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6)
라피네는 깜짝 놀랐다.
갑자기 소리친 건 차례대로 에스턴 공작, 공작 부인, 그리고 실레인, 렌델 경, 루카, 로이스였다.
무슨 파도타기처럼 여러 명이 한 번에 외치자, 아드리안 역시 당황한 표정이었다.
“각하.”
렌델 경이 심각한 표정으로 에스턴 공작을 불렀다.
“기사들을 소집해.”
“내가 직접 황후 폐하를 만나겠어요.”
에스턴 공작이 명령을 내리자, 소피아가 됐다는 듯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 와중에 라피네는 내심 놀랐다.
‘아드리안이 내 말을 그대로 믿어 줬어.’
분명 황성에서 라피네는 그 여자가 자신을 밀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변명했다. 라피네가 혼자서 놀라 넘어졌다고.
그러나 아드리안은 그 여자의 말이 아닌, 라피네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어 준 것이다.
라피네는 그 사실이 못내 뿌듯하고 고마웠다.
하지만 일단 그건 그거고.
라피네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나도 안 다쳤어요!”
그러나 라피네의 말은 큰 소용이 없었다.
“당장 의원을.”
“흐윽……. 우리 아가…….”
소피아는 의원을 찾는 공작에게서 라피네를 받아 안으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6년 만에 찾은 아이가 황성에서 큰일(?)을 당하고 돌아왔다는 사실에 놀란 듯했다.
* * *
다행히 라피네는 상황을 여차여차 잘 수습했다.
최소한 공작이 기사들을 끌고 황성을 쳐들어가는 일은 막은 것이다.
하지만…….
“내일 당장 황후 폐하를 뵈어야겠어요.”
“내가 함께 갈까요, 부인?”
“아뇨, 당신은 그 여자에 대해 알아봐요. 이 일은 내가 처리할 테니.”
소피아의 단호한 말에, 에스턴 공작은 마치 충성스러운 부하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아이를 밀치다니. 아무리 로렐리안 경의 아내가 될 사람이라 해도 제대로 해명을 들어야겠어요.”
소피아가 씩씩대며 말했다.
라피네는 그 모습을 보며 괜히 마음이 이상하게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기분이 이상해.’
다른 누구도 아닌 엄마라는 존재가 자신을 위해 저렇게 나서는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진 탓이다.
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가슴이 시큰거리긴 하지만,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뜨거워졌다.
그래서 라피네는…….
“어, 엄마…….”
……라고 저도 모르게 조심스럽게 속삭이며 그녀의 품에 안겼다.
“……라피네?”
라피네가 처음 ‘엄마’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이었다.
“여보!”
“어머니……!”
에스턴 공작과 아드리안은 기쁨에 차 소피아를 불렀다. 소피아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얼떨떨해하다가 점점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라피네는 우물쭈물하다가 소피아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조그마한 아이의 따뜻한 손길에, 소피아는 펑펑 울기 시작했다.
“흐윽……. 아가,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미안해…….”
그 바람에 에스턴 공작도, 아드리안도, 루카와 로이스까지도 눈물이 전염되어 훌쩍거렸다.
지켜보던 사용인들마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찍어 댔다.
덕분에 라피네의 어깨도 점차 들썩거리더니 “으앙!” 하고 울기 시작했다.
아이의 몸은 한번 울음이 터지면 막기 어려웠다.
* * *
그리고 그날 밤.
라피네는 자신의 방이 아닌 공작 부부의 침실로 끌려가(?) 엄마 아빠의 사이에서 자게 되었다.
‘엄청 울어 버렸네…….’
울고 나서 잔뜩 배를 채워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계속 어린애처럼 찡찡거렸을 것이다.
「잘했다, 아가야. 정말 잘했어. 나도 울 뻔했단다.」
「저두용, 주인님. 물의 정령으로서 주인님의 눈물이 너무나 탐났지만…… 일단은 저두 너무 슬펐답니다.」
라피네는 오르파나의 말은 가볍게 무시했다.
내일 눈이 부어 버리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오히려 좋아.’
공작가 모든 사람이 펑펑 울고 난 이후, 소피아는 더욱 분개했다.
그래서 내일 오전, 라피네와 함께 당장 황후를 찾아가기로 했다.
‘안 그래도 한시가 급해. 여차하면 드러누워서 황성에 또 가고 싶다고 조르려고 했는데 말이야. 아주 잘 됐지. 잘 됐어.’
「그래, 아가야. 기회를 잘 잡았다!」
내일 황후를 만나면 그 여자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당분간은 황성의 손님들이 머무는 거처에서 지내겠지……? 황후는 막냇동생을 무척 아꼈으니까 곁에 있게 할 거야. 결혼 준비도 직접 신경을 쓸 테고.’
라피네로서는 안나가 수도 황성에 머무르고 있을 때가 기회였다.
큰 문제를 일으킬 싹인 만큼, 기회가 있을 때 확실히 처리하는 것이 좋았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기회가 찾아올지 모르니까.
그래서 뭐든 처음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라피네는 그렇게 생각하며 굳게 결심하고, 오르파나에게 말했다.
