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6)
그렇게 루비와 속으로 대화를 나누던 그때.
갑자기 불청객이 뛰어들었다.
「부끄러워하는 주인님! 하아, 귀여워어어…….」
‘야, 너 내가 끼지 말라고 했지! 조용히 안 있을래? 팔찌 버릴까?’
「아앗! 안 돼요, 주인님! 조용히 할게요!」
라피네는 원작을 통해 알고 있었다. 오르파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오르파나는 강하게 다뤄 줄수록 말을 잘 들었다.
원작에서 오르파나는 남주인 제르칸에게 툭하면 시비를 걸곤 했는데.
제르칸이 어둠의 힘을 얻게 된 후에는 그의 말에는 꼼짝도 못 했다.
그러니까 강한 주인에게는 아주 순종적이란 뜻이었다.
오르파나는 충동적인 데다가 잔꾀가 많아 사고 치기에 십상이니 엄격하게 다루어야 했다.
「주인님……. 저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계시는군요! 짜릿해……!」
‘입 다물어!’
「히잉…….」
라피네의 호통에 오르파나의 기운은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정령들에게 생각을 읽히는 건 여러모로 불편하고 불쾌했다.
‘물론 루비와 대화할 때는 편한 부분이 더 많지만…….’
「마력을 다룰 수 있게 되면 이제 그 부분은 아가의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력을 다루려면…….’
「그래, 아직 너무 어리니 최소한 8살은 되어야겠지?」
라피네는 속으로 쳇, 하고 혀를 찼다.
장장 2년이나 이 불편한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2년은 라피네에게는 미래를 바꿀 중요한 시기였다.
그런 사소한 문제로 불편하다며 투덜거릴 때가 아니란 이야기였다.
“라피네, 오늘은 오빠랑 놀까?”
식사 후, 디저트까지 챙겨 먹고 나자 아드리안이 먼저 다가와 라피네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집안이 조용할 예정이었다.
아까 식사 때 들었다.
에스턴 공작은 일 때문에 나가 봐야 한다고 했고, 엄마는 친하게 지냈던 귀부인들에게 소식을 전해 주러 나갔다 온다고 했다.
그리고 쌍둥이 형제는 오늘 교육 선생님이 오시기로 했으니까…….
오늘은 라피네를 상대해 줄 사람이 아드리안뿐이라는 뜻이었다.
‘오히려 좋아.’
어차피 제르칸이 오길 기다려야 하니까.
라피네는 아드리안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공작저의 장미 정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라피네와 아드리안의 뒤로 호위 기사들과 실레인이 따라오고 있었다.
라피네는 따뜻하고 커다란 아드리안의 손을 잡고 있자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역시 아드리안은 곁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성격이다.
보기만 해도 온화한 빛이 쏟아지는 것처럼.
그때였다. 망설이던 아드리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라피네는 바이올렛을 좋아하지?”
아드리안의 뜬금없는 질문에 라피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아.”
“바이올렛한테 좋은 냄새가 나고, 목소리도 다정하고, 맛있는 것도 줘서 좋은 거라고 그랬지?”
라피네는 이때다 싶어 웃으며 대답했다.
“응! 바이올렛 언니랑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 한 가족이 되고 싶어!”
이 정도면 알아듣겠지?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이 결혼하면 한 가족이 되는 셈이니까!
“그럼 제르칸은?”
“응?”
“제르칸은 왜 좋은 걸까?”
돌아온 아드리안의 질문에는 어쩐지 은근한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응……?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라피네는 커다란 눈을 깜빡거렸다.
라피네가 멀뚱히 있자, 아드리안은 다시 한번 상냥한 목소리로 물었다.
“제르칸은 어제 처음 만났는데, 왜 바이올렛만큼 좋아진 거야?”
“그건……. 그건…….”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싫어도 좋아하는 척하는 수밖에!
하지만 원작에서의 이미지와 달리, 제르칸은 제법 상냥했다.
하긴, 원작에서도 미쳐 버린 뒤에만 무서웠지 그 전까지는 좀 무뚝뚝해도 나름대로 상식적인 편이었다.
다정한 성격까진 아니지만…….
라피네는 겨우겨우 대답을 꾸며 냈다.
“바이올렛 언니랑 오빠의 친구니까……. 그래서 좋은 거야.”
“그럼 그냥 그 정도만 좋아하고, 결혼은 다시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응?”
아드리안은 벤치에 라피네를 앉히고, 그 앞에 섰다. 그리고 화단에 있는 꽃 한 송이를 꺾어 주며 다정하게 말했다.
“처음 본 사람한테 결혼하자고 하는 건 안 되는 일이야. 알겠지?”
“그렇지만…….”
“라피네는 결혼이 뭔 줄 알아?”
“당연하지. 엄마 아빠처럼 사는 거야.”
“그래, 하지만 라피네는 이제 겨우 6살이잖아.”
“어른이 되면 할 거야!”
“하지만 결혼은 신중해야…….”
“할 거야!”
라피네가 고집스럽게 소리쳤다.
‘남의 속도 모르고!’
누구는 제르칸한테 청혼하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는가?
이게 다 아드리안을 위해서였다.
사랑하는 여인도, 친구도 잃고 홀로 슬퍼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고통스러워할 아드리안을 위해서.
게다가 더 나아가서는 이 제국의 평안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라피네는 자꾸만 떼를 쓰는 아드리안이 철없게 느껴졌다.
이 철딱서니 없는 어린이!
‘대의를 위해서 이 정도는 감당해야지!’
라피네는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살아가면서 꼭 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 오빠는 아무 걱정하지 마. 내가 오빠를 지켜 줄 테니까!”
