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34)
라피네는 배신당한 표정으로 아드리안을 쳐다봤다.
‘아니……. 그렇게 재롱떨며 놀아 줬는데. 그 결과가 이거야?’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루카와 로이스가 버튼 눌린 것처럼 씩씩거리며 수저를 내려놓았다.
“저거 뭐야? 형! 방금 그거 뭐야?”
“녹음 마도구야? 라피네 목소리 아니었어?”
아드리안은 대답 대신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소파 등받이에 기댄 거만한 자세로 다시 버튼을 누르자, 다시금 라피네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나는 아드리안 오빠가 제일 좋아.]“라피네 목소리 맞잖아!”
“이건 반칙이야!”
“라피네 미워! 큰형만 좋아하고!”
루카와 로이스가 심통 난 표정으로 라피네를 노려보았다.
‘아니…….’
저 녀석들은 아직 어려서 그런지 질투가 엄청났다.
갑자기 생긴 여동생이 몹시 신기한 모양이었다. 꼭 장난감을 두고 싸우는 것처럼 라피네를 두고 서로 싸울 때도 있었다.
라피네는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아드리안을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
‘믿었는데…….’
이런 짓을 하다니.
그러나 아드리안은 여전히 거만한 자세로 가족들을 향해 ‘거 봐라.’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자코 있던 에스턴 공작이 탁, 하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아드리안.”
“예, 아버지.”
“식탁 위에 장난감을 가져오다니, 어린 동생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느냐?”
“네?”
“쯧쯧. 다 컸다고 잘난 척하더니. 그 장난감은 이리 주거라, 압수다.”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이건 장난감이 아니라……!”
“어서.”
아드리안이 반박했지만, 에스턴 공작은 단호했다.
근엄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아드리안은 입술을 삐쭉 내밀고는 마도구 펜던트를 내어 놓았다.
“흠흠.”
에스턴 공작은 펜던트를 슬쩍 확인하더니 안주머니에 쓱 넣으려고 했다.
그때, 소피아 공작 부인이 수저를 탁! 하고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에스턴 공작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까딱했다.
“잠깐만, 여보. 이거는 내가 먼저…….”
“가져와요, 여보.”
엄마의 단호한 목소리에 에스턴 공작의 입꼬리가 살짝 내려갔다. 조금 전의 아드리안처럼.
에스턴 공작은 어쩔 수 없이 펜던트를 꺼내 공작 부인에게 내밀었다.
소피아는 뿌듯한 표정으로 펜던트를 챙겼다.
라피네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가족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다들……. 이상해.’
물론 자신을 사랑해 주는 건 너무 고맙고, 좋았지만……. 아무래도 겨우 되찾은 막내라 그런지 과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서 라피네는 더더욱 가족들에게 찾아올 불행을 막고 싶었다.
‘아드리안이 죽게 되면, 가족들은 또 한 번 누군가를 잃는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
물론 원작의 아드리안 역시 그런 가족들을 생각하지 않고 행동한 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혼자 떠났겠지. 얼마나 외로웠을까.’
라피네는 기필코 아드리안과 가족들을 지켜 낼 생각이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날 사랑해 주고, 늘 내 편이 되어 주는 가족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지 몰랐다.
라피네는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지만, 한편으로는 그 무게가 주는 행복이 기꺼웠다.
그 행복을 지킬 수만 있다면, 천근이고 만근이고, 얼마든지 짊어질 수 있었다.
* * *
그날 밤.
라피네는 잠든 척하다가 엄마 아빠가 나간 뒤,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작은 조명을 켜고 메모지와 펜을 들고 침대에 엎드렸다.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사실 방법은 하나라 깊이 고민할 것도 없었다.
「그 하나의 방법이 무엇인데?」
‘황비네 가문을 무너뜨리는 것.’
황후와 황비의 악연은 깊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모든 원인은 황제였지만, 자식을 황제로 만들기 위한 두 여인의 싸움은 치열했다.
황비네 가문은 황후를 괴롭히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적으로 모는 거겠지만…….’
황후네 가문은 공신 가문에, 청렴한 기사 가문이었다. 역적모의를 할 이유가 0인 것이다.
그래서 어정쩡하게 모함했다가 역풍이 부는 수가 있어서, 그런 방법을 사용하진 않았다.
그들은 아주 구질구질하고 교묘하게 황후를 괴롭혔다.
‘바로 황후의 가문과 황후 쪽 귀족들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방법이었지. 별개로 황태자 흠집 내기도 추가로.’
황제의 지지 덕분에 황비네 가문은, 결국 에스턴 가를 뛰어넘는 제국 최고의 부자가 된다.
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바로 ‘시장 지배’였다.
