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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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정해진 출정 날짜는 순식간에 다가왔다.
대륙 북쪽에서 마수들이 몰려오기 전에 토벌을 시작해, 최대한 제국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선두로 출발하는 건 제르칸과 아드리안, 바이올렛이 속한 기사단이었다.
그리고 2차로 출정하는 건 귀족들의 연합 군대로 결정되었다.
변종 마수들의 숫자가 얼마일지 몰라 위험한 전쟁인 만큼, 많은 귀족들이 참여했다.
늦은 밤에도 황성은 출정 준비로 인해 분주했다.
라피네는 창밖에서 들리는 소리로 인해 어수선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하지만 쉬이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바이올렛과 아드리안이 찾아온 날 이후, 라피네는 제르칸을 여러 번 마주쳤지만 출정에 관한 말을 꺼내진 않았다.
제르칸이 먼저 이야기해 주길 기다린 것이다.
두 사람은 꼭 연극을 하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인 이야기만 주고받았다.
매번 그런 대화가 지속될 때마다 라피네는 실망했고, 어느새 분위기는 서먹해져 갔다.
남들이 느끼기에도 냉전처럼 보일 때까지 말이다.
결국, 출정 전날이 다가왔음에도 제르칸은 라피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어이없어, 진짜…….”
덕분에 라피네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다.
‘무엇이든 다 이야기해 주고 상의해야 하는 거 아닌가?’
전에는 뭐든 함께 상의할 것처럼 굴어 놓고, 왜 이제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지 알 수 없었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오늘마저도 제르칸이 입을 다물면, 라피네는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흔들 생각이었다.
라피네는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했다. 늦은 시간이긴 하나, 라피네는 그가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서운함이 목 끝까지 밀려왔다.
그러나 더 괴로운 건 불안함 때문이었다.
왠지 자꾸만 원작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이 밀려왔다.
아무리 자신이 노력해도, 흐름이 바뀌어도, 결말만큼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불안 때문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원작에서 아드리안과 바이올렛, 제르칸. 세 사람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전쟁에 참여한 세 사람의 비극적인 결말이 자꾸만 눈앞에 그려졌다.
그래서 라피네는 직접 전쟁터를 따라가야 하는지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황제, 황후, 라피네의 가족들, 모두가 극구 반대할 게 불 보듯 뻔했다.
정령들과도 상의해 보았으나, 루비와 오르파나 역시 그 일에 대해선 둘 다 반대했다.
루비는 그 대신 제안했다. 본인이 직접 따라가 아군을 지켜 주겠다고 말이다.
적에게는 정령의 힘을 무력화할 무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마수들에게도 통하는 물질이었다. 적들이 이번 전쟁에서 마수를 사용하려면 그 무기를 쉽게 사용할 순 없을 것이다.
그래서 라피네는 제르칸에게 루비를 데려가 달라고 제안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끝까지 나한테 말을 안 꺼내겠다는 거지…….’
라피네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서러움에 또다시 눈물이 왈칵 나올 것만 같았다.
겨우 눈물을 참았을 때였다.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머지않아 침실의 아치문을 넘어 다가오는 제르칸이 보였다.
“라피네.”
그는 라피네가 자고 있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창가에 서서 팔짱을 끼고 있던 라피네는 제르칸을 향해 몸을 돌렸다.
“피곤하지 않아? 왜 아직 눕지 않았어.”
“…….”
제르칸의 물음에도 라피네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노려보기만 했다.
“라피네.”
라피네의 상태를 눈치챈 제르칸이 가까이 다가왔다.
막상 제르칸이 가까이 다가오자, 라피네는 그의 눈을 피해 홱 고개를 돌려 버렸다.
“언제까지 나한테 입을 다물 생각인 거예요?”
“…….”
“떠나는 직전까지?”
“라피네, 난…….”
“왜 내게 상의를 안 해요?”
“…….”
“전에는 다 나랑 상의했으면서……. 왜 이번 일에 대해서는 나한테 아무것도 말하지도, 묻지도 않는 거예요?”
“……미안해.”
제르칸이 라피네의 뺨을 붙잡고 자신을 쳐다보게 했다. 라피네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미워 죽겠다는 듯 원망스러운 시선임에도, 제르칸은 왠지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나 화난 라피네 앞에서 웃을 순 없었다. 제르칸은 작은 목소리로 변명했다.
“늘 말하려고 했어. 오늘은 꼭 해야지, 해야지 했는데…… 두려웠어.”
“뭐가요?”
제르칸이 괴로운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네가 따라가겠다고 할 것 같아서.”
“…….”
라피네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다. 정곡을 찔린 것처럼 말문이 탁 막혔다.
