 몸을 일으켰다.
“가 볼 데가 있어.”
“어, 어디를요?”
“안 돼요!”
시녀들이 극구 말렸으나, 라피네는 엄청난 고집으로 사파이어 궁을 빠져나왔다.
라피네가 향한 곳은 셀레스티나 성녀가 보호받고 있다는 황성의 치료소였다.
치료소의 궁정인들은 라피네를 보고 당황해했다.
“비전하!”
“어떻게 여기까지……!”
“셀레스티나 성녀를 만나러 왔네.”
그 말에 궁정인들은 병실처럼 생긴 방으로 라피네를 안내했다.
제르칸이 직접 붙여 놓고 간 그림자 기사단의 단원 2명은, 안쪽까지 따라 들어가려 했다.
“……미안하지만 별일 없을 테니 여기서 기다려 줘요.”
“안 됩니다, 비전하!”
“절대 안 됩니다!”
두 사람의 말에 라피네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고는 노크를 한 뒤, 혼자 문을 열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어어……!”
“아니, 이게 무슨…….”
오르파나에 의해 발이 묶인 두 기사는 당황해하며 시선을 고개로 내렸다.
철컥.
문을 닫고 들어간 라피네는 속으로 2명의 기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라피네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두 사람은 잡히지 않는 물과 씨름하고 있을 것이다.
라피네는 천천히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셀레스티나 성녀.”
셀레스티나는 침대 옆, 창문 앞에 있는 테이블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하얀 치료복을 입은 그녀는 정말로 신의 힘을 받은 성녀처럼 성스럽게 느껴졌다.
“…….”
내리쬐는 빛을 받고 있던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라피네를 쳐다봤다.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그쪽도.”
라피네는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라피네가 입을 열기 전, 셀레스티나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거 말이에요.”
운을 띄우며, 셀레스티나는 제 손에 끼워진 반지를 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감옥 앞에서 라피네가 줬던 반지였다.
“……사용을 했어?”
라피네가 놀란 목소리로 물으며 눈을 깜빡였다. 원래 저 반지는 가운데 부분에 푸른 보석이 박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텅 비어 없었다. 그렇다는 건…… 일회용 공격 마법이 발동되었다는 뜻이다.
‘황성 치료소에서 목숨이 위험할 만한 일이 있었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라피네가 묻자, 성녀가 허탈한 듯 웃으며 말했다.
“게롤 테들러는 정말이지 철저한 남자예요.”
“…….”
“본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날 죽이라고 사람을 고용해 두었더군요.”
성녀의 말투에는 분노와 배신감이 가득했다. 라피네는 그녀의 미묘한 태도를 보고 곧바로 알아차렸다.
셀레스티나 성녀가 게롤 테들러를 사랑했다는 걸.
‘언제부터 알던 사이지?’
물어볼까 말까 고민하던 때, 셀레스티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난 그 사람에게 모든 걸 헌신했어요. 테미온 왕국에서 비렁뱅이처럼 살던 날 구해 준 게 그 사람이거든요.”
“……테미온 왕국 출신이군.”
“맞아요.”
“그럴 것 같았어.”
“그날, 저택에서 죽은 그 남자의 시체를 끌어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레베카 테들러를 죽여 버리고 싶었어요.”
“…….”
“그런데 그 남자는 날 죽이기 위해 미리 계획까지 해 두었다니.”
“……유감이야.”
“덕분에 목숨을 또 빚졌네요. 이번엔 어떻게 갚으면 되죠?”
셀레스티나는 허탈한 목소리로 물었다. 라피네는 그녀의 공허한 눈빛과 말투를 보며 느꼈다.
셀레스티나는 이제 이 세상에 아무 미련도, 원망도 없다는 것을.
“설마 죽을 생각은 아니지?”
라피네가 물었다.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는데요.”
“널 죽이려고 칼을 품었던 남자를 위해 죽지는 마. 게롤 테들러는 널 구해 준 게 아냐. 더 나락에 빠트린 거지.”
“…….”
“게롤 테들러의 목적이 뭐지?”
셀레스티나는 대답 없이 창밖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관련된 자들은 또 누가 있지?”
“…….”
“어차피 모든 게 밝혀질 거야. 네가 테미온 왕국의 첩자라는 것도 전부. 대답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좋아. 다만, 나는 네게 기회를 주는 거야.”
“기회?”
“증언으로 수사에 협조해서 감형받을 기회 말이야.”
“…….”
“당신은 어쨌든 성녀 행세를 하면서 제국민들에게 선행을 많이 베풀고 다녔잖아.”
“갑자기 그게 무슨 상관…….”
“그것도 감형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지. 원한다면 당신을 변호할게.”
“…….”
“그게 싫다면…… 차라리 당신이 첩자라는 게 밝혀지기 전에 수도를 떠나. 나는 입을 다물 테니까.”
“왜…….”
성녀는 와락 얼굴을 구겼다. 라피네가 왜 자신에게 이러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삶을 살라고.”
라피네는 진심이었다.
사실, 정말 이러면 안 되지만…….
감옥에서 자신을 꺼내 주던 셀레스티나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끊임없이 갈등하던 눈빛이었다.
구해 주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 첨예한 갈등 끝에, 셀레스티나는 결국 라피네를 구하는 걸 택했다.
그저 순수한 선의를 택한 것이다.
아무리 성녀가 테미온의 첩자라지만, 라피네는 그곳에서 자신을 꺼내 준 셀레스티나를 외면할 수 없었다.
원래 사람은 그런 것이다.
순수한 선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
“…….”
그리고 때때로 누군가의 진심은 상대방의 마음을 이상하게 만들고는 한다.
특히나 따뜻한 진심은, 평생 누군가가 가져온 신념을 무너뜨리기도 하는 것이다.
“……알려 줄게요.”
“…….”
“내가 알고 있는 걸 전부……. 그게 당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셀레스티나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라피네의 진심은, 결국 그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