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29)
안나는 당황한 듯 눈만 깜빡였다.
그러다가 메리온 자작이 옆에 앉아 자신에게로 몸을 틀자 당황해서 외쳤다.
“아, 아닙니다! 저는 건강합니다, 폐하. 게다가 폐하의 주치의에게 진료를 받으라니요……. 제가 어찌 감히……. 저는 건강합니다!”
“그래도 너를 위해 주치의까지 부른 것이니 가벼운 진맥이라도 받아 보거라. 메리온 자작은 마력을 가지고 있는 의원이라 손목을 짚어 진맥하는 것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지.”
“하, 하지만 저는 괜찮은…….”
“여행 중에 네가 모르는 병이라도 생겼을지 모르는 일 아니더냐. 일부러 부른 것이니 받아 보거라.”
황후의 말투는 더 이상 나긋하지 않았다. 대놓고 강요가 섞인 명령을 했다.
최고의 자리에서 군림해 온 사람인 만큼, 그 말투와 표정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이 대단했다.
게다가 황후로서 내리는 명령이라는데 절대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안나의 입술이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했다.
“…….”
안나는 유독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황후의 주치의는 쉽게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명의 중 명의만이 오를 수 있는 자리였다.
임신 사실 정도는 진맥을 한 번 짚어 보는 것만으로도 금방 알아챌 것이다.
“왜 그렇게 긴장했지, 안나 양?”
“…….”
황후의 물음에 안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잠자코 있던 메리온 자작이 안나 양의 양손을 잡아끌었다.
그러고는 안나의 양손을 펼쳐 그 위에 자신의 손바닥을 얹고, 천천히 마력을 내뿜기 시작했다.
메리온 자작의 손에서 나온 푸른 마력이 안나의 손바닥을 통해 흡수되었다.
‘마력으로 진료를 보다니, 신기하다.’
라피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메리온 자작을 바라보았다.
‘나중에 황후에게 병이 생기는 건 진맥으로 못 알아차린 건가?’
불치병이라 알고도 치료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일부러 못 본 척한 건지.
라피네는 혹시 메리온 자작이 나중에 황비에게 포섭되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보기로 했다.
원작에서는 그렇게 세세한 부분까지는 나오지 않았으니까.
라피네는 의사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렸다.
진맥이 끝났는지, 메리온 자작은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안나는 사형 선고를 받기 직전의 사람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다행히 건강하신 듯하군요. 다만…….”
모든 사람의 눈이 메리온 자작에게 향했다.
“임신을 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
황후의 안색이 굳어졌다. 정령 점의 결과대로였다.
“폐하, 그것이……!”
안나는 어느새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자리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었다.
황후는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에단의 아이더냐?”
“폐, 폐하…….”
“그럴 리가 없겠지. 겔르시탄 경과 무슨 사이지?”
“……!”
황후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안나가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몹시 당황한 기색이었다.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듯.
그리고 그때였다.
쿵!
갑자기 응접실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섰다.
시종들은 당황해하며 말렸으나, 문을 열고 들어온 자가 막무가내로 밀고 온 듯했다.
“안나!”
“……!”
응접실 내부로 들어온 것은 로렐리안 경, 에단이었다.
“누님, 지금 대체 무슨 짓을 하시는 겁니까!”
뚜벅뚜벅 걸어온 에단은 무릎 꿇은 채 울고 있는 안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더니 공격적인 눈으로 황후를 쏘아보았다.
황후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에단을 바라보았다.
늘 착하고 고분고분하던 막냇동생이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처음 본 것이다.
에단은 입술을 꾹 깨물더니 말했다.
“안나 양을 탐탁지 않아 하는 것은 눈치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런 짓까지……! 제가 사랑하는 여인입니다! 누님께서 어떻게 제게…….”
“에단!”
에단 경은 그제야 이 자리에 공작 부인과 라피네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는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더니 안나를 부축해 데려가려고 했다.
“멈춰. 넌 절대 저 여자와 결혼할 수 없다, 에단 로렐리안.”
“누님!”
“당장 저 여자를 끌어내! 뭣들 하느냐! 끌고 가지 않고!”
황후의 호통에 시종들과 기사들이 안나를 양옆에서 붙잡고 끌고 가기 시작했다.
에단 경은 머리끝까지 화가 난 얼굴로 황후에게 다가왔다.
“누님께서 제게 이러실 줄은 몰랐습니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여자야! 네가 어찌……!”
“상관없습니다!”
“에단!”
“……처음부터 이상했습니다. 케이틀린이 갑자기 안나와의 결혼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한 것도 그렇고……. 전부 누님께서 시키신 일이겠지요.”
에단은 라피네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황후의 시녀를 보며 말했다.
“로렐리안 경! 그건……!”
황후의 시녀, 케이틀린은 얼굴이 붉어진 채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로렐리안 경과 이미 아는 사이인가?’
「그런 듯하구나.」
‘아……. 저 언니가 에단 경을 좋아하나 봐!’
라피네는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저 시녀가 어제 울고 있던 이유를 말이다.
게다가 로렐리안 경을 찾아가 안나와의 결혼을 말렸다는 걸 보면 확실했다.
안타깝게도 로렐리안 경은 그게 황후가 시킨 일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듯하지만…….
라피네는 에단을 애절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녀를 보며 확신했다.
“무슨 이유든 상관없어! 저 여자는 절대 로렐리안 가문에 들일 수 없다!”
