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24)
* * *
성녀에게서 증언하겠다는 확답을 받은 후, 라피네는 치료소를 빠져나왔다.
기사들은 투덜거리며 라피네의 뒤를 따라왔다.
그렇게 사파이어 궁에 들어섰을 때였다.
“……!”
라피네는 저 멀리서 뛰어오는 제르칸을 발견했다.
제르칸은 뒤늦게 라피네가 깨어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달려온 모양이었다.
뛰어오는 바람에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는데, 그걸 보자마자 라피네의 심장이 쿵쿵 이상하게 뛰기 시작했다.
복잡 미묘 한 기분이었다.
반갑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미안하기도 하고……. 표현 못 할 감정들이 뒤섞였다.
“라피네.”
가까이 다가온 제르칸은 라피네의 몸 상태부터 확인했다.
“괜찮아요. 의원도 괜찮다고 했고…….”
라피네가 민망해하며 말했으나, 제르칸은 괜찮다는 말 자체를 아예 무시했다.
“그나저나 손은 괜찮…… 어어!”
다친 손에 대해 물으려던 때였다. 제르칸은 라피네를 그대로 가볍게 들어 안아 궁 안으로 들어갔다.
라피네는 내려 달라고 말하려다 입을 꾹 닫고 제르칸의 목에 팔을 감았다.
침실까지 가는 길, 두 사람을 마주친 궁정인들은 흐뭇해하는 표정으로 고개 숙여 인사했다.
라피네는 몹시 민망했으나, 그것보다는 너무 크게 뛰는 심장이 더 곤혹스러웠다.
밀착하고 있는 제르칸에게 이 소리가 전해질 것 같았다.
침실 안으로 들어온 제르칸은 침대 위에 라피네를 눕히고는 이불을 덮어 주었다.
“…….”
고개만 빼꼼 내민 채, 라피네는 제르칸을 힐끗거렸다. 그는 침대 옆에 가져다 둔 의자에 앉아 라피네만 지그시 응시했다.
“셀레스티나 성녀를 만나고 왔어요. 성녀가 테미온 왕국에 대해 모두 증언하겠다고 약속했어요.”
“…….”
제르칸은 그 무엇도 안중에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라피네는 몹시 민망해졌다.
그날, 제르칸이 했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쉽게 그것에 대해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라피네는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
“손은 괜찮아요? 어디 좀 봐요.”
라피네가 손바닥을 내밀자, 제르칸은 그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꼭 말 잘 듣는 대형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는 다 아물었네요.”
라피네는 제르칸의 손바닥을 꼼꼼히 확인했다. 다행히 큰 상처는 많이 아문 상태였다.
“다 아물진 않았어.”
“……네?”
라피네가 눈을 깜빡이며 묻자, 제르칸은 말없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아. 아직 많이 아프다고요?”
“……그래.”
라피네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솔직히 이 정도 아물었으면 아프진 않을 텐데…….
자신에게 약한 소리를 하는 제르칸이 귀엽게 느껴졌다.
장단을 맞춰 주고 싶다는 마음에 라피네는 그의 손을 끌어당겨 자세히 손바닥을 살폈다.
그러고는 호, 입김을 불어 주었다.
“아직도 아파요?”
“…….”
제르칸이 답이 없자, 라피네는 그제야 자신이 한 행동을 눈치채고 민망해서 굳어 버렸다.
왜 갑자기 이렇게 닭살 돋는 행동을 했는지 스스로도 알 길이 없었다.
라피네는 제르칸의 손을 슬쩍 치우고는 이불을 슬그머니 올렸다.
“…….”
민망함에 눈까지 이불을 올렸을 때.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르칸이 웃는 걸 알아챈 라피네는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이마 위에 부드러운 감촉이 닿았다.
제르칸의 입술이었다.
“……좀 더 자야겠어요.”
라피네는 화끈거리는 걸 숨기기 위해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 위로 제르칸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 * *
그날 이후. 셀레스티나 성녀는 생각보다 정말 많은 걸 토설했다.
라피네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아티움 신전은 하나의 나라와도 같았다. 그런 만큼 내부에 수많은 세력 다툼이 존재했다.
그중, 최근 가장 큰 영향력을 행세하고 있는 세력이 있었다.
고대의 현자라 불리던 베스카나 신관을 따르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어처구니없게도, 테미온의 국왕이 베스카나 신관의 환생이라 믿고 있다고 한다.
‘웃기고 있네.’
라피네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코웃음 쳤다.
실제로 초상화를 비롯해 행동이나 특징 등, 많은 점이 기록과 닮았다고 하던데……. 진실은 모르는 일이었다.
‘사이비 교주들이 하는 말이 다 똑같지.’
