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3)
황비는 시시때때로 황제에게 받은 선물을 자랑하며 황후의 마음을 들쑤셨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온갖 계략으로 황후를 곤란하게 만들고, 황태자를 괴롭혔다.
게다가 황비의 가문은 황후의 친정 가문에도 흠집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로 인해 몇 번 황후의 권위가 상실되기도 했고…….’
황제는 이때다 싶어 그런 황후를 탓하고 원망했고, 황후의 속은 점점 타들어 갔다.
‘점점 쌓인 마음의 응어리가 결국 불치병을 만들어 낸 것일 수도 있어. 이번에는 내가 그 병을 꼭 치료해 줄 거지만.’
「그럼 전설의 성물도 성물이지만, 황비에게서 황후를 지켜 주면 애초에 병에 걸리지 않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병의 원인을 아직 정확히 모르잖아. 정말 스트레스일 수도 있고…… 어쩌면 황비가 계획한 일일지도 몰라.’
「그럼 전설의 성물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보류해 두도록 하자.」
‘좋아.’
라피네는 속으로 씩 웃었다.
가만 보면 루비가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었다.
라피네는 혼자 모든 것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든든했다.
「흥, 그걸 이제 알다니! 아무튼 제르칸이라는 녀석은 유일한 동생인 2황자와 사이가 안 좋다는 거지?」
‘맞아.’
「그럼 친해지는 건 아주 쉽겠구나. 제르칸에게 다른 여동생도 없을 테니까 말이야.」
루비의 말에 라피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드리안이 동생 바보가 되어 가는 것처럼 제르칸도 그렇게 만들란 말이야!」
그 말에 라피네는 ‘오빠’ 소리를 처음 듣고 기뻐하던 아드리안을 떠올렸다.
확실히 아드리안은 남동생만 있다가 갑자기 여동생이 생기니 기뻐하고 신기해하는 모습이었다.
그건 쌍둥이 형제인 루카, 로이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제르칸도……?’
「그래! 아주 쉽게 꼬드길 수 있을 거란다!」
‘흠…… 그래! 일단은 경계심을 풀게 하고 친해진 다음에 확실히 약속받는 거야!’
일단 중요한 건, 먼 훗날.
제르칸이 바이올렛에게 계약 결혼을 제의하는 일을 막는 것이다.
그래서 라피네가 구두 계약이라도 미리 결혼 약속을 받아 내려는 것이다.
‘아무리 구두 계약이라도, 계약 결혼 상대가 필요하면 우선 날 떠올리겠지?’
「고럼, 고럼.」
‘어린 시절에 대충 받아 준 장난이라고 생각할지라도, 바이올렛에게 계약 결혼 제안을 하기 전에 일단 돌아와서 내게 거절의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거야.’
「그럴까?」
‘응, 그럴 거야. 제르칸은 미치기 전까진 그래도 기본적인 매너가 있는 남자였으니까.’
「그래, 그렇다면…… 그 전에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을 연결해 주는 일도 중요하겠구나?」
원작에서는 수도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제르칸과 바이올렛이 결혼을 약속한다.
비슷한 시기에 아드리안은 바이올렛에게 청혼할 것을 결심했었고…….
‘그때 아드리안이 청혼했다면 바이올렛은 받아 줬을 거야. 바이올렛 역시 뒤늦게 마음을 자각하니까.’
「그렇다면 제르칸이 아드리안의 청혼보다 먼저 바이올렛에게 계약 결혼을 제의하는 일만 막으면 되는 건가?」
‘맞아. 그래서 내가 제르칸에게 미리 결혼 약속을 받아 내려는 거잖아.’
「절대 거절할 수 없게 만들어라, 아가야!」
‘좋아! 계획은 완벽하다!’
「그래! 가자, 아가야!」
주먹을 움켜쥐며 흔들던 라피네가 잠시 멈칫했다.
‘근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제르칸을 꼬드길 수 있지?’
「그건 쉽다. 바이올렛에게 하는 것처럼만 하면 될 거야!」
‘조오았어!’
솔직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동생처럼 구는 건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모든 건 평화와 대의를 위한 일!
라피네는 굳게 결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라피네, 어디 가니?”
여전히 괴로워하는 공작을 달래던 소피아가 물었다. 라피네는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대답했다.
“……아드리안 오빠한테 갈래.”
그 말에 소피아는 곁에 있던 렌델 경에게 웃으며 라피네를 부탁했다.
“아가씨,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라피네는 그렇게 렌델 경을 졸졸 따라갔다.
거의 쓰러질 기세인 아빠가 신경 쓰였지만 일단은 모른 척하기로 했다. 옆에 엄마가 있으니까 괜찮겠지.
* * *
가는 길에 마주친 사용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아드리안과 바이올렛, 제르칸은 현재 도서관에 있다고 했다.
도서관……?
‘벌써부터 도서관이라. 미래를 짊어질 수재들답다…….’
물론 그 미래는 깔끔하게 멸망이지만…….
라피네는 곰 인형을 달랑달랑 한쪽 팔에 껴안은 채, 짧은 다리로 렌델 경을 쫓아갔다.
중간에 “안아 드릴까요?”하고 렌델 경이 물었지만, 라피네는 거절했다.
아까 팔다리가 달달 흔들린 채 안겼던 게 자존심이 상한 탓이었다.
도서관 앞에 도착하자 렌델 경이 문을 열어 주었다.
라피네는 사서로 일하는 사용인이 알려 준 곳으로 향했다. 뒤에서는 렌델 경이 조용히 따라오고 있었다.
‘저기 있다!’
