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2)
라피네는 훌쩍거리며 황후의 품에 안겼다. 안나 양은 안절부절못하며 벌벌 떨고 있었다.
“……일단은 여기서 이러지 말고 자리를 옮기시지요, 폐하.”
시녀의 말에 황후는 “그러자.” 하며 라피네를 내려 주었다.
“자, 아가야. 같이 갈까?”
황후는 라피네에게 손을 내밀었다. 라피네는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손이 차갑다……. 그래도 아직은 건강해 보이는데?’
「아직 병에 걸린 건 아닌가 보구나.」
‘응. 사실 황후가 죽기까지는 10년도 더 남았으니까.’
“손이 작고 따뜻하기도 하지.”
황후는 귀엽다는 듯 웃으며 라피네를 바라보았다. 시선 속에 따뜻한 감정이 잔뜩 묻어 나왔다.
제르칸을 낳고 몸이 좋지 않아 더 아이를 가지지 못해서인지, 황후는 어린 여자아이인 라피네가 굉장히 사랑스러워 보이는 듯했다.
라피네는 황후의 손을 잡고 걸으며 뒤쪽에 선 안나를 힐끔 바라보았다.
‘엄청 초조할 거다. 이제라도 자기 입으로 로렐리안 경에게 사실을 밝히면 좋을 텐데.’
「그러게 말이구나.」
하지만 안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무서운 시선으로 라피네를 노려보았다.
그 시선에는 증오와 원망, 살기가 담겨 있었다.
결단코 한 번에 물러설 만한 눈빛은 아니었다.
* * *
응접실 안으로 황후가 들어오자 다들 깜짝 놀라며 예를 올렸다.
“폐하, 그동안 건강하셨습니까?”
“깜짝 놀라게 해 놓고, 신수가 훤하구나.”
황후의 말에 로렐리안 경은 허허 웃었다. 그리고 그는 안나에게 손을 뻗어 가까이 오게 했다.
“이쪽은 제 아내가 될 안나 크리스탄 양입니다.”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황후 폐하.”
안나는 다시 정식으로 황후에게 인사를 올렸다. 황후는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막냇동생을 아끼는 만큼, 동생이 데려온 여인이니 마냥 예뻐 보이는 듯했다.
그때, 황후의 표정이 짓궂게 변했다.
“그나저나, 아이부터 만들었다지?”
황후의 장난스러운 말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아까 라피네가 말을 꺼냈을 때보다 더더욱.
“……예?”
로렐리안 경은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며 눈을 깜빡거렸다.
귀족들은 혼인하기 전까지는 순결을 지키는 풍습을 유지했다.
물론 이미 결혼한 귀족들은 온갖 염문설을 풍기고 다니긴 하지만…….
적어도 결혼하지 않은 상황에서 염문설이 퍼지면 명예가 크게 실추된다고 여겼다.
그래서 사고를 먼저 치고, 수습하기 위해 서둘러 결혼하는 경우도 많았다.
‘황후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겠지.’
하지만 애초부터 연인 사이였던 사람들 사이에 그런 일이 발생한 거라면, 큰 문제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저 두 사람은 아마도…….’
라피네는 로렐리안 경의 표정을 보고 확신했다.
「누가 봐도 아직 손만 잡아 본 사람 같은데……?」
‘그래 보이지?’
로렐리안 경은 부족함 없는 가문에서 곱게 자란 순진한 도련님이었다.
황후의 가문은 오래전부터 수도에 자리 잡은 귀족으로, 대대적으로 위대한 기사들을 배출한 가문이었다.
선황제의 정복 전쟁에서 꽤 큰 공을 세웠으며, 그로 인해 엄청난 명예를 얻었다.
로렐리안 경은 그런 집안의 사랑받는 막내아들로 자랐다.
아무리 철부지라도, 기사 가문의 자식인 만큼 명예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결혼하게 될 사람을 먼저 건드려, 그 여성과 본인의 명예를 실추시킬 사람은 아니란 소리였다.
“그래. 아이부터 만들다니, 이 누님을 얼마나 놀라게 하려고?”
황후가 다시 한번 장난 식으로 말했다.
안나의 표정은 두려움으로 창백해졌다. 그녀는 은연중에 저도 모르게 라피네를 힐끗 째려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라피네를 향한 안나의 살기 어린 시선을 발견한 사람이 있었다.
“…….”
바로 제르칸이었다.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은 눈치채지 못했으나, 제르칸은 분명히 목격했다.
안나라는 여자가 순간 황후의 뒤쪽, 특히 아래쪽을 죽일 듯이 노려본 것을.
“…….”
시선을 돌려 보자, 그곳에는 황후의 드레스 자락 너머로 솜사탕 같은 분홍색 머리카락이 삐쭉 튀어나와 있었다.
라피네였다.
안나라는 여자의 눈빛에 담긴 감정은 강하진 않지만, 분명 살기였다.
에단 로렐리안 같은 기사들이 눈치챌 만한 ‘검사의 살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마력을 가지고 있어 기류에 예민한 제르칸은 느낄 수 있었다.
제르칸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리고 당황해하는 로렐리안 경과 안나, 두 사람을 보며 황후는 장난이라는 듯 웃었다.
