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5)
* * *
그리고 다음 날.
라피네는 아침 일찍 일어나 실레인의 도움을 받아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푹 잤는데 눈가가 퀭한 것 같아.’
라피네는 거울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오늘 선택한 옷은 노란색의 원피스였다. 허리끈은 갈색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실레인은 꿀벌같이 귀엽다며 좋아했다.
“오늘부터는 아가씨의 방이 생기는 거예요. 기쁘시지요?”
“응!”
라피네는 활짝 웃었다.
그동안 공사를 하고 있던 라피네의 방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 말은, 오늘부터 혼자 자게 되었다는 것이다.
당분간 엄마나 아빠가 오긴 하겠지만 어쨌든, 드디어 독립적인 공간이 생겼다.
사실 그것 때문에 어제는 엄마 아빠의 침대 가운데 껴서 잠들어야만 했다.
[내일부터는 우리가 라피네의 방에 가서 잘까요, 부인?> [그럴까요?>어젯밤, 라피네는 부모님의 대화를 모른 척한 채 겨우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이상한 기운에 잠에서 깨긴 했지만…….’
라피네는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는 왼쪽 팔을 내려다보았다.
물의 정령 오르파나는 정말 강하지만…… 성격 때문에 데리고 있기 쉬운 환수가 아니었다.
‘근데 다시 조용한 걸 보면 내가 어제 꿈을 꾼 게 아닐까?’
「……안타깝게도 꿈은 아닌 것 같구나, 아가야.」
그때였다.
「주인니임…….」
오르파나 특유의 습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야!”
“예, 아가씨?”
합……!
라피네는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를 냈다는 걸 깨닫고 입을 막았다.
실레인이 어리둥절해했으나 라피네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속으로 오르파나에게 말했다.
‘네 주인 나 아냐. 네 주인은 제르칸이라고! 내가 조만간 제르칸에게 돌아가게 해 줄 테니까 이러지 마! 깨어나지 말라고!’
「하지만 저는 이미 주인님을 선택했는걸요? 얌전히 있을게요……. 저를 거두어 주셔요옹!」
「아가야 차라리 내가 현신해서 팔찌를 부숴 줄까?」
「저 개잡놈이…….」
‘시끄러! 욕하지 마!’
「히잉…… 주인니임…….」
라피네는 징징 울리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팔찌는 절대 부술 수 없었다.
드높은 황후 폐하께서 내리신 선물이기도 하고, 루비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간 천장이며 벽이 전부 부서지고 말 거다.
‘최대한 조용히 지내라, 너.’
라피네는 최대한 무게를 잡고 명령했다.
「네엥, 주인니임!」
「……휴우.」
그때, 실레인이 라피네의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며 말했다.
“아참, 그리고 아가씨. 오늘은 제가 아가씨를 위한 선물을 준비했답니다!”
“선물?”
라피네는 심장이 쿵쿵! 거세게 뛰는 것을 느꼈다.
‘으윽…… 심장……! 선물이라니……!’
아직 아이의 몸이라 그런지 선물이라는 어마어마한 단어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어제도 제르칸이 ‘선물’이란 단어를 꺼냈을 때 심장이 두근거렸다.
팔찌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서 짜게 식긴 했지만…….
어쨌든 또 선물이라니? 기대감으로 심장이 요동쳤다.
라피네가 눈을 반짝거리자 실레인은 후후 웃었다.
“자…… 짜잔!”
실레인은 등 뒤에 숨겨 두었던 선물을 ‘짠!’ 하며 보여 주었다.
“오와!”
라피네의 하늘색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실레인이 준 선물은 가방이었다.
등 뒤로 매는 가방! 게다가 분홍색!
‘근데…… 이걸 왜?’
일단 선물을 받아서 기쁘긴 한데, 용도와 의도를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자아. 아가씨께서 매일 들고 다니는 이 인형을 여기에 두고 허리를 묶으면……!”
“응?”
실레인은 라피네가 달랑달랑 들고 있는 아기 곰 인형을 가져가서 가방과 연결시켜 주었다.
「엥? 이게 뭐냐?」
루비의 허리에 두꺼운 리본이 고정되었다.
“자아, 이렇게 하고 가방을 메면! 어때요! 이제 늘 함께 다닐 수 있겠지요?”
“오와…….”
라피네는 실레인이 가리키는 전신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사실 이제 루비와는 떨어질 수 없었다. 불안하기도 하고…… 정도 들었고.
하지만 매번 달랑달랑 들고 다녀야 해서 불편했는데. 이렇게 고정하면 문제없었다.
무겁지도 않고, 아주 편안하고!
‘어때, 루비?’
「승차감이 훌륭하구나, 아가야.」
다행히 루비도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라피네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6살이지만 아직 또래보다 작은 키. 분홍색 머리카락을 예쁘게 묶고 노란 원피스를 입었다.
허리에는 갈색 리본이 달려 있어 정말 실레인의 말처럼 꿀벌 같기도 하고…….
거기다가 분홍색 가방을 메고, 심지어 그 가방이 곰 인형이다 보니까…….
‘영락없는 꼬마애잖아…….’
솔직히 자존심이 조금 상하려고 했다.
게다가 루비를 둘러멘 모습이…….
꼭 어린아이들이 저보다 작은 갓난아기 인형을 등에 업고 엄마 아빠 놀이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포대기 같아…….’
라피네는 반대쪽으로 돌며 거울을 확인했다.
자존심은 상하지만 일단 편리함에서는 만점이다!