“…….”
아드리안의 눈썹이 구겨졌다.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왜 혼이 난 기분이지?
아드리안은 시무룩해져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라피네는 자신보다 제르칸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처음 보자마자 결혼하자는 소리를 하다니.
‘……하지만 어차피 아버지가 반대하실 거야.’
아드리안은 현실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애초에 라피네는 겨우 6살.
결혼이 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어른이 되고 나면 기억도 못 하겠지? 분명 그럴 것이다.
일단은 라피네와 더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바이올렛과 제르칸보다 더.
“라피네, 오늘은 그러면 오빠랑 둘이 놀자. 어때?”
“응. 좋아.”
라피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아드리안이랑 놀다 보면 제르칸이 올 테니까.
“아 참, 라피네의 방이 완성되었다고 했지? 오빠랑 같이 구경하러 갈까?”
“그래.”
라피네는 그렇게 아드리안의 손을 잡고 새로운 방으로 향했다.
* * *
라피네가 지내게 될 방은 아드리안의 방 맞은편이었다. 원래는 비어 있던 방을 새로 꾸민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옆방은 루카와 로이스가 함께 쓰는 방이 있었다.
아래층에는 바로 공작 부부의 침실이었고.
라피네는 아드리안과 함께 방문 앞에 섰다.
‘왜, 왜 이렇게 떨리지……?’
「처음 방이 생기는 건데 떨리는 건 당연하다, 아가야.」
라피네는 손을 오들오들 떨며 아드리안을 바라보았다.
“기대되지? 들어가 볼까?”
라피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남매를 따라다니던 실레인이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직접 문을 열어 주었다.
문이 열리며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커다란 창문으로 비치는 햇살이었다.
그리고 흰색의 커튼과 아기자기한 방 안의 모습이 드러났다.
‘좋은 냄새가 나.’
라피네는 눈이 커다래져서 깜빡일 시간도 아깝다는 듯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침대가!”
라피네가 침대를 가리키며 아드리안에게 말했다.
“엄청나게 커……!”
“그러게, 어른이 될 때까지 써도 되겠는걸? 결혼 같은 건 안 해도 되겠어.”
아드리안의 속뜻을 무시한 채, 라피네는 침대를 향해 뛰어갔다.
하늘색과 분홍색으로 꾸며진 방은 누가 봐도 어린아이의 방이었다.
하지만 라피네는 이번만큼은 아이 취급을 당하는 게 자존심 상하지 않았다.
전생에서도, 귀족 집안에서 지낼 때도 이런 방에서 지내 보는 것이 아무도 모르는 소원 중 하나였다.
예쁜 캐노피가 달린 커다란 침대.
그리고 분홍색의 부드러운 소파와 귀여운 테이블.
게다가 책상과 의자도 라피네의 키에 딱 맞는 크기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낮은 책장에 동화책들이 착착 진열되어 있었다.
“라피네, 여기는 옷 방이야.”
라피네가 방을 두리번거리며 정신없어할 때. 아드리안이 말했다.
‘옷 방이라고? 옷 방은 부자들한테만 있는 건데!’
라피네는 아드리안의 말에 한쪽 벽에 있는 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엄청난 크기의 옷 방이 나왔다.
“우아……!”
옷걸이에는 라피네가 입을 만한 옷들이 촤라락 걸려 있었다. 게다가 예쁜 구슬로 만든 액세서리까지 가득했다.
라피네는 가짜 구슬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방에 있는 모든 보석은 전부 고가의 원석이었다.
“저쪽도 가 보자, 라피네.”
라피네는 아드리안의 손을 잡고 또 다른 벽면에 달린 문 안쪽으로 향했다.
“와아아아!”
커다란 창문으로 햇볕이 쏟아져 내렸고, 그 앞에는 황금이 발라진 욕조가 있었다.
욕실과 화장실인 듯했다.
전에 살던 귀족가에서 지내던 골방보다 훨씬 큰 공간이었다.
“오늘부터 여기에서 씻겨 드릴게요, 아가씨.”
실레인은 행복해하는 라피네를 보고 뿌듯해하며 말했다. 라피네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참, 그리고 자다가 깼을 때. 배가 고프거나, 무섭거나, 화장실이 가고 싶으실 때 이걸 흔드시면 제가 올 거예요.”
실레인은 침대 머리맡에 있는 종을 톡톡 치며 설명해 주었다.
마법으로 연결된 종이라 실레인의 방에 소리가 전달된다고 한다.
“마음에 들어, 라피네?”
“응!”
마음에 드는 정도가 아니었다.
이런 방에서 살게 되다니. 엄청난 호사였다.
「고생하며 지냈던 보람이 있구나, 아가야.」
‘응……. 이제 골방도, 길바닥도 안녕이야!’
라피네는 뿌듯한 표정으로 방을 둘러보았다. 분홍색과 상아색이 섞인 벽지가 너무나도 예뻤다.
‘그래, 그렇지만 이 행복함을 계속 누리려면…….’
가정의 행복, 더 나아가 제국의 평화를 지켜야 했다.
라피네는 아드리안의 손을 꽉 잡았다.
‘아드리안 오빠의 행복은 내가 지킨다.’
「아가의 행복은 내가 지켜 주마!」
「주인님……. 흐윽, 저도 있어요……. 여기 정령 있어요……. 여기 한 가여운 정령이…….」
‘넌 조용히 해!’
라피네는 호통을 치면서도 금세 마음이 약해져서 작게 속으로 말했다.
‘너도 고마워. 그렇지만 조용히 해.’
「네엥…….」
그때였다.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