“그래서 계속 도망쳤어, 나도 모르게. 미안해.”
“……진짜 따라갈 생각은 없어요.”
라피네도 알고 있다. 자신의 존재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아니, 분명 큰 도움은 되겠지만……. 중요한 순간. 제르칸의 결정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전쟁에서 총사령관의 결정이 얼마나 큰 무게를 지니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제르칸에게는 제국민들 지켜야 하는 의무와 사명이 있었다.
그래서 제르칸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냥 나는…….”
라피네가 서운한 건, 그 모든 무게를 제르칸이 혼자 짊어지려 하기 때문이었다.
떠나기 전까지만이라도 함께 고민하고 그를 편안하게 해 주고 싶었는데……. 자존심을 부리다 보니 여기까지 와 버렸다.
‘그날 그렇게 말했으면서.’
라피네는 피하고 있던 시선을 들어 올려 제르칸을 노려보았다.
라피네는 바보가 아니었다.
제르칸이 그날 했던 말의 의미를, 라피네는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진짜 하고 싶던 말이 무엇인지도.
제르칸은 라피네의 뺨을 어루만지다가 말했다.
“폐하를 뵙고 오는 길이야.”
“…….”
“폐하께서 선위를 약속하셨어.”
“무슨…….”
“내가 돌아왔을 때. 난 황위에 오르겠지.”
“…….”
“내가 돌아와 황제가 되는 순간, 넌 자유야. 라피네.”
제르칸의 말에 라피네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손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알기 어려웠다.
“네가 원한다면 이혼해 줄게.”
“…….”
라피네가 입술을 깨물었다. 가슴이 부글부글 끓는 것 같았다.
이제 와서 이혼을 해 주겠다고?
정말로 제르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흔들고 싶어졌다.
그런데 정작 제르칸은 그런 말을 해 놓고, 애틋한 눈으로 라피네를 응시하고 있었다.
뺨을 쓰다듬는 그의 엄지손가락이 애달프게 느껴질 정도였다.
“정말 그러길 원해?”
떨리는 목소리로 그가 물었다.
“…….”
라피네는 제르칸을 올려다보았다. 붉은 눈동자가 불안한 듯 흔들리고 있었다.
세상 그 누구보다 강해 보이는 제르칸이, 지금만큼은 그 누구보다 나약하게 느껴졌다.
혼자 남게 될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어린아이 같은 눈빛이었다.
제르칸은 라피네의 대답을 기다리는 이 시간이 몹시 느리게 느껴졌다. 심장이 바짝 조여들었다.
사실 라피네의 대답에 상관없이, 제르칸은 라피네를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강요할 생각도 없었다.
거절당한다 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라피네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 줄 때까지 구걸하게 될지도 모른다.
무한의 굴레를 도는 것처럼.
상반된 감정이 그를 저울질하며 헷갈리게 했으나, 한 가지는 명확했다.
자신의 감정은 본인만의 것이기에 라피네에게 떠안기듯 넘기고 싶지 않았다.
“대답해 줘, 라피네.”
애원하는 목소리가 나약하게 떨렸다.
라피네는 가엾게 떨리는 제르칸의 눈을 바라보며, 그의 목을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입술이 겹쳤고, 제르칸은 두 눈을 감았다.
기다렸다는 듯 라피네를 끌어안고 뺨을 어루만지며 입을 맞췄다.
달콤한 입술 안쪽을 파고들며 애달프게 애정을 구걸했다. 더 사랑해 달라고, 절대 날 버리지 말라고.
격렬한 입맞춤 사이, 잠시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다.
그들은 뜨거워진 입술을 맞댄 채 거칠어진 서로의 숨소리를 주고받았다. 제르칸의 입꼬리가 미약하게 올라갔다.
고요한 방 안에는 오로지 달아오른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들렸다.
입술이 닿은 채, 제르칸이 말했다.
“내가 황위에 오르는 순간, 난 영원히 네 것이 될 테고…….”
“…….”
“라피네 너 역시 영원히 내 것이 될 거야.”
라피네는 대답 대신, 도장을 누르듯 짧은 입맞춤을 안겼다.
제르칸이 말했다.
“죽어서도 놓아주지 않을 거야.”
당황스러울 정도로 진중한 눈빛이었다. 숨이 막힐 만큼 강한 집착이 느껴지는 말투와 목소리였으나 라피네는 어쩐지 웃음만 났다.
바라는 바였다.
라피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전보다 더 거칠게 두 사람의 숨결이 뒤섞였다. 성급한 손이 서로의 몸을 더듬으며 옷 사이를 파고들었다.
마침내 찾아온, 너무나 오래 기다린 순간이었다.
밤이 깊어지도록, 두 사람은 의심할 바 없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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