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1)
조금 전, 루비가 라피네에게 속삭이며 나눈 대화는 이러했다.
「아가, 이 세상에는 이런 속설이 있단다. 들어 볼래?」
‘무슨 속설인데? 말해 봐.’
「어린아이는 누군가의 배 속에 생긴 아기를 미리 인지할 수 있다고 하더구나.」
‘응?’
……아!
어리둥절해하던 라피네는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아!’ 하고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정확하게 떠올리기 위해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히 얼마 전, 실레인이 읽어 준 동화책에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동화책은 이런 이야기였다.
어린아이가 엄마의 배 속에 아기가 생겼다는 걸 미리 알아차린다. 그래서 천사들에게 아기를 위한 소원을 비는 내용이었다.
참 사랑스럽고 귀여운 동화였다.
이처럼, 일부 사람들은 어린아이들이 배 속의 아기씨를 감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심지어는 성별까지 맞춘다는 속설도 존재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속설이자 풍습 중 하나였다.
‘그래, 미리 경고해 두면 알아서 제 발로 물러날 수도 있어. 아직 결혼한 건 아니니까 이때 말려야 해.’
그렇게 라피네는 굳게 결심하고 외쳤다.
“그런데요. 언니의 배 속에는 지금 아가가 있지요?”
“…….”
“…….”
“…….”
그 말에 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싸해졌다. 그 와중에 라피네는 정확히 보았다.
안나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지고 눈동자에 공포가 스며드는 것을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이니?”
로렐리아 경은 한쪽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물었다. 마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라피네는 안나의 배를 가리키며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언니 배 속에 아가가 있어요! 지금은 쿨쿨 자고 있어!”
“라피네, 엉뚱하기도 하지.”
바이올렛이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애써 웃으며 말했다.
로렐리아 경도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안나 역시 재미있는 장난이라는 듯 연기하며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아, 맞다! 그럼 결혼식은 언제 하시는 거예요?”
바이올렛이 물었다.
곧바로 대화는 다른 이야기로 이어졌다.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바이올렛 덕분에 순식간에 화기애애한 기류가 형성되었다.
“경, 잠시만 파우더룸에 다녀올게요.”
“그래, 다녀와.”
그리고 안나가 자리를 비운 사이.
라피네는 문 쪽으로 총총 걸어가 하녀의 손을 잡았다.
“이 언니랑 파우더룸에 같이 갔다 올래.”
“언니가 같이 가 줄까?”
“아냐, 손만 닦고 올 거야. 찐덕찐덕해.”
바이올렛의 말에 라피네가 그렇게 대답하자, 바이올렛은 다 컸다며 중얼거렸다.
아드리안 역시 흐뭇한 얼굴로 라피네를 바라보았다.
제르칸은 오늘따라 조용한 라피네가 신경 쓰이는 눈치였으나, 크게 내색하진 않았다.
그렇게 라피네는 하녀의 손을 잡고 파우더룸으로 향했다.
하녀는 낯을 가리지도 않고 제 손을 덥석 잡은 라피네가 귀여운지 친절하게 파우더룸으로 데려가 주었다.
“혼자 할 수 있어요.”
“그럼 문 앞에서 기다릴게요, 아가씨. 필요하시면 저를 부르셔요.”
“네엥!”
라피네의 힘찬 대답에, 하녀는 귀엽다는 듯 풋 하고 웃었다.
끼익.
라피네는 하녀가 문을 열어 주자 파우더룸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안쪽에는 커다란 소파와 거울, 드레스룸, 그리고 개별로 나누어진 깨끗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다.
금색의 바닥에는 화려한 양탄자가 깔려 있어 무척 고급스러웠다.
손을 닦고 거울을 보고 있던 안나는 라피네를 보고 깜짝 놀란 눈치였다.
안나는 거울을 통해 라피네를 째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라피네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다시 물었다.
“언니 배 속에는 아가가 있지요?”
“……너!”
아까까지만 해도 순한 인상이었던 안나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그녀는 라피네의 앞에 다가와 무릎을 굽혔다. 그러고는 무서운 표정으로 라피네의 양쪽 팔을 붙잡으며 경고했다.
“꼬마 아가씨, 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큰일 나요……. 응? 거짓말쟁이는 엄마 아빠에게 버림받아서 보육원에 가게 될 거야. 어른들한테 미움받는다고.”
“…….”
“게다가 거기는 무서운 선생님들이 있단다. 거짓말하면 매질을 당하는 거야. 뺨이 부어터질 때까지 맞든가. 골방에 갇혀서 식사도 못 하든가……. 알겠니? 곱게 자란 귀족 아가씨라도 거짓말은 안 되지.”
조곤조곤 말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상냥했다. 황성이니만큼 행동을 조심, 또 조심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눈빛에는 당장이라도 폭력을 사용할 것 같은 충동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이들을 학대하던 전과가 있는 사람이라 라피네를 겁주는 태도가 능숙했다.
그 덕에 라피네의 몸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아이의 본능 때문에 두려움이 밀려온 것이다.
