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3)
아이가 눈을 뜨고 일어났을 땐, 곧바로 바이올렛의 얼굴이 보였다.
“……!”
“안녕. 잘 잤니?”
“……네.”
“이 곰 인형을 꼭 안고 잘 자더라? 이 인형은 네게 선물로 줄게.”
“……아, 괘. 괜찮은데.”
분홍색 곰 인형을 보고 흠칫 놀란 아이는 빠르게 거절했으나 바이올렛은 작은 가방에 친절하게 넣어 주기까지 했다.
‘지금 뭘 하는 거지?’
아이는 바이올렛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설마 짐 싸는 거야?’
바이올렛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내가 아끼던 인형이지만 너에게 더 잘 어울리니까. 분홍색 털 때문에 꼭 자매 같잖아.”
‘곰 인형이랑 자매인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아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소설…… 그 피폐 소설 속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곰 인형을 누군가에게 준 적이 없다.
‘그럼 그 소설이 아니겠지!’
아이는 애써 현실을 부정했으나…….
“자, 이제 너희 집으로 갈 거야.”
갈 곳 없는 거지 아이에게 ‘집’이라는 존재를 일깨우는 그 말에, 아이는 더 이상 운명을 피할 수 없음을 느꼈다.
망했다.
차라리 당장 지구가 터져 버리면 좋을 텐데.
* * *
바이올렛이 남몰래 불안해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도착한 곳은 에스턴 공작 저택이었다.
온실에는 에스턴 공작과 공작 부인, 그리고 아드리안, 아드리안의 두 쌍둥이 남동생이 있었다.
매일 이 시간마다 이 가족은 이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시간 맞춰 오길 잘했어.’
바이올렛은 그렇게 생각하며 응접실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공작 각하, 공작 부인.”
“반갑구나, 바이올렛. 어서 와서 앉으렴.”
“어서 오렴.”
“바이올렛!”
공작 부부와 아드리안이 반갑게 그녀를 맞아 주었다.
바이올렛은 큼큼 기침한 뒤 말했다.
“사실…… 오늘은 저 말고 손님이 1명 더 있어요.”
바이올렛의 말에 에스턴 공작가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무슨 말이야, 바이올렛?”
아드리안이 묻자, 바이올렛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함께 온 하녀에게 손짓했다.
바이올렛은 하녀의 품에 안겨 있던 아이를 자신의 앞에 내리게 했다.
그리고 아이가 쓰고 있는 검은색 후드를 벗겼다.
“……!”
에스턴 공작가 사람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후드를 쓰고 있던 아이의 머리카락은 밝은 분홍색이었으며, 눈동자는 푸른 하늘색이었다.
게다가 아이의 외모는 공작 부인과 몹시 닮아 있었다.
“바이올렛, 지금 무슨……!”
“당황스러우시겠지만 짐작하시는 바가 사실이에요. 이건 아드리안과 이 아이가 혈연관계라는 인증서입니다. 신전을 통해 오늘 오전에 받았죠.”
“…….”
갑작스러운 말에 에스턴 공작이 심각한 표정으로 다가와 서류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맨 뒷장을 확인했다.
“이, 이게 대체…….”
서류를 쥔 공작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뒤에서 지켜보던 공작 부인의 어깨 역시 떨리기 시작했다.
“여, 여보…… 저, 정말…….”
공작 부인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기세였다.
공작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바이올렛이 데려온 아이를 바라보았다.
“바이올렛, 너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검사는 한 번 더 해 봐야겠구나.”
“그럼요.”
그때였다.
“어머니!”
“어머니!”
공작 부인이 스르륵 의자에서 쓰러졌다. 아드리안이 빠르게 그녀를 받아 냈고, 두 남동생도 어머니에게 달려갔다.
“부인!”
에스턴 공작이 놀란 얼굴로 아내에게 달려가며 소리쳤다.
“당장 의원을 불러와라!”
이 혼잡한 상황에서, 아이는 멍하니 눈을 깜빡이며 한 소년을 바라보았다.
