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30)
라피네는 곧장 창가로 달려갔다.
개선식으로 인해 황성 밖은 축제 분위기였다. 저 멀리 성벽 너머로 엄청난 환호의 물결이 보였다.
그 길을 뚫고, 기사단은 곧바로 황성으로 오고 있었다.
라피네는 마음이 초조했다. 눈을 깜빡이며 제르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아직 거리가 멀어 자세히 보이진 않았으나, 그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가장 앞자리에서 제복을 입은 채, 멋진 모습으로 순백색의 말을 몰며 오고 있었으니까.
제르칸을 보자마자 라피네는 코끝이 찡해졌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던데, 때로는 맞지 않는 말이었다.
오히려 그녀의 마음은 더욱 깊어져 갔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가슴이 울컥했다.
“비전하, 곧 개선식이 시작될 거예요. 어서 가셔야 해요.”
“그래, 알겠어.”
라피네는 시녀의 말에 따라 걸음을 서둘렀다.
* * *
개선식 내내 라피네는 발을 동동 굴렀다.
황제는 전쟁에 참여한 기사들을 1명, 1명 전부 공들여 치하했다.
라피네는 지척에 제르칸이 있음에도 달려가지 못한다는 게 답답했다.
그렇다고 엄격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개선식을 망칠 수도 없었다.
‘왜 나를 안 쳐다보는 거야.’
그 와중에 눈이라도 마주치면 마음이 좀 나아질 것 같은데, 제르칸은 라피네 쪽으론 시선도 주지 않았다.
반면,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은 틈만 나면 라피네를 보며 눈웃음을 보내 주었다.
덕분에 라피네는 그나마 조금이라도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제르칸은 정말 거짓말처럼 단 한 번도 라피네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개선식이 거의 끝날 때까지 그게 계속되자, 라피네는 야속한 마음에 코끝이 찡해져 갔다.
설마 전쟁이 치러지는 1년 동안 마음이 변하기라도 한 걸까? 계약대로 이혼하자고 하면 어쩌지?
단 한 번도 떠올려본 적 없는 불안한 생각이 밀려왔다.
어떻게 마음이 이렇게 변하지? 제르칸이 원망스러워질 정도였다.
라피네는 입술을 꾹 깨물며 그렁그렁한 눈으로 제르칸을 노려봤다.
설상가상, 라피네는 개선식 행사가 끝나고 나서도 제르칸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황제의 명령에 의해 제르칸은 곧바로 마차를 타고 시가지를 행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머지않아 황위를 물려줄 생각 때문인지, 황제는 제르칸의 얼굴을 백성들에게 제대로 인식 시키고 싶어 했다.
덕분에 라피네는 개선식이 끝난 뒤, 허탈하게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터덜터덜 돌아오는 라피네를 보며, 시녀들은 서로의 눈치만 보았다.
라피네의 눈은 눈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그렁그렁했다.
혼자 있고 싶다는 말에, 시녀들은 모두 방을 빠져나갔다.
라피네는 입술을 움찔거리며 그제야 눈물을 쏟아 냈다. 서럽고 짜증 나고 미웠다.
‘아니, 어떻게 한 번을 안 쳐다봐?’
1년 내내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라피네는 모든 게 망쳐진 듯한 기분에 침대에 드러누워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푹신한 베개를 때리며 소리도 지르고 엉엉 울었지만 기분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오기만 해 봐라…….’
겨우 울음을 그친 라피네는 고개를 살짝 들더니 창밖을 보며 씩씩거렸다.
* * *
행진이 끝나자마자, 제르칸은 세상에서 제일 급한 사람처럼 사파이어 궁전으로 달려왔다.
지나치는 궁정인들의 인사를 모두 무시한 채 침실까지 달려간 제르칸은, 문 앞에 서서야 자신의 차림새를 내려다봤다.
시종들이 안타까워하는 표정으로 그런 제르칸을 바라봤다.
“…….”
제르칸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의미가 담긴 시선이었다.
라피네의 표정 전문가인 시녀는 제르칸에게 말을 해 주려다 멈칫했다.
‘이미 비전하께서는 몹시 삐진 상태입니다.’
말해 주지 않는 게 나을지도.
시녀는 그냥 말없이 문을 열어 주었다.
제르칸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이 순간만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커다란 홀로 들어서는 순간, 제르칸은 라피네를 발견했다. 눈물이 핑 돈다는 게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이렇듯 눈물이 핑 돌 정도의 그리움에도, 그는 일부러 개선식 내내 라피네에게 시선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라피네가 바이올렛, 아드리안과 시선을 주고받을 때만 힐끔거렸다. 필사의 힘으로 노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라피네와 눈이 마주치게 되면, 억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모두를 무시한 채 하루 종일 그 자리에서 라피네만 안고 서 있게 될 것 같았다.
