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8)
접시에 담긴 정령수가 마법사의 손에서 나온 초록색 빛과 함께 섞여 작게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마법사는 눈을 감더니 천천히 주문을 읊었다.
“…….”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황후와 소피아, 시녀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라피네는 황후의 얼굴을 힐끔 바라보았다.
황후는 유독 긴장한 얼굴이었다.
‘걱정될 만하겠지.’
안나를 단순히 막내 남동생과 결혼할 여자로만 본다면야 깊게 고민할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황후는 로렐리안 가문의 수장이었다.
황비가 사사건건 황후에게 시비를 걸어 오는 상황인 만큼, 황후로서는 가문의 존폐를 위해서라도 들어오는 사람들을 신경 써야 하는 위치였다.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아가야…….」
‘……내 생각도 그래.’
라피네는 떨떠름한 얼굴로 마법사의 입에서 나올 이야기를 기다렸다.
그때였다.
“……!”
번쩍! 눈을 뜬 마법사의 동공이 순간 새파란 색으로 변해 버렸다.
그러더니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눈동자 속에 물결이 요동쳤다. 기이한 장면이었다.
“무, 무슨……!”
황후와 공작 부인 역시 당황한 기색이었고, 보초를 서던 기사들도 순간 긴장했다.
마법사의 입이 열렸다. 매우 낮고 습한 목소리가 서서히 흘러나왔다.
마치 뱀이 속삭이는 언어처럼.
“그 여자는 멸망의 씨앗이 될 원천.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악랄한 인간이니 절대로 들여선 안 된다…….”
그 말에 황후의 눈빛이 돌연 변했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마법사는 여전히 물이 흐르듯 푸른 동공으로 말했다.
“나는 물의 대정령 오르파나, 그 여자의 배 속에는 로렐리안이 아닌 다른 가문의 피를 받은 아이가 자라고 있다…….”
“그게 무슨……!”
그때, 마법사의 눈이 감기더니 접시 안에서 작게 회오리치던 물보라가 하늘로 솟구쳤다.
“꺄악!”
“어머나!”
물보라는 점점 커지더니 이내 하늘로 뻗어 마법사의 머리 위에 촤라락 뿌려졌다. 그 순간 마법사는 기절한 것처럼 몸이 늘어졌다.
마력과 섞였던 정령수는 묘한 색으로 반짝이며 로브 위에 스며들었다.
“허억!”
잠시 기절했던 마법사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깨어났다. 그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눈을 깜빡였다.
동공은 어느새 평소처럼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폐하, 혹시 제가 방금……!”
마법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황후를 바라보았다. 황후는 의미심장한 표정이었다.
“…….”
소피아는 라피네를 감싸 안고 있었다. 라피네가 혹여 놀랐을까 봐 보호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라피네는…….
‘뭐냐…….’
「…….」
「후훗! 어떠셨나요, 주인님?」
라피네는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방금 그건 뭔데……? 빙의야? 무슨 신내림이야? 접신?
「이 세계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답니다. 정령과 계약한 정령사가 아니더라도, 강력하고 순도 높은 마력을 지닌 마법사에게는 정령이 몸에 깃들 수 있다고요. 그래서 그 힘을 대신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 거지요!」
‘진짜야……?’
「그렇단다, 아가야.」
그 말이 사실인 듯, 마법사의 표정에는 감격이 차올랐다.
“폐하! 제가……. 제가! 제가!”
마법사의 얼굴에는 ‘방금 봤어? 봤냐? 봤지?’라는 말이 쓰여 있는 것 같았다.
순도 높고 강한 마력을 지닌 마법사들에게 드물게 나타나는 증상이라, 확실히 저 마법사가 기뻐할 만했다.
「어때요! 확실하지요?」
‘뭐…….’
그래, 황후가 정말 저 말을 믿기만 한다면 사실 이보다 더 확실한 게 없었다.
“물의 정령만을 오랜 시간 섬겨 온 보람이 있군요. 물의 대정령 오르파나 님이라니! 이게 전부 폐하의 은혜입니다!”
“그래, 장하구나…….”
기뻐하는 마법사의 말에 황후 역시 기쁜 낯으로 그녀를 치하했다.
물의 대정령 오르파나는 전설로만 내려오는 존재였다.
원작에서도 제르칸이 오르파나를 얻고 큰 명성을 얻게 되었을 정도니까.
마법사는 허! 하!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기쁨에 취해 있었다.
반면, 황후는 마냥 기뻐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황후의 표정 아래에는 불안함과 불쾌감이 스며 있었다.
바로 정령 점의 결과 때문일 것이다.
“일단 마력을 많이 사용했으니 어서 돌아가 쉬거라.”
“예, 황후 폐하. 공작 부인께 드릴 탈레스만은 댁으로 따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고맙소.”
“그럼, 이만.”
마법사는 황후와 공작 부인을 향해 공손히 인사한 뒤,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이제 저와 계약하시는 거지요? 그렇지요?」
‘일단 조용히 기다려 봐.’
