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
아드리안이 누군가.
대륙 최고 부자라는 에스턴 공작가의 장남이었다. 그런 집안의 막내딸을 찾았다는 건 엄청난 일이었다.
집사 역시 눈을 가늘게 뜨고 아이를 바라보다 말했다.
“예, 분명 태어나자마자 죽어서 장례식을 치렀죠. 저도 장례식에 참석했었습니다. 아마 아닐 겁니다.”
“과연 그럴까? 아 참, 얼마 전부터 신전에서 친자 검사 의뢰를 받기 시작하지 않았어?”
“예, 아가씨. 맞습니다. 듣자 하니 베릴 자작가에서도 그 의뢰를 통해 사생아를 쫓아냈다고 하더군요. 아이의 어미가 돈을 노린 모양입니다.”
“베릴 자작가라고?”
“예, 아가씨.”
잠시 고민하던 바이올렛이 집사를 향해 물었다.
“베릴 자작의 눈동자가 유독 밝은 하늘색이지 않았나?”
“예. 맞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뭐가 말씀이십니까?”
“……흠.”
바이올렛은 대답을 잠시 보류하고 ‘밝은 하늘색 눈동자’를 가진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이는 얼굴에 소스를 잔뜩 묻힌 채 행복해하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입이 아니라 얼굴로 식사를 하는군.’
꼭 그릇에 머리를 전부 처박고 우유를 먹는 새끼 고양이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바이올렛이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
“아드리안의 동생은 태어나자마자 죽었지?”
“예, 아가씨.”
“6년 전, 비슷한 시기에 베릴 자작에게 사생아가 생겼던 거면 어떨까?”
이야기를 들은 집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가 모시는 아가씨는 아직 어리지만, 또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똑똑했다.
그래서 바이올렛이 하는 말이 뭐든, 어린이의 말이라며 허투루 넘길 수 없었다.
“설마…….”
“누군가 아이를 바꿔치기했을지도 모르잖아? 죽은 그 아이도 분홍 머리에 파란 눈이었을지도 몰라.”
“……!”
“베릴 자작에게 사생아를 안겨 준 그 여자를 수소문해 봐. 베릴 자작의 머리 색은 검은색이니, 그 여자의 머리카락이 분명 분홍색일 거야. 아니면 비슷한 색이거나.”
“그렇다면…….”
“맞아. 그래야 자작과 본인의 자식이라고 속일 수 있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아 참, 돈을 얼마나 받았는지도 알아보고.”
“네. 알겠습니다, 아가씨. 아! 그리고 백작님과 백작 부인께서는 영지의 볼일을 전부 마치고, 다음 주쯤 저택으로 돌아오신다고 합니다.”
“음, 그래? 알겠어.”
바이올렛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이 일은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죽은 뒤, 아드리안의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전해 들어 익히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정말 닮았는걸.’
저 아이는 아드리안의 어머니와 특히나 닮았다.
바이올렛은 아이가 열심히 밥을 먹는 사이, 몰래 아이의 뒤로 가서 분홍색 머리카락을 한 올 ‘뾱!’ 뽑았다.
어찌나 먹는 데 열중했는지, 아이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신전에 의뢰해 봐야지.’
얼마 전부터 신전에서는 친자인지 아닌지 확인해 주는 일을 시작했다.
원래는 신의 뜻에 따라 그런 일은 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었지만, 더는 거절할 상황이 아니었다.
귀족들의 사생아가 하도 많이 생겨나고, 그로 인한 사기 행각도 늘어나니 황성에서 직접 신전에 요구한 것이다.
신전은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시작한 대신, 큰 기부금을 받기로 했다.
‘결국, 신전은 기부금 없이는 안 돌아가는 곳이니까.’
마침 자금난을 겪고 있던 신전은 덕분에 다시 부흥기를 누리고 있었다.
이제는 귀족이 아니라 평민들도 기부금을 내기만 하면 친자 확인을 할 수 있었다.
‘내일은 아드리안의 머리카락을 가지러 가야지.’
신전의 친자 검사 결과 방식은 머리카락이나 손톱 등, 신체의 자라나는 일부를 가져가야만 했다.
바이올렛은 아이의 머리카락을 잘 보관하라고 하인에게 지시했다.
“음냠냠.”
그사이 아이는 열심히도 음식을 먹었다. 배가 올챙이처럼 볼록 튀어나올 정도로.
식사 후에는 배가 불러 괴로워하다가, 소화제를 먹고 기절하듯 잠에 빠졌다.
잠든 사이, 신관이 다녀갔으나 아이는 너무 깊이 잠들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 *
눈을 뜨자 화려한 문양의 천장이 보였다.