‘오르파나, 일단 정식 계약은 좀 그렇고……. 임시 계약을 하자.’
「주인님……! 드디어, 드디어 저를 받아 주시려는 거군요! 이렇게 기쁜 일이! 꺄아아악! 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좋아요!」
「아악! 닥쳐 이 미친놈아! 몸뚱이를 찢어 버리기 전에 소리 지르지 마!」
오르파나와 루비의 고함에 라피네 역시 기겁했다.
‘아악! 시끄러워!’
「꺄아아아악! 기뻐요! 꺄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아아악!」
오늘도 라피네의 머릿속은 시끄러웠다.
* * *
그렇게 라피네는 오르파나와 임시 계약을 맺기로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따질 건 따지고.
‘오르파나. 대신 나도 조건이 있어.’
라피네는 마냥 호락호락하게 오르파나를 받아 줄 생각은 없었다.
「무슨 조건인데요……?」
오르파나의 목소리에서 긴장이 느껴졌다.
‘어떻게 할 건지 방법부터 말해.’
「……알겠어용. 어차피 이 방법을 이용하려면 제힘이 필요하실 테니까요! 대신 저도 조건이 있답니다!」
‘지금 장난해? 무슨 조건이 또 있어!’
「일단 들어 보셔요!」
「아가야, 저놈은 사기꾼이다!」
라피네는 속으로 씩씩거렸다. 하여간 오르파나는 정말 교활한 녀석이었다.
「이번 일이 성공하면 저와 정식으로 계약해 주셔요! 그게 조건이랍니다! 반드시 성공할게요! 저 주인님 말도 잘 들을게요! 착한 정령이 될게요!」
‘……대체 왜 나한테 이렇게 집착하는 거야? 이해가 안 되네.’
「그건, 주인님이 귀엽기 때문이죠. 저는 귀여운 주인님을 맞이하는 게 소원이었어요.」
‘제르칸도 귀여워.’
「…….」
오르파나는 못 들은 척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후…… 열받아.
라피네는 결국 한 수 물러나기로 했다.
자고로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법.
‘……좋아. 대신 정말 완벽하게 성공했을 때만이야. 내가 인정할 정도로 완벽하게! 하지만 나도 조건이 있어.’
「이잉! 또요?」
교활한 오르파나에게 모든 다 양보할 수는 없지.
‘일을 잘 처리해서 너와 계약하게 된다면……. 너와 계약하기 전, 루비와 먼저 계약할 거야.’
「이이잉…….」
「……아가야!」
루비가 감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가……. 흑, 난 널 믿고 있었단다! 당연히 믿고 있었다고!」
‘이 조건이 아니면 안 해. 팔찌 당장 버릴 거야.’
라피네의 단호함에 오르파나 역시 한 수 물러나기로 했다.
「알겠어요, 주인님. 어차피 주인님은 저를 더욱 예뻐하시게 될 테니까…… 이번만은 이 오르파나가 양보하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는데? 빨리 방법을 말해.’
「그게요……!」
오르파나는 신이 나서 조잘대기 시작했다.
「저는 황후의 가문에서 보물로 내려져 오는 것 중, 푸른 보석으로만 옮겨 다니며 지내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황후가 황성에 오게 된 뒤부터는 늘 그녀의 보석함에서 지냈었어요! 황후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지낸 만큼, 그 여자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답니다.」
‘문제는 황후가 그 여자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해야 된다는 거야.’
「간단합니다. 황후는 정령 점을 아주 깊게 믿고 있어요!」
‘정령 점?’
라피네는 눈을 깜빡거리며 곰곰이 생각했다.
‘정령 점이라…….’
실레인이 읽어 준 동화책에도 언급된 적이 있었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정령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는 만큼, 정령에 대한 속설을 마치 민간 신앙처럼 여겼다.
그렇다면 정령 점이란 무엇이냐.
자연에서 나오는 물이나 나뭇가지, 꽃잎, 바람, 흙 등을 이용해 특별한 주문을 외운 뒤 점을 치는 것이다.
민간에서는 주로 마력이 약한 마법사들이 그 일로 먹고살았다.
마법사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마법의 원천이 자연인 만큼, 정령들을 굳게 믿었으니까.
하지만 신전에서는 사람들이 민간 신앙인 정령 점을 믿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신전은 정령이나 마법의 힘보다는 신이 내려 주는 신성력의 힘이 더욱 고결하고, 강하고, 정의롭다고 믿었다.
그러나 먼 과거와 달리, 신성력을 지닌 성기사와 사제들의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기 때문에 세력이 줄어드는 추세였다.
그 상황에서 마치 세대교체를 하듯, 힘을 가진 마법사들이 점점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마 신전은 엄청 초조하겠지.’
신전은 겉으로는 마법을 존중하는 척하지만, 물밑에서는 마법사들을 몹시 견제하고 있었다.
‘신전이 왜 그렇게 황후를 미워하나 했는데, 이 이유도 있었겠구나.’
황후는 신전이 가르치는 정식 종교보다는 정령의 존재를 믿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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