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7)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하인이었다. 하인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도련님, 친구분이 오셨어요.”
“또?”
아드리안의 미간이 구겨졌다. 어제 왔는데 또 왔다고?
바이올렛은 오늘 못 온다고 했는데.
그럼 설마……?
‘아니야. 제르칸이야말로 바빠서 오늘은 못 올 텐데? 그럼 누구지?’
아무리 아직 어리다고 하지만, 황태자 자리는 그렇게 쉽게 시간을 낼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매일매일 교육이 꽉 차서 어제도 겨우 시간을 낸 거라고 했다.
그래서 평소에는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이 직접 제르칸을 만나러 황성에 가곤 했었다.
‘근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아드리안은 바이올렛과 제르칸을 제외하고는 가까이 지내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뚜벅뚜벅.
그때. 복도 너머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문 앞을 가로막고 있던 하인이 비켜서고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
라피네를 만나러 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제르칸이었다.
아드리안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안녕, 아드리안.”
“……제르칸.”
제르칸은 저를 째려보는 아드리안을 보며 당황했다.
왜……. 무슨 원수라도 만난 표정을 짓는 거지?
“오늘 온다는 말 없었잖아?”
“음, 깜빡했어. 그렇지만 라피네랑 꼭 오기로 약속해서 말이야.”
“누구랑 뭘 약속해?”
“라피네에게 보러 오겠다고 약속했다고.”
제르칸과 아드리안의 눈빛에 묘한 기운이 오고 갔다.
제르칸은 아드리안의 반응이 얼떨떨한 듯했고, 아드리안은 약간의 적의를 품고 있었다.
마치 동생을 빼앗아 가려는 파렴치한을 보는 느낌이었다.
제르칸은 그런 친구에게 약간의 배신감을 느끼는 한편, 아드리안을 놀리고 싶다는 장난기가 솟구치는 것을 꾹 참아 냈다.
그리고 라피네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제르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오빠 왜 이래?’
사실 제르칸을 보자마자 달려가려고 했는데, 아드리안이 잡고 있는 손을 놓아주지 않아서 실패했다.
「그냥 아프다고 하렴, 아가야.」
“오빠. 손 아파.”
결국 라피네가 그렇게 말하자, 아드리안은 아차 하며 잡고 있던 라피네의 손을 놓아주었다.
「이때다! 가라, 아가야!」
‘조오았어!’
아드리안은 라피네의 손을 놓자마자 곧바로 후회했다.
‘안 돼!’
아드리안이 속으로 외쳤으나, 이미 늦었다.
라피네는 손을 놓은 순간 곧바로 제르칸을 향해 달려갔으므로.
막을 틈도 없이 말이다.
“제르칸 오라버니!”
라피네는 제르칸에게 달려가 그의 허리를 덥석 껴안았다.
그리고 잠시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
“결혼할래!”
“…….”
“…….”
제르칸은 결국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아드리안을 바라보았다.
아드리안은 아버지의 심정이 이해가 갈 지경이었다.
아버지는 어제부터 내내 ‘제국 내에 결혼을 금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리고 다녔다.
이렇게 가다간 겨우 되찾은 소중한 여동생을 제르칸에게 홀라당 빼앗기게 생겼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도 그럴 순 없었다.
아드리안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라피네. 오늘은 약속을 지키러 오긴 했지만, 바빠서 오래 있다 가진 못할 거야.”
“괜찮아.”
라피네는 마침 잘 왔다며 제르칸을 방 안으로 끌어당겼다.
“여기는 내 방이야.”
라피네는 크게 자랑스러워하며 자신의 가슴을 두어 번 쳤다.
그 모습을 보며 실레인이 행복해하며 웃었다.
“그래? 정말 넓고 좋은데. 침대도 크고……. 근데 혼자 잘 수는 있는 건가?”
제르칸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야 어렸을 때부터 황태자 교육을 받으며 혼자 잤지만……. 라피네는 혼자 자기엔 너무 어리고 약해 보였다.
“하! 당연하지!”
라피네는 자존심이 상했다는 듯 크게 말했다. 그 모습에 제르칸은 속으로 작게 웃었다.
솔직히 일정만 아니면 여기서 더 머물다 가고 싶었다.
어제 황성으로 돌아가고 난 뒤에도, 계속 요 조그마한 아이가 생각났다.
애초에 이복 남동생은 동생이라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기에 비교할 대상이 되지 않았고.
아드리안의 두 남동생인 루카와 로이스도 이렇게 귀엽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다.
그냥 ‘아드리안은 피곤하겠구나.’ 하는 정도의 감상이 전부였다.
그런데 라피네는 달랐다.
작고, 귀엽고, 부드럽고……. 오라버니라고 불러 주는 목소리도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원래 여동생은 다 이런 건가?’ 하고 아드리안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당황스럽기도 했다.
제르칸은 아드리안에게 무언가를 빼앗기는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라피네가 자꾸 저만 보면 결혼하자고 달려드니 당황스러웠다.
“여기는 옷 방이야!”
라피네는 옷 방이며 욕실이며 하나하나 제르칸을 데려가 구경시켜 주었다.
“라피네는 아주 좋겠구나.”
제르칸이 마지못해 말해 주자 라피네의 입꼬리가 움찔거렸다.
“응. 아주 좋지.”
라피네는 웃으면서도 아차 싶었다.
방이 생겼다는 즐거움에 정신이 팔려 자랑하는 데 심취해 있던 것이다.
‘어린애처럼 굴면 안 되는데…….’
라피네는 큼큼 헛기침을 하고 본론부터 꺼냈다.
“그럼 언제 또 올 거야?”
“응?”
