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30)
분노 조절 장애, 충동 장애, 살인 혐의. 세 단어가 라피네의 머릿속에 두둥 떠올랐다.
안나는 미친 듯한 속도로 라피네에게 달려왔다. 눈동자에는 증오와 살기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꼭 짐승 같은 눈빛이라 라피네는 저도 모르게 몸이 굳어 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안 돼!’
라피네가 뭘 하기도 전, 케이틀린이 라피네를 보호하듯 감싸 안았다.
죽진 않겠지만, 이대로라면 케이틀린이 크게 다칠 것이 분명했다.
라피네는 자신을 감싸다가 케이틀린이 다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눈을 질끈 감았다.
‘루비! 오르파나!’
속으로 정령들을 불렀으나, 정령들이 나서기도 전에 먼저 나선 사람이 있었다.
“꺄악!”
‘……뭐지?’
엄청난 비명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라피네는 천천히 두 눈을 떴다.
케이틀린의 비명이라고 생각했는데, 눈앞에는 안나가 쓰러져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안나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다.
‘어, 엄마……?’
바로 소피아였다.
그녀는 황성 기사에게 낚아챈 검을 쥔 채, 쓰러진 안나 양의 목에 검날을 대고 있었다.
방금 빛과 같은 속도로 날아와 안나를 걷어찬 게 바로 소피아였던 것이다.
라피네는 놀란 얼굴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검을 쥔 몸짓은 누가 봐도 숙련된 기사의 자세였다.
아니……!
‘어, 엄마……. 기사였어?’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데, 엄마의 등 뒤로 충격받은 얼굴의 에단 경과 황후, 기사들이 보였다.
엄마는 쓰러진 안나를 발로 밀쳐 엎드리게 한 뒤, 능숙하게 손목을 뒤로 끌어 결박했다.
마치 한 30년은 이쪽에서 구른 베테랑 강력반 형사 같은 몸짓이었다.
멍하니 서 있던 기사들은 그제야 결박된 안나를 감옥으로 끌고 갔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황후는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다가, 에단에게 다가갔다.
퍽!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황후는 소중히 아껴 마지않던 막냇동생의 뺨을 주먹으로 거세게 내려치더니 엄하게 말했다.
“네 멍청함 때문에 두 사람이 다칠 뻔했다! 이래도 살인 미수범을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소리를 할 수 있겠느냐?”
에단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못 하고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몹시 혼란스러운 듯했다. 하긴, 그럴 것이다. 결혼까지 생각한 사람의 추악한 정체가 낱낱이 까발려졌으니.
“라피네, 괜찮니?”
소피아는 놀랐을 라피네를 안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었다. 곁에 주저앉아 있던 케이틀린이 웃으며 말했다.
“아이가 다치지 않아 다행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케이틀린 양.”
“별말씀을요.”
라피네는 아직도 얼떨떨했다.
안나라는 여자가 미쳐서 갑자기 달려든 것도, 겨우 2번 만난 케이틀린이 자신을 감싼 것도, 엄마가 사실 엄청나게 숙련된 무예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 역시.
‘가, 갑자기 엄청 어지러워.’
라피네는 눈앞이 핑글핑글 도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스스로 느끼는 것보다 더 많이 놀란 듯했다.
「아가야?」
「주인님! 안 돼! 죽으면 안 돼요!」
「부정 타는 소리 하지 마, 이 자식아!」
그렇게 라피네는 까무룩 의식을 놓아 버렸다.
* * *
눈을 떴을 땐, 다음 날 늦은 오전이었다.
꼬로록.
배 속에서 나는 요란한 소리에 라피네는 눈을 번쩍 떴다.
‘배가 고프다.’
지난 6년 동안 굶주리며 살아왔지만, 최근 가족을 찾은 뒤부터는 배가 고플 틈이 없었다.
어제 쓰러진 뒤부터는 내내 깊게 잠들어 버렸기에 별수 없이 공복 시간이 길어졌다.
몸을 일으킨 라피네는 왠지 식은땀이 나고 초조해지는 것을 느꼈다. 배가 고플 때의 증상이었다.
「아가야, 괜찮은 것이냐?」
「주인님! 주인님이 깨어나셨다!」
‘잠깐. 조용히 좀 해 줘.’
배고플 땐 예민하니까.
라피네는 침대에서 내려와 작은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종을 울렸다.
종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벌컥, 문이 열리고 여러 사람이 쏟아져 들어왔다.
“라피네!”
“드디어 깨어났구나!”
바로 가족들이었다.
라피네는 엄마와 아빠, 오빠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것을 보며 살짝 당황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걱정이 스며들어 있었다. 장난꾸러기인 쌍둥이마저도.
“아아, 라피네…….”
에스턴 공작은 곧장 다가와 라피네를 품에 꼭 안고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큰일을 겪었으니 다들 라피네가 크게 놀랐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어쩌면 트라우마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러나 오히려 놀라고 트라우마가 생긴 건 라피네가 아닌 가족들인 듯했다. 겨우 되찾은 딸이 봉변을 당할 뻔했으니까.
하지만 라피네는…….
꼬로로로록.
