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Older Brother, I Will Seduce the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36)
“그만큼 인생이 쓰다는 건가요?”
똑 부러지는 바이올렛이 그렇게 묻자, 렌델 경은 허허 웃기 시작했다.
“그렇죠. 아무튼 술보다 커피가 훨씬 더 좋은 면이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서 떠들면 금방 취해 인사불성이 되어 버리니까요. 반면, 커피는 오히려 정신을 맑게 해 주죠. 그러니 대화하길 좋아하는 남자 귀족들한텐 이만한 천국이 없을 겁니다.”
“렌델 경도 좋아하나요?”
“가끔 기사단 녀석들이랑 와 본 적은 있는데……. 저는 영 커피가 취향이 아니라서요. 물론 종종 즐기긴 하지요. 인생의 맛이니까요.”
‘사실 초딩 입맛이면서.’
라피네는 렌델 경이 허세 부리는 것과 달리, 사실 어린애 입맛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며칠 전, 루카와 로이스와 함께 초콜릿을 까먹는 것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초콜릿을 먹던 렌델 경의 얼굴은 아직도 생생했다. 그 황홀한 표정.
머지않아 종업원이 하얀 잔에 담긴 커피를 내어 왔다. 커피에서는 모락모락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도 한번 먹어 보면 안 될까요?”
바이올렛이 묻자, 렌델 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엄청나게 쓸 텐데요. 그리고 커피는 여자와 아이의 몸에 해롭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요! 딱, 딱 한 번만! 한 입만요!”
바이올렛이 계속해서 말하자 렌델 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함께 주문한 값비싼 설탕을 넣어 휘휘 저어 주었다.
바이올렛은 작은 스푼으로 아주 조금 커피를 마셔 보더니 인상을 팍 구겼다.
“으악! 대체 이런 걸 왜 마시는 거죠? 독약 같아요!”
“하하하!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인생의 맛이라고요. 아직 어린아이시니 이 맛을 모르는 게 당연하지요!”
“으윽……. 정말 이해가 안 되네요.”
라피네는 때를 노렸다.
바이올렛이 괴로워하고, 렌델 경이 배를 잡고 웃는 사이.
라피네는 전광석화 같은 몸놀림으로 손가락을 내밀어 커피 잔에 콕 찍었다가 입으로 쏙 가져갔다.
「아가야, 손가락으로 먹는 건 지지란다.」
‘어쩔 수 없잖아.’
「주인님은 그러셔도 괜찮아요. 귀여우니까요, 하아…….」
라피네는 눈을 감고 커피 맛을 음미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한번 더 몰래 콕! 커피 잔에 손가락을 찍었다.
‘흠…….’
「맛이 어떻길래 그러냐, 아가?」
응. 개맛없어.
라피네는 조금 전 바이올렛이 지었던 표정처럼 눈을 꽉 감고 혀를 깨물었다.
입맛 버렸네…….
원두의 맛을 자세히 느끼기 위해서 한 번 더 찍어 먹어 본 건데……. 정말 최악이었다.
‘대체 커피를 어떻게 볶았길래.’
라피네는 치를 떨며 고개를 저었다.
렌델 경은 커피는 원래 쓰고 맛이 없는, 인생의 맛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정말 맛있는 커피는 아주 고소하면서 달콤한 맛까지 난다. 신맛으로 풍미를 깊게 해 주는 커피도 있었고, 쓴맛도 적당하면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준다.
게다가 마실 때의 향 또한 얼마나 감미로운지 모른다.
하지만 이 커피는 향도, 맛도 최악이었다.
‘마치 타이어를 우린 물같이 쓰다고 할까?’
이곳 사람들은 그냥 보드카의 쓴맛을 즐기듯, 커피 역시 그렇게 마시는 모양이었다.
‘이거, 생두만 뺏어 오면 장사할 만하겠는데?’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커피 맛을 알려 준다면 흥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이곳의 손님들은 남자들뿐이었다.
아까 렌델 경이 말한 대로, 여자에게는 커피가 해롭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따지면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다 안 좋지.’
특히 빈속에 마시는 커피는 위염을 유발시키는 원인 중 하나였다.
또한 이곳의 손님들은 커피 1잔 시키고 몇 시간 동안 토론하며 떠드는 사람들이 대다수처럼 보였다.
‘회전율이 별로구만.’
인테리어 역시 칙칙하고 삭막하기만 했다. 자고로 카페의 꽃은 인테리어 아닌가?
거기에 디저트까지 함께 판다면……. 이건 되는 사업이다.
라피네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열심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라피네는 힐끔 테이블 위를 쳐다봤다.
렌델 경이 시켰던 커피는 하나도 줄지 않고 그대로였다.
“…….”
눈이 마주치자, 렌델 경은 멋쩍게 웃었다.
* * *
그날 저녁.
라피네는 씻고 잠자리에 들기 전, 엄마와 아빠가 책을 읽어 주는 시간을 기다렸다.
침대에 얌전히 앉아 있자, 편안한 차림의 아빠가 먼저 방으로 들어왔다.
‘왜 먼저 오셨지?’
아직 엄마는 씻고 계시는 모양이었다.
“라피네, 오늘은 무슨 책을 읽어 줄지 궁금하지 않니? 오늘은 바로바로 라피네가 좋아하는…….”
“잠깐만요!”
에스턴 공작은 라피네가 뜬금없이 말을 가로막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저, 오늘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응? 무슨 이야기?”
아빠는 곧장 침대에 들어와 라피네의 옆에 팔을 대고 누웠다.
“오늘 번화가에 있는 커피 하우스에 다녀왔는데요.”
“그래, 이야기는 전해 들었단다.”
“네. 렌델 경이 커피를 마셨어요. 엄청 쓰다고 했어요.”