아이는 벌떡 일어나 주변을 확인했다.
‘여긴 어디지?’
자신이 누워 있는 곳은 커다랗고 폭신한 침대였다.
그리고…….
“일어났니?”
“으악!”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몸을 일으키며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깜짝 놀라 고개를 이불에 숙였다가 다시 들어 보니…….
“좋은 아침이야.”
어제 그 예쁜 언니가 웃고 있었다.
갈색 머리에, 바이올렛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 참, 어제 여기서 밥을 얻어먹었지.’
못 걸을 정도로 많이 먹어서 소화제까지 먹어야 했다.
그 뒤로 기억이 끊겼는데…… 아마 잠든 모양이었다.
“노예…….”
“응? 뭐라고?”
“나는 이제 노예가 되는 건가요?”
아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아주 진지하고 심각한 얼굴로.
솔직히 노예 매매상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영 불안했다.
귀족가의 아가씨가 거지 아이에게 이렇게 호의를 베풀 이유가 없지 않은가?
“푸흡…… 푸하하하!”
아이의 말이 얼마나 웃겼는지, 바이올렛은 배를 잡고 깔깔거렸다.
“노예라니, 그건 불법이란다. 아가야.”
“…….”
“자, 일어났으니 세수를 하고 식사를 할까?”
“……네!”
아이는 저도 모르게 대답한 뒤 입술을 앙물었다.
왜인지 이 상황이 좀 굴욕적이었지만 하도 굶고 살았더니 밥 먹자는 소리만 들으면 어떻게 거절할 수가 없다.
‘일단 노예상은 아닌 것 같으니 안심하자.’
“자, 이리 와.”
바이올렛이 손을 뻗었다. 꼭 안아 줄 것처럼.
아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바이올렛은 정말 그녀를 안고 잠깐 들었다가 내려 주었다.
‘허억, 정말 안아 주다니.’
처음 느껴 보는 따뜻한 온기에 정신이 녹아 버릴 것 같았다.
게다가 바이올렛에게서는 달콤하고 좋은 향기가 났다. 행복한 사람에게서만 날 것 같은 행복한 냄새.
“6살이라고 했지? 그런데 왜 이렇게 작고 가볍지? 4살이라고 해도 믿겠어.”
제대로 못 먹고 자랐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귀족 집안에 있을 때는 그나마 부실한 음식이라도 챙겨 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쫓겨난 뒤로는 이틀에 한 끼만 먹어도 감사한 수준이었다.
그러니 음식만 보면 일단 짐승처럼 달려드는 수밖에.
손을 잡고 식당에 도착하자 바이올렛은 아이를 의자에 앉혀 주었다.
“오늘은 천천히 먹는 거야. 알겠지?”
아이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식탁 위에는 또 어제처럼 맛있는 것들이 잔뜩 차려져 있었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빵에, 따뜻한 수프, 잘 익어서 김이 올라오는 고기에, 귀여운 모양의 디저트까지.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삼키게 된다.
맨날 이런 음식을 먹게 해 준다면 뭘 시켜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노예 매매도 아니면 나한테 왜 밥을 주는 거지?’
음식을 먹기 시작하자 다시 이성적인 사고가 가능해졌다.
아이는 열심히 고기를 씹으며 바이올렛을 힐끔거렸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바이올렛은 해사하게 웃어 주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아이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다.
‘천사 같아.’
고기 주는 천사…….
고기 주는 천사가 나오는 소설이 뭐가 있더라.
아이는 주스를 꼴깍꼴깍 넘기며 전생에서 읽었던 소설들을 떠올렸다.
“아, 오늘은 친구네 집에 다녀올 거야. 아드리안 에스턴이라고, 나랑 제일 친한 친구야.”
“아항. 네.”
아이는 성의 없게 대답하다가 멈칫했다.
‘아드리안 에스턴?’
꿀꺽.
고기를 꿀꺽 삼킨 뒤, 아이는 눈을 깜빡거렸다.
“왜 그러니?”
“……아녜요.”
아이는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일단 먹고 생각하자. 배가 불러야 머리도 굴러간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디저트까지 잔뜩 먹었다.
바이올렛이 옷을 차려입고 저택을 나간 뒤, 아이는 하녀와 함께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하녀가 이야기책을 읽어 주고 있었지만……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설마 그 아드리안 에스턴?’
그러고 보니 아드리안이 나온 소설의 여자 주인공 이름이 바이올렛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예쁜 갈색 머리에 귀족 가문의 영애이기도 했다.
‘그럼 난 설마…….’
아니야. 혹시 모를 일이다.