개선식은 자신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었다.
전쟁에 참여했던 기사와 병사, 그들의 가족들. 모두를 위한 행사였기에 꾹 인내해야 했다.
하지만 제르칸은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꼼짝하지 않는 라피네를 발견한 순간 깨달았다. 자신의 실수를.
제르칸은 계속해서 라피네와 눈을 마주쳤어야 했다. 달려가고 싶은 걸 꾹 참는 건 오로지 그만 아는 사정이었다.
“라피네.”
제르칸은 곧바로 침대로 다가가 무릎을 굽혔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있던 라피네가 빼꼼 고개를 돌렸다. 제르칸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렇게 사랑스럽고 예쁜 아내를 두고, 대체 어떻게 전쟁터에 1년이나 다녀올 수 있었을까.
“내가 다 잘못했어, 라피네.”
“…….”
라피네는 입술을 깨문 채 그를 노려봤다. 제르칸은 눈물 젖은 라피네의 빨간 눈가가 안쓰러웠다.
게다가 얼마나 운 건지, 라피네의 베개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내가 미안해.”
제르칸이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라피네는 씩씩 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어떻게 한 번도 시선을 안 줘요?”
“……네가 안 볼 때 보긴 했어.”
“내가 쳐다볼 땐 무시했다는 소리잖아요.”
“그건…….”
“알아요, 왜 그랬는지 다 아는데…….”
라피네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는데도 서운하고 얄미워서 미칠 것 같았다.
그렇게 보고 싶었는데, 지금은 꿀밤을 확 쥐어박아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제르칸은 그런 라피네를 올려다보다가, 조심스럽게 양팔을 뻗었다.
“씨…….”
라피네는 울먹거리다가 이내 제르칸의 품에 쓰러지듯 안겼다.
“하아…….”
제르칸은 달콤한 한숨을 내쉬었다.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매일 꿈에 그리던 순간이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라피네의 양 뺨을 붙잡고 고개를 숙였다.
입술이 겹치고, 그리웠던 서로의 숨결이 코끝을 파고들었다.
“아……!”
그러나 그 순간. 제르칸은 감았던 눈을 크게 떴다.
라피네가 얄미움을 참지 못하고 제르칸의 입술을 콱 깨물어 버린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예상하지 못한 달콤 살벌 한 재회였다.
* * *
제르칸이 돌아온 지 다섯 날이 지났다.
라피네는 정말이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어떻게 침대에만 있었는데 5일이 지났지.’
씻고 먹고 자고. 백수나 할 법한 일상을 5일이나 지속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그 누구도 라피네와 제르칸에게 그 지점을 지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섯 날 동안, 침실 문을 두드린 건 식사 때를 제외하면 아예 없었다.
시종들은 무척이나 모습을 감추면서 음식만 제공해 주고 사라졌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편하긴 했으나…… 시간이 이렇게 지나고 나서 보니 조금 민망했다.
라피네는 괜히 목덜미를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돌렸다. 하얀 목에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침대의 옆자리엔 눈을 감고 있는 제르칸이 보였다.
그때, 자고 있는 줄 알았던 제르칸의 손이 슬그머니 그녀의 배 위로 올라왔다.
“이미 소문이 다 났겠죠?”
라피네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제르칸은 느리게 눈을 뜨며 무슨 말이냐는 듯 쳐다봤다.
라피네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을 이어 갔다.
“아니……. 돌아오자마자 5일이나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소문이 다 났을 거 아니에요.”
“벌써 그렇게 지났나?”
“……이건 내 탓이 아니에요. 전하가 다 설명해요.”
“그래, 알겠어.”
제르칸은 피식 웃으며 라피네를 끌어당겼다. 라피네는 그의 품에 안긴 채 계속해서 종알거렸다.
“이건 내 탓이 아냐. 솔직히 나는 이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요.”
“맞아, 전부 내 탓이지.”
제르칸은 능글거리게 대답하며 라피네의 부드러운 살결을 쓰다듬었다.
라피네는 목뒤로 제르칸의 입술이 내려앉는 감촉을 느끼며 투덜투덜했다.
제르칸은 귀여운 투덜거림을 웃으며 듣다가 물었다.
“근데 이왕 소문날 거면, 5일보다 더 길어져도 괜찮지 않을까?”
라피네의 귓가에 입을 맞추며 한 질문에 라피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등 뒤로 단단한 감촉이 전해졌다.
“그렇지만…….”
“다들 이해할 거야. 소문나지 않게 내가 잘 할게, 라피네. 응?”
“…….”
“이 일에 관해 언급하면 전부 가만두지 않겠다는 엄명을 내릴 테니, 조금만 더…….”
제르칸의 달콤한 애원에 라피네는 한숨을 내쉬었다. 거절하고 싶지도, 거절할 수도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