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3)
황후가 로렐리안 경과 대화하는 사이, 아드리안과 바이올렛, 그리고 제르칸은 다치진 않았느냐며 라피네를 다정하게 살폈다.
“나는 괜찮아!”
라피네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황후는 어느새 이야기를 끝마쳤는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로렐리안 경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제 그만 본성으로 가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겠구나.”
아무래도 아이들이 있으니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제르칸, 손님들을 잘 배웅하거라.”
“예, 어머니.”
황후는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에게도 인사를 건네고 마지막으로 라피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아가는 날을 잡아 어머니와 함께 다시 나를 만나러 오렴. 맛있는 간식을 준비해 줄 테니. 알겠지?”
“네, 황후 폐하!”
라피네가 싹싹하게 대답하자 황후는 귀엽다는 듯 웃었다.
그러고는 시녀들과 로렐리안 경, 안나를 데리고 사라졌다.
‘……역시 한 번에 사실을 밝히는 건 무리였군.’
「어린아이의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구나. 어찌 되었거나 속설일 뿐이니까……. 이제 어떻게 할 거니, 아가?」
라피네는 고민했다.
‘황후에게 소개한 이상 결혼 준비는 순식간일 텐데…….’
당장은 황후를 붙잡고 사실이라며 떼를 쓸 수도 없었다.
라피네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엄마랑 다시 황성으로 오는 수밖에.’
「아가의 말을 믿을까?」
‘믿게 해야지.’
수많은 아이를 학대했던 안나라는 여자가 행복하게 사는 꼴과 더불어, 그 여자가 황후의 가문을 멸망시키는 꼴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 * *
잠시 후.
라피네는 아드리안과 바이올렛, 제르칸을 따라 어디론가 향했다.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이 평소에 황성으로 놀러 오면 머무는 공간으로 가는 듯했다.
라피네는 복도를 거닐면서도 계속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엄청 화려하다.’
역사적으로 황태자가 머물며 교육받아 온 공간이라 그런지, 복도에 그려진 벽화부터 장식까지 모두 휘황찬란하고 웅장했다.
‘……어?’
라피네 일행이 회랑을 지날 때였다.
라피네는 복도 끝에서 눈물을 닦고 있는 한 여자를 발견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자였다.
라피네는 옆에 서 있던 바이올렛의 손등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저기 봐. 어떤 언니가 울고 있어!”
“응?”
바이올렛은 시선을 돌려 라피네가 말한 사람을 확인했다.
“……모른 척하자. 슬픈 일이 있나 봐.”
라피네는 그 사람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아까 황후랑 같이 왔던 시녀 중 한 명 아닌가? 왜 저기서 울고 있지?’
바이올렛은 라피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게 했다.
라피네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걸어갔다.
그리고 어딘가에 도착했을 때.
라피네는 경악했다.
제르칸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들을 데려온 곳은, 황태자궁에 있는 전용 도서관이었다.
‘도서어과아아안?’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이 뭐냐면.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이 아무렇지 않게, 마치 익숙하다는 듯 구는 것이다.
아니, 모범생들 아니랄까 봐……. 정말…….
‘소름 끼쳐.’
대체 놀러 와서 왜 도서관을?
“결혼 제도에 관련해서 찾아보자.”
“그래, 법 관련 책은 저쪽에 있어!”
심지어 바이올렛과 아드리안은 들리지 않게 뭐라 뭐라 소곤거리더니, 사이좋게 책장 안쪽으로 향했다.
덕분에 라피네는 커다란 소파와 테이블 앞에 제르칸과 둘이 남았다.
‘음……?’
라피네는 저 멀리 사라지는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오히려 좋아.’
저 두 사람이 저렇게 사이좋게 둘만 빠져 주다니!
그래, 좀 더 가까워져라! 더 친해지라고!
마침 잘된 일이었다. 제르칸에게 줄 선물도, 할 말도 있었는데.
“제르칸 오라버니.”
라피네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을 돌더니 굳이 제르칸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제르칸은 그런 라피네를 보며 당황스러워하다가,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에 차려진 쿠키 하나를 쥐여 주었다.
라피네는 얌전히 받아 들며 말했다.
“있잖아. 아까 그 언니가 나를 이렇게 확! 밀쳤어.”
“……정말이야?”
가장 먼저 한 말은 고자질이었다.
“응. 그런데 내가 놀라게 한 건 맞아……. 언니의 배 속에 아가가 있는 건 비밀인데 내가 말해서 화났나 봐.”
“다치진 않았어?”
“응. 근데 엄청 무섭게 화를 내서 울었어.”
“이상한 사람이네.”
제르칸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 살기 어린 눈빛도 그렇고, 어딘가 수상한 여자였다.
이렇게 어리고 귀여운 아이를 그렇게 죽일 듯이 쳐다보았다는 건, 분명 의심스러운 일이었다.