하지만…….
「아가야! 겁먹지 마! 가라!」
라피네에게는 지금 힘의 정령, 루비가 있었다.
루비의 목소리 덕분에, 라피네는 용기 있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언니의 배 속에는 아가가 있는걸? 나는 다 알아!”
심지어 아주 얄밉고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그리고 뒷말은 아주 작게 속삭였다.
“겔르시탄 경의 아이인 것도 다 알아.”
……라고.
안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흙빛이 되었다.
“너, 너…… 너! 너 뭐야!”
안나는 깜짝 놀라 라피네를 퍽 밀쳤다. 덕분에 라피네는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 그, 그 남자를 어떻게……. 네, 네가 그 남자를 어떻게 알지? 너 정체가 뭐야!”
안나는 완전 이성을 잃어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커다란 비밀을 숨긴 채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던 와중에, 그 남자의 이름을 들으니 정신이 흐려진 것이 분명하다.
「아가야! 지금이다, 가라!」
루비의 말에 라피네는 어깨를 들썩거렸다. 그러다 이내 크게 울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앙!”
저 여자의 배 속에 아기가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 전에, 저 괴팍하고 폭력적인 성격을 먼저 드러나게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라피네가 울기 시작하자마자, 파우더룸의 문이 벌컥 열렸다.
“아가씨!”
얼굴이 창백해진 하녀가 라피네에게 다가와 일으켜 주었다. 그리고 의심스러운 눈길로 안나를 올려다보았다.
“가, 감히 날 그렇게 보다니……! 난 아니야! 이 애가 혼자 넘어진 거라고!”
안나가 변명했으나, 하녀의 눈에 담긴 의심은 더욱 짙어질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이게 무슨 소란이지?”
사람을 꼼짝 못 하게 하는 느낌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라피네를 부축하던 하녀가 곧장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
“화, 황후 폐하!”
‘황후라고?’
라피네는 엉엉 울다 말고 훌쩍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보라색 머리카락의 여인이었다.
‘우와, 엄청 아름답다.’
라피네의 엄마인 소피아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지만, 인자한 인상의 엄마와는 달리 황후는 굉장히 딱딱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제르칸이 어머니를 닮았구나…….’
특히 저 붉은 눈동자 말이다.
「아가야, 지금이다!」
그래!
라피네는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으허어어엉! 아파!”
하녀는 놀라서 라피네의 등을 두드려 주며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지? 황태자의 거처가 이리 소란스러워서야…….”
황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하녀를 바라보았다. 황후의 뒤에 서 있던 시녀 중 한 명이 그녀에게 어서 고하라며 소리쳤다.
“그, 그것이…… 이분은 황태자 전하의 손님으로 오신 에스턴 공작가의 영애십니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울음소리가 들려서…….”
황후와 시녀들의 눈동자가 라피네의 맞은편에 서 있는 안나에게 향했다.
“그, 그리고 이분은…… 로렐리안 경께서 데려오신 손님입니다.”
하녀의 설명에 황후의 표정이 곧장 밝아졌다.
“에단이 데려온다던 신붓감이 이 아가씨로구나.”
“예…… 황후 폐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안나는 당황을 숨기고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라피네는 그녀의 입꼬리가 떨리는 것을 보았다.
“그래, 그럼……. 아가, 너는 에스턴 공작이 다시 찾았다던 그 막내딸이로군. 맞지?”
황후는 직접 라피네를 안아 들고 달래 주었다. 등을 두드려 주는 다정한 손길에 라피네 역시 울다 말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입술을 삐죽거리자, 황후와 그 곁에 선 시녀들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래, 그런데 왜 여기서 울고 있었니?”
황후는 친절하게도 라피네의 뺨에 흐를 눈물을 닦아 주며 다정하게 물었다.
라피네는 다시 한번 입술을 삐죽거리며 손가락으로 안나를 가리켰다.
“언니가…… 화가 나서 저를 밀쳤어요.”
“……?”
라피네의 말에 황후와 시녀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안나를 바라보았다.
“아, 아닙니다. 황후 폐하! 제가 어찌 감히 에스턴 공작가의 귀한 아가씨를 밀치겠어요!”
“그런데요. 제가 먼저 잘못한 게 맞아요!”
라피네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다시 그녀에게로 향했다.
“언니의 배 속에는 아가가 있는데……. 제가 언니를 깜짝 놀라게 했어요! 그래서 아가도 깜짝 놀랐대요.”
“뭐라고?”
라피네의 말에 황후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가라니…… 에단이 결혼을 서두르려는 이유가 있었군.”
“폐, 폐하! 아, 아닙니다! 저는 임신하지 않았어요!”
안나가 극구 부인했으나, 황후는 됐다는 듯 웃었다.
“괜찮다. 네가 있던 곳에서는 드문 일이지만 수도에는 종종 있는 일이지.”
황후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잔뜩 어려 있었다. 라피네는 속으로 실망했다.
‘내 말을 완벽하게 믿는 건 아닌가 봐.’
「아무래도 어린아이의 말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