‘그 피폐 소설일 리가 없어…… 아니어야만 해!’
하지만 모든 정황이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자신이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것도, 거지 소굴에서 지낸 것도…….
“아니야!”
“어머, 깜짝 놀라셨어요? 호호호. 제가 늑대 흉내를 잘 냈지요?”
아이가 저도 모르게 소리치자 하녀가 호호 웃었다.
하녀가 읽어 주는 이야기책의 내용은 마침 늑대가 어린아이를 잡아먹으려 하는 장면이었다.
“무서우시면 다른 걸 읽어 드릴게요. 아니면 낮잠을 잘까요?”
“…….”
그러고 보니 슬슬 졸음이 밀려왔다.
‘더 생각해야 하는데…….’
거의 처음으로 배부름과 따뜻함을 느낀 몸은 금방 배고파했고, 금방 잠을 찾았다.
아이는 아니라고 웅얼거리다가 하녀가 따스한 이불을 덮어 주자 곧 잠에 빠졌다.
꿈속에서는 만화 속에서나 볼 법한 얼굴만 한 고기가 나왔다.
* * *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한밤중이었다.
아이는 아침에 일어났던 침대에서 똑같이 눈을 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옆에 바이올렛 대신 작은 곰 인형 하나가 있다는 것이었다.
“……?”
아이는 분홍색 아기 곰 인형을 보고 미간을 찡그렸다.
‘이 인형은……!’
아, 아냐. 아닐 거야.
아이는 현실을 부정했다. 이 세계가 그 소설 속이라는 걸 부정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 곰 인형은 무척이나…….
‘소설에서 여자 주인공이 가지고 있던 아기 곰 인형…….’
그 인형을 떠올리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분홍색 털을 가진 곰 인형은 무척 희귀하지 않은가?
「반갑구나 아이야.」
심지어 말까지 한다면.
“…….”
아, 아닐 거라고…… 아니야!
소설에서 그 곰 인형의 정체는 원작 여주가 가진 환수 중 하나로, 몇 년 뒤 여주의 마력이 개방되면 봉인이 풀리는 아이였다.
「마력을 가진 아이로구나. 네가 날 꼭 안고 잠든 덕에 봉인이 풀려 버렸다. 허허허. 나는 특별한 힘을 가진 환수란다. 다른 말로 정령이라고도 하지!」
“……아, 아니야.”
분홍색 아기 곰 인형이 환수인 설정의 소설이 또 뭐가 있을 거야……. 있겠지? 있을 거야…….
‘흔하잖아? 말하는 분홍색 곰 인형 같은 건…….’
그래, 그러니까 그 피폐 소설은 아닐 거다.
「아니긴 뭐가 아니냐. 네가 날 깨웠다. 날 소개하지, 나는 무슨 정령이냐면…… 나는 바로바로……!」
“아니야아아!”
아이가 벌떡 일어나 그대로 문을 향해 도도도 돌진했다.
낑낑거리며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자 심각한 표정의 바이올렛이 보였다.
바이올렛의 표정이 그런 건 아이가 반쯤 울먹울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응? 악몽이라도 꿨니?”
바이올렛은 그런 아이를 보며 손을 뻗었다. 아이는 이내 눈물 한 방울을 똑 떨어뜨리며 달려가 그녀의 품에 안겼다.
바이올렛의 갈색 머리카락에 고개를 파묻자 예쁜 냄새가 났다. 그 냄새를 맡자 점점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걱정하지 마, 아가야. 다 괜찮아질 거야.”
바이올렛은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그렇게 속삭였다.
‘아, 이 손은 마법의 손일까……?’
그 손길이 너무나 포근하고 안정감이 느껴져서, 아이는 다시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 * *
다음 날 아침.
바이올렛은 여전히 잠들어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귀여워라.’
“정말 아드리안을 많이 닮았어.”
바이올렛은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의 품에 분홍색 곰 인형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이불을 꼼꼼히 덮어 주고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잘 자렴.”
옷을 갈아입고 계단을 내려오자 급하게 뛰어 들어오는 집사가 보였다.
“아가씨! 신전의 친자 검사 결과지가 도착했습니다.”
“하루 만에? 역시…… 기부금을 많이 내길 잘했네!”
바이올렛은 집사가 건넨 서류 봉투를 빠르게 뜯고 서류를 꺼냈다.
심장이 쿵쿵거리며 요동쳤다.
바이올렛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서류를 확인했다.
그리고 한참 뒤.
“……내 예상대로야.”
바이올렛은 맨 마지막 문구를 보며 미소 지었다.
두 사람이 혈연관계일 확률은 99.9%로 확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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