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33)
라피네는 당황해서 중얼거렸다.
“그, 그게 아니고……. 서로 필요해서 약속만…….”
“잘 들어, 라피네. 한 입으로 두말하는 남자에게는 절대 마음을 주어선 안 돼. 넌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래, 차라리 누군가와 결혼하고 싶다면 아드리안이나 바이올렛에게 먼저 허락을 받도록 하자.”
“……알겠어.”
대답을 하지 않았다가는 잔소리 폭격이 이어질 것 같아서, 라피네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마침 시녀가 디저트를 내왔고, 라피네는 달콤한 과자를 마구 먹기 시작했다.
‘먹는 중에는 잔소리하지 않겠지.’
자고로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리는 법.
그 생각으로 열심히 디저트만 입에 넣었다. 그러다 제르칸에게도 쿠키를 하나 쥐여 주었다.
제르칸은 라피네가 쥐여 준 쿠키를 들고, 할 말이 많은 얼굴로 라피네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는 속이 답답했다.
‘아직 어린데도 남자 보는 눈이 형편없군. 아드리안에게 단단히 주의하라고 경고해야겠어.’
라피네가 자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계속 결혼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상한 이야기책의 남자 주인공에게 푹 빠진 것이다.
그 책 속의 쓰레기 같은 왕자 캐릭터에 빠져서, 비슷한 신분인 자신과 결혼하고 싶어 하는 게 분명했다.
‘확실히 어린애는 어린애군.’
순수하기도 하지.
그렇지만 아직 이렇게 어린데 남자 보는 눈이…….
제르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앞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라피네를 잘 보살펴 주어야 할 것 같았다.
소중한 친구의 소중한 동생이니, 그럴 이유는 충분했다.
* * *
제르칸과 놀다 보니, 어느새 엄마가 찾아왔다. 라피네는 제르칸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했다.
마지막으로 포옹하며 귓속말로 ‘나랑 결혼해야 돼.’라고 속삭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제르칸의 표정이 평소와 달랐다.
전에는 당황스러워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약간 걱정 가득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라피네, 재미있게 놀았니?”
“네!”
라피네는 엄마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마차가 대기 중인 중간 문으로 걸어갈 때였다.
갑자기 누군가가 두 사람의 앞을 척 막아섰다.
붉은 머리에 연보라색 눈을 가진 어린 남자아이였다. 라피네는 그가 누군지 곧장 알아챌 수 있었다.
‘저 거만한 걸음걸이, 불만 가득한 표정, 건방진 눈빛.’
분명 황비의 아들인 2황자였다.
“오랜만이군요. 공작 부인.”
“2황자 전하.”
소피아가 알은체를 하며 고개를 숙였다.
“흠, 공작 부인께선 황후 폐하를 뵈러 오신 모양입니다.”
“예, 맞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그런데 저 아이는……. 아! 소문의 그 아이군요?”
“예, 전하.”
2황자, 안토니오는 턱을 높게 치켜들고 라피네를 위아래로 훑기 시작했다.
‘어린놈의 자식이 건방지긴.’
대체 어떤 어른을 보고 자랐는지……. 그 어른들의 품성을 아주 잘 알 것 같았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전하.”
소피아와 라피네는 서둘러 마차로 향했다. 라피네는 걸어가는 와중에 고개를 홱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2황자 안토니오 역시 두 사람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안토니오는 어린아이 대하듯 라피네를 향해 손을 들어 인사했다.
‘뭐지, 저 미친 꼬마.’
인자한 척하긴…….
안토니오는 라피네의 쌍둥이 오빠 루카, 로이스와 동갑인 8살이었다.
얼마나 성격이 괴팍하고 못된 녀석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원작에서 나라를 망치는 놈이 바로 저 녀석이었으니까.
라피네는 안토니오의 인사를 무시하고는 엄마와 함께 마차에 올랐다.
두 사람이 멀어지자, 안토니오는 어른 흉내를 내듯 턱을 문지르며 시종에게 말했다.
“저 꼬마 말이야, 엄청 귀여운데? 나도 여동생이 갖고 싶어졌어. 어머니한테 가서 말해야겠어.”
“예?”
“빨리 앞장서. 어머니한테 가게! 내가 산책한다고 했지 황후궁으로 안내하라고 했어? 왜 이쪽으로 날 데려온 거야?”
안토니오는 시종에게 발길질을 하며 다그쳤다.
‘칫, 언제는 본인이 가고 싶은 길로 가게 내버려 두라며 잔소리하지 말고 비키라더니…….’
시종은 억울했지만, 입술을 꾹 닫고 종종걸음으로 황비 궁으로 향했다.
* * *
레베카 황비는 시녀에게 손 마사지를 받다가, 심통 난 얼굴로 들어오는 2황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우리 귀한 황자님께서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으신 겁니까. 응? 이리 오세요, 내 아드님.”
“쳇, 어머니. 저 시종 놈이 저를 황후궁으로 안내하지 뭡니까? 재수 없게.”
“뭐라고요?”
레베카의 표정이 왈칵 구겨졌다. 그녀는 황후궁 쪽으로는 고개도 안 돌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 아들을 황후궁으로 안내했다고?
“당장 문밖에 있는 그 시종을 데려가 매질하거라!”