“그랬구나.”
에스턴 공작은 조잘조잘 하루를 보고하며 아기 새처럼 말하는 라피네를 보고 실실 웃었다.
“그런데요. 커피는 뭐로 만드는 거예요?”
“음, 커피는 커피 체리라는 열매의 씨앗으로 만드는 거란다. 그 씨앗을 보통 생두라고 부르지.”
“아하. 그럼 그 생두는 어디서 가져오는 거예요?”
“저 멀리 다른 대륙에서 나는 걸 사 오는 거지.”
“우와아, 그럼 배를 타고 오나요?”
천진난만한 질문에 에스턴 공작은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웃었다.
“그래. 테들러 자작령에 있는 커다란 페르타스 항구라는 곳으로 들어온단다.”
“아하.”
“그게 궁금했니?”
“네에.”
라피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테들러 자작령의 페르타스 항구라…….’
커피 시장은 점점 커질 것이다. 이제 막 수도에서 커피 하우스들이 생겨나는 추세이니, 제국 전체로 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황비네 가문에서 커피 생두 수입을 독점하고 있으니, 그들만 부자가 되겠군.’
황비네 가문으로부터 황후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사업을 빼앗고 방해해야만 했다.
만약 황비네 가문이 무역업으로 일하는 일꾼들에게 정당한 보수와 대가를 지급하는 가문이었다면, 라피네는 이 사업을 작정하고 뺏으려 마음먹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임금 체불은 물론, 노동 시간을 배려하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용병을 고용해 일꾼들에게 폭력과 협박까지 서슴지 않는 악덕 기업이었다.
한마디로 그들을 때려 부수는 데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오히려 노동자들을 더 좋은 보수로 데려올 수도 있고.’
자신 역시 오르파나라는 대리인을 통해 큰돈을 벌 수 있으니 좋은 일이었다.
‘그런데 그놈들이 독점하고 있는 생두 수입에 어떻게 발을 들이지?’
고민하던 그때였다. 에스턴 공작이 라피네에게 물었다.
“저, 라피네. 아버지가 재미있는 이야기 해 주어서 좋지?”
“네.”
“그럼, 혹시…….”
에스턴 공작은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러고는 왠지 간절한 표정으로 작은 마도구를 라피네의 입 근처에 대고 속삭였다.
“‘아빠가 제일 좋아.’라고, 한 번만 말해 줄 수 있겠니. 라피네?”
“…….”
이렇게까지 정중하게 부탁할 일인가?
‘루카와 로이스가 자랑한 게 분명하군.’
쌍둥이들이 아빠를 놀리며 얼마나 들들 볶았으면 저렇게 초조한 얼굴일까.
라피네가 고개를 끄덕이자, 에스턴 공작은 곧장 화색이 되어 버튼을 눌렀다.
“나는 아빠가 제일 좋아.”
“좋아. 좋았어……!”
그때였다.
똑똑, 작은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엄마가 들어왔다.
“여보? 왜 벌써…….”
“아, 아닙니다. 여보.”
소피아가 들어오자, 에스턴 공작은 후다닥 주머니에 마도구를 넣었다. 그러더니 벌떡 일어났다.
“라피네, 목마르지? 아버지가 물을 가져다주마.”
공작이 후다닥 나가자, 소피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침대로 다가왔다.
“하인을 시키면 될 일인데 직접 물을 뜨러 가다니. 몹시 수상하군.”
전직 수사관의 본능일까? 직업병이 아직 남아 있는 듯, 엄마는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라피네를 바라보았다.
“라피네, 아빠가 왜 저러는지 알고 있니?”
증인 신문까지……!
라피네는 거짓말할 생각이 없었기에 솔직하게 말했다.
“‘아빠가 제일 좋아.’라고 말해 달라고 해서 말했어요.”
“녹음했구나.”
소피아는 쯧쯧 혀를 차더니 라피네를 품에 안아 주었다.
“오늘도 재미있게 보냈니, 라피네?”
“네.”
“그래? 그럼 내일도 재미있는 하루가 되도록 일찍 자 볼까?”
“좋아요.”
“잠자는 동안 키가 쑥쑥 클 거란다.”
엄마의 다정한 속삭임을 듣자, 라피네는 구름을 떠다니듯 행복해졌다.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는 손길도 따스하고, 꽃향기가 폴폴 풍겨 오는 것도 너무나 좋았다.
그래서 라피네는 작게 속닥거렸다.
“그렇지만 사실 저는 엄마가 제일 좋아요.”
“그래?”
소피아가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데 잠깐.
방금 말하자마자 달칵, 소리가 들렸던 건 환청이겠지?
슬쩍 고개를 들자, 엄마는 마치 성공했다는 듯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들 승부욕이 엄청나네…….’
라피네는 속으로 웃으며 그렇게 잠든 척을 시작했다.
소피아는 조금 더 라피네의 등을 두드려 주다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마침 방 안으로 물을 가지고 들어온 공작을 데리고 방을 나갔다.
엄마 아빠가 나간 뒤 정확히 5분 후.
쓰윽.
라피네는 늘 그렇듯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르파나.’
「네! 주인님!」
‘내가 생각해 봤는데, 생두 말이야. 정당하게 수입 절차를 밟으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잖아. 당연히 황비네 가문이 방해할 테고.’
「넹?」
‘그놈들을 상대하는 데 애초에 법을 지킬 필요는 없지.’
「그, 그럼 어떻게 할까요? 뭐든 시켜만 주시면……!」
‘오르파나. 그럼 우리…….’
「네?」
‘정의로운 해적이 한번 되어 볼까?’
아주 간단한 방법이다.
황비네 가문이 독점한 커피 생두를 싣고 오는 무역선을 납치하자!
오