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19)
‘루……. 루비야!’
「……아가? 아가니? 흑……. 아가야……!」
라피네는 처절한 얼굴로 루비에게 다가갔다. 마치 전우를 지켜 주지 못한 병사처럼.
“루비가, 루비가……!”
“하도 때가 타서 제가 빨았어요, 아가씨. 애착 인형이라 잠드셨을 때 몰래 빨았어야 했는데……. 생각보다 잘 안 마르더라고요.”
실레인은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저, 저 하녀가 나를…… 무슨 방망이로 막 때렸다……. 그리고 비누칠을 해서 온몸을 막 꼬집고, 때리고…….」
라피네는 안타까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루비가 얼마나 괴로워했을지 느껴졌다.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
하지만…… 그동안 한 번도 빨지 않아서 꼬질꼬질하긴 했다.
‘그러길래 오르파나의 힘을 빌리지 그랬어…….’
사실 며칠 전, 라피네는 하도 꼬질꼬질해진 루비를 위해 오르파나에게 부탁하려 했다.
하지만 루비는 저딴 녀석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다며 크게 화를 냈다.
심지어는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 씻고 오겠다는 헛소리를 해서, 그냥 어쩔 수 없이 당분간 내버려 두자 했는데.
깔끔한 실레인의 눈에는 꼬질꼬질한 인형이 몹시 거슬렸던 모양이었다.
「흥! 이참에 새로 태어난 것처럼 좋지 뭐! 멍청한 곰탱이 주제에! 내가 너한테 힘을 써 줄 것 같아? 꺼져! 쓸개 빠진 빡대가리 곰탱아!」
‘조용히 해! 루비한테 욕하지 마!’
「흐윽……. 아가야, 어서 구해 줘어어…….」
「히잉, 주인님…….」
오늘 하루도 라피네의 머릿속은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 * *
라피네가 공작가에 돌아온 지 거의 3주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동안 라피네는 하루 최소 세끼부터 많으면 다섯 끼까지 밥을 챙겨 먹고, 간식까지 꼬박꼬박 먹었다.
그러다 보니 안쓰러울 정도로 깡말랐던 몸은 어느새 적당히 살이 오르고 있었다.
또한, 이제 가족들과도 아주 익숙해진 상태였다.
‘아직 엄마, 아빠라고는 못 불렀지만.’
그리고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드디어 처음으로 황성에 가 보기로 한 날인 것이다.
‘심장이……. 심장이 엄청나게 뛴다…….’
라피네는 쿵쿵거리는 심장께 위에 작은 손바닥을 올렸다.
「아가야, 진정하렴.」
‘그래, 그래야지…….’
라피네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황성에 간다고 해서 그런지, 오늘 입은 하늘색 드레스는 엄마가 직접 신중하게 골라 준 것이었다.
옷감이 구름처럼 부드러워서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실레인이 엄청난 실력을 발휘해서 머리를 양옆으로 예쁘게 묶은 뒤 똘똘 말아 주었는데, 굉장히 얌전하고 똑똑해 보였다.
약간 왕만두 2개를 얹어 놓은 것 같기도 했지만……. 어쨌든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
공식적인 방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황성에 처음 가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도, 실레인도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뿐 아니라 라피네가 공작가에 온 뒤, 처음으로 공식적인 외출을 하는 것이기도 했다.
‘제르칸을 얼마 만에 만나는 거지?’
「무려 5일이다, 아가야.」
‘이런! 자주 얼굴도장을 찍어야 하는데…….’
제르칸은 정말 바쁜 모양인지, 그날 이후로 한 번도 놀러 오지 못했다. 그러니 약속대로 직접 가는 수밖에.
‘마냥 느긋하게 지낼 순 없어.’
사실 말이 2년 남은 상황이지, 그 2년간 제르칸을 얼마나 자주 만날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황태자인 제르칸은 각종 교육과 훈련으로 몹시 바빴으니까.
“아가씨, 이제 가실까요?”
실레인이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라피네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라피네는 실레인의 손을 잡고 방을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제르칸에게 줄 선물도 잊지 않고 챙겼다.
커다란 현관 앞에는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이 라피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니!”
라피네는 바이올렛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가 안겼다.
그래도 지난 5일간 바이올렛은 꼬박꼬박 라피네를 찾아왔다.
오래 머물지 못하는 날이어도 간식을 함께 먹을 시간 정도는 내어 주었다.
덕분에 바이올렛과 아드리안도 매일매일 이렇게 만나고 있었다.
‘작전대로 되어 가고 있군! 제국을 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잘 다녀오렴. 내 아가.”
소피아는 라피네를 배웅하며 뺨에 입을 맞춰 주었다.
그러고는 어서 가라며 손짓했다.
루카와 로이스가 보기 전에 빨리 다녀오라는 뜻이었다.
두 쌍둥이 형제는 마침 교육 선생님이 와서 수업 중이었다.
라피네는 후다닥 바이올렛의 손을 잡고 커다란 마차 위에 올라탔다.
황성에서 호위 기사까지 딸려 보내 준 마차였다. 덕분에 렌델 경은 따라가지 않고 저택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라피네는 창문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어 저택을 바라보았다.
‘들켰나?’
루카와 로이스가 방에서 자신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큰 난리가 날 것이다.
원래도 아드리안은 쌍둥이 형제를 빼고 다녔는데, 막내만 데려간 걸 알면 난동을 부릴지도 몰랐다.
다행히 루카와 로이스가 교육받는 방의 창가는 고요했다.
