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31)
* * *
“와아, 비전하. 정말이지…… 정말로 얼굴이 환해지셨군요.”
“…….”
제르칸은 결국 일주일을 채운 뒤에야 라피네를 놓아주었다.
라피네는 비로소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는데, 가장 먼저 찾아온 건 바이올렛과 아드리안이었다.
“정말, 피부에서 광채가…….”
바이올렛이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으로 계속해서 감탄했다. 라피네는 민망함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만해, 바이올렛.”
아드리안이 그런 바이올렛을 말렸다.
“왜에. 귀엽잖아.”
바이올렛은 킥킥 웃으며 맞은편에 앉은 라피네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 아기가 언제 이렇게 커서. 응? 결혼도 하고 말이야.”
“그만해. 부끄러워, 언니…….”
결국 라피네가 참지 못하고 부탁하자, 바이올렛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라피네는 그런 바이올렛을 향해 입술을 삐죽이며 팔을 벌렸다.
안아 달라는 뜻이었다.
바이올렛은 기다렸다는 듯 라피네를 품에 안고 등을 쓰다듬었다.
“걱정했어?”
“엄청 했지. 당연히.”
“우린 하나도 다치지 않았어.”
“……다행이네. 계속 기도했거든.”
바이올렛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라피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라피네는 더 안아 달라며 칭얼거리려다가 멈칫했다.
바이올렛이 묘한 눈으로 라피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래?”
“라피네……. 그거 알아? 난 늘 느껴졌어.”
“뭐를?”
“네가 나를, 아드리안을, 그리고 제르칸을. 우리 세 사람을 지켜 주는 것 같다고 말이야.”
“…….”
“참 이상하지?”
바이올렛이 그렇게 물으며 라피네의 뺨을 검지로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한 태도에 라피네는 이상하게 눈물이 차올랐다.
라피네는 말없이 바이올렛을 끌어안았다.
바이올렛은 라피네의 어깨에 턱을 댄 채 웃었다. 그러고는 맞은편에 앉은 아드리안에게 메롱, 혀를 내밀었다.
“하여간…….”
아드리안은 기분 좋은 코웃음을 내뱉었다.
“어, 근데 라피네. 목덜미에 이거 뭐야? 벌레에 물렸어?”
“…….”
바이올렛의 장난에 라피네는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아드리안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 * *
며칠 후 늦은 밤.
겨우 잠들었던 라피네는 잠든 지 10분 만에 눈을 떴다.
내일은 바로 제르칸의 즉위식이었다.
세르반 황제는 선위한 이후, 2주간 선황의 자격으로 황성에 머물다가 황후와 떠날 예정이었다.
그런 만큼 내일 이후에는 바쁜 날들이 예견되어 있었다.
그래서 빨리 자야 하는데…… 10분 만에 잠이 깨 버리다니.
“라피네, 왜 그래?”
라피네가 뒤척거리자, 아직 잠들지 않았던 제르칸 역시 눈을 떴다.
“갑자기 잠이 깨서요.”
“피곤하다더니.”
“그러니까요. 피곤하긴 한데…….”
“…….”
제르칸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라피네의 배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라피네가 피곤하다고 해서 겨우 놓아준 건데, 이왕 잠이 깬 거면 차라리…….
그러나 라피네가 제르칸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방금 이상한 꿈을 꿨어요.”
“……그 짧은 시간에? 무서운 꿈이었어?”
제르칸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라피네는 방금 꿨던 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라피네는 어느 정원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연못 근처에서 어떤 아이가 울고 있는 게 아닌가.
라피네는 깜짝 놀라 다가갔다.
하얀 로브를 입은 채, 후드를 깊게 눌러쓴 아이는 붉은 눈동자를 가졌는데 무척이나 귀여운 외모였다.
〈왜 울고 있어? 부모님은?〉
〈…….〉
라피네가 그 앞으로 가 주저앉아 물었다.
상냥한 질문에 아이는 대답 없이 한곳을 가리켰다.
자그마한 손가락을 따라가자, 시선 끝에 닿은 건 커다란 동상이었다.
‘어? 저건.’
라피네는 저 동상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제르칸이 어렸을 때 지내던 서궁에 있는 초대 황제의 동상이었다.