「이잇……!」
라피네는 입술을 꾹 닫은 채 깊이 고민하는 황후를 응시했다.
그때, 고개를 돌린 황후가 라피네를 보며 물었다.
“아가, 혹시 어제 황성에 왔을 때 보았던 안나라는 언니를 기억하느냐?”
“네!”
“그래, 그 언니가 정말 파우더룸에서 너를 밀쳤느냐?”
소피아는 라피네를 감싸 안으면서도 괜찮으니 말하라며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이제 드디어 내 말이 믿어지나 봐. 물의 정령을 진짜 깊게 믿나 보네…….’
라피네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겉으로는 울상을 지었다.
“맞아요. 언니가 내 어깨를 이렇게 팡! 밀쳤어요.”
“…….”
“폐하.”
소피아가 미간을 구긴 채 황후를 바라보았다. 황후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러더니 황후는 시종을 불러 지시했다.
“사파이어 궁에 머물고 있는 안나 양을 데려오거라. 지금 당장.”
“알겠습니다, 황후 폐하.”
그리고 다른 시종에게는 다른 명령을 내렸다.
“너는 당장 의무실로 가서 내 주치의를 불러오거라.”
“알겠습니다, 황후 폐하.”
그 말에 라피네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의사를 불러 정말 임신한 건지 확인하려나 봐!’
「주인니임! 저 잘했지요? 잘했지용? 네에?」
「흥.」
그때, 황후가 라피네에게 손을 뻗어 작은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많이 아팠겠구나, 라피네. 네 말을 의심한 건 아니지만……. 정말로 그 아이가 그런 짓을 했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단다.”
“저는 괜찮아요.”
황후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안나라는 여자는 겉보기에는 정말로 순수하고 선량해 보였으니까.’
그런 여자가 라피네처럼 어린아이를 고의로 밀쳤다니.
그 누구도 쉬이 믿지 못할 만한 이야기였다.
‘보낼 때 확실히 보내 버려야지.’
라피네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쳤다.
“아참참!”
황후와 소피아가 그런 라피네를 바라보았다. 라피네는 천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파우더룸에서 그 언니는 굉장히 슬퍼 보였어요.”
“슬퍼 보였다니?”
“‘겔르시탄 경이 보고 싶어 흑흑.’ 하면서 울고 있었어요!”
“……겔르시탄 경이라고?”
황후의 미간이 잔뜩 구겨졌다. 소피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라피네를 당겨 무릎 위에 앉혔다.
‘황후는 겔르시탄 경이 누구인지 알 거야. 그 가문은 황비네 가문의 사업을 돕는 가문 중 하나니까.’
황후의 표정에 노기가 서리더니 이내 주먹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똑똑똑.
“폐하, 안나 양을 데려왔습니다.”
황후의 명령을 받았던 시종이 그 여자를 데리고 왔다.
“폐하, 부르셨습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안나는 온화하게 웃으며 예를 올렸다.
그녀는 공작 부인과 라피네를 발견하고는 긴장한 기색이었으나, 이내 여유로운 낯으로 맞은편으로 와서 앉았다.
자리에 앉은 안나는 천진난만하게 눈을 깜빡이는 라피네를 보며 드레스 자락을 꽉 쥐었다.
라피네가 또 쓸데없는 말을 했을까 봐 내심 긴장한 모양이었다.
“…….”
그런 안나를 보는 황후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났다.
평소라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겠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안나가 긴장했다는 것을 눈치챈 듯했다.
“라피네가 안나 양을 다시 보고 싶다고 하더구나. 어제 오해한 게 미안했던 모양이야, 그렇지?”
황후가 묘한 눈짓을 보내며 라피네에게 물었다. 똑똑하니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별수 없이 라피네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
하지만 소피아는 이런 상황 자체가 불쾌한지, 라피네를 바짝 당겨 안았다.
안나가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저 나이대의 아이들은 원래 툭하면 누군가 자길 괴롭혔다고 쉽게 착각하곤 하지요. 라피네 양, 저는 괜찮습니다. 사과해 주어서 고마워요.”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정말 상냥해서, 라피네마저 순간 혹할 뻔할 정도였다.
‘정말 뻔뻔하네…….’
라피네는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그 모습에 안나는 또 빙긋 웃었다.
그러나 황후와 소피아의 표정은 굳어졌다. 안나의 뻔뻔함을 막상 두 눈으로 보니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때, 또 똑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황후 폐하, 메리온 자작을 모셔 왔습니다.”
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두꺼운 안경을 쓴 중년 여성이었다.
그녀는 황족의 주치의만 입을 수 있는 고결한 분위기의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아주 멋져 보였다.
메리온 자작은 천천히 다가와 황후에게 예를 올렸다.
황후는 살짝 입꼬리를 올려 웃더니 안나에게 말했다.
“메리온 자작은 내 주치의란다. 긴 여행에 네가 지치진 않았을까 하여 불렀지. 진료를 받아 보거라.”
“……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