보기만 해도 황홀해질 정도로 수려한 외모를 가진 미소년이었다.
얼굴 옆으로 반짝거리는 빛이 떠다니는 환상이 보일 정도였다.
눈부셔!
아이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드리안 에스턴…….’
이제 더는 부정할 수 없다.
이곳은 그녀가 전생에서 읽었던 소설 ‘영원한 불꽃의 엔딩’ 속 세계였다.
그리고 그 소설은…… 엄청난 결말이 맺어지는 끔찍한 피폐 소설이었다.
* * *
‘영원한 불꽃의 엔딩’은 파격적인 결말로 큰 충격을 주었던 소설이었다.
소설의 여자 주인공은 바이올렛 피츠. 사랑스러운 갈색 머리의 백작가 영애였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은 제르칸 페르데니아. 바로 이 나라의 황태자였다.
마지막으로 서브남이 바로 에스턴 공작가의 장남인 아드리안 에스턴.
아이의 전생이었던 그녀가 가장 아끼던 등장인물이 바로 에스턴이다.
소설은 주인공들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다. 어렸을 적, 세 사람은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밝고 따뜻한 소설인 줄 알았지…….’
그러던 어느 날.
바이올렛은 빈민가를 돌아다니다가 분홍 머리의 아이를 발견한다.
그리고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끼고 아이를 데려가는데…….
그 아이가 바로 죽었다고 알려진 에스턴 공작가의 아이였다.
아무도 몰랐지만. 공작 부인이 아이를 출산하던 그날, 공작가의 하녀 한 명도 몰래 아이를 낳았다.
‘안타깝게도 하녀의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죽었지만…….’
사실 그 하녀가 낳은 아이의 친부는 베릴 자작이었다.
공교롭게도 마침 두 아이 모두 분홍색 머리카락이었다.
하녀는 공작 부인이 낳은 아기의 하늘색 눈동자를 보자마자 생각했다.
‘베릴 자작의 아이라고 속일 수 있겠어!’
하녀는 저택 별채에 불을 질러 소란을 일으킨 뒤, 아이를 바꿔치기하는 데 성공했다.
마침 공작저가 몹시 부산스러운 상황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차피 자신이 낳은 죽은 아이 역시 분홍 머리카락이었고, 공작 부인의 아이도 유독 작게 태어났으니 의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하녀가 임신하고 있었단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의심할 건더기도 없는 완벽한 범죄였다. 당연했다. 그 하녀는 아무도 몰래 금지 마법의 도움을 받고 있었으니까.
하녀는 그렇게 베릴 자작에게 아이를 건네주며, 사실을 함구하고 떠나는 대가로 큰돈을 받았다. 그리고 곧장 수도를 벗어났다.
어쨌든, 바이올렛은 그렇게 에스턴 공작가에서 죽었다고 생각한 아이를 되찾아 주었고…….
아드리안은 자신의 가족을 구원한 것이나 다름없는 바이올렛을 인생의 구원자로 여기며, 깊이 사랑하게 된다.
‘분명 여기까지는 가족 힐링물이었는데 말입니다…….’
그 이후로는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기 시작한다.
바이올렛과 제르칸, 아드리안은 셋 다 아카데미로 떠나 마법과 마검술을 배우게 되는데…….
그 와중에 대륙에서 마수와의 전쟁이 벌어진다.
어느 날 나타난 검은색 차원의 틈에서 온갖 마수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종말의 균열’이라고 불렀다.
‘예전에 하던 게임에서도 그 단어가 나왔는데…….’
원작 작가가 따온 건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하던 게임도 비슷한 콘셉트였다.
어쨌든 그렇게 마수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아카데미에 다니던 주인공들까지 전투에 휘말린다.
수년이 흐른 뒤.
황성에서 파견된 마법사와 기사들, 신전에서 파견된 성검사와 사제들, 그리고 이제 성년이 된 아카데미의 고학년 마법사들.