라피네는 안도의 숨을 내쉰 채, 창밖으로 보이는 엄마와 사용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이 올라타자, 마차는 천천히 출발했다.
* * *
“라피네, 괜찮아?”
“응…….”
아드리안은 걱정스러운 듯 라피네의 손을 잡아 주었다.
마차를 타고 오는 내내, 라피네는 얼마나 긴장했는지 손이 다 차갑게 식어 버렸다.
황성에 도착한 세 사람은 마차에서 내렸다.
“……!”
라피네는 압도적인 크기의 건물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공작저의 수도 저택도 크긴 하지만, 황성과는 차원이 달랐다. 화려한 양식을 보니 괜히 기가 죽는 기분이었다.
제르칸이 지내는 건물은 전통적으로 역대 황태자들이 머무르던 공간인 서궁이었다.
그리고 그 웅장한 건물 앞에는 거대한 동상 하나가 서 있었다.
황금이 발라진 초대 황제의 거대한 동상이었다.
“……오와아.”
초대 황제의 동상은 마치 라피네를 꾸짖는 듯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라피네는 왠지 목구멍이 바짝바짝 조여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그래, 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골방에서 개밥이나 먹는 천덕꾸러기였는데……. 길거리에서 빵이나 훔치는 거지였는데……. 내, 내가 여길 와도 되는 걸까…….’
초대 황제의 동상을 보니 갑자기 쭈구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황금 동상이 라피네에게 소리치는 것 같았다.
‘감히 너 따위가 황성을 오다니!’ 하면서.
「아가야 쫄지 말렴. 내가 현신해서 부숴 줄까?」
‘……아냐, 안 쫄았어.’
라피네는 이내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돌렸다. 그래, 쫄 필요 없었다.
‘흥. 나한테 오히려 감사해야지. 내 손에 제국의 미래가 달렸는데 말이야.’
「맞는 말이다, 아가야.」
라피네는 아드리안과 바이올렛 사이에서 양쪽 손을 잡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라피네의 작은 손을 주물럭거리던 바이올렛이 작은 목소리로 아드리안에게 속삭였다.
“라피네 엄청나게 긴장했나 봐. 귀엽다.”
“그러게.”
그 말에 아드리안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긴장으로 손은 차갑지만, 라피네의 눈동자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라피네의 고개와 눈이 아주 바쁘게 움직였다.
‘데려오길 잘했네.’
그 모습을 보며 아드리안은 생각했다.
솔직히 제르칸에게 라피네를 보여 주기 싫어서, 어떻게 해서든 두고 오려고 했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그러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정복을 차려입은 황성의 시종이 세 사람을 응접실로 안내해 주었다.
그러고는 허브차를 내어 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지금 황태자 전하께 갑자기 찾아오신 손님들이 계셔서요. 전하께서는 수업이 끝나신 뒤 그분들을 먼저 만나 뵙고 오실 겁니다. 조금만 이곳에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알겠어요.”
바이올렛은 그렇게 대답한 뒤, 시종이 나가자 아드리안에게 시선을 돌렸다.
“손님? 누구지? 우리가 오는 날에는 다른 약속을 안 잡잖아.”
“그러게. 갑자기 찾아온 거면 중요한 일이겠지.”
아드리안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라피네의 입에 간식을 넣어 주었다.
그리고 라피네는 간식을 음냠냠 먹으며 화려한 응접실의 인테리어를 구경했다.
‘황성 간식도 맛있다.’
공작저의 요리사들과 큰 차이는 없지만 매우 훌륭했다.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은 그런 라피네를 구경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주로 읽은 책이나, 교육받고 있는 내용에 관한 것이었다.
‘누가 모범생들 아니랄까 봐. 읽은 책에 대한 토론을 하다니…….’
라피네는 두 사람의 대화를 모른 척하며, 소파에 앉아 닿지 않는 다리를 달랑거리며 방을 구경했다.
그러던 중이었다.
똑똑.
응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여러 번 들린 뒤, 문이 열렸다.
라피네는 ‘제르칸이 왔나?’ 하고 생각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돌렸다.
그러나 응접실 안으로 들어온 것은 제르칸이 아닌, 키가 커다란 어른이었다.
깔끔한 제복을 입은 귀족 남자와 예쁜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자였다.
아드리안과 바이올렛도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눈치를 보니 모르는 사람인 듯했다.
‘아드리안과 바이올렛도 모르는 사람이면, 대체 누구지?’
연보라색 머리카락에 붉은 눈을 가진 남성은 상당한 미남이었다.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그는 아이들의 앞에 다가와 웃으며 인사했다.
“우리 조카님을 만나러 왔다가 귀한 분들을 뵙게 되는군……. 반갑습니다. 에스턴 공작가의 영식, 그리고 피츠 백작가의 영애.”
그리고 남자의 옆에 있던 예쁜 귀족 여자도 수줍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무릎을 살짝 굽혀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군요. 저는 황태자 전하의 막내 외삼촌인 에단 로렐리안입니다.”
남자의 연이은 말에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은 얼떨떨해하면서도 예법대로 인사를 했다.
라피네도 얼떨결에 따라서 인사를 했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라피네를 보며 귀엽다는 듯 웃었다.
황태자의 외삼촌이라는 말은…….
‘황후의 동생이란 소리잖아? 기사였다고 한 것 같은데…….’
라피네는 눈을 깜빡거리며 원작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황후에게는 꽤 많은 형제가 있었다.
황실은 황비의 계략으로 평화가 깨지기 전까지만 해도 화목했다.
그때, 뒤늦게 응접실 안으로 제르칸이 들어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