어쨌든 테미온으로 여행을 떠났던 게롤 테들러가 문제의 시작이었다.
그는 우연히 왕궁의 연회에 참가했고, 국왕을 마주치게 되었다.
세상에 불만 가득하던 게롤이 사이비에 심취하게 된 건 순식간이었다.
게롤은 그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신분을 드러냈고, 국왕은 그가 안토니오의 삼촌이라는 것을 노려 계획을 구체화했다.
제르칸을 무너뜨리고, 상대적으로 심지가 나약한 안토니오를 황제로 세워 제국을 집어삼키려는 계획이었다.
그들 모두가 베스카나 신관의 환생인 테미온 왕이 제국을 지배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그들은 암암리에 금술을 이용해 더더욱 세력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 단추인 제르칸을 무너뜨리기 위해 라피네를 노렸던 것이다.
‘또 놀라운 사실이 하나 더 있었지.’
성녀의 말에 의하면, 아주 오래전. 갓난아기였던 라피네를 바꿔치기했던 그 여자가 지금 테미온 왕국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역시 금지된 술법을 이용했던 거야.’
테미온 왕국으로 돌아갈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서, 소지하고 있던 약을 이용한 것이다.
그 여자는 현재 테미온 왕국의 간부급이며, 금술 약을 제조하고 있다고 한다.
모든 이야기를 듣게 된 라피네는 제르칸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셀레스티나 성녀는 테미온의 첩자라는 게 밝혀짐과 동시에 엄청난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증언들이 몹시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모든 사실이 밝혀진 뒤, 제국 황성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아졌다.
하늘의 먹구름이 빠르게 움직였다.
라피네는 머지않아 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감했다.
* * *
신전 역시 제국의 요구에 따라 내부의 수상한 세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밝혀질지는 모르겠지만, 제국의 눈치를 보는 입장이니 완전히 발뺌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테미온과 관련된 조사가 빠르게 진행되는 사이.
반대로 레베카 황비의 재판은 지지부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저는 아닙니다!”
초췌하게 마른 행색임에도 레베카는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계속 이렇게 모든 혐의를 부인할 생각입니까!”
사법관이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레베카의 재판이 이루어지는 법정은 오늘도 사람이 가득했다.
여전히 레베카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단 한 가지는 인정했다.
바로 게롤 테들러를 죽인 범인이 자신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걸 인정함과 동시에 레베카는 다른 사실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었어요! 황태자비를 지키려고 내 남동생을 죽인 거라고요! 난 억울해! 이건 정당방위야! 날 당장 풀어 줘요!”
오히려 자신이 황태자비를 살린 은인이라는 주장이었다.
오늘도 그녀의 주장은 확고했다.
“어쩜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는지…….”
“친동생을 그렇게 칼로 난도질하다니요. 끔찍하게…….”
재판에 참여한 귀족들은 쯧쯧 혀를 차며 레베카 황비를 비난했다.
로브를 쓴 채 정체를 숨기고 재판을 보러 온 라피네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미 라피네는 증언을 마친 뒤였다.
그날, 레베카 황비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레베카는 고집스럽게 부정했다.
‘당사자가 저렇게까지 격렬하게 부정하며 난동을 피우니, 재판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겠지.’
레베카가 저렇게 뻔뻔하게 나가는 건 모두 안토니오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안토니오가 황제가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을 테니 흠이 되고 싶지 않을 게 뻔했다.
안토니오는 이번 사건의 모든 수사에서 제외되었다.
별궁의 시종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증언했다. 그날, 안토니오 황자는 별궁에서 한 발자국도 나간 적이 없다고 말이다.
라피네 역시 안토니오에 관련된 증언은 따로 하지 않았다.
사실을 밝혔다간 별궁의 시종들이 전부 위증죄로 처벌받게 될 테니, 함부로 입을 열기가 곤혹스러웠다.
게다가 안토니오가 오지 않았다면, 그날 라피네는 게롤 테들러에게 폭력을 당했을 것이다.
안토니오는 이미 여러모로 혼란스럽고 괴로운 상황이었다. 굳이 벌집 쑤시듯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의외인 점이 하나 있었다.
‘황비는 왜 자신의 하녀를 감싸는 거지?’
그날, 라피네를 감옥에 가뒀던 여자. 카밀라라는 이름을 가진 황비의 하녀.
그 여자는 진작 혐의가 풀려 무죄로 판결 났다.
레베카 황비가 직접 그 하녀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고, 카밀라 본인의 증언도 일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침 카밀라는 임신 중인 상태였다. 카밀라와 연인 관계라는 기사가 그녀의 무죄를 적극 주장했다.
모든 증언이 일치하는 데다, 임산부이기까지 한 터라 수사관들은 금방 그녀를 풀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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