“오늘은 일찍 가면. 언제 또 나 보러 올 거야?”
“…….”
제르칸은 시선을 돌려 멍하니 굳어 있는 아드리안을 힐끔 보았다.
‘넋이 나갔군.’
“당분간은 무리일 것 같아. 원래도 시간이 없어서 바이올렛이랑 아드리안이 황성으로 날 보러 왔거든.”
그 말에 라피네는 ‘이거다!’ 싶었다.
왜 진작 그 생각을 못 했지?
“그럼 나도 갈래! 다음번에는 내가 제르칸 오라버니를 보러 갈게.”
“……뭐, 좋아.”
어차피 제르칸의 어머니인 황후를 만나 봐야 할 필요가 있었다.
현재의 상태가 어떤지 확인해야 하니까.
‘게다가 루비의 말대로 애초부터 병에 걸리지 않게 해 주면 더 좋잖아?’
「아가의 말이 맞다.」
제르칸의 어머니가 죽지 않게 하는 것은, 라피네가 가진 목표들 중에서도 꽤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야만 제르칸이 미친 집착남이 되지 않을 테니까.
그건 그거고. 일단은 당장 중요한 것부터.
“간식 먹을래?”
라피네는 제르칸의 손을 잡고 왕왕 흔들며 물었다.
아무리 바빠도 간식은 먹이고 보내야지, 손님인데! 절대 그냥 보낼 수야 없지. 사람 인심이 그게 아니지.
라피네는 그렇게 제르칸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그러다 아차, 하며 다시 방 안으로 돌아왔다.
“오빠도 간식 먹자!”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아드리안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아드리안은 라피네의 손에 끌려가면서 “결혼 제도를 없애는 법…….”이라며 작게 중얼거렸다.
* * *
제르칸은 간식을 먹던 도중, 비서관의 안달복달에 결국 일찍 자리를 떴다.
라피네는 몹시 아쉬워하며 제르칸을 배웅했다.
‘결혼 약속을 받을 만큼 빨리 친해지려면 자주 만나야 하는데.’
라피네는 그런 제르칸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아드리안 오빠랑 바이올렛 언니랑 같이 만나러 갈게. 알겠지?”
“응, 알겠어.”
“응. 빨리 갈게.”
“……그래.”
“그리고 꼭 나랑 결혼해야 돼!”
그 말을 끝으로 라피네는 제르칸의 손등에 쪽쪽! 입을 맞춰 주었다.
“…….”
제르칸은 영 낯선지 눈을 깜빡이며 자신의 손등을 내려다보았다. 늘 차갑던 손에 따스한 기운이 오래도록 머물렀다.
“아드리안, 갈게. 다음에 보자.”
“그래…….”
두 사람의 이별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아드리안은 퀭한 얼굴로 제르칸을 배웅했다.
잠깐 사이에 얼굴이 확 어두워진 모습이었다.
그렇게 제르칸이 돌아간 뒤.
라피네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휴……. 오늘도 밥값은 했다.’
「고생했다, 아가야. 프러포즈란 힘든 일이지.」
‘2년 동안 밤낮없이 결혼해 달라고 조르면 말이라도 알겠다고 해 주겠지?’
「그럴 것이다. 힘내거라, 아가야.」
라피네는 마저 간식을 먹기 위해 돌아섰다. 그러자 어두운 표정의 아드리안이 눈에 들어왔다.
‘왜 저러지?’
「친구에게 동생을 빼앗겨서 힘든 거겠지…….」
라피네는 안쓰러운 눈으로 아드리안을 바라보았다.
그래, 6년 만에 되찾은 여동생인데……. 여동생이 친구들에게만 달라붙어 있으니 서운할 법도 했다.
라피네는 아드리안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꽉 붙잡았다.
“간식 먹자!”
울적한 기분을 달래는 방법은 단 하나. 먹는 것뿐이었다.
응접실 테이블로 돌아온 두 사람은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라피네는 직접 포크로 케이크를 찍어 아드리안에게 먹여 주었다.
“오빠 주는 거야?”
“응. 오빠가 제일 소중하니까 케이크도 주는 거야.”
라피네의 말에 아드리안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것도 잠시. 아드리안은 입술을 툴툴거리며 물었다.
“라피네는……. 이 오빠보다 제르칸이 더 좋은 거 아니었어?”
‘하이고…….’
「하이고…….」
증말. 이래서 애들이란……. 철없다. 철없어.
「아가가 참 힘들겠구나…….」
라피네는 속으로 혀를 츳츳 차면서도 아드리안에게 말해 주었다.
“아냐, 아드리안 오빠가 더 좋아.”
“……정말이야?”
“응. 하지만 결혼은 제르칸 오라버니랑 해야 돼.”
“…….”
라피네의 말에 아드리안의 표정이 다시 울상이 되었다. 라피네는 이참에 슬쩍 말을 꺼내 보기로 했다.
“오빠는 바이올렛 언니랑 결혼하면 안 돼?”
“……응?”
“나는 바이올렛 언니랑 같이 여기서 살고 싶어!”
“……제르칸이랑 결혼하면 라피네는 황성에 가서 살아야 할 텐데? 바이올렛이랑 어떻게 여기서 같이 살려고?”
“바이올렛 언니가 여기서 같이 살면 결혼 안 할 거야!”
“정말이야?”
라피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이 미리 연결되기만 하면, 라피네가 그 고생을 할 이유가 없어진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제르칸에게는 결혼하겠다는 약속만 받아 놓고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떠넘길 생각이었다.
제르칸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계약 결혼 상대였으니까.
제대로 중매를 서 줘야지.
그리고 난…….
‘난 연애 결혼할 거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