모든 이들이 힘을 합쳐 ‘종말의 균열’을 없애는 데 성공한다.
다시 세상에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수도로 돌아온 남주인공 제르칸은 황위를 이으면서 여주인공 바이올렛과 계약 결혼을 하기로 한다.
두 사람은 절친한 친구였으니, 모르는 여자와 결혼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그 부분이 문제였지.’
두 친구의 결혼 사실을 알게 된 아드리안은 절망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목숨보다 소중한 친구의 결혼.
그 결혼의 이면에 계약서가 오갔다는 것은 아드리안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아드리안은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축복했지만…… 그의 마음은 온통 암흑이었다.
결국 아드리안은 결심한다.
두 사람을 위해 떠나기로.
아드리안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세상을 여행하겠다는 핑계를 대고 떠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 장면 엄청 충격적이었는데…….’
아드리안은 그야말로 서브남의 정석이었다.
따뜻하고, 배려심 넘치고, 다정하고…….
무슨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든 서브병에 시달리던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드리안이 죽는 장면에서 한바탕 눈물을 쏟아 내기도 했다.
작가 미쳤냐? 꼭 죽여야만 했냐? 싸패냐?
작가를 원망하는 댓글을 남길 정도로 속상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남주와 여주가 그 뒤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그냥 슬퍼하고 끝이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아드리안이 떠난 뒤, 바이올렛은 자신이 진정 사랑하던 사람이 아드리안이었음을 깨닫는다.
그 와중에 남주 제르칸에게 비극적인 사고 하나가 생기는데…….
바로 어머니인 황후의 죽음이었다.
사실 제르칸의 어머니는 진작부터 불치병에 걸려 있었는데, 제르칸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목숨을 유지하다 끝끝내 돌아가신 것이다.
그 이후, 제르칸은 조금씩 불안정해지기 시작한다.
유일한 안식처라고 생각했던 어머니가 죽고 세상에 혼자 남았다고 느낀다.
그런 와중에 여주마저 자신을 떠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여주에게 미친 듯이 매달리기 시작한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다.
친구인 아드리안이 죽고, 어머니마저 죽었다.
제르칸에게는 이제 바이올렛뿐이었다.
바이올렛은 그의 집착을 피해 도망치려 했으나, 이윽고 제르칸은 그녀를 감금했다.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상황 속에서, 바이올렛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혼자 남은 제르칸도 죽어서라도 그녀를 따라가 붙잡기 위해 마찬가지로 목숨을 끊는다.
‘주인공 셋을 다 죽여 버리다니.’
여기서 끝인 줄 알았겠지만 이야기는 또 남아 있다.
제르칸이 죽고 난 뒤, 2황자였던 망나니 황자가 황위에 오른다.
그리고 그 2황자는 아주 시원하게 제국을 말아먹는다.
무능한 황제로 인해 이웃 나라 연합에게 황성을 점령당한 제국은 점차 멸망의 길을 걸었다.
‘주인공도 모자라 깡그리 다 죽여 버렸지, 아주…….’
결말을 보고 한참 동안 멍을 넋이 나가다시피 했었다.
할 수 있다면 작가의 멱살을 잡고 탈탈 흔들고 싶었다.
‘내 멘탈 어쩔 거야!’
나는 꿈과 희망이 가득 찬 따뜻한 소설을 원했는데 다 죽여 버리면 어쩌라는 거야!
‘처음부터 피폐 소설이라고 알려 주든가! 힐링물이라며! 힐링물이라며!’
‘영원한 불꽃의 엔딩’ 그야말로 제목처럼 불꽃 같은 엔딩을 보여 줬다.
전부 불태워 버린 셈이니까.
안 그래도 현실이 시궁창만도 못했던 그녀는 그 뒤로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그 소설이야…….’
최애를 눈앞에서 보는 건 행복하지만 미래를 알기에 착잡했다.
아이는 이제 현실을 부정하지도 못하고, 멍하니 바이올렛의 품에 고개를 박았다.
그러면서도 아드리안을 조금씩 힐끔거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