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5)
「…….」
루비가 그런 라피네를 보며 할 말이 많은 듯 주저하다가, 이내 마음을 바꾸고 물었다.
「그럼 아가야, 황성은 언제 다시 오려는 것이냐?」
‘집에 가서 엄마한테 빨리 가자고 졸라 봐야지……. 당장 내일이라도 와야 해.’
다행히 황후가 먼저 찾아오라고 말했으니, 명분은 충분했다.
‘그나저나 그 여자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밝히지?’
「그러게 말이다. 좋은 방법이 없으려나……?」
라피네가 속으로 루비와 고민을 나누던 그때였다.
어두컴컴하며, 습하고 질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후후……. 주인님, 제가 도와 드릴까요……? 저에게 아주 조오오오은 방법이 있습니다만.」
‘너 누가 나오래?’
「주인니이이임, 이잉…….」
‘애교부리지 마! 징그러워!’
「히잉…….」
라피네가 역정을 냈으나, 허락 없이 나타난 오르파나는 계속해서 힝힝거리며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하지만 아가야, 저 미친놈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황성에서 계속 머물던 녀석이지 않니?」
「이 빡대가리 곰탱이 녀석……! 생각보다 그리 멍청하진 않구나? 후후후. 머저리에다가 쓸개밖에 없는 곰탱이인 줄 알았더니!」
‘은근슬쩍 욕하지 마! 난 아직 어린애라 욕을 들으면 무섭다고!’
「히잉……. 죄송해요 주인님……. 아무튼 저 곰탱이 녀석의 말이 맞습니다! 저는 황후의 보석들 틈 사이에서 아주 오래 지냈었지요. 황후에 대해서라면 아주 잘 알고 있답니다!」
‘그래서?’
「저는 황후가 이 사실을 믿게 할 방법을 알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그러니 주인님! 저를……. 저를 믿어 주셔요! 저를 이용해 주셔요! 저를 사용해 주셔요! 써 주셔요!」
‘시끄러! 소리 지르지 마!’
「히잉…….」
라피네는 오르파나의 외침에 머리가 울려 미간을 찌푸렸다.
‘이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원작에서도 오르파나는 툭하면 사고를 치는 사고뭉치였기에, 마냥 믿고 맡기기엔 불안했다.
라피네는 잠시 고민하다 결정을 내렸다.
일단 들어나 보자. 그 여자를 혼내 줘야 하니까…….
‘오르파나. 그래서 네가 뭘 어떻게 도울 수 있는데?’
라피네가 묻자, 오르파나는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그 전에……! 조건이 있답니다!」
‘하…….’
「하…….」
라피네와 루비는 나란히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잊고 있었다.
오르파나는 사고뭉치일 뿐 아니라, 잔꾀가 아주 많고 교활하다는 점을.
‘그냥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그래, 아가야. 내가 도와주마.」
「아앗, 주인니임! 잠시만요! 제발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요! 어려운 게 아니랍니다!」
오르파나의 목소리가 애절했으나, 라피네는 가볍게 무시했다.
‘그나저나 이 쿠키 정말 맛있네.’
「그러니? 아가, 많이 먹으렴.」
라피네는 쿠키를 음냠냠 먹으며 시선을 돌렸다.
아드리안, 바이올렛, 제르칸은 책을 펼치고 한창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아드리안과 바이올렛은 뭐 때문인지 아주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고, 제르칸은 곤란한 얼굴이었다.
‘이렇게 사이좋고 평화로운 아이들인데…….’
셋 모두에게 절망적인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니……. 왠지 모를 사명감에 어깨가 무거웠다.
‘반드시 이 아이들의 미래를 행복하게 해 줘야지.’
라피네는 결심했다. 그런데…….
‘그러려면 안나라는 여자와 로렐리안 경의 결혼을 반드시 막아야 하는데 말이지…….’
좋은 방법이 당장은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그 여자의 악랄함을 까발리는 방법도 있다.