레베카 황비의 명령에, 조용히 서 있던 기사들이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아마 그 시종은 오늘 멀쩡한 몸으로 집에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제 시종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안토니오는 오히려 속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황비에게 붙어 애교를 부리듯 말했다.
“어머니, 제가 오는 길에 공작 부인을 만났지 뭡니까? 황후를 만나러 온 모양이에요.”
“그래요?”
“예. 어머니께는 먼저 인사하러 한 번도 안 온 공작 부인이 황후궁엔 제 발로 찾아가다니. 나중에 꼭 혼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황자. 이 어미가 나중에 꼭 혼을 내줄 테니.”
“아 참! 그리고 공작가에서 되찾았다는 그 아이 말입니다. 오늘 그 아이도 봤어요.”
그 말에 레베카 황비 역시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사교계에서 절대 빼놓지 않는 이야깃거리가 바로 그 내용이었다.
“정말 귀엽더군요. 그래서 말인데요, 어머니. 저도 여동생이 갖고 싶습니다.”
“어머.”
“그러니 어머니께서 제게 여동생을 가져다주셔요! 네? 당장이요!”
레베카 황비는 귀엽다는 듯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황자, 그건 이 어머니가 아니라 황제 폐하께…….”
“아, 당장요! 빨리요!”
“황자, 진정하세요. 여동생은 그렇게 갑자기 만들 수 있는 게…….”
“그럼 이렇게 하지요! 공작 부인을 찾아가 그 아이를 사 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뭐라고요?”
“공작 부인에게 돈을 주고 그 아이를 사 오자는 말입니다!”
경악스러운 사고방식에 지켜보고 있던 시종과 시녀들은 눈빛을 주고받으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이쯤 되면 불호령이 떨어질 법한데도, 레베카 황비는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꺄르르 웃기 시작했다.
“우리 아드님도 참, 이렇게 귀여운 생각을 하다니……. 재치 있기도 하지. 하지만 그 아이는 당장 사 올 수가 없어요. 대신 다른 장난감을 가져다줄 테니 진정해요, 황자.”
“칫……. 알겠습니다.”
재치 있다는 칭찬에 안토니오는 기분이 풀린 듯 히죽거렸다.
시종과 시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라도 황자가 떼를 쓰며 소리를 지르고 울기라도 했다면, 아마 매질을 당하는 시종들이 늘어났을 것이다.
분명 처음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레베카 황비의 가문인 테들러 자작가의 힘이 강해질수록, 황비의 성격은 더욱 괴팍해져 갔다.
그럴수록 괴로워지는 것은 윗전을 모시는 궁인들이었다.
누군가에게 토로할 수도 없었다.
각 궁을 다스리는 권한은 그 궁의 주인에게 있었으니까.
게다가 황비가 거처하는 세피아 궁전은 본성과 떨어져서 별개로 새롭게 지어진 별궁이었다.
비명을 질러도 도와줄 누군가가 들을 수 없을뿐더러, 얌전히 비명을 지르도록 허락할 리도 더더욱 없었다.
세피아 궁전의 궁정인들은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든 황제를 원망할 뿐이었다.
* * *
집에 돌아와 보니 공부를 끝마친 아드리안이 라피네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오빠가 라피네와 놀아 주려고 일찍 공부를 끝냈지.”
아드리안의 말에 라피네의 표정이 밝아졌다. 소피아는 두 아이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라피네는 좋겠구나. 이렇게 좋은 오빠도 있고.”
“자, 가자. 라피네.”
라피네는 아드리안의 손을 잡고 놀이방으로 향했다.
안타깝게도 쌍둥이인 루카와 로이스는 글 선생이 찾아올 시간이라 열심히 공부 중인 듯했다.
물론 아드리안은 그걸 알고 이 시간을 노린 것이었다.
오늘 아드리안이 이렇게 시간을 뺀 이유는 라피네와 더욱 친해지기 위해서였다.
아무래도 라피네는 자신보다 바이올렛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믿고 싶진 않지만, 제르칸보다도 서열이 밀린 기분이라 참을 수가 없었다.
‘오늘은 잔뜩 놀아 줘야지. 기필코 내가 제일 좋다는 소리를 듣고야 말겠어.’
아드리안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할 때, 라피네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
‘에휴. 오늘은 아드리안이랑 놀아 줘야겠구만.’
피곤하지만 어쩔 수 없지. 최애니까 참자.
“근데 바이올렛 언니는?”
“어…… 바이올렛은 내일 올 거야.”
“정말이지?”
“응.”
놀이방에 들어오자마자 라피네가 바이올렛에 대한 질문을 하자, 아드리안은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힘내야지. 어린 동생한테 재롱 좀 떨어야겠군.’
아드리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라피네와 놀아 주기 시작했다.
이야기책을 읽어 주고, 장난감 블록을 가지고 함께 성을 만들었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그날 아드리안은 달콤한 열매를 쟁취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식사.
식사 중간이었다. 아드리안이 갑자기 작은 펜던트 하나를 식탁 위에 올리더니, 달칵 하고 버튼을 눌렀다.
그와 동시에 펜던트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나는 아드리안 오빠가 제일 좋아.]녹음된 라피네의 목소리였다.
가족들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