황후는 에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에단은 잠시 가만히 서 있더니 이내 뭔가 결심한 듯 돌아섰다.
“그럼 제가 로렐리안 가문을 나가지요.”
충격적인 발언을 남겨 놓고서 말이다.
‘저 호구!’
「등신!」
에단은 뒤늦게 안나를 데리러 가기 위해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제가 따라가 보겠습니다, 폐하!”
황후의 시녀, 케이틀린은 곧장 에단을 따라나섰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계획대로 잘 흘러가고 있었는데 저 호구 때문에 망쳐 버렸다. 라피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때였다.
“폐하!”
황후가 이마를 짚은 채 소파로 쓰러졌다. 소피아가 놀라 그녀를 부축했다.
주치의도 깜짝 놀라 황후를 진맥하기 시작했다.
‘미치겠네.’
라피네의 표정도 창백해졌다. 황후가 벌써부터 스트레스로 병에 걸리는 건 아닌지 두려움이 밀려왔다.
정신없는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곧이어 또 똑똑 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응접실로 들어섰다.
“어?”
라피네는 응접실로 들어온 사람을 보고 놀라 눈을 깜빡였다.
에스턴 공작의 보좌관 중 하나였다.
그는 황후와 소피아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공작 각하께서 급하게 보내신 서류입니다. 곧바로 확인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안나’라는 여자에 대한 서류입니다.”
“뭐?”
그 말에 황후가 손을 뻗었다. 소피아는 서류를 받아 황후에게 넘겨주었다.
에스턴 공작의 보좌관은 일이 바쁜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나갔다.
“에스턴 공작이 왜 그 여자를…….”
“그 여자가 라피네를 밀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사했습니다.”
소피아의 대답에, 황후는 이유는 상관없다는 듯 빠르게 서류를 읽어 내려갔다.
그녀의 표정이 더욱더 구겨졌다.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학대했다니, 이게 무슨……!”
소피아는 황후가 확인한 서류를 받아 들었다. 라피네는 빼꼼 고개를 내밀어 확인해 보았다.
‘역시 엄청 빠르네.’
어젯밤에 곧장 사람을 보내더니…….
서류에는 안나라는 여자의 민낯이 낱낱이 적혀 있었다.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학대했던 것도, 원장의 남편과 불륜을 저질러 쫓겨난 것도.
특히 아이들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세세하게 적혀 있었는데, 그 방법이 상당히 괴팍하고 잔인했다.
심지어는 살인 혐의 기록에다가, 분노 조절 장애와 충동 장애가 심각하다는 신전의 소견서 자료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당장 에단을 끌고 와, 절대 그 여자를 따라가게 두어선 안 돼!”
황후가 역정을 내며 명령했다.
소피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부들부들 떠는 황후를 바라보았다.
무엇보다도 라피네가 신경 쓰였다. 라피네를 이곳에 계속 두자니 너무 못 볼 꼴을 보게 하는 것 같고, 데리고 가 버리자니 황후가 신경 쓰이고.
라피네는 그런 엄마를 위해 나섰다.
“저 마차에 가 있을래요.”
라피네의 말에 소피아는 그러는 게 좋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차에는 렌델 경이 기다리고 있으니 안전할 것이다.
“엄마가 금방 갈 테니 조금만 기다려. 알겠지?”
“네.”
라피네는 씩씩하게 대답했다. 소피아는 황후의 기사들에게 부탁해 라피네를 마차까지 데려가 달라고 말했다.
‘내가 직접 로렐리안 경을 찾으러 가 봐야겠어!’
그러나 응접실을 나온 라피네는 아까 에단과 케이틀린이 사라진 방향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아, 아가씨! 잠시만요!”
기사들이 허둥대며 그런 라피네를 따라왔다.
‘오르파나, 저들을 따돌릴 수 있어?’
「그럼요! 주인님!」
오르파나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복도에 있던 장식용 미니 분수대가 ‘팡!’ 하고 터졌다.
갑자기 물 폭탄을 맞게 된 기사들은 시야가 가려져 버둥거렸다.
라피네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다다다 뛰어갔다.
다행히 멀리 가지 않아 에단과 케이틀린을 찾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됐어! 너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에단……!”
두 사람은 원래부터 가까운 친구 사이였던 것처럼 보였다. 에단은 케이틀린을 뿌리치고 가 버렸다.
케이틀린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숨을 내쉬었다.
라피네는 그런 케이틀린을 향해 다가갔다.
“언니.”
“어머……! 라피네 양?”
눈물이 그렁그렁한 케이틀린은 깜짝 놀라 무릎을 굽혀 앉았다.
“여긴 어떻게 나왔나요, 라피네 양?”
“그냥요……. 근데요. 언니는 로렐리안 경을 좋아하지요?”
라피네의 말에 케이틀린은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러나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요, 안타깝게도 로렐리안 경은 날 미워하지만. 내가 안나 양과의 결혼을 반대했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케이틀린의 입꼬리는 웃고 있었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라피네는 괜히 마음이 안타까워 작은 손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이 죽여 버릴 계집!”
그때였다.
어디서 나타난 건지, 갑자기 맞은편에서 안나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왔다.
그녀의 손에는 날카로운 머리핀이 들려 있었는데, 척 봐도 흉기로 사용하려는 자세였다.
‘아니……. 저 살인마가 미쳐 버렸나 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