라피네는 창가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제르칸을 발견했다. 마침 바이올렛과 아드리안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기회다!’
라피네는 투다다 제르칸을 향해 달려갔다. 렌델 경은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
고요하던 도서관에 울리는 자그마하고 빠른 발소리.
제르칸은 시선을 돌려 라피네를 바라보았다.
라피네는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르칸을 똘망똘망하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안녕, 라피네?”
“……안녕.”
제르칸이 먼저 인사를 건네자, 라피네는 쑥스러움을 참고 대답했다.
왜 쑥스러운지는 모르겠으나, 이상하게 목구멍이 마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괜히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 탓에 생각하는 게 어려웠다.
‘정신 차려야 해! 그…… 뭐랬지? 그래! 바이올렛에게 하는 것처럼!’
라피네는 정신을 차리고 목적을 다시 상기시켰다.
‘바이올렛에게…….’
「그래, 바이올렛에게 하는 것처럼! 라피네, 가라!」
“나한테 할 말 있어?”
제르칸은 결국, 읽고 있던 책을 덮고 라피네를 바라보았다.
책 읽는 것을 방해해 귀찮아할 법한데도, 제르칸은 부드러운 태도였다.
확실히 여동생이 없어서 그런지 라피네에게 호기심을 느끼는 듯했다.
라피네는 그대로 팔을 슬쩍 뻗어 보았다.
“……?”
제르칸은 라피네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했다.
‘안아!’
“…….”
‘안으라고!’
라피네는 팔을 흔들면서 제르칸을 재촉했다.
바이올렛에게 하던 것처럼 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게 바로 포옹이었다.
바이올렛은 늘 라피네를 소중하게 안아 줬으니까.
라피네는 6살짜리 또래들보다 발육이 느려 더 작은 편이었다.
반면 10살의 바이올렛, 아드리안, 제르칸은 또래보다 성장이 빠른 편이었다.
라피네 정도는 편하게 안을 수 있을 정도로.
‘팔 떨어지겠다…….’
라피네는 꿋꿋이 팔을 흔들었다.
누가 봐도 안아 달라는 뜻이었다.
「안으라고!」
‘안으라고요, 전하!’
상황을 지켜보던 아기 곰 인형 루비, 그리고 렌델 경까지 속으로 외칠 때쯤.
“안아 달라는 건가?”
“응.”
제르칸이 겨우겨우 눈치채고 묻자 라피네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
잠시 머뭇거리던 제르칸은 라피네를 안아 자신의 허벅지에 앉혀 주었다. 라피네는 그런 제르칸의 목을 꼭 껴안았다.
‘좋은 냄새가 난다.’
바이올렛에게 나는 따뜻한 향기와는 달랐지만, 왠지 상쾌하고 깨끗한 겨울 냄새가 났다.
“……여동생은 이렇구나.”
제르칸은 영 어색하다는 듯 라피네를 고쳐 안았다.
제르칸이 움직이자, 라피네는 자기를 떨어뜨리려고 하는 줄 알고 필사적으로 제르칸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제르칸은 어떻게 할 줄을 몰라 라피네를 안고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라피네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고민했다.
‘이제 어떻게 하지?’
「바이올렛에게 하던 것처럼!」
라피네는 입술을 꾸물거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아!
“내일 또 와야 해?”
라피네는 제르칸을 향해 반짝거리는 눈빛을 발사했다.
“……내일?”
“응. 내일 또 와야 돼. 나랑 놀아 줘야 해.”
“음, 가능한 일정이면 오겠지만…….”
“꼭! 와야 해! 오라구!”
“그, 그래…….”
라피네의 엄청난 강요에 제르칸은 저도 모르게 알겠다고 대답하고 말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머리로는 안 된다고 말하는데, 왜 입에선 다른 말이 나오지?
여동생이란 존재는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건가? 그래서 아드리안도 평소랑 다르게 변한 거고……?
제르칸은 어안이 벙벙해 눈을 깜빡였다.
어쨌든, 내일 또 공작가에 와야 할 듯했다. 약속을 어길 순 없으니까.
황태자의 일정을 관리하는 보좌관이 알면 기겁할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응?”
라피네는 속으로 큰 결심을 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말했다.
“나는…… 제르칸 오라버니랑 결혼할 거야.”
“…….”
그래, 자존심이 상하지만 앞으로는 제르칸을 만날 때마다 숨 쉬듯이 프러포즈를 해야 했다.
라피네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살기 참 빡빡하구나……. 힘내렴, 아가야.」
반면, ‘오라버니’라는 말을 처음 들어 본 제르칸의 표정은 얼떨떨했다.
‘이거 왠지 아드리안에게 보여 주고 싶은 상황인데……?’
그나저나.
“나랑 왜 결혼하고 싶은데?”
제르칸은 라피네의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넘겨 주며 물었다.
그는 라피네를 품에 매달고 있는 이 상황이 몹시 불편했으나, 차마 떨어뜨려 놓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힘을 주어 달라붙어 있는데 괜히 떨어뜨리려 했다가 울기라도 하면 곤란했다.
라피네는 그의 소중한 친구인 아드리안이 겨우 찾은 여동생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이복 남동생보다 훨씬 어렸다.
애초에 남동생과는 친하지도 않아서 가까이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라피네의 존재가 매우 새롭게 느껴졌다.
라피네는 아주 작고 부드러웠다. 체온이 높은지 따끈따끈하기도 했고…….
제르칸은 어머니를 제외하고 누군가와 살이 닿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기분이 묘했다.
게다가 결혼을 하자니?
또래도 아니고 어린 꼬마에게 청혼을 받아 본 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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