라피네는 짐작이 간다는 듯 물었다.
〈저 동상이 왜? 혹시 무서워서 그래?〉
그 질문에 아이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서워할 것 없어. 저 안으로 들어가려고?〉
서궁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동상을 지나쳐야만 했다. 라피네가 나름 추측해 물었더니 아이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같이 가자. 내가 같이 가 줄게.〉
라피네가 일어나 손을 내밀자, 아이는 자그마한 손으로 붙잡았다.
〈하나도 무서워할 필요 없어. 착한 할아버지야. 알겠지?〉
〈……응.〉
라피네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동상을 지나쳐 서궁의 문 앞에 도착했다.
〈문도 열어 줄게.〉
아이가 밀고 들어가기엔 커다란 문이었다.
라피네가 문을 열어 주자, 아이는 작은 틈으로 쏙 들어갔다.
〈그럼 안녕, 또 보자.〉
라피네는 손을 흔들고 나왔다. 그렇게 다시 동상을 지나쳐 마저 산책을 하려고 했는데…….
아니 글쎄, 갑자기 멀쩡하던 동상이 한순간에 다른 걸로 뒤바뀌어 있는 게 아닌가.
초대 황제의 거대한 동상이 별안간 어린아이의 동상으로 바뀌어 버렸다.
〈뭐야!〉
라피네는 깜짝 놀라 눈을 깜빡거렸다.
동상은 꼭 방금 봤던 아이처럼 키가 짧아졌다. 그런데도 무척 용맹한 표정으로, 초대 황제의 동상처럼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어이없네.’
꿈속의 라피네는 얼떨떨해하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게 꿈의 내용이었다.
“이상한 꿈이죠?”
초대 황제의 업적을 뛰어넘을, 위대한 황제의 탄생을 예견한 꿈이었으나. 아직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그러네.”
제르칸은 고개를 끄덕이며 라피네의 등허리를 쓰다듬었다. 묘한 열기가 담긴 손길이었다.
라피네는 그런 제르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응큼한 손과 달리, 표정만큼은 초롱초롱 순수한 척을 하고 있었다.
제르칸은 가끔씩 라피네를 향해 이렇게 순수한 표정을 짓곤 했는데, 라피네는 알고 있었다.
그가 일부러 라피네에게 어리광을 피우기 위해 그런 얼굴을 한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라피네는 종종 제르칸이 어렸을 때처럼, 여전히 외로운 아이 같다 느껴질 때가 있었다.
마침 꿈속에서 제르칸을 닮은 어린아이가 나와서 그런가, 라피네의 머릿속에는 어린 제르칸의 모습이 더욱 맴돌았다.
최근 라피네는 하루하루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자신이 제르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가 전쟁에 떠났을 때 라피네는 무척이나 후회했다.
부끄럽다는 핑계로,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 주지 못했다는 게.
그래서 최근에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열심히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진 모르겠지만, 라피네는 맹세할 수 있었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제르칸이 받지 못한 이 세상의 모든 사랑을 버거울 정도로 쏟아부어 주겠노라고.
“사랑해요.”
라피네가 갑자기 사랑을 속삭이자, 제르칸은 눈을 깜빡였다. 들을 때마다 심장이 멎을 것 같이 달콤한 고백이었다.
“사랑해, 라피네.”
제르칸은 그 말을 돌려주며, 누구보다 행복하게 웃었다.
라피네는 벅차는 마음을 달래며 그런 제르칸을 끌어안았다.
지난 생에서 받지 못한 사랑을,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넘치게 받아 왔다.
그래서 그녀는 남은 생에서도, 다음 생에서도 받은 사랑을 베풀고 싶었다.
기적 같은 삶이었다.
세상에 혼자 남은 것처럼 외로웠던 한 아이를 사랑하게 된 것 역시, 커다란 행운이자 기적이었다.
이 삶이 끝나면 자신은 다시 영혼의 세계로 가게 될 것이다.
그때 어느 곳을 가게 될지 모르지만, 라피네는 이것 하나만큼은 알 수 있었다.
언젠가, 어딘가에서 다시 이 사람을 만난다면…… 자신은 또 한 번.
기필코 그 손을 잡아 줄 거라는 사실을.
「오빠를 위해 남주를 꼬셔보겠습니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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