그녀가 일하던 보육원을 찾아가면 피해자가 수두룩할 테니까.
‘하지만 너무 오래 걸려…….’
「주인님……. 흑, 흐윽…….」
라피네는 시무룩해진 오르파나에게 다시 한번 묻기로 했다. 이 정도면 반성했겠지?
‘그래서. 조건이 뭔데? 일단 들어나 보자.’
「꺄아! 정말이지요?」
「왠지 저놈이 말할 조건이 뭔지 알 것 같은데…….」
라피네 역시 예상이 가긴 했다.
그렇게 오르파나는 라피네와 루비가 예상한 그대로의 답변을 내놓았다.
「저를……. 저를 현신시켜 주세요!」
‘…….’
라피네는 먹던 쿠키를 내려놓았다. 입맛이 뚝 떨어졌다.
현신이란 말 그대로 정령의 본 모습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정령을 현신시키기 위해서는, 그 정령과 계약을 해야만 했다.
진짜로 ‘정령사’가 되는 것이다.
그 말은 오르파나를 계속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정말……. 정말 싫었다.
물론 오르파나는 강하고 쓸모가 많은 정령이지만……. 성격이……. 성격이, 정말로 싫었다.
「주인니임……. 말 잘 들을게용.」
거짓말.
「안 된다, 아가야! 할 거면 나부터 해야지! 내가 아가의 첫 정령이란 말이다!」
「이 곰탱이 새끼야! 입 닥쳐!」
「이 건방진 자식이! 내가 현신하면 널 찢어 주마!」
「에에엥? 뭐어? 물을 찢겠다고? 에엥? 완전 바보 자식 아냐? 누가 빡대가리 아니랄까 봐! 우하하! 물을 어떻게 찢냐! 이 빡대가리 곰탱아!」
‘시끄러워!’
라피네가 속으로 호통치자, 루비와 오르파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우 골치야…….’
이 세계에서 정령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도 같은 존재였다.
마지막으로 기록된 정령사가 거의 몇백 년 전 사람일 정도였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정령사가 나타나지 않았어도,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정령들이 자신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정령들은 분명히 존재했으니까. 다만 그들은 타고나기를 인간들을 불신하는 탓에 계약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일 뿐이었다.
‘그걸 처음 깬 게 바이올렛이었지…….’
그다음이 제르칸이었고.
‘근데 왜 하필 나한테…….’
라피네는 속으로 한탄했다.
게다가 하필 또 왜 루비와 오르파나일까?
바이올렛이 나중에 얻게 될 정령들은 모두 정상이었다.
불의 정령은 아주 정의롭고 지혜로웠으며, 바람의 정령은 아주 상냥하고 따뜻했고, 땅의 정령은 인자하며 듬직했다.
바이올렛이 가진 정령 중 유일하게 특이한 게 바로 루비였다.
단순하고 힘만 센 힘의 정령이었으니까.
게다가 오르파나는…….
물론 오르파나는 몹시 강한 정령이었다. 물의 힘을 가지고 있는 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니까.
게다가 오르파나의 본모습은 아주 잘생긴 인간형이라고 했다.
「허윽. 맞습니다, 주인님……. 저는 굉장히 잘생기고, 우아하며, 아름답고……!」
이상한 성격만 빼면 아주 좋은 정령이었다.
그 성격이 아주 큰 문제라 그렇지.
‘……근데 왜 하필 이런 애들만 온 거야.’
「아가야, 그래도 나부터……. 상도덕이라는 게…….」
「주인니임…….」
그래도 루비는 처음부터 나름대로 도움이 되기도 했고, 정도 들었으니 어쩔 수 없다 치자.
하지만 오르파나는 달랐다.
라피네는 단호하게 속으로 말했다.
‘현신은 안 돼. 너랑 계약하긴 싫어. 넌 황후한테 돌려줄 거란 말이야. 네 주인은 제르칸이라고!’