‘이제 일일이 루비를 챙기지 않아도 되겠어. 이거라면 까먹지 않을 거야.’
「잘 되었구나. 나도 아주 편하단다.」
라피네가 히죽히죽 웃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셔요?”
라피네의 표정을 보던 실레인이 불안한 듯 물었다.
라피네가 정말 좋아하는지, 아니면 억지로 좋아하는 척하는 건지 긴가민가해하는 듯했다.
“아니!”
라피네는 재빠르게 대답했다. 자신에게 선물을 준 실레인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마음에 들기도 하고.
라피네는 어떻게 진심을 전할까 생각하다가 실레인의 목을 꼬옥 끌어안았다.
“너무 좋아. 고마워! 매일매일 하고 다닐 거야. 실레인이 최고야.”
“어머, 아가씨…….”
실레인은 라피네의 말에 감동하였는지 라피네를 꼭 안고 몸을 흔들었다.
「어이……! 감히 주인님을 함부로 안다니!」
‘넌 조용히 하고 있어라. 발언권 줄 때만 말하라고 했지?’
「네에…… 주인님……. 히잉…….」
「잘한다, 아가!」
“이제 식사하러 갈까요, 아가씨?”
“응!”
라피네는 실레인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향했다.
“호호. 오늘은 꿀벌이군요.”
“어머, 귀여우셔라!”
“아가씨, 좋은 아침이에요. 호호호”
지나가는 사용인들과 마주칠 때마다, 그들은 라피네를 보며 한마디씩 했다.
다들 꿀벌 같다며 라피네가 입은 드레스를 보고 좋아했다.
“…….”
라피네는 흐린 눈으로 그 말들을 못 들은 척하며 슬쩍 실레인을 올려다보았다.
“오호호.”
실레인은 어깨가 하늘로 치솟을 지경이었다. 지금 이 상황을 매우 즐기며 자랑스러워하고 있는 듯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먼저 와 있던 공작 부부와 아드리안, 루카와 로이스의 시선이 라피네에게로 향했다.
“어머!”
“아…….”
소피아는 라피네를 본 즉시 눈을 반달로 휘며 라피네에게 다가왔다.
“사랑스러운 우리 아가. 잘 잤니?”
라피네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에스턴 공작 역시 흐물흐물해진 얼굴로 라피네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더니 실레인을 향해 묘한 눈빛을 보냈다.
꼭 나라를 구하고 온 신하를 대하는 왕의 표정이었다. 보너스를 두둑하게 챙겨 주겠다는 의미였다.
“오늘은 제가 먹여 줄 거예요!”
“아니야! 나야!”
라피네가 자리에 앉자, 루카와 로이스가 라피네의 식사를 돕는 일로 순번을 정하며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제가.”
잠자코 있던 아드리안 역시 이 전쟁에 참전할 의사를 밝혔다.
평소에는 얌전하던 아드리안이 공격적으로 나오자, 루카와 로이스는 물론 소피아도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아들들아, 당분간은 아버지의 차례다.”
에스턴 공작이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분위기가 평소 가신들을 대할 때처럼 엄격하고 진지했다.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서려 있었다.
“…….”
“…….”
“…….”
아드리안과 쌍둥이 형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긴 하지만…….
한동안 테이블 끄트머리에서 쭈구리처럼 지냈던 아버지를 생각하면 양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윽…… 난 싫은데.’
라피네는 자신의 의사를 주장하고 싶었으나, 마찬가지의 이유로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한동안 식탁 끄트머리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저 넓은 어깨를 구기고 있던 모습을 떠올리면 미안함이 밀려왔다.
결국, 라피네는 에스턴 공작의 무릎 위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자, 아…….”
에스턴 공작은 세상 행복한 얼굴로 라피네에게 음식을 먹여 주기 시작했다.
“아아…….”
라피네는 의도적으로 당근 같은 채소는 피하며 고기만 받아먹기 시작했다.
“어이구, 잘 먹네.”
에스턴 공작은 그런 편식마저 사랑스러운지 눈가에서 아주 설탕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매와 같은 소피아의 눈은 피할 수 없었다.
“여보, 채소도 먹여야죠. 라피네. 당근도 먹어야지요. 응? 당근을 먹어야 오빠들처럼 키가 쑥쑥 크지요.”
바로 옆에 앉은 소피아가 그렇게 말하며 당근을 쑥 내밀었다.
후…….
어머니.
골고루 먹지 않아도 인간은 대충 다 자라게 되어 있습니다.
라피네는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며 어쩔 수 없이 그녀가 내민 당근을 받아먹었다.
라피네가 오독오독 당근을 씹는 소리에 가족들의 표정에 미소가 흐르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몸은 편안하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에스턴 공작은 라피네를 챙기면서도 틈틈이 아내인 소피아의 입에도 고기를 넣어 주었다.
참 다정하고 화목한 아침 식사 풍경이었다.
‘맛있게 먹긴 했는데…… 조금 불편했다.’
식사 후, 라피네는 바닥에 내려와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불편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빠의 표정이 정말 행복해 보여서 어쩔 수가 없었다.
「아빠라고 불러 주는 날에는 기절할지도 모르겠구나.」
루비의 말에 라피네는 입술을 움찔거렸다.
‘그건…… 입 밖으로 부르는 건 아직 조금 부끄러워. 엄마 아빠는 아직…….’
「그래, 엄마도, 아빠도. 아가가 준비되었을 때 말하자. 하지만 프러포즈는 오늘도 용기를 내서 해야 한다!」
‘조오았어!’
라피네는 자그마한 주먹을 움켜쥐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