시장에 나온 귀족들의 사치품을 비롯해 특정 품목을 모조리 독점하는 것이었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콩이나 기존의 무역품은 아직 완벽히 독점하지 못한 모양이지만……. 지금은 한 가지 상품을 꽉 잡아 독점하고 있었다.
바로 ‘커피’였다.
남대륙에서 건너온 커피콩을 가공시켜 만든 것인데, 현재 귀족 사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덕분에 귀족들이 찾는 번화가에는 ‘커피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카페들이 즐비했다.
다만, 특이점이 있다면 커피 하우스를 이용하는 손님은 모두 남자 귀족들뿐이라는 것이다.
이곳의 커피 문화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이참에 커피 사업도 한번 확 뺏어 봐?’
솔직히 전생을 기억하는 만큼 자신 있는 분야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K-마카롱 맛을 한번 보면? 여기 사람들은 다 눈 뒤집고 달려들 게 분명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식도를 타고 내려갈 때의 그 행복감과 편안함.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이면 모를 것이다.
‘게다가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부수는 것에도 의미가 있을 테고.’
좋아, K-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무언인지 제대로 보여 주마.
그리고 커피가 있는데 아직 ‘그게’ 없는 걸 보면……. ‘그것’도 조만간 들여올 게 분명했다.
‘황비네가 그것도 독점했었던 것 같은데, 분명.’
황비네 가문이 사치품과 관련된 무역을 독점할 수 있는 건, 지형적 이유도 컸다.
눈이 먼 황제가 황비네 가문에게 금싸라기 땅을 영지로 하사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대륙 최대의 항구가 있는 그 영지를.
‘황제 그 호구 새끼…….’
게다가 황비네 가문은 머지않아 로또 같은 땅을 하나 더 얻게 될 것이다.
‘그건 내가 빼돌릴 예정이지만.’
「그 많은 일을 대체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이냐, 아가?」
‘다 생각이 있지.’
우선은…….
‘대리인이 필요한데.’
현재 자신은 6살짜리 꼬마였다. 땅을 매매할 돈이 없을뿐더러 계약서에 도장도 찍을 수 없었다.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해.’
가장 좋은 방법은 가문 내의 상단 관리인들을 포섭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문 내에서 벌어지는 일은 결국엔 엄마 아빠의 귀에 들어가고 말 것이다.
엄마 아빠의 눈을 피하려면 외부인이 좋았다. 아무도 모르는 외부인.
‘그래서 말인데, 오르파나.’
「예?」
내내 조용히 있던 오르파나가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조용히 해.’라고 핀잔을 줘서 그런지, 오르파나는 눈에 띄게 얌전하게 지냈다.
「헉! 주인님 말씀만 하셔요, 어느 인간이든지 제가 데려와서 주인님의 노예로 만들 수……!」
‘너, 인간으로 변할 수 있지?’
「넹?」
부모님의 눈을 피해서 일을 진행해 줄 수 있는 사람, 언제든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 돈을 빼돌릴 위험이 없는 사람.
지금 라피네가 가진 패 안에서는 오르파나가 이 역할의 적임자였다.
게다가 오르파나 같은 정령은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으며, 지금처럼 편하게 속마음을 이용해 대화를 나눌 수도 있으니까.
「하아……. 하아……. 주인님, 드디어, 드디어, 저를, 저를 믿어 주시는…….」
‘시끄럽고. 변할 수 있어, 없어?’
「변할 수 있긴 하지만…….」
‘그럼 당장 변해 봐, 어서. 물론, 현신은 하지 말고!’
라피네의 말에 오르파나는 곧바로 팔찌에서 빠져나와 인간의 모습으로 침대 옆에 섰다.
본 모습으로 현신한 것이 아니라 인간화한 모습인데도, 어쩐지 실제의 이미지를 알 것만 같았다.
“어떻습니까? 아름답죠? 우아하죠?”
젊고 아름다운 남자의 모습으로 나타난 오르파나는 고급 비단옷을 뽐내며 포즈를 취했다.
창백한 피부, 푸른색 머리카락에 반짝거리는 하늘색 눈동자. 꼭 바다의 요정처럼 신비로운 외모였다.
아직 현신하지 않아 실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없으니, 최대한 비슷하게 꾸며 낸 것 같았다.
뭐, 확실히 아름답긴 했다. 하지만…….
‘스읍. 안 되겠는데, 이거.’
「왜요?」
당황한 오르파나가 인간화했던 모습을 풀고 다시 팔찌 안으로 들어가 물었다. 라피네는 탐탁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그 모습으로 사업을 하러 다닌다고? 누가 봐도 귀부인들 등쳐먹는 사기꾼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