「이잉! 싫어요! 이제 저는 주인님 아니면 싫어요! 싫어! 시러잉! 시러!」
어디서 애교를……! 토할 것 같아!
「우에엑.」
그건 루비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라피네는 머리가 아파져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워 버렸다.
“오이구 오이구……. 우리 라피네, 졸립구나? 한숨 잘까요?”
그러자 바이올렛이 소파에 있던 두툼한 담요를 덮어 주었다.
‘앗……. 따뜻하잖아?’
순식간에 몸이 따뜻해져서일까, 아직 어린아이의 몸이라 그런 걸까.
담요를 덮자 솔솔 잠이 밀려왔다.
‘……그래, 머리를 너무 많이 썼어, 일단 자고 나서 생각하자.’
그렇게 라피네는 쿨쿨 잠에 빠졌다.
책을 보며 토론하던 세 아이들은 말하던 것을 멈추고, 한참 동안 잠든 라피네를 바라보았다.
“정말 귀여워……. 손이 엄청 작다. 그렇지?”
바이올렛의 말에 아드리안이 뿌듯한 듯 미소 지었다.
“응. 정말 귀여워.”
아드리안의 목소리에는 ‘내 동생이야.’ 하는 자부심이 잔뜩 실려 있었다.
그때, 잠자코 있던 제르칸이 말했다.
“……아드리안이 부럽다.”
제르칸의 말에 바이올렛과 아드리안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네가 왜 그걸 부러워하지?”
“맞아. 넌 부러워하지 마. 나만 부러워할 거니까.”
“내 동생이야. 아무리 너라도 결혼은 안 돼.”
“나도 이 결혼은 반대야.”
두 사람이 엄격한 얼굴로 말하자, 제르칸은 어이가 없어 웃어 버렸다.
* * *
라피네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공작가 저택 앞이었다.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황성의 호위 기사가 직접 아드리안과 라피네를 데려다주었다.
라피네는 비몽사몽 아드리안에게 안겨 마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제르칸 오라버니는? 바이올렛 언니는?”
“제르칸은 황성에 있고, 바이올렛은 집에 데려다주었지.”
“……인사도 못 했는데.”
바이올렛에게 작별 인사로 손등에 뽀뽀도 해 주어야 하고, 제르칸에게 결혼하자고 한 번 더 세뇌했어야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깊이 잠들어 버렸다.
“괜찮아. 다음에 또 만나면 되니까.”
아드리안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급격히 안심되었다.
아드리안의 목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따뜻한 마음을 가져서 그런 것이 분명했다.
“우리 딸, 잘 다녀왔니?”
“힘들진 않았고? 무서운 일은 없었고?”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공작 부부가 라피네를 안아 주었다.
“왜 우리만 두고 가! 형 미워!”
“맞아. 라피네를 뺏어 가고! 미워! 안 놀 거야!”
루카와 로이스가 잔뜩 뿔이 난 표정으로 성을 냈다.
그러나 아드리안이 양손으로 1명씩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루카와 로이스는 투덜대면서도 형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말과 행동이 다른 귀여운 녀석들이었다. 꼭 ‘멍멍!’ 화난 것처럼 짖으면서 꼬리는 팔랑팔랑 흔드는 강아지들 같았다.
아드리안은 그런 남동생들을 보며 웃다가, “아!” 하며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 큰일은 아닌데, 로렐리안 경이 수도로 돌아왔어요. 마침 황후 폐하를 뵈러 오셔서 마주쳤죠.”
“그래?”
아드리안의 말에 가볍게 되물으며, 에스턴 공작은 라피네를 품에 안고 얼렀다.
아드리안이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이건 좀 큰일이에요. 로렐리안 경이 데려온 여자가 라피네를 밀쳤나 봐요.”
“뭐?”
“뭐!”
“뭐라고요?”
“뭐라고 하셨습니까?”
“뭐라구!”
“뭐야! 뭔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