“아니어도 상관없지. 그래도 아이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금방 생기려는 모양이구나. 좋은 일이지.”
“하하……. 노력하겠습니다, 누님.”
어느새 로렐리안 경은 황후를 누님이라 다정하게 부르며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만난 두 남매는 눈빛으로 먼저 그간의 그리움을 달랬다.
대화가 없는 짧은 순간임에도, 눈빛에 많은 감정이 오갔다.
“……살이 많이 빠지셨습니다, 누님.”
“이런저런 고민이 많으니 어쩔 수 없지.”
황후를 바라보는 로렐리안 경의 눈빛에는 약간의 죄책감과 연민이 담겨 있었다.
「왜 저런 눈빛을 하는 거지?」
루비가 마음속으로 물었다.
라피네는 짐작한 바를 말해 주었다.
‘황후가 안쓰러운 거겠지……. 게다가 자기는 수도를 떠나 있어서 힘이 되어 주지 못했으니까, 미안하기도 할 테고 말이야.’
「황비 때문이겠구나.」
‘맞아. 사실 황제가 처음 황비를 들였을 때만 해도 수도 사교계의 반응은 차가웠어. 오히려 황후에게 호의적이었지.’
귀족들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으나, 내심 황제의 선택을 비난하며 황후를 옹호했다.
게다가 황비는 귀족도 아니었고, 한미한 상인 가문 출신이었다.
지금 와서야 작위를 얻긴 했지만…….
수도 귀족들은 ‘돈으로 작위를 산 천박한 집안’이라며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황비는 빠르게 수도 사교계에 자리를 잡았다.
귀부인들을 포섭하는 한편, 황비의 가문은 황제의 지원 아래 여러 사업을 성공시켰다.
‘가난하다 비웃던 황비네 가문이, 어느새 수도를 휘어잡는 대상인 가문이 된 거지. 이제는 돈으로 작위를 샀다는 말도 함부로 못 할 거야.’
「황후의 속이 쓰릴 만하겠군.」
‘맞아. 그리고 지금쯤이면 한창 사업을 불리고 있을 때일 거야.’
어쨌든, 그러다 보니 이제 수도 귀족들도 마냥 황비 쪽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등을 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적어도 뒤에서 흉을 보더라도, 앞에서는 알랑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아직 황후의 입지가 확 좁아진 건 아니었지만, 황후 쪽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속이 쓰리고 거슬리는 문제였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황비 쪽 사람들이 문제구나.」
‘맞아, 사실 가장 문제는 황제지만……. 황비네 가문 사람들은 정말 악랄한 인간들이야. 황태자 자리를 빼앗으려고 제르칸에게도 이런저런 일을 벌였지.’
특히나 어린 제르칸이 상처받을 만한 일들을 잔뜩 꾸몄었다.
‘어린애한테 상처를 주려고 작정하다니. 못된 놈들.’
그런 미래를 알고 있는 이상, 라피네는 그걸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라피네의 목적을 위해서라도 황비네 가문은 제거해야만 했다.
「나만 믿거라, 아가야. 이 몸이 현신해서 그놈들의 머리와 몸통을 분리해 주마!」
‘아니……. 그렇게 구체적으로 잔인한 말 하지 마! 난 아직 몸은 어린애라 그렇게 무서운 말 들으면 심장이 뛴단 말이야.’
「미안하다, 아가야……. 하도 어른인 척 굴길래 괜찮은 줄 알았지.」
‘…….’
루비의 놀림에 라피네가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떠는 사이.
황후는 앉아서 이야기하자며 손짓했다.
황후의 뒤에 서 있던 라피네 역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때였다.
“라피네, 울었어?”
아드리안이 라피네의 눈가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물었다.
그 말에 바이올렛과 제르칸도 놀란 얼굴로 라피네를 바라보았다.
“…….”
라피네는 물끄러미 맞은편에 앉은 안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입술을 옴짝달싹하며 변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황후 역시 안 그래도 다시 물어보려 했던 참이었는지, 라피네와 안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라피네는 손가락을 꼼지락대다 말했다.
“내가 언니를 깜짝 놀라게 해서…….”
“예! 라피네 양이 갑자기 등 뒤에서 저를 놀라게 해서…… 제가 깜짝 놀랐는데 그 모습을 보고 라피네 양도 놀라 넘어졌지 뭐예요. 별일 아니랍니다! 라피네 양, 정말 미안해요…….”
라피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나는 준비했던 말을 다다다 쏘아붙였다.
그러자 로렐리안 경이 다정하게 웃으며 그녀를 변호했다.
“그랬어? 조심하지……. 라피네 양, 언니가 황성이 처음이라 그랬나 봐. 라피네 양이 이해해 주겠어?”
그러고는 아차, 하며 황후에게 미리 하려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안나에게 피해가 갈까 말을 돌리려는 것이다.
‘저 호구…….’
결국, 라피네는 이어서 하려던 말을 꾹 삼켜야만 했다.
그래, 조금만 기다리자.
‘계속 땡깡 부리면서 저 사람 배 속에 아기가 있다고 하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될 거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