라피네가 말했다.
“그렇지? 배 속에 아가가 있는 건 좋은 일인데.”
“그건…….”
제르칸은 무언가를 설명하려다 말았다.
귀족들은 결혼하기 전에 아이가 생기는 것을 불명예라 여긴다고 말하기에는, 라피네가 너무 어리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제르칸 역시 아직 어린 나이였기에 구체적인 것은 모르지만, 결혼 전에 아이가 생기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제르칸은 그저 입술을 우물쭈물하다가 조심스럽게 라피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배다른 남동생은 있지만 친하지도 않았고, 여동생은 더더욱 있어 본 적이 없었다.
울 정도로 놀란 일을 겪은 여동생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긴 하는데…….
‘그나저나, 잘 먹네.’
제르칸은 쿠키를 와구와구 먹는 라피네를 보며 속으로 웃었다.
“아참. 제르칸 오라버니 주려고 선물 가져왔는데…….”
라피네는 쿠키 가루가 묻은 손을 탈탈 털고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앞으로 가져왔다.
핑크색 곰 인형이 달랑달랑 묶인 가방이었다.
라피네는 가방을 열다 말고 슬쩍 제르칸을 바라보았다.
‘선물이라고 하는데 왜 저런 반응이지?’
제르칸은 멍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선물 안 좋아하나?’
그럴 수가 있나?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라피네는 선물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심장이 빨리 뛰었다.
선물이라는 말은 어린아이들을 미치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 중 하나였다. 그건 본능이라 절대 억누를 수 없는 불가항력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침착하다니…….
‘역시 주인공이라 강심장인가 보다.’
라피네는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제르칸에게 말했다.
“눈 감아야지.”
“어?”
“선물 받을 땐 눈을 감는 거야.”
“……아.”
제르칸은 그제야 눈을 감았다. 라피네는 잠시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속눈썹이 엄청 길어서 그런가, 어린 나이면서도 분위기가 엄청났다.
“손도 내밀어야지.”
“…….”
그 말에 제르칸은 픽 웃으며 양손을 내밀었다.
라피네는 주변을 잠시 힐끔거렸다.
바이올렛과 아드리안이 보면 큰일이다. 두 사람의 선물은 준비하지 못했으니까.
‘삐져서 울면 큰일이니까.’
라피네는 가방에서 꺼낸 무언가를 제르칸의 손바닥 위에 올려 주었다.
“이제 눈 떠.”
제르칸의 눈이 떠지고, 붉은빛의 동공이 드러났다. 그의 시야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라피네의 얼굴이었다.
선물을 주면서도 라피네는 꼭 선물 받는 사람처럼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여동생은 원래 이런 건가.’
특별한 날도 아닌데 선물을 주고……?
제르칸은 라피네를 마주할 때마다 딱딱한 심장이 강제로 부드러워지는 기분이었다.
꼭 따뜻한 난로를 쬐는 것처럼.
여동생이란 원래 그런 존재인 모양이었다. 점점 더 아드리안 녀석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제르칸은 손바닥 위에 놓인 것이, 혹여 사탕 껍데기나 돌멩이라 하더라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뭐든 이 귀여운 아이가 주는 것이라면.
그러나 라피네가 준 선물은 뜻밖의 물건이었다.
“이건…….”
묵직한 무게감을 주는 금속이 손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살짝 쥐어 보자 찰그랑 하는 마찰음이 났다.
“이쁘지?”
라피네가 물었다.
라피네가 준 선물은 손바닥에 딱 들어오는 크기의 푸른색 펜던트였다.
“근데 이건…….”
제르칸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라피네 역시 예상한 반응이었다.
이 펜던트는 평범한 펜던트가 아니었다.
푸른색의 펜던트.
이 세계에서는 아버지가 자식에게 직접 검술을 가르쳐 주는 문화가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검술을 마스터하면 펜던트를 선물로 주는데. 아들에게는 푸른 펜던트를, 그리고 딸에게는 붉은 펜던트를 주는 관습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의 사랑을 의미하는 물건이기도 했다.
부유한 귀족들은 펜던트에 보호 마법을 걸기도 했는데, 보호 마법을 걸 때 아버지의 마력이 들어가면 효능이 더욱 강력해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마력이 일종의 재료이자 조미료인 셈이었다.
그래서 자식을 아끼는 마음이 강할수록 보호 마법의 위력이 세다는 풍문이 있기도 했다.
물론 보호 마법은 아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발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위력을 확인하긴 어려웠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들을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 보호했으니까.
어쨌든 따뜻한 의미와 상징성을 가진 만큼, 이 펜던트는 몹시 귀한 물건이었다.
그래서 귀족 남성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늘 이 펜던트를 꼭 착용하고는 했다.
가문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의미처럼 통용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제르칸은 아버지에게 이 펜던트를 받아 본 적이 없었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