‘배고파 죽겠다.’
일단은 배가 고플 뿐이었다.
“배가…… 배가 고파요.”
공작의 품에서 겨우 속삭인 그 말에, 라피네는 당장 식당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주방장들이 준비한 특별 코스요리를 먹고 금방 기력을 회복했다.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으며, 라피네는 저를 둘러싼 가족들을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걱정해 주는 가족이 있다는 건 엄청 기쁜 일이구나.’
가슴이 콩닥콩닥 벅차오르며 따뜻한 기운이 퍼져 나갔다.
더불어 가족들을 걱정시켜 미안한 마음과 책임감도 함께 들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순수하게 나를 걱정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꼭 지켜 내고 싶었다.
* * *
‘근데……. 이건 좀 과한 거 아닌가?’
그날 이후, 어마어마한 과보호가 시작되었다.
“아가씨, 절대 계단은 직접 걸으실 수 없습니다.”
헛소리를 하는 렌델 경을 보며, 라피네는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저 여섯……. 6살인데요?
최근 라피네는 자신이 2살배기 아기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물론 라피네는 종종 아이의 본능이 튀어나와 근엄하지 못한 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
보통 6살 정도 되면, 어른들과 무리 없이 대화가 가능하고 심부름 같은 것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 봤자 아직 어린아이긴 하지만…….
그런데 가족들을 비롯한 사용인들의 눈에는 라피네가 2살 아기로 퇴화한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자신은 이상한 여자한테 해코지당할 뻔한 거지, 계단에서 넘어질 뻔한 게 아닌데?
“…….”
라피네가 눈을 흘기자, 렌델은 큼큼 헛기침을 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좀 과한 걸 아는 모양이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거 적당히 합시다…….
라피네는 눈빛으로 말하고는 야무지게 홀로 계단을 척척 내려갔다.
렌델뿐 아니었다. 실레인 역시 유난스러울 정도로 라피네를 과보호하기 시작했고, 가족들은 더 심했다.
특히 아빠는 다시는 라피네가 황성으로 갈 수 없게 막아야겠다는 소리까지 했다.
‘그건 절대 안 되지.’
제르칸은 바빠서 황성 밖으로 자주 나올 수 없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직접 찾아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근데 황성 출입을 막는다고? 절대 안 될 일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며칠 뒤, 황성에서 소피아와 라피네를 초대하는 초대장이 날아왔다.
황후가 보낸 초대장이었다.
그 초대장을 보고, 에스턴 공작은 ‘끙…….’ 하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짚고 고민했다.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여보가 있으니 괜찮겠지요. 그 안나라는 죄인도 구금되어 재판을 받고 있으니.”
그 말에 라피네는 “아!” 하며 엄마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라피네는 망설이다 물었다.
“그런데 엄마는 기사였어요? 그때 엄마가 저를 구해 줬어요. 기사님처럼 멋지게!”
그 말에 에스턴 공작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는 세상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가슴을 펴고 말했다.
“그렇단다. 네 어머니는 수도 치안을 담당하는 1경비대의 단장이자 멋진 수사관이셨지.”
“……!”
수도 경비대? 게다가 1경비대의 단장이었다고? 수사관?
그쪽의 체계는 모르지만 1경비대, 그것도 단장이라면 분명 높은 위치였다. 라피네는 깜짝 놀라 엄마를 쳐다봤다.
저렇게 온화하고 다정한 모습인데 경비대의 단장이었다니……. 엄청 의외였다.
‘강력반 형사의 짬이 느껴진 건 당연했구나.’
그러고 보니 라피네를 안아 줄 때마다 한 손으로 번쩍번쩍 드는 게 심상치 않긴 했었다.
“이건 나중에 크면 더 자세히 알려 주겠지만……. 사실 말이다. 내가 네 엄마를 만난 것도 소피아가 한창 열심히 근무할 때였지. 내 돈을 훔쳐 간 소매치기범을 잡아 주었거든. 그때 내가 첫눈에 반해서…….”
“어머 여보, 아기한테 못 하는 말이 없네요. 라피네는 갓난아기라고요!”
“아, 참. 그렇지.”
“……?”
엥? 라피네는 어리둥절해하여 엄마 아빠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또 다른 라피네가 있나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당연하게도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어머니. 아버지. 대체 누가 갓난아기라는 건데요……?
이번 사건 이후, 가족들의 과보호가 심해졌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엄마 아빠가 자신을 갓난아기로 여기게 될 줄이야.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찌릿찌릿 아파 왔다. 자존심에 쩍쩍 금이 간 것이다.
“저는 갓난아기가 아니에요! 오늘부터는 다시 제 방에서 혼자 잘 거예요!”
라피네가 완강하게 외치자, 엄마 아빠는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동그랗게 눈을 떴다.
그렇게 단호한 의지로 라피네는 오늘부터는 다시 혼자 잘 수 있게 되었다.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꼭 혼자 자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더 미루지 않고 빨리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라피네는 침대에 누워 자는 척을 하다가, 엄마 아빠가 나가자마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후후후……. 후후후후후…….」
끔찍하지만…… 저 음침한 